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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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not
작품등록일 :
2024.07.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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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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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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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8) :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DUMMY

“그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오?”


뒷짐을 진 아플루가 술식을 그리는 아데스에게 말했다.


“헬레나도 다쳤어. 하지만 그녀는 계속 싸우려 하잖아. 내가 동지로서 뭐가 되겠어?”


아데스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술식에 집중했다.


그의 말을 들은 아플루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으며, 생각이라도 거치는 듯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부상과 그대의 현 상태처럼 된 것은 다른 것이오. 내 생각에 그대의 그 보석이 어디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으나, 그대는 이미 나 하나만으로도 큰 부담이 되지 않소?”

“죽음과 가까운 놈이라 그런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아플루는 한쪽 팔을 벌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쪽 먼저 말해주시지. 왜 이제야 우리한테 신뢰를 보이기 시작한 거지? 내 안에서는 그렇게나 유혹과 불의만을 고하더니.”


그의 물음에 아플루는 고개를 조금 들어 보이더니, 부리의 끝을 두드려 보이곤 말했다.


“실제로 마주하니, 더욱 감격스러웠소. 마왕이 될 수도 있고, 세계를 구할 영웅이 될 수도 있는 변동되지 않은 순수함이···.”


아플루는 천천히 주먹을 쥐어 보이며, 다시 한번 기분이 나빠 보이는 웃음만을 보이고 있었다.


“더러운 야망으로 가득 찼군.”

“어차피 실현되지 않으리란 것은 알고 있소. 진정한 지식인은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니까.”


그는 다시 한번 팔을 벌려 보이는 것으로 적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고작 몇 년 전에 루덴과 제국을 역병으로 황폐하게 만든 아플루였기에 아데스는 마음을 놓고 신뢰할 수 없었다.


“사령술···.”


아데스는 다 그린 그림에 자신의 힘을 더하여, 초록색의 불꽃을 형성해 나갔다.


후스스···.


그러나 불꽃은 형태를 완성하지 못했다.


“저런, 힘을 다 쓴 모양이오?”

“워낙 강력한 놈이니까.”


아데스는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형태를 완성해나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의 힘을 갉아먹으며 완성되어가던 사령은 점차 형태를 갖추어나가며 그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달그락!


판금의 마찰음이 들리고, 방패와 검을 든 어느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상상 못한 자를 불러냈군.”


형태가 선명해지자, 아플루는 당황하여 들고 있던 지팡이까지 내려놓을 정도였다.


그러고는 한 마디 내뱉었다.


“완벽해!”


***


스르릉! 빠드득!


“뭐 때문에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헬레나는 건물 지붕에 앉아, 젖은 수건으로 피 묻은 검을 닦고 있었다.


루덴 기사단의 협조로 도시는 폐쇄되었고, 역병에 걸리지 않은 시민들은 루덴 성의 중앙 광장으로 모여 기사단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쿵! 쿵!


시민들이 판자로 막아둔 집들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플루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 역병에 걸린 자들, 다시 말해서 마물들을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군단장의 재림에 두려워한 걸까? 아니면 아데스와 헬레나를 노리는 마왕의 짓인 걸까?


무엇이 목표인지는 몰라도, 헬레나는 이미 심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때는 시민이었던 자들을 죽일 준비가···.


“훗날 제 영혼을 지옥에 보내시옵고, 선한 자들을 천당 문에 당도하게 하소서···.”


두 손을 모아, 달빛 아래 간절히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마왕을 물리치게 해달라는 하나의 소망을 제외한 모든 소망을 들어준 신을 향해, 그녀는 오늘도 하나의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쿠당탕!


“키에엑!”

“마물이다! 경계를 철저히 하고, 시민들이 마물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여라!”


분주히 움직이는 루덴 기사단의 동향을 본 헬레나는 어떤 검보다 가장 밝게 빛을 반사하는 태합금의 검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너희는 싸우지 마라! 잔챙이들은 시민들이나 도와라!”


그녀는 그리 말하곤 지붕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쿠웅!


“이게 어떻게 마법 없는 몸이더냐.”


아플루는 2층에서 뛰어내리는 헬레나의 모습을 보고는 그리 말할 뿐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체, 그걸 가진 그녀에게 2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정말 아무런 피해도 없는 일이었다.


검을 허리춤에 들어, 자신을 향해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는 마물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말은 죄책감이 묻어나는 듯, 그리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마물의 입에 검을 두 손으로 잡아 정성스럽게 꽂아 넣어 줄 뿐이었다.


“아쿨레오 엣 세카레! (Aculeo et Secare)”


“커억···!”


푸욱! 푸, 푸슈슈우···!!


서겅!


그러곤 발로 차면서 검을 뽑고,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즐기며 한순간에 목을 잘라버렸다.


“과연, 다른 군단장들이 애를 먹은 이유가 있소.”

“헬레나는 마법 없이, 순수 자신의 검술 하나만 믿고 살아남았어.”


아플루는 그 말에 그녀를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마법이라는 더러움이 하나도 묻지 않았으나, 그 순수함이 너무나도 넘쳐흘러 잠재성이 무척이나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플루는 하나의 연구 대상처럼, 다방면의 길에서 적이 달려드는 상황에서의 헬레나를 보았다.


그녀는 가장 먼저 자신에게 다가온 놈부터 보곤, 그 후에 양옆에서 달려오는 세 마리의 마물을 눈으로 힐끗 바라보았다.


“와라, 와라, 와라.”


헬레나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그리 중얼거리더니, 자신에게 양옆으로 다가오는 마물 두 마리가 가시가 돋아난 팔을 동시에 뻗는 순간에 자세를 급히 낮추어버렸다.


그러자 마물들은 허공으로 팔을 날리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너도!”


그녀가 살짝 뒤로 이동하자 정면에 있던 마물이 양쪽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머리에 직격으로 맞으면서 머리 양쪽에 구멍을 만들었다.


“우나 파르테 카트. (Una parte cut)”


스르릉! 서걱! 스걱!


툭, 툭, 투둑···.


그녀는 서로가 서로와 얽힌 마물들의 머리를 베어주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짝! 짝! 짝! 짝!


아플루는 몹시 만족했다는 듯, 박수를 여러 번 쳐 보일 따름이었다.


“단순히 구경하라고 너를 소환한 게 아니야. 놈들이 모일 때마다 마력이 어디서 나타나고 있는 건지를 살피란 말이었지.”


아데스의 핀잔에 아플루는 박수를 멈추곤, 조용히 지팡이에 손을 얹어 보이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이미 찾았으니.”

“찾았다고?”

“애석하게도 놈은 여기에 있었소. 북쪽 성벽 위, 놈이 껍데기를 감싸고 있다오.”


아데스는 그 말에 북쪽 성벽 위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경계 근무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타이밍이었지만, 오로지 한 병사만이 조용히 헬레나가 있는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데스는 그 모습에 즉시 이동하려 했다.


“저자는 마법을 상쇄하오. 그대는 상대조차 못 할 거라오.”

“···뭐?”

“저놈은 내가 잘 알고 있소.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하였소.”


아플루의 말에 아데스는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누군데···.”

“마족이 되고 싶었던 인간, 그리고 내 애제자.”

“그게 누군데 도대체?”


아플루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마물들을 해치운 후에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헬레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대가 소환한 영혼을 헬레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시오. 저놈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그녀만이 해치울 수 있을 것이오.”


아데스는 그의 말에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헬레나를 향해 손짓했다.


“난 설마 그대가 아우렐리우스를 소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소. 놈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소멸했을 터인데 말이지···.”

“시신은 불타도, 영혼은 남더군. 어째 그의 영혼은 아직 복수를 울부짖고 있는 것 같지만.”


아우렐리우스, 고대 제국의 무장이자, 최초로 마족과 싸워 이긴 자라고 알려진 자였다.


그리고 그 영혼은 현재, 아데스에게 있었다.


“···미쳤군.”


헬레나도 아데스에게 향하는 길에 발견한 아우렐리우스를 보곤 깜짝 놀랄 따름이었다.


뭣보다 하루에 수준급의 영혼을 두 개나 소환한 그의 마력에 더욱 감탄할 따름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은 그다지 없었다.


“무슨 일이야?”


헬레나가 나타나자, 아플루가 북쪽 성벽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했다.


“원흉을 찾았소. 그를 죽이면, 역병은 멈추게 될 것이오.”


아플루의 말에 헬레나는 북쪽 성벽을 바라보았고, 그곳에 홀로 서있는 한 명의 병사가 그녀의 눈에도 들어왔다.


후욱!


“잠깐, 헬레나!”

“말보다 행동이 먼저라···. 행동이 워낙 똑똑하니, 일을 그르치진 않으리라 생각하겠소.”


아플루는 그리 말하곤 그녀가 가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몹시 흥분한 헬레나는 이미 놈을 죽인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말들은 소거법으로 머릿속에서 제거해 버릴 뿐이었다.


스르릉!


그녀는 달리면서 검을 뽑았다.


마물의 피가 잔뜩 묻어있는 이 검으로, 놈의 목을 한 번에 날려버리고자 생각했다.


그러면 더 이상 무고한 루덴의 시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일 따위는 없어지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점차 북쪽 성벽의 위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올라온 순간.


“···없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후욱!


‘···뒤!’


그녀는 직감으로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음을 알아차리며, 검으로 얼굴부터 보호하며 뒤를 급히 돌아보았다.


“네놈은 뭐냐···? 어째서 마법 없이도 그렇게나 강한 살기를 가진 거지?”


헬레나는 가까스로 놈의 날카로운 손을 검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놈의 얼굴을 보곤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흐흐, 내가 아직도 사람으로 보이나?”


검은색의 연기와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얼굴의 반이 검게 그을린 이가 마물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인가?


마족인가?


‘뭐야, 이 녀석은···.’


헬레나는 조금 당황할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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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태양의 악마 (7) : 나를 검신이라 부르라 24.08.15 12 1 12쪽
19 태양의 악마 (6) :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프지 않았다. 24.08.13 10 1 10쪽
18 태양의 악마 (5) : 그런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4.08.07 9 1 11쪽
17 태양의 악마 (4) : 햇살은, 할 수 없이, 새로울 것 없는 것에 빛을 내였다 24.08.06 9 1 10쪽
16 태양의 악마 (3) : 고독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래된 상처가 있다 24.08.05 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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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태양의 악마 (1) : 태우는 것은 즐거웠다 24.08.01 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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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리바 공 (1) : 왕관을 쓴 머리는 언제 건 편안히 잠드는 법이 없어라 24.07.31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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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 (8) :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4.07.25 10 1 11쪽
8 귀환 (7) :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24.07.24 13 1 10쪽
7 귀환 (6) : 절규는 하늘을 가로질러 온다 24.07.23 12 1 11쪽
6 귀환 (5) :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24.07.23 1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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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환 (1) : 국경의 긴 눈 밭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24.07.21 34 2 11쪽
1 나는 죽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24.07.19 63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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