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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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not
작품등록일 :
2024.07.19 18:01
최근연재일 :
2024.09.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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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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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악마 (6) :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프지 않았다.

DUMMY

“아킬라···라고 했던가?”


아리바 기사단의 젊은 기사 세르지는 사그라졌다가 다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다가오는 마물들을 단신으로 막아내는 아킬라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 유일하게 좀 싸우던 기사인가?”


아킬라는 비웃음이 아닌, 인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리 말했다.


“솔직히 마물은 나도 처음 봤어. 당신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힘들었을 거야.”


아킬라는 그 말에 자기 몸보다 큰 창을 여유롭게 돌리어 잡고, 창끝을 하늘 위로 향하게 잡으며 말했다.


“너희를 돕고 싶어서 도운 게 아니야. 이곳의 사람들이 고맙기에 돕는 거지.”


무심한 듯한 말에 세르지는 말을 더 걸고 싶었기에 물었다.


“···동방 사람이라면, 연 제국의 사람?”


세르지의 물음에 아킬라는 눈을 껌뻑였다.


동방의 물품들은 모조리 타이파 왕조의 중계무역을 거친 연 제국의 물품들, 값이 비싸면서 서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기법과 원재료가 많기에 상당히 고가에 취급되는 물건들이었다.


이에 아킬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게 어딘데?”


그는 그리 말하곤 마물들이 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세르지는 의문만을 가지고 있었다.


***


“단순한 마족은 아니리라 생각하긴 했는데.”

“···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


태양의 악마는 그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모습은 영혼이 끌려가기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는데, 일단 지나가는 발자국마다 마그마가 흐른 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몸에서는 끊임없는 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눈은 붉게 변한 것이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보였다.


“나는 더 이상 마력의 여유가 없어.”

“넌 쉬고 있어.”


여유로운 환한 웃음과 함께 그리 말해 보이는 헬레나였다.


하지만 그녀도 태양의 악마가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해야 했다.


검은 새 기사단의 단원들이 죽은 세상에서, 군단장과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것은 오직 두 명뿐이었으니까.


초기에 새로운 군단장을 제압하지 않으면, 빌보는 다시 예전처럼 불바다가 되어버릴 테니까.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다가오는 태양의 악마를 보면서도 검을 든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동방의 검은 대륙에서 널리 사용되는 검과 다르게 검의 날 밑인 크로스 가드가 짧아, 검과 검 사이의 싸움에서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륙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동방 제국의 인구 차이는 개개인의 싸움보다는 다수의 싸움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가볍고 안정감이 있는 검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태합금의 가벼우면서 단단하다는, 동방의 검과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원재료였다.


이런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도 고작 마법이 없다느니, 실력이 부족하다느니 같은 이유로 포기하는 것은 자신답지 않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할 수 있잖아.”


그녀는 그리 중얼거리며 검을 바로잡았다.


“아데스, 뒤에서 분석이나 해.”

“야, 인마···.”

“됐고, 분석이나 하라고.”


헬레나는 그리 말하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러고는 아데스의 앞에 섰고, 검을 똑바로 들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태양의 악마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등에 펄럭이는 망토에 그려진 흰색의 장미, 그것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아데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알았어.”

“이번엔 실수 안 할 테니까.”


헬레나는 살짝 웃으며 자세를 고쳤다.


“포스티스 페네스트라에. (Postis Fenestrae)”


검은 정면으로, 얼굴의 옆에 수평으로 높게 올려 보이는 아주 정통적인 자세였다.


검술가에게 제일 중요한 얼굴을 보호하고, 후방 공격에도 유리하며, 바로 찌르기로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스타시 티스 오르기스. (στάση της οργής)”


천천히 걸어오던 태양의 악마는 헬레나에게 충분히 근접한 후, 검을 등 쪽으로 젖히면서 뒷다리는 굽히고, 앞다리는 핀 채, 몸은 뒤로 내뺀 자세를 취해 보였다.


강한 일격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속임수 공격을 취할 수도 있는 다양한 공격 방향을 제시하는 자세 중 하나였다.


“코시모, 에파노 코피! (κόψιμο, επάνω κοπή)”


그렇게 날아온 것은 강하고 빠른 대각선 베기.


하지만 속도로는 질 수 없었던 헬레나는 가볍게 검을 들어 세웠다.


“프라치오 페네스트라! (Fractio Fenestra)”


카앙!


가볍게 검을 막는 듯, 튕겨내고는 곧장 놈의 가슴 쪽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그리고 보기 좋게 검이 꽂혔다.


‘···비늘을 뚫었어?’


아데스는 비늘로 인해 찌르기가 먹히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살을 파고든 검을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


조금 전에 헬레나가 찔렀던 비늘 부분이 회복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빠득, 빠드득!


검은 살을 점차 파고들었다.


헬레나는 비늘의 안쪽마저 놀랄 정도로 질긴 것에 당황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계속해서 힘을 주어 검을 찔러넣었다.


회복의 속도보다 검이 살을 파고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


“멍청하군요.”


덥석!


하지만 태양의 악마는 넋 놓고 당하지 않았고, 이내 자신을 파고는 검을 손으로 직접 잡았다.


“고작 이따위 공격으로 날 죽일 수 없습니다. 그대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머리를 조금 더 썼으면 좋았을 것을!”


푸욱!


“···커헉!”


태양의 악마는 놓지 않았던 검으로 그녀의 왼쪽 복부를 살짝 찔렸다.


헬레나가 반응이 빨라서 왼손으로 날을 직접 잡았지만, 태양의 악마는 더 강하게 찔러넣는 터라 그녀의 손과 복부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렀다.


같은 타격이지만, 고통과 피해는 헬레나가 압도적으로 불리했기에 그녀는 더 이상 검을 꽂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파샥!


“커헉···, 큭, 크흑···.”


감각이 없는 오른쪽 복부를 찔렀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왼쪽 복부를 찔린 탓에 헬레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헬레나! 투텔라 스피리툼! (Tutela Spirituum)”


그런 순간에 아데스는 급히 자신을 중심으로 사령의 손을 소환하여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괜찮은 거지?”

“이 바보야, 마력을 보전해도 모자랄 판에.”


헬레나는 황급히 보호막을 펼쳐버린 아데스의 행동에 고마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 보일 뿐이었다.


“뭔 생각으로 마력을 쓴 거야?”

“전력을 분석하라며. 그 사이에 악마와 거래를 조금 했거든.”

“악마와 거래? 누구?”

“누구겠어?”


아데스의 말에 헬레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어 보일 뿐이었다.


분명 아플루는 선대 군단장으로서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만, ‘군단장’이라는 직책은 그가 그들에게 마냥 호의적인 진실만을 보낼 리가 없다는 것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아플루는 네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어.”

“잠재성이니, 뭐니, 또 지랄인가?”

“그런 것 같은데.”


아데스의 말에 헬레나는 한숨을 한 번 더 내뱉곤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뭐라는데?”

“태양의 악마는 마족 중에서도 사람의 형상화를 대가로 힘을 가진 용의 일족, 약점은 분명히 있어.”

“저 비늘이 용의 비늘이었구나.”


용의 비늘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구할 수도 없으며, 너무나도 단단하고 제련할 수도 없다고 알려지는 전설적인 물건이었다.


헬레나의 경우에는 예외였지만, 당연히 그런 걸 부술 일도 없었으니 자라나지 않는 것이었다.


“저놈이 설마···.”


헬레나는 결계의 바깥에서 마물들을 소환하기 시작하는 놈을 바라보았다.


“빨리 말해. 금방 공격할 거니까.”


그녀는 복부의 상처를 소매에서 꺼낸 붕대로 옷 위에 대충 감고는, 다시 검을 들었다.


마물들이 다시 항구를 파괴하기 시작하면,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지고, 아직 마물과 싸우기엔 이른 아리바 기사단도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네가 부순 비늘이 약점이 아니야. 용의 일족은 사지와 머리를 제외한 모든 곳에 비늘이 있어. 하지만 딱 한 곳, 어딘가에 비늘이 없어.”

“거기가 약점이란 건가?”

“아마도 불의 악마가 심장을 찔려 죽었다는 것도, 네가 비늘이 없는 곳을 우연히 잘라낸 걸 수도 있을 거야.”


아데스의 말에 곰곰이 예전을 떠올렸다.


“···그랬던가.”


하지만 너무 예전 일이라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

“그러면 보호막 풀어. 괜히 이상한 새끼한테 힘을 빌리지 말고.”


헬레나는 그리 말하고는 검을 차분히 잡았다.


아데스는 그녀의 신호에 맞추어 보호막을 열었고, 그들의 앞에 펼쳐진 것은 일곱을 되어 보이는 마물과 여유로운 듯한 태양의 악마였다.


놈의 부서진 비늘은 자라나지 않았지만, 그곳을 찔렀던 흉터는 이미 재생된 상태였다.


‘잘못된 약점’의 공략의 결과는 저렇게, 손쉬운 재생으로 오게 되는 것.


“예상가는 부분이라도 있어?”


아데스의 말에 헬레나는 검을 어깨에 짊어져 보이곤, 아까와 같은 여유로운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녀의 망토에 있는 하얀 장미, 펄럭이는 망토 속에서도 모양을 잃지 않는 장미의 모습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여전히 나타내고 있었다.


“스타디오 라테랄리스. (Statio Lateralis)”


헬레나는 검을 몸의 오른쪽 옆에, 아래를 향한 방향으로 잡았다.


“약속할게, 이걸로 전투는 끝난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아데스는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Everthing was Beautiful, And Nothing hurt.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프지 않았다.)

-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中 -


조금 늦었습니다...! 제가 코로나에 걸려서 집필이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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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악마 (6) :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프지 않았다. 24.08.13 10 1 10쪽
18 태양의 악마 (5) : 그런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4.08.07 8 1 11쪽
17 태양의 악마 (4) : 햇살은, 할 수 없이, 새로울 것 없는 것에 빛을 내였다 24.08.06 8 1 10쪽
16 태양의 악마 (3) : 고독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래된 상처가 있다 24.08.05 8 1 10쪽
15 태양의 악마 (2) :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4.08.03 9 1 11쪽
14 태양의 악마 (1) : 태우는 것은 즐거웠다 24.08.01 8 1 11쪽
13 아리바 공 (2) : 지난밤 다시 마계로 가는 꿈을 꾸었다 24.07.31 8 1 10쪽
12 아리바 공 (1) : 왕관을 쓴 머리는 언제 건 편안히 잠드는 법이 없어라 24.07.31 10 1 12쪽
11 귀환 (10) :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24.07.28 10 1 10쪽
10 귀환 (9) : 여신이여, 분노를 노래하소서 24.07.26 8 1 10쪽
9 귀환 (8) :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4.07.25 9 1 11쪽
8 귀환 (7) :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24.07.24 13 1 10쪽
7 귀환 (6) : 절규는 하늘을 가로질러 온다 24.07.23 12 1 11쪽
6 귀환 (5) :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24.07.23 17 2 12쪽
5 귀환 (4) :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4.07.22 2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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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죽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24.07.19 63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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