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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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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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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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연유곡 因緣扭曲 3

DUMMY

무쌍은 산서성 장치현 현성이 보이자 걸음을 늦췄다.

산서성에 들어서고 칠일 밤낮을 걸었다. 그러고도 언씨세가가 있는 진중晉中까지 그만큼 남았다.

그래도 멀리 보이는 장치현 도성이 달갑지 않다. 귀가하면 아버지가 경을 칠 것이 분명했다. 매와 욕이 가까워지니 떨떠름하기만 하다.

그래도 교훈은 하나 얻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물론 현현심경 안의 기연도 있었지만, 현재 그에게는 그림에 떡이나 마찬가지다.

어쨌든 따뜻한 물에 씻고 자고 싶었다. 양기도 발버둥을 쳤다. 혈단으로 버텼다. 송요진을 생각하면 혈지단이라도 먹어야지 싶다.

이내 도성의 성문이 보였다.

그는 현의 병사들에게 아패牙牌를 보이고 도성으로 들어섰다. 낮은 기와 끝에 언덕 위로 성벽이 보였다.

“말로만 듣던 왕가대원이군.”

그때 그의 상념이 깨졌다.

“아이구. 형님. 누님. 선생님들. 이 불쌍한 놈에게 적선 좀 해 주십시오. 홀어머니 병 수발 10년에 보리 싹 같은 동생만 여섯입니다.”

행인을 뚫고 거지가 무쌍에게 바가지를 내밀었다.

무쌍은 이를 무심히 봤다.

그러자 거지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거지의 얼굴이 무참해졌다. 무쌍의 몰골을 보고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무쌍은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봤다.

송요진과 싸우며 찢기고 헤진 화복은 먼지가 잔뜩 묻었다. 봇짐 대신 바가지를 들리면 방금 거지와 다를 바 없었다.

“훗.”

무쌍은 터진 웃음과 함께 창피했다. 거지가 그를 경쟁자로 본 것이 틀림없다. 하기는 봇짐에 든 다섯 냥짜리 은원보 한 개와 혈단의 주재료 중 하나인 침향을 빼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당파 무명씨의 일기장을 빼고 향공도원 옥림지에서 수확한 약초와 옥림식재 그리고 이매혈보와 돌래혈사가 적힌 비급 등 중요한 것은 표국을 통해 본가로 보냈다.

무게와 부피도 문제였지만 개중에는 보물로 취급될 약초와 비급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뜨거운 물에 담그고 싶네.’

그는 성내로 들어서자 곧장 객잔으로 향했다.

상빈관上賓館.

장치현 제일 객잔이다. 무쌍이 찾은 곳이다.

와글 와글

일층 식당은 만석에 가까웠다.

“어서 옵.....,”

늙은 점소이가 열린 문으로 손님이 들어오자 습관적으로 인사를 하다가 멈췄다. 허리를 든 그가 거지에게 인사할 일이 없었다. 

“먼 노행이네. 숙박과 목욕이 가능할까?”

무쌍은 대뜸 반말을 던졌다. 외지를 몇 달 떠돌았다고 그는 늙은 점소이의 생각이 읽혔다.

거지가 따로 없는 그다.

“돈은 있고?”

늙은 점소이가 무쌍을 간을 봤다.

그러자 무쌍이 품에서 은원보를 꺼냈다.

“숙식을 할 것이네.”

“귀한 댁 공자시구려. 아진아. 손님. 객실 안내해드려라.”

객잔이 커 총관 격인 늙은 점소이는 무쌍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따라오슈.”

어린 진이라는 아진은 장년에 가까운 청년이었다. 그가 위아래로 무쌍을 살피며 이끌었다.

이 층 객실은 정갈했다.

무쌍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푹신한 침구가 그를 반겼다.

“오늘 하루 묶을 예정이네. 얼마인가?”

“패초로 스무 냥이우.”

“목욕물을 내주고 학창의를 사오게.”

무쌍이 은원보를 아진에게 건넸다.

“잔돈은?”

점소이의 말은 짧았다.

“당연히 남겨야지.”

무쌍이 퉁명이 말했다. 그는 셈에 적지 않게 밝았다. 어려서 기방 출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보니 세가 무공보다 빠삭했다.

더구나 은원보 하나가 은 닷 냥으로 뉘 집 애 이름이 아니다. 씀씀이가 큰 가정도 한 달 생활비가 은 두 냥이다. 기루에서 계집을 끼고 놀아도 두 냥이면 퍼질러진다.

점소이들이 그가 거지꼴이라고 어줍지않게 봤다.

“알았수. 목욕물 올릴 테니 수고비로 패초 열 냥만 챙겨주슈.”

“여기 객잔은 진상晉商 소속이 아닌가?”

“산서 사람이유? 진즉에 말하지. 목욕은 패초 두 냥이오.”

점소이가 뻔뻔하게 내뱉고 나갔다.

무쌍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듣던 진상 왕씨가문의 상회는 이러지 않았다. 수 대를 이어온 상가에 망조가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언가와는 무관한 일이다. 아니 진상이 망하면 세가에 먹거리가 커져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진상이 무너지는 과정이라....., 재미 있겠군.’

무쌍이 중얼거렸다.

일가의 흥망성쇠는 작은 역사와도 같다. 물론 그가 이런 역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반면교사의 예로는 충분했다.

반시진이 흘렀다.

느긋하게 머리를 감고 몸을 담근 목욕물이 차가워졌다.

촤악.

무쌍은 목욕통에서 몸을 일으켰다. 깨끗이 씻은 그는 잘 제련된 보석 같았다.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관옥이 빛을 잃었다. 게다가 태양광성지체라는 천형은 그에게 남다른 허우대를 주었다.

그는 점소이가 사다둔 학창의를 집어 들었다. 여섯 달을 입은 금사금의와 화복 두 벌은 품이 짧고 좁아졌다. 가출한 날이 일곱 달이 조금 넘었다.

“부실한 음식에도 너는 염치없이 몸만 불렸구나.”

무쌍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혼잣말로 그 몸을 탓했다. 고추도 커져 있었다.

그가 식당을 통해 계산대로 갔을 때는 해거름이 다 됐다.

계산대 옆 입구에 점소이 아진이 있었다.

“누구신지요?”

객실을 담당하는 아진은 이리 잘난 화화공자를 손님을 안내한 적이 없었다.

“학창의를 사다주고도 몰라보네.”

무쌍이 지나가는 투로 답했다.

“그 거지.....,가 아니고 헌헌장부셨네.”

“크흠. 왕가전장의 위치를 알고 싶네만.”

“객잔을 나서서 일 다경을 직진하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다시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슈.”

점소이는 따지지 않고 길을 가리켰다. 그리곤 일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불친절이 아주 몸에 배었다.

무쌍은 이미 상빈관 종업원들에게 기대를 저버려 별반 말을 않고 나왔다.

“좋다.”

객잔을 나서자 절로 터진 무쌍의 말이다.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아직은 늦은 오후라 굴뚝에 연기는 피어올랐다. 고즈넉한 성안의 풍취가 남달랐다.

한참을 걸어 사거리에 섰다. 점소이의 말과 달리 지나는 사람에게 묻지 않아도 왕가전장을 알 수 있었다.

우측 언덕을 따라 성곽 위로 고래 등 같은 기와집들이 섰다. 말로 들었던 진상의 거점인 왕가대원과 어김이 없다.

무쌍은 그 초입으로 갔다. 예상대로 전장은 왕가대원과 붙어 있었다.


밤이 가까운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여흥이나 휴식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왕가전장도 다르지 않았다.

“이봐. 물표와 은자가 안 맞잖아.”

“가영이는 금전출납 기장을 확인했고?”

화복을 입은 중년인이 전장 사원들을 챙기는 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무쌍은 전장에 들어서며 다른 전장戰場을 봤다. 그만큼 치열하게 바빴다. 그는 입구에 서서 내부를 살폈다. 전장은 객청과 사무소로 공간이 나뉘었다.

일단 손님을 맞이하는 탁자로 가 앉았다.

잠시 전장이 조용해졌다. 그의 등장은 반안潘安이 현신인 듯했다. 백의 학창의와 수려한 용모가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왕가전장의 사람 중 출납담당이자 왕가의 직계 왕가영이 나섰다

“언공자! 맞죠?”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를 아세요?”

무쌍은 석연치 않은 얼굴로 물었다.

“귀가는 하셨나요?”

“네?”

대화가 겉돌았다.

“아. 죄송해요. 언공자를 작년에 언가주 생신 때 뵈었는데, 저를 기억 못 하시네요.”

왕가영이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랬군요.”

무쌍의 대답에 성의가 없어 보였다. 작년이든 재작년이든 아버지 생일이면 병풍 역할이 전부인 그였다.

그리고 절세미녀도 아닌 그냥 예쁜 왕가영이 눈에 찼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왕가영이 본론을 꺼냈다.

“이것을 창초倉鈔:어음와 은원보로 바꾸고 싶군요.”

무쌍이 품에서 곱게 접은 배지를 꺼냈다.

“침향이군요.”

배지를 푼 왕가영이 무쌍에게 확인을 구했다. 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왕가영은 벽 진열장에서 저울을 꺼냈다. 그리고는 침향을 저울에 달고 무게를 쟀다.

“한 냥 두 돈이네요. 은 오십 냥 창초와 은 다섯 냥으로 내드리죠.”

왕가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무쌍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관옥과 같은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거래에 불만이 계신가요?”

“그냥 갈침향으로 한 냥 두 돈이면 그 은자를 내준다면 적당하오. 그러나 남만 백향목 침향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지 않소?”

“틀리다니요? 제 계산은 맞는데.”

 “침향은 향으로써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재요. 허나 갈침향과 백향목 침향을 어찌 같이 취급하겠소? 신선향이란 백향목의 침향은 남만에서만 나오며, 게다가 운반비도 붙소. 특히나 약재로써 백침향의 가치는 같은 황금 무게의 네 배요. 또 주인만 잘 만나면 대여섯 배의 가치가 있소.”

“그것은......,”

왕가영은 무쌍이 무표정하게 박자 없는 말투로 걷어붙이자 말문이 닫혔다.

“언공자. 질녀가 물건을 몰랐던 모양일세.”

왕가전장의 주인인 왕진호가 서둘러 나섰다.

자연스레 지켜보던 그였다. 그는 무쌍을 알고 있었다. 언씨세가와 거래로 몇 차례 스쳐 만났고 추악한 소문도 들었다. 아주 개망나니로 말이다.

조카 왕가영도 그런 소문을 듣고, 무쌍을 떠본 것이리라.

하지만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막상 대하니 깐깐한 맛이 영글었다.

“실례하지만 진상의 누구 되십니까?”

무쌍이 예로 대했다.

“전장의 책임자일세.”

“왕진호 대인이시군요.”

무쌍이 아무리 세상과 멀어도 산서의 실세들은 꿰고 있었다. 진주상단주의 친동생이다.

“자네가 날 알고 있다니 쉽게 말함세. 백향목 침향을 시세에 맞게 구매하겠네.”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상인에게 신용이란 금과 같다 들었습니다. 거래하는 당사자 간에 믿음이 깨졌으니까요.”

무쌍이 싸늘하게 말했다. 상빈관에 이어 왕가전장에서도 그를 호구로 봤다.

“허허. 방금 일은 질녀가 입말처럼 지나가며 떠본 것일세. 너무 크게 만드는군. 게다가 꼬투리가 지나치네.”

왕진호가 웃고 있지만, 눈빛이 서늘해졌다. 개망나니가 본색이 보이질 않는가.

“원래 없던 거래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하. 이런 어처구니없는 오해라니.”

무쌍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잡지도 않은 꼬투리라니.’

마지막 웃음은 명백한 비웃음이다.

그는 상빈관에 이어 여기 왕가전장에서도 진상의 노란 싹수를 봤다. 그러니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런데 그의 발길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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