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새침하게 흐린 날씨의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따듯한 기운이 살짝 느껴지는 듯, 금세 차가워진 입김과 함께 거센 바람의 추위는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추워.”
정신을 잃었던 헬레나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심각한 고통과 함께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온 빛을 간신히 인식할 수 있었다.
간신히 오른쪽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모포 한 자루와 벽에 기댄 이가 보였다.
“아데스?”
검은 머리에 죽음을 부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 입까지 가린 긴 코트, 그리고 그런 코트만큼이나 큰 키를 가진 사령술사, 아데스 레버넌트는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헬레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답했다.
“정신이 들었어?”
“···여긴 어디야? 아니, 그보다 마왕은?”
“진정해.”
ㅇ헬레나는 그의 말에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다, 낯선 눈덩이들과 절벽의 풍경이 장관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아파···, 너무 아파!”
그녀는 복부 부근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고통을 뒤늦게 알아챘고, 왼쪽 눈은 보이지도 않았다.
“정신을 차렸으면, 상태부터 확인해.”
아데스는 그리 말하곤 그녀에게 깨진 칼날 파편 하나를 주변으로 던졌다.
파편에 비친 것은 극심한 충격으로 새하얗게 새어버린 풀어진 머리, 파랗던 오른쪽 눈과 반전되는 붉은 왼쪽 눈, 복부를 감싼 붕대가 피에 흥건히 젖은 모습이었다.
그게 젊은 기사, 헬레나 아테나이아가 가진 보잘것없는 지금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파편을 멀리 던져버렸고, 한숨을 푹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진 거야?”
“응, 졌어.”
헬레나는 그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뻔하디뻔한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패배의 쓴맛이라 일컬어지는 굴욕감과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타오르는 복수심이 종합적으로 느껴졌다.
“···하아.”
헬레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곱씹으며 주먹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쥐었다.
분해도 어쩌겠나.
안 죽었으니 한 번 더 하는 수밖에.
- 작가의말
전에도 이 소설을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그건 아마 착각이 아닐 겁니다....ㅎㅎㅎ....
재정비의 시간을 충분히 거치고, 공모전도 처참히 망한 후에 리메이크로 돌아왔습니다.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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