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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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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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인연유곡 因緣扭曲 2

DUMMY

임려수는 묘하게 상실감을 느꼈다.

사실 그녀의 별호 화용나찰花容羅刹에 나찰이란 불명예가 붙었지만,

그녀의 입장은 쇠파리처럼 꼬이는 남자들이 너∼무 귀찮아 피하려다 보니 과하게 손속을 썼을 뿐이다. 그녀는 나름 마음 씀씀이가 유한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처녀를 상실한 엄청난 일을 겪었음에도 무쌍을 용서했다. 그 마음을 담아 글로써 남기기까지 한 그녀다.

그러면 사내새끼가 돼서 적어도 자신을 쫓아 와 구애를 하든, 책임을 진다고 말해야 정상이 아닌가?

‘개자식.’

그런데 옳다커니 입을 닦은 모양이다.

하루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그녀가 무쌍에게 품었던 기대는 언가 공자에서 언씨 잡종으로 변해가며 느린 걸음은 빨라졌다.

어느새 수무현을 너머 신향현 경계에 지났다.


관도를 걷던 임려수는 손바닥 크기의 메뚜기가 그녀 치마에 달라붙자 눈썹 끝이 올라갔다. 황충蝗蟲(지옥에서 나온 메뚜기)이 따로 없었다. 죽은 색마가 그녀를 쫓을 때도 비슷한 메뚜기를 봤었다.

그녀는 치마에 붙은 메뚜기를 손으로 쳐냈다. 메뚜기가 땅바닥에 떨어지자 시원하게 밟아 죽였다.

뜨드득.

“아이야. 수무현에서 오지 않았느냐?”

그리고 어김없이 음침한 사내가 아니 영감탱이가 나타났다. 산도적이 울고 갈 흉악한 인상이다.

“후우. 정말 음경 같은 인연이네요. 선배.”

임려수는 무진호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녀를 찾은 이유를 눈치챘다.

“하하하.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무진호는 의외로 통쾌하게 웃었다.

계집이 맹랑했다. 곧 죽을 줄 알면서도 기세를 뿜어내 발톱을 세운다. 가소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모나 강단이 죽인 첩보다 나았다.

“제가 과년한 처자라 이름이 좀 비싸네요. 목 위에 물건을 떼주면 선배님 말씀을 고려해보죠.”

“당차구나. 내 너에게 많이 양보하겠다. 죽은 제자 대신 네가 제자가 되어야겠다.”

무진호는 갑자기 임려수의 어깨를 잡아챘다.

챙.

임려수는 검을 뽑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늙은이의 눈빛에서 바라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

“혀를 깨물고 죽으면 죽었지 늙은이 첩질에 장단은 못 맞추겠다.”

그녀의 말과 행동에 무진호가 걸음을 멈췄다.

“흥. 네 생각이 그렇다면 일단 팔 하나 다리 하나 부러지고 심도 있게 대화를 하자.”

그리 말하더니 이형환위의 보법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임려수는 들고 있던 검으로 목을 그었다.

팅.

하지만 검이 튕겨나며 부드러운 경력이 그녀를 감쌌다.

“괜찮아?”

이때 미부가 나타나 그녀를 만지며 위 아래로 살폈다.

팍. 팍.

동시에 무진호가 있던 자리에서 손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쾅’ 하며 공기가 파열됐다. 곧 기가 유동하며 두 사람이 뒤로 물러섰다.

중년인이 세 걸음, 무진호는 두 걸음 더 가 다섯 걸음이다.

“어떤 잡배가 내 딸 아이에게 이리 염치가 없나 했더니 무노괴였소? 화령마공이 아주 화끈하려.”

홀연히 등장한 중년인은 왼손을 뒷짐진 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으음. 금강나한십팔권? 이권불요 임철!”

무진호는 침음을 토했다.

송요진 이 개자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건들지 말아야 할 계집을 건드렸다.

“엄마! 아빠?”

임려수가 눈이 퉁방울이 됐다. 그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여보. 저 늙은 놈 죽통을 날려버려.”

미부의 입에서 믿기지 않는 거친 말이 나왔다. 모전여전이라 부자묘에서 임려수가 날린 쌍욕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괴 이해하시오. 내가 공처가라서 말이오. 당신 죽통을 못 날리면 오늘이 명년 내 제삿날이 될 것 같소.”

임철이 양해를 구하는 말에 살기가 가득찼다.

“저 소저가 임방주의 영애인지 몰랐소.”

무진호는 급히 변명했다.

강호에는 만나지 말아야 할 사적四敵이 있다. 녹림 총표파자, 장강수로채 용왕, 황하 이남 흑도의 거두이자 흑련의 련주 호지명,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황하 이북에 철혈방주 이권불요 임철까지.

이렇게 네 사람이 흑도의 두목들이다. 그들은 초절정과 화경의 경계에 있는 고수로, 무진호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몰랐으면 그냥 죽통을 내미시오. 마누라 체면이 있으니 한 대면 용서가 될 것 같소.”

임철이 무척이나 양보한 표정으로 양팔 소매를 걷었다. 그러자 용문신과 함께 드러난 팔뚝이 서까래 같았다. 또 주먹 끝에 푸른 유형의 기가 뭉쳐 금강불괴도 한 대 맞으면 온전치 못할 수준이다.

“이 익.”

무진호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피하고 싶은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백랑전 1향주 홍곤 갈상호는 무진호가 남긴 비표를 따라 열심히 쫓았다. 잠자는 시간마저 아끼는 대도 반 시진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벌써 사흘이다. 백랑전 제 1향의 49행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조장급 5행들만 남았다.

“갈홍곤. 쉬었다가 갑시다.”

1행 노시록이 갈상호의 소매를 잡았다.

“전주의 성미를 알고도 그런 말이 나오지.”

갈상호가 소매를 떨치며 차갑게 말했다.

“당장 죽겠는데 그럼 어떻게 하오.”

“그러게 살 좀 빼라니까.”

옆에서 달리던 3행 모두원이 핀잔을 줬다. 아닌 게 아니라 노시록의 배 둘레는 다른 사람 두 배는 됐다.

“애새끼 내 품격에 또 딴지를 거네.”

노시록은 아직은 살 만한지 모두원과 티격태격이다.

“앞쪽에 다툼이 있소.”

2행 도종식이 다른 사람 대화를 끊었다.

“전주다. 서둘러라.”

갈상호가 치고 나갔다.


쾅. 쾅.

무진호는 죽을 맛이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능라는 땅을 몇 차례 뒹굴어 여기저기 찢겨 거지와 동무를 맺게 생겼다.

임철이 금강나한십팔권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어왔다. 그런데 알고도 보고도 맞대응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똑같은 초식에도 담겨 있는 내공의 결이 틀렸다.

지금도 몇 번을 본 초식이다. 임철은 진각을 밟으며 투박하게 다가왔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뻗어온 십여 개의 주먹은 때로 빠르고 때로는 느렸다. 여기에 실린 내력에 따라 밀고 때리고 찔렀다.

일견 밀고 때리고 찌르는 내력은 같은 작용이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미는 공력은 넘어지지 않게 버티고, 때리면 막아야 하며 찌르는 공격은 날카로워 흘려야 한다.

그렇다고 한 대를 몸으로 막하고 반격하기에는 주먹 하나하나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는 임철과 간합間合을 좁히려고 무던히 애썼다. 화령마공의 마기로 상대의 기세를 눌러야 그나마 기회가 올 것 같다.

그것도 도망갈 기회다.

임철은 풍요하엽風搖荷葉의 초식에 따라 무참하게 주먹을 휘둘러 무진호에게 행패를 부렸다. 상대해보니 내공은 절정의 끝인 탕관척蕩關陟에 달했으나 행공이나 초식의 운용에 있어 절정 중간 수준이라 진즉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딸 아이를 생각하면 놀란 가슴이라 손끝은 매서웠다. 풀어놓고 키운 자식이나 계집이 색마 따위에게 겁박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아가 치밀었다.

송원표국이 전해온 소식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남성이란 같은 둥지에 있고, 상인과 별반 차이가 없는 표국이 거짓으로 챙길 이익이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하필이면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 마누라가 있었다. 철혈방이 뒤집어졌다.

그는 대충 이 정도 선에서 끝내려 마음먹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이쪽으로 무림인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하남에서 본 적이 없는 절정고수들이다.

“감히 산동 흑도 놈이 하남까지 온 것도 모자라 떼거지로 왔다 이거지.”

임철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아홉 번의 주먹질에 유형의 권기를 담아 발출했다. 이 능엄불광楞嚴佛光 초식은 자체로 막강하지만 후속수인 절초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위한 예비 동작이었다.

그의 일권에서 구권으로 이어진 주먹이 무진호가 나갈 방위를 차단했다.

무진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게다가 백랑전 1향의 고수 다섯이 응원군으로 오고 있다. 그리고 전주 체면도 있었다.

“핫.”

짧고 거친 호흡으로 기합을 넣고 단전의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화령마기가 요동치며 능라에서 넝마가 된 상의가 산산이 터져나갔다.

그는 양손 손가락을 독수리 발톱 같이 세웠다. 지금까지 아껴둔 진양쇄골조로 권기를 찢어발겼다.

“제법.”

임철이 흥미를 보이며 묵직하게 주먹을 내밀었다. 간결하고 빠른 권기가 반짝이더니 진양쇄골조와 부딪쳤다.

쾅.

“크흑.”

무진호가 신음을 토하며 왼손은 배를 감싸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오른손은 팔뚝 아래로 탈구되어 너덜너덜했다.

“노괴가 자랑할 몸매가 어디 있다고 웃통을 벗고 지랄이야.”

임철이 이어 주먹을 내지르려 했다.

“전주.”

그때 백랑전 제1향의 고수 다섯이 달려와 무진호 앞을 막아섰다. 싸움이 잠시 대치로 이어졌다.

“오라. 산동 흑도 것들이 이제 떼로 덤비시겠다.”

임철은 적의 숫자를 무시하고 곧바로 손을 쓸 태세다.

“그만. 이제 그만합시다. 임방주.”

무진호는 수하들과 임철을 말렸다.

“전주?”

갈상호가 의문을 표했다. 무진호의 성격이 이리 무르지 않았다.

“인사 올려라. 철혈방주 임대협이다. 송요진 그 개자식이 철혈방 임낭자에게 수작을 걸었던 모양이다.”

무진호는 수하의 등장을 빌미로 급히 변명했다.

“임대협을 뵙습니다.”

갈상호를 비롯한 다섯 흑도인이 공수를 했다.

“노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소. 하지만 하남 땅에서 흑련 것들이 보이는 순간 그날은 명년 오늘이 제삿날인 줄 아시오.”

임철은 무진호를 제외하고는 상대할 가치를 못 느꼈다. 그는 순을 휘휘 젖어 사람들을 쫓았다.

무진호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갈상호 등과 같이 비루한 상갓집 개 마냥 꼬리를 내리고 사라졌다.

“마지막에 늙은이를 공격한 초식 화광동진 맞지?”

미부는 적들이 사라지자 남편 임철에게 확인을 구했다.

화광동진, 빛은 먼지와 더불어 간다는 뜻이다. 이 초식의 진의는 공력에 있었다. 보이는 초식과 달리 강기剛氣가 심어졌다.

“그래. 맞어.”

“그런데 왜 보냈어?”

“절정고수 여섯을 죽이는 것이야 여반장이지. 하지만 당신과 려수가 있잖아. 내가 당신 몸에 생채기 나는 꼴을 어떻게 보겠는가?”

“정말이지?”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 그리고 죽통을 날리는 것 이상 내상을 입었으니 사오 년은 꼼짝없이 폐관해야 할걸.”

“그렇기는한데.”

미부 잔월낭랑殘月娘娘 장민은 남편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임려수. 너.”

임철은 부인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딸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엄마. 나 남자랑 잤어?”

임려수의 말에 두 부부는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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