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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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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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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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3

DUMMY

무쌍은 진땀이 났다.

장령령이 울고불고 생떼를 쓰고는 사라졌고 임려수는 머리를 짚더니 무쌍의 침상을 차지했다.

소소는 넉살 좋게 임려수의 이마에 찬 물수건을 올려주며 마님을 연발했다.

이 틈에 그는 슬며시 소월각을 빠져나와 큰형을 찾았다.

창룡전에는 둘째형도 와 있었다.

“파란만장 아니 평지풍파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대단한 내 동생 왔네.”

언무한은 무쌍이 인사하기도 전에 다가와 무쌍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것 왜 이러십니까? 수욕정이풍부지입니다.”

“어쭈.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는데 바람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고? 네가 바람이고, 앞에 있는 큰형과 내가 나무겠지. 이 자식아.”

언무한이 어깨에 얹은 팔을 무쌍의 목으로 가져가 조르려 했다

“됐다. 둘째 네가 막내를 감싸려고 그러는데 막내가 태행산에서 공이 있으니 과를 묻지 않으마. 그냥 앉아라.”

“헤헤. 뭐 그런 것 아니오.”

언무한이 형의 말에 무안해진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네 신색을 보니 바깥 공기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닌가 보구나. 풍채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기도가 둘째 못지않아졌어.”

언무극이 무쌍을 살피며 말했다.

“어찌 형만 하겠습니까?”

“형님. 어떻게 저와 이놈을 비교합니까?”

하나는 겸양하고 하나는 발끈했다.

“다행히 막내가 무탈하게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됐다. 따로 여자와 있었던 일도 들었다. 사내가 협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니 이 또한 나무랄 일은 아니지.”

“미꾸라지가 봉황의 꼬리를 문 격이지.”

언무한이 무쌍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부럽소?”

“부담스럽다. 이 말이다. 네 예비 장인도 정사지간의 인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고.”

“그만. 네가 인사만 하려고 날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고. 할 말이 무엇이냐?”

동생들의 대화를 끊은 언무극이 무쌍을 봤다.

“이것....,”

무쌍은 품에서 보자기를 꺼냈다.

“뭐냐?”

언무한이 나서서 보자기를 풀며 물었다.

“삼왕정.”

무쌍의 말에 언무한의 손이 멈춰지고 시선이 언무극을 향했다. 꿀꺽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다.

“두 뿌리입니다. 그 동안 못난 동생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 향공도원에서 따로 챙겼습니다.”

“흐흐흐. 역시 너 밖에 없다.”

언무한이 기분이 좋아 보자기를 마저 풀었다.

“잠깐.”

“아. 왜-에?”

언무극이 형의 말에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근 십 년만 처음 드는 반기다.

“가문에서 향공도원을 몰랐으면 모를까 지금은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그곳에 뭐가 있는지 알고 계신다. 의당 아버지에게 보고할 일이다.”

“아니, 동생이 챙겨준다는데 받으면 되지.”

“맞습니다. 그것 표국 편에 약초와 서책 그리고 서신을 보낼 때 물목에서 빼고 보고했어요. 두 분 형님 챙기려고요.”

“그랬다고?”

세 형제의 대화가 은밀해졌다.

“아니야. 막내 내가 이리 말할 때는 틀림없는 속셈이 있어. 말해 봐라.”

그러나 언무극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쌍의 속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언무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필요한 것이 없지 않지만.”

무쌍이 말끝을 흐렸다.

“뭔데?”

언무한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주일 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은 ....., 그래서 무진호란 자에 대해서 어른들이 논의하고 계세요.”

무쌍은 일각에 걸쳐 한단과 무진호 사이에 있었던 일과 오늘 현령전에서 있었던 일을 두 형에게 전했다.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다?”

언무극이 무쌍의 의중을 떠봤다.

“네. 그리고 일원각 4층에 오르고 싶습니다.”

“원하는 무술이라도 있느냐?”

“원월십삼도요.”

“그것이라면 내가 알고 있으니 아버지 허락을 받아 구결과 심득을 가르쳐주마.”

“감사합니다. 또.”

“또?”

“네. 이것은 별것 아닌데요. 향공도원이 있는 천개산 아래에 방가구라는 촌락이 있습니다. 한 오백여 호가 됩니다. 거기에 동촌여관이라고 있는데 연수수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향공도원으로 파견 나가는 가솔들이 그 여인을 좀 보살펴줬으면 해서요.”

“왜 그 여인과 만리장성이라도 쌓았더냐?”

무쌍의 말이 끝나자 언무한이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여인이 임신을 했는데 제 애입니다.”

무쌍의 말에 두 형의 턱이 반쯤 빠져 무쌍을 바라봤다. 별일 아니라 무쌍이 원하는 세 가지 일 중 이 일이 제일 무거웠다.

“가문에 들이려 했더니 자기가 애를 키운다고 했습니다. 좀 강단이 있는 여자라 말리기도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일은 아버지에게 비밀로 하겠다. 너는 입조심하고. 막내 네 부탁은 내가 알아서 하마.”

언무극이 머리를 짚으며 언무한에게 주의를 줬다. 그리고 손을 내저어 동생들을 쫓아냈다.

찌이익.

언무한은 재빨리 보자기를 반으로 찢어 삼왕정 중 작은 것 하나를 챙겼다.


소월각으로 돌아온 무쌍은 여자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밖에서 멈춰섰다.

“공자님이 진짜 그랬다니까요. 그 향낭을 가주 앞에 내려놓고 이것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이랬다고요.”

“그 가슴 밋밋한 꼬마가 여우짓을 하다가 들켰네.”

“그런데 공자님만 처벌 받으셨다니까요.”

“왜-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고 장령령 아가씨 할아버지가 객원장로라서 그랬다는 말도 있고.”

“객원장로라....,”

무쌍이 밖에서 들으니 소소가 은근히 말을 놓았는데 임려수가 그냥 지나갔다.

‘벌써 친해졌다고?’

“크흠.”

무쌍이 헛기침을 하며 소월각으로 들어섰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재미나게 하고 있었소?”

그는 소소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대화를 끊었다.

“별말 아니예요.”

“별 것 아니다.”

두 여자가 동시에 말했다.

“그렇소. 그나저나 벌써 밤이오. 임소저 내 객청 거처까지 모셔다드리겠소.”

무쌍은 임려수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임려수가 일어났다.

“소소. 내일 보자.”

“네. 마님.”

소소가 웃으며 말하자 임려수도 따라 웃었다.


무쌍은 소월각을 나오자 임려수를 옆에 두고 물었다.

“임소저. 소소와 벌써 친해진 것이오?”

“친해져 ∼.”

그의 말에 임려수의 말투가 묘하게 비틀렸다.

“그럼 아까는 왜 그리 자매처럼 이야기를 했던 것이오?”

“가슴 밋밋한 꼬마가 잠재적 경쟁자라면 소소는 네 부속품과 같은 존재잖아.”

임려수가 대답하며 무쌍을 봤다.

“대단하구려.”

무쌍은 그 짧은 시간 여자들 간의 역학관계를 꿰뚫어 본 임려수에게 감탄했다.

“나하고 소소 이 이상은 안 돼.”

“무슨 말이오?”

“여자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소.”

무쌍의 말에 임려수가 한차례 째려보더니 걸음을 빨리했다.

“임소저.”

“너. 계속 소저 소저 할래?”

임려수가 멈춰서서 무쌍에게 화를 냈다.

“그럼?”

“이름을 부르던가?”

“그런데 왜 계속 반말이오?”

“너도 해.”

“진짜?”

무쌍의 말에 임려수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속삭이는 말로 무쌍의 얼굴에 가까이 했다.

“너 오늘 만나고 나서 나한테 잘 있었냐고 물어봤어? 안 물어봤어? 내가 치마끈 한 번 내렸다고 내가 네 것 같지. 어린놈이 아내 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그녀의 격 없는 말을 무쌍은 놀라 눈이 커졌다.

“아. 아. 아. 귀. 귀.”

그러다 무쌍은 귀로 몰려오는 통증에 얼굴로 손이 올라갔다.

임려수는 무쌍의 귀를 이빨로 물고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니 무쌍은 고통에 똥 마려운 개처럼 끌려갔다.

“아프지. 오늘 내 마음이 이랬거든.”

깨물던 귀를 놓은 임려수가 양팔을 허리춤에 올려놓고 무쌍을 째려봤다.

“미안해.”

무쌍은 임려수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보며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그는 조용히 임려수 안아줬다. 이러길 잠시.

퍽.

“윽.”

“너 이렇게 대충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면 큰 오산이야.”

임려수가 무쌍을 품을 벗어나더니 객청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이 모습을 보며 무쌍이 씨익 웃었다. 품 안에 임려수의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현령전에서 가주 주재로 가문 전체회의가 있었다.

무쌍은 회의를 끝내고 현령전에서 나오는 장봉익을 찾았다.

“자형姊兄.”

그는 가주처소 현령전에서 나서는 30대 장년을 막아섰다.

“삼공자?”

30대 장년인 장봉익은 뜻밖의 인물에 의문을 달았다. 그와 접점이 없는 사람이 무쌍이다.

물론 장봉익은 무쌍을 몇 차례 말도 섞었지만, 보통은 먼발치에서 스쳐 지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가 본 무쌍은 어린 나이에 비해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시원시원했다. 넓은 이마와 준령 같은 코, 적당한 인중에 넓은 입술은 사내가 봐도 반할만 했다. 뿐인가 눈빛은 정광이 번득였다.

이 겉모습에 나군羅裙의 옷자락을 쥐지 않을 여인네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도 열린 귀가 있어 언씨세가에서 무쌍의 비린 풍문은 셀 수 없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 곧 미소를 지으며 무쌍을 대했다.

“할 말이라도 있으신 게요?”

“자형이 나를 보는 눈은 항상 똑같아서 말입니다. 꼭 말을 섞고 싶었습니다. 날 구차하게 여기지 않으면 소월각으로 청하고 싶습니다만.”

무쌍의 말에 장봉익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못할 이유가 없었다.

본래 장봉익張鳳翼은 강소성 장주 사람으로 성품이 자유분방하고 곡曲과 대고大鼓에 능했다.

집안은 대대로 군부의 무관을 지냈으니 그의 뜻과 가문이 바라는 바가 천양지차였다. 그래도 그 가문의 피가 어디 가지 않아 쌍도雙刀에 능해 천인의 적을 가를 용력을 지녔다.

여기에 군관이었던 그가 진주 언씨세가의 사위가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병법에 일가견이 있는 장봉익은 달단과 전쟁이 잦은 변방에서 승승장구하련만, 강직한 성격 탓에 한직으로만 떠돌아야 했다.

종5품 천부장이 개밥에 도토리 마냥 이리저리 치여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언가 가주의 동생인 언관무가 장봉익의 진중한 맛을 알아봤다. 그가 장봉익을 가주에게 천거를 하였다.

진주언가 가주 언관운은 관명만 있는 산직이나 비상시에는 정3품 정방장군으로, 지역방위군 대장으로 북방의 큰 축을 담당했다.

언관운은 이 장봉익의 가치를 꿰뚫어 봤다. 인맥을 통해 그를 중용을 했다. 하지만 천성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장봉익은 모의 전투 때마나 병졸이나 하는 대고를 때려 군을 통제했다.

그럴 때마다 웅장한 음과 번들거리는 상체와 굵은 팔이 어우러져 처자들이 상사에 몸살을 앓았다.

그러다 종5품의 천부장 직이 산서도지위사사 정5품 부만호가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언씨세가의 사위 겸 빈객이었다.


작가의말

망상님, 학교님, 가는구나님 댓글 감사합니다.

꼬박 한 달을 달려왔더니 오늘 일요일은 푹 쉬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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