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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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not
작품등록일 :
2024.07.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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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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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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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악마 (5) : 그런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DUMMY

“코보타스 살케스. (κόβοντας σάρκες)”

“프라치오 페네스트라! (Fractio Fenestra)”


캉! 카앙!!


태양의 악마가 불길과 함께 검을 내려 베는 것을 헬레나는 안정감 있게 받아냄과 동시에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들어오는 힘이 급속하게 감소하도록 유도했다.


둘이 빠른 속도로 검을 주고받은 것이 몇 분, 헬레나는 웃음을 지어 보일 따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공격은 거의 실행하지도 못한 채, 수비 자세로 막아만 내는 자기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겐 새로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 즐거움의 한 조각이었다.


“실력자로군요? 그래서 방해됩니다.”

“그건 참 미안할 일이 없는데.”


태양의 악마는 위에서 아래로, 헬레나는 아래에서 위로 서로의 검이 교차한 상태, 헬레나는 이를 악물면서 그대로 검을 밀고 일어났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올라오자 태양의 악마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신 뭡니까.”

“인간!”


헬레나는 그제야 검을 잡은 손을 교차하여 들어, 검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꾸는 급격한 공격 자세를 보이면서 역습을 꾀했다.


피익! 프슥!!


그러고는 그 힘을 잃지 않고, 무게를 실은 대각선 베기까지.


헬레나는 가장 자신이 있던 연계기를 선보였지만, 이대로는 새로운 살이 재생하리라 생각하였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베어온 방향으로 한 번 더 베었다.


푸욱! 피익! 푸스윽!! 서억!


세로, 가로, 대각선, 찌르기를 가리지 않는 공격은 점차 빨라져만 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빠를지도 모르겠군요.’


태양의 악마도 점차 빨려지는 공격에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정녕 인간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속도인지에 관해 당황하면서 최대한 몸을 움츠리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런 순간이었다.


파슥!


“···으윽!”


정신없이 태양의 악마에게 상처를 내던 순간, 등 쪽을 베어내자마자 태양의 악마는 약간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어 보였다.


그 소리를 들은 헬레나도 잠깐 공격을 멈추었다.


“아펠레프테로시 테르모티타스! (απελευθέρωση θερμότητας)”


후욱!!


헬레나가 방심한 아주 짧은 순간에 태양의 악마는 검을 바닥에 꽂았고, 그 순간 엄청난 양의 열기가 방출되면서 헬레나는 최대한 자세를 움츠리며 자리를 피했다.


“아뜨뜨···.”


불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헬레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손등에 약간의 화상을 입은 정도로 그쳤다.


“저게 열 방출인가?”

“···어, 더 이상 못할 것 같은데.”


아데스는 그녀의 말에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너, 진짜 마음에 안 든다.”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검을 들고 일어났다.


“작전을 설명해.”

“네 말대로 놈의 유일한 약점인 심장이 먹히지 않는다면, 똑같이 약점이 없던 놈과 같은 절차를 밟을 생각이야.”


헬레나는 ‘약점이 없는 놈’이라는 말에 눈을 약간 껌뻑이다 물었다.


“아플루? 잠깐, 지금 봉인하겠다고?”

“걱정하지 마, 사령으로 만들 생각은 없거든.”


아데스도 태양의 악마가 사령으로 속박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플루가 예상외로 순종적이었기에 사령으로 부릴 수 있었던 것이지, 태양의 악마처럼 ‘저항’ 그 자체라면 사령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내가 술식을 완성하는 동안에 최대한의 피해를 내는 것이 중요한데.”

“놈이 ‘저항’하지 못하게끔?”

“정말 한순간에 집어삼킬 거니까.”


아데스의 말에 헬레나는 자신이 있다는 듯, 검을 손에 꼭 쥐곤 약간의 미소만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 중요한 게 있어.” “뭔데.”

“오늘 본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 정도야?”


헬레나가 그리 묻자 아데스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금기’거든.”


아데스는 그리 말하고는 모은 두 손을 겹쳐 주먹을 쥐어 보였다.


“아르스 네크로만티에. (Ars Necromantiae)”


***


쿠웅!


“나오십쇼.”

“일이 끝난 거요? 마물은 다 죽은 거요?”


지하실 문의 제일 앞에서 아이들을 감싸고 있던 노파가 아리바의 기사들을 보곤 그리 물었다.


“대체로 다 처리되었습니다. 지금 나가셔서 성으로 가시지요. 대피시설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노파는 하늘을 보며 손에 꼭 쥐고 있던 묵주를 이전보다 더 꼭 쥐어 보이며 그리 말했다.


사실 기사들도 불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살짝 열풍이 부는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 와중이었다.


“키에에···.”


불길 속에서 그림자와 괴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늘에 기도를 드리던 노파는 깜짝 놀랐고, 기사들도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어르신, 다시 들어가세요!”


당황한 기사 중 한 명은 차분히 그리 말했지만, 그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검을 금방이라도 놓칠 것처럼 보였다.


수년간의 평화 간에 마물은 본 적도 없는 훈련만 받아온 기사들이, 말끔한 옷을 입고, 풍요로운 음식만 먹어온 귀족의 자제들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살아있는 마물’은 겁을 먹게 하기엔 충분했다.


“키에에엑!!”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외형의 마물이 튀어나왔다.


몸은 용암 같았고, 내지르는 괴성과 심하게 뒤틀어진 얼굴은 공포감을 유발하기엔 충분했다.


푸우욱! 파사악!!


툭···


“아리바 기사들, 너네 뭣하냐!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 너네의 책무가 아니더냐!!”


산티아고는 아직은 느릿느릿했던 마물의 목을 정확히 노리어 잘라버렸다.


기사들은 깜짝 놀랐지만, 당장은 그들이 겁먹은 마음을 다잡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그렇게 기사들이 검을 다시 들 무렵이었다.


“어, 어어 단장님, 뒤에!!”


그런 와중에 산티아고에게 누군가 외쳤다.


그는 그런 외침에 놀라, 황급하게 검을 들었다.


푸우욱!! 파샤아악!!


“···기사란 새끼들이 이것 하나 처리 못해?”


어느 사내가 마물의 위에서 튀어 내려와, 아무렇지 않게 창으로 목을 찌르고, 잘라내었다.


키는 약간 작았고, 머리는 갈색빛이 조금 돌았지만, 왠지 모르는 이국적인 외형은 어색함을 주었다. 조금은 어려 보일지도 모르는 이가 마물을 한 번에 퇴치한 것에 기사들은 놀라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산티아고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넌 누구냐?”

“여기 사는 사람?”


그는 창을 어깨에 짊어질 뿐이었다.


“동방사람 아킬라, 그 정도로만 알아둬.”


아킬라는 그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기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디미디아 글라디아티오. (Dimidia Gladiatio)”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헬레나는 검의 날을 직접 잡는 자세를 취했다.


검술로는 정통파에 가까워 보이는 태양의 악마.


헬레나가 생각하기에 놈을 밀어붙이기엔 압도적인 속도, 혹은 정통파가 생각할 수 없는 불규칙한 새로운 검술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압도적인 속도는 열기 방출로 인해 파훼법을 간파당한 상황.


그렇기에 그녀는 일전에 불의 악마를 제압했던 검술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아데스, 신호에 맞춰 놈의 발을 묶어라.”

“발만 묶으면 되는 건가?”

“여유가 있다면, 손까지 묶었으면 좋겠네.”


헬레나는 그리 말하곤 앞무릎을 직각으로 맞추고, 뒷무릎은 핀 후에 다리를 크게 내디뎠다. 몸은 앞으로 기울이며, 검은 지면과 평행하게 무릎 위치 쪽에


뭔가 어정쩡한 자세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의 악마를 노려보았다.


“콘포데레! (Confodere)”


태양의 악마가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순간, 헬레나는 그대로 힘을 주어 검을 찔러넣었다.


“마누스, 페데스쿠이. (Manus, Pedesque)”


그녀가 찌르려던 순간, 거의 동시에 공격을 전개하려던 태양의 악마를 아데스가 땅속에서 사령의 손과 발을 소환하는 것으로 붙잡았다.


갑작스럽게 손발이 묶인 태양의 악마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헬레나는 온 힘을 넣어 검을 놈의 비늘 쪽에 직접 꽂아 넣었다.


뚫리지 않을 것 같던 비늘은 약간의 금이 생겼고, 그 틈을 검이 비집고 들어가 결국 뚫어냈다.


푸우욱!!


결국 비늘을 부수고 살에 들어간 검은 반대편으로 꿰뚫지는 못하더라도, 태양의 악마에게 검을 꽂아 넣게 할 수 있었다.

“열정만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은···.”


태양의 악마가 그녀의 공격을 비웃듯 말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이에 오히려 헬레나가 크게 비웃는 표정을 보이면서 말했다.


“지하에서 기다려라.”

“아니마 라피남. (Anima Rapinam)”


아데스는 손을 모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땅속에서 더 많은 손과 발이 튀어나왔고, 점차 태양의 악마를 지하로 끌고 가려는 듯한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예상외로 저항이 심했던 탓에 아데스는 더 강하게 손을 쥐면서 집중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아직···.”

“후우···.”


태양의 악마가 중얼거리는 말을 신경 쓰지 않으며, 온전히 집중하던 아데스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에반에세트! (Evanescet)”


툭!


그의 마무리에 영혼이 끌려가듯, 태양의 악마는 주변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빈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육신만 덩그러니 쓰러졌다.


아데스는 놈의 영혼을 지하로 추방했고, 육신은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허억···, 흐윽···, 흐으···.”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한 아데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장 부근을 부여잡은 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남은 마력을 쥐어짠 기술이었기에 이에 대한 막대한 부담이 아데스에게 있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했잖아. 괜찮은 거지?”


헬레나는 약간의 웃음을 보이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건넸다.


아데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물론.”


헬레나는 아데스의 손을 자기 어깨로 끌어 부축했고, 한 명의 군단장을 단둘이서 해치웠다는 사실에 만족할 따름이었다.


항구를 태우던 불길은 점차 꺼져가고, 두 사람은 약간의 만족감을 느끼며 떠나려던 찰나였다.


화르르!


“···.”


죽어가던 불길이 떨어지며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아데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설마 사령들의 이끌림까지 무시할 줄이야.”


그는 일단 헬레나를 밀쳤다.


화아악!!


그들이 원래 있던 위치, 넘어지기 전까지 있던 곳으로 불길이 지나갔다.


깜짝 놀란 헬레나는 뒤를 돌았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태양의 악마가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초췌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작가의말

It was like so, but wasn't.

(그런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 리처드 파워스 『갈라테아 2.2』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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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흰 장미 기사단 (1) : 모든 이들의 안녕을 위해서 싸워라 24.08.20 10 1 11쪽
20 태양의 악마 (7) : 나를 검신이라 부르라 24.08.15 12 1 12쪽
19 태양의 악마 (6) :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프지 않았다. 24.08.13 10 1 10쪽
» 태양의 악마 (5) : 그런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4.08.07 9 1 11쪽
17 태양의 악마 (4) : 햇살은, 할 수 없이, 새로울 것 없는 것에 빛을 내였다 24.08.06 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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