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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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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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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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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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수불석권 手不釋卷 1

DUMMY

그날 저녁

무쌍은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소연무장에 가 큰형을 기다렸다.

“일단 앉아서 몇 가지를 묻고 시작하자.”

술시가 되자 언무극이 왔다. 그는 소연무장 정자로 가 앉으려다가 막내 동생을 봤다.

“따로 도까지 준비했느냐?”

그는 탁자에 놓인 무쌍의 운두도를 들었다.

“초류草鎦입니다.”

스윽.

가죽으로 된 도집을 벗어난 초류는 특유의 묵빛 도신을 드러냈다.

“무게만 빼면 정말 좋은 녀석이구나. 그런데 스무 근이면 무겁지 않겠느냐?”

“지금이야 제가 이 녀석에게 맞춰야겠지만 나중에는 이 녀석이 저에게 맞춰질 것입니다. 무게는 극복할 것입니다.”

“자신만만하구나. 어쨌건 다시 질문하겠다. 도는 검과 달리 도의 등과 면을 몸에 붙여 사용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도를 쥘 수 있으니 공격의 수단이 다양해지고 방패 역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따로 공부했더냐?”

“가문의 이접도를 뗀 수준입니다.”

“그래. 도의 13개의 기본 효용을 알겠구나?”

“대충은요.”

“그럼 이접도를 펼쳐 보아라.”

언무극의 턱끝이 탁자 위의 초류를 가리켰다.

탁. 탁.

스윽.

무쌍은 탁자 위에 초류을 집어 연무장으로 나가더니 곧장 도를 뽑았다.

징-.

맑은 소리와 함께 묵빛 도신이 나타났다.

‘정말 좋아.’

무쌍이 희열했다. 초류가 내공을 받아들이며 요동을 쳤다. 어서 ‘날 휘둘러줘.’라는 외침이 전해졌다.

웅. 웅.

초류가 좌에서 우로 공간을 베더니 탄력으로 머리 뒤로 넘어가 우에서 좌로 방향을 바꿨다.

전두도와 과뇌도를 합친 이합도의 첫 초식인 쌍두과도다.

“시작합니다.”

그 말과 함께 무쌍이 진각을 밟았다.

팡.

이번에도 초식은 쌍두과도였다.

하지만 도를 움직이는 축인 허리는 고정되고, 몸의 무게 중심은 무릎 아래에 두고 빠르게 앞으로 나간 후 좌우로 움직이는 나단보의 기승헐보가 합쳐졌다.

그러자 전혀 다른 위력을 보였다. 이어지는 그의 칼은 더 날카롭다.

“찻.”

기합이 붙었다.

무쌍은 땅을 박차 일 장이나 뛰어올라 초류를 정면으로 내던지듯 찔렀다. 이어 하강하는 순간 왼발이 오른발등을 찍으니 반 장 정도를 허공을 유영한다.

웅. 웅.

초류가 가상의 적을 사선으로 베어냈다.

“좋은 첨허삭도.”

언무극이 칭찬했다.

그와 별개로 무쌍의 칼은 숨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일각이 지났다.

“후우욱. 후우욱.”

초류를 거둔 무쌍은 칼의 잔심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낮고 길게 골랐다.

“제법이구나. 일단 탁자로 가 몇 마디 나누자.”

언무극이 무쌍 옆으로 와 어깨를 두드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무쌍이 겸손한 말을 하며 정자로 갔다..

“아니야. 기초가 나쁘지 않다. 이합도는 건너뛰고 원월십삼도로 들어가자.”

정자로 들어간 언무극은 탁자에 앉았다.

“저야 좋죠.”

“일단 수련방식부터 설명하마.”

“초식 지도는 없습니까?”

“내가 비급을 줬을 때는 초식 정도는 스스로 익히라는 뜻이었다. 설마 읽지도 않은 것은 아니지?”

“설마요? 몇 차례 읽었지만.”

“그럼 됐다.”

언무극은 무쌍의 말을 끊고 계속해 할 말을 이어갔다.

“검과 달리 도는 매우 실용적이고 실전적이다. 따라서 처음 십삼일 간은 원월십삼도의 한 초식씩만을 사용하여 매일 대련할 것이다. 이후 두 개의 초식만을 혼합해 대련하고, 다음은 세 개 초식. 이런 식으로 초식를 늘려 종래에는 열세 개 초식을 다 사용해 대련할 예정이다. 이를 마치면,”

“네?”

무쌍이 반문하며 큰형의 말을 끊었다. 이 수련이 쉬워 보여도 반년이 넘게 소요된다.

“네는 무슨. 이후는 병장기에 따라 대련을 할 텐데 검 대 도, 창 대 도 이런 식으로 이어갈 것이다. 물론 너는 원월십삼도만 사용해야 한다.”

“이건 수련이 아니라 벌이잖아요. 집에서 꼼짝없이 칼질만 하게 생겼네.”

무쌍이 투덜댔지만 결국은 받아들였다.

“딱히 틀리지도 않다.”

언무극이 무쌍을 표정 없이 보며 진열대에서 유엽도를 집었다.

“와라.”

그리고 소연무장 가운데 서서 칼끝으로 무쌍을 향해 까딱였다.

“도영횡사刀​影橫斜 초식으로만 대련한다고요?”

“입 아프다.”

무쌍이 초류를 들고 큰형 앞에 서서 묻자, 언무극은 중단세를 잡았다.

“끙. 갑니다.”

무쌍은 말과 함께 오른발을 앞으로 끄는 질보로 나갔다. 이에 언무극도 같이 나갔다. 칼 그림자가 좌우 사선으로 난무했다.

챙. 챙.

똑같은 궤적을 그린 칼이 중간에서 부딪쳤다. 첫 결착은 약속 대련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도영횡사에서부터 초식이 엇갈렸다. 힘에 밀려 한 걸음 물러난 무쌍이 초식을 펼치자, 언무극은 반 박자 빠르게 초식을 전개했다.

채채챙.

언무극의 칼 중앙과 무쌍의 검 끝이 부딪쳤다. 같은 힘이라도 무쌍이 충격을 더 받을 일이다.

무쌍의 팔이 굵어졌다. 5성 내공을 7성으로 끌어올려 빠르게 도영횡사로 큰형의 초식과 속도를 맞췄다.

그러자 언무극은 반걸음 물러나 무쌍의 초류를 피하고 반 박자 느리게 초식을 펼쳤다.

“윽.”

무쌍의 칼은 허공을 가르고 언무극의 유엽도는 무쌍의 목과 어깨 사이에서 멈춰 있었다.

“초식의 완급을 살펴라.”

언무극의 한 마디에 무쌍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칼질 몇 번에 목을 내줬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무쌍이 말없이 두 걸음 물러나 중단세를 잡고 다시 도영횡사의 기수를 세웠다.

챙. 챙.

무쌍은 초식의 완급을 고려해 큰형의 약점을 찾는데 도통 통하지 않는다.

두 번의 결찰이 있고 난 후 언무극의 유엽도가 사선이 아닌 횡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무쌍의 중심을 허물었다.

다시 언무극의 칼이 무쌍의 목과 어깨 사이에 얹어졌다.

“이것이 어떻게 도영횡사입니까?”

무쌍이 변형된 도영횡사에 발끈하며 따져 물었다.

“누가 전두도라고 마냥 좌우로만 베라더냐? 눈 앞의 적을 전두도로 위아래 혹은 사선으로 베면 안 되는 것이냐?”

“아-.”

큰형의 말에 무쌍은 깨달은 바가 있다.

“풀어 말하면 초식은 형形을 지켜 어찌 공격하고 방어하는지 투로를 알려줄 뿐이다. 만약 머리에 초식이 고정되면 적과 몇 합 부딪치 않아 네 영혼이 털릴 일이다.”

“반복되는 초식은 적에게 읽힌다?”

혼자 중얼거리는 무쌍은 큰형 말에 수긍했다.

“또 적과 나의 거리, 간합도 중요하다. 적의 무기가 비수와 같이 짧으면 내 무기에 맞춰 멀리서 공격하고, 창과 같이 길면 난 적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초류를 장만한 일은 잘한 일이다.”

무쌍은 큰형의 칭찬에 미소를 머금었다. 언무극은 막내 감정과 상관없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대신 초류를 쥔 너는 적과 거리를 눈감고도 알아야 한다. 이는 네가 이기상인以氣傷人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수시로 단련해야만 한다. 이 방법은 수련이 끝나면 가르쳐 주겠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기상인는 어떤 경지입니까?”

“절정으로, 기로써 사람을 죽이는 경지다. 자. 다시 시작한다.”

언무극이 도영횡사의 기수를 잡았다.

윙. 윙.

이번에는 형제의 도와 도가 부딪치는 일이 없다. 같은 초식이나 전혀 다른 각도 혹은 방향으로 각자의 공격을 펼쳤다.

한 시진이 순식간에 흘렀다. 땀범벅이 된 무쌍은 수련을 정리하는 큰형의 말을 들었다.

“내일부터 너는 준비된 갑주를 입고 수련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 올 때는 옷을 가볍게 하고 와. 그리고 간합 수련은 선지宣紙가 필요하다 그 방법은.”

“잠시만요. 갑주라니요?”

“내가 너를 무참히 벨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무쌍은 큰형의 말에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내일부터는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다.

“오늘은 첫날이라 많이 봐줬다. 그러니 입 다물고 간합 수련 방법을 듣거라.”

“네.”

무쌍은 대답하며 머릿속이 복잡했다.

먼저 가르침을 청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것이 잘한 일인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되었다.


“읏차.”

무쌍은 소월각 상량 위로 긴 끈을 넘겼다. 그 가운데에 매듭을 짓고 길이를 조절했다.

소소는 옆에서 세로로 가늘게 자른 선지를 들고 있다가 무쌍에게 건냈다.

“고마워.”

무쌍은 건네받은 선지를 끈에 달았다. 그리고 벽에 걸어둔 초류를 뽑아 들었다. 칼을 든 팔을 뻗어 선지와 닿기 전의 자리에 섰다.

휭.

그는 초류를 휘둘렀다. 칼이 빈 공간을 베고 지나갔다. 다시 칼을 휘두르던 그는 칼을 멈췄다.

칼을 휘두른 바람에 날린 선지가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움직였다. 그는 선지가 움직인 만큼 물러나 칼을 휘둘렀다.

칙.

팔랑거리던 선지 끝부분이 위로 접히며 종이 끝이 칼에 잘려나갔다.

“어?”

이런 경우가 몇 차례 이어졌다. 특히나 초류의 움직임에 따라 선지는 제멋대로 움직였다.

예상치 못한 종이의 미세한 움직임에 무쌍은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선지와 간합을 맞추며 막 땀이 날 때였다.

탕. 탕.

“어이. 동생.”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둘째 형이 문을 열었다.

“역시 갑합을 수련하고 있었네. 크크크.”

그는 괴이한 웃음까지 터트리며 무쌍을 위아래 살폈다.

“첫 날이라고 봐줬네. 몸이 성한 것을 보니 막내라고 봐줬어.”

“뭡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무쌍은 언무한을 불쾌한 표정으로 봤다.

“너 임마. 위로하려고 왔지. 아니 축하해줘야 하나. 진짜 무공을 배우게 됐으니까. 아무튼 큰 형이 너와 함께 하는 수련을 사망전진死亡前進라 한다. 내일부터는 하루에 백번은 죽어야 할걸.”

“아. 사망전진.”

무쌍은 둘째형의 말에 잊고 있던 수련법이 떠올랐다.

가문의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도하는 방식이다. 대련 과정에서 겪는 무참한 패배를 통해 죽음의 횟수를 줄여가며 성장하는 수련법이다.

나약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무공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열 번도 안 죽었거든.”

무쌍이 어깨를 으쓱이며 둘째 형을 내려다봤다.

“자식. 해보고 이야기하자.”

언무한은 오히려 무쌍을 겨울비 맞은 강아지 보듯 위아래로 흩어보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뭐야?”


다음날 저녁.

“뭐야? 그것 밖에 안 되나?”

언무한이 소연무장을 나가면 한 말이다. 무쌍은 어제 둘째 형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으로 겪었다.

과뇌도를 기반으로 한 월락독헌月落獨暄 초식으로 무쌍은 백번 가까이 죽음을 맞봤다. 어제와 달리 갑주를 입은 그의 몸을 큰형은 칼로 무수히 베고 또 베었다.

초식의 완급 실패 혹은 초식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용서가 없었다. 그리고 수련을 빙자한 구타가 끝나자 큰형이 한마디 했다.

“네가 새로운 갑주를 착용할 때마다 소월각 예산에서 삭감할 것이다. 참고로 갑주는 은 닷냥이다.”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무쌍은 갑주를 바라봤다. 걸레 수준은 아니어도 행주에 가까웠다. 소월각의 예산이 은 스무냥이니 거지를 만들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에고. 안 죽고 열심히 버텨야겠네.”

이제는 돈 문제까지 걸렸다. 물론 천개산 횡재로 이깟 갑주야 천 개도 살 은자를 꼬불쳐 놨지만, 큰형의 말은 은근 자존심을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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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수불석권 手不釋卷 1 +10 24.08.17 4,005 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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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3 +7 24.08.11 4,218 92 12쪽
37 37.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2 +9 24.08.10 4,126 103 14쪽
36 36.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1 +8 24.08.09 4,254 9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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