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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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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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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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절맥증이 아니다?

DUMMY

홍강은 스승과 위 분타주를 따라서 마을 외곽에 있는 낡은 2층 건물로 향했다.

몇 사람 거지들이 건물 주변에 널부러져 있었는데 위 분타주가 오자 일어서서 인사했다.


“본방의 제 방주님이시다.”


위 분타주의 설명에 거지들이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방주님을 뵙습니다.”


제 걸개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고 빨리 단약을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무슨 단약이길래 스승님이 저리 집착하시는 거지?’


홍강은 궁금해 하며 두 사람 뒤를 따라서 소당 분타 건물로 들어갔다.



제 걸개는 탁자에 앉았고 홍강은 의자가 없었기에 대충 구석진 곳에 주저 앉았다.

위 분타주는 탁자 위에 나무 상자를 하나 꺼내 놓았다.


“운 좋게 신강 쪽에서 태양초를 몇 뿌리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실력 좋은 의원에게 부탁해서 단약을 조제하게 했습니다.”


제 걸개가 나무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검게 반닥이는 단약 20여 알이 들어있었다.


“위 분타주, 정말 수고 많았네.”


제 걸개가 연신 위 분타주를 치하했다.


“방주님 명을 제가 어찌 소홀히 하겠습니까.”


제 걸개는 단약이 든 나무상자를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저 단약은 뭐길래 스승님이 저리 소중하게 여기지?’


전생의 기억을 뒤져 봤으나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거의 45년 전의 일이니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전생과 현생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건지도 몰랐다.

홍강이 한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 걸개가 홍강에게 말을 걸었다.


“강아야. 개봉으로 향하기 전에 어디 들렀다가야겠다.”


어차피 떠돌이 거지 인생 어디 들르던 별 상관은 아니었다.

홍강이야 제 걸개에게 잘 보여서 차기 방주 자리를 얻는 것이 목표였으니.


“그 단약이랑 관계된 일입니까?”


제 걸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동쪽으로 좀 떨어진 여남에 현도문이라는 문파가 있다. 그곳 문주가 나랑 친한 친구사이지. 그 친구한테 빛 진게 많은데 그 친구 딸아이가 심한 절맥증을 앓고 있어서 그 병을 고치기 위해서 단약을 찾고 있었다.“


그쯤 듣자 홍강도 기억이 났다.

어릴적 스승을 따라서 여남의 현도문에 들른 일이 있었다.


“단약이 그 딸을 고치기 위한 것이군요.”


제 걸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강에서 나는 태양초는 구하기 힘든 약재인데 위 분타주가 내 부탁을 기억하고 구해준거다. 단약이 완성되었으니 현도문에 들러서 단약을 기 문주에게 전해주고 와야겠다.”


홍강도 과거 일이 하나둘 기억나기 시작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 기 낭자는 분명히 스무 해를 살지 못하고 요절했을 텐데···.’


전생에 제 걸개는 단약을 가지고 기 낭자의 절맥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약효가 잘 듣지 않았는지 결국 기 낭자는 죽었었다.


‘그 단약을 가지고 가 봤자 쓸모없는 거라고 말해줄 수도 없고···.’


가봤자 헛수고이니 내키진 않았지만 그 단약이 쓸모없다고 설득할 방법도 없었다.


‘스승님이 헛걸음을 해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단약을 가지고 온 것만해도 현도문 문주가 고마워 할테니 아얘 헛수고라고 할 수는 없지. 이 기회에 현도문주한테 얼굴 도장이나 찍어 놔야 겠다.’


현도문은 개방과도 관계가 깊은 외부 문파였다.

개방 방주를 뽑는데 친한 외부 문파 문주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될 터였다.

아무래도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면 호감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홍강은 제 걸개와 하룻밤 소당현에서 묵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여남의 현도문을 향해서 길을 떠났다.



#



두 거지는 나흘을 더 걸어갔다.

중간 중간 제 걸개가 홍강에게 내공 심법과 격묘봉법의 초식을 전수해주었다.

홍강은 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사부의 신용을 얻기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시늉을 했다.


“네놈이 참 기재는 기재인 모양이다. 불과 이 주도 안 되어서 격묘봉법이 반듯해졌구나.”


전생에도 재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은 홍강이 40년 동안 연마한 무공이었다.

비록 다시 태어나서 내공과 근력을 잃었다지만 기초 무공인 격묘봉법 정도는 금방 터득할 수 있었다.


“스승님. 저는 어릴적부터 한 번 보면 뭐든지 빨리 익히길 잘했습니다. 더 빨리 무공 수업의 진도를 나가도 괜찮습니다.”

“허허, 좋다. 그럼 다음 무공을 전수해주마.”


제 걸개가 양 소매를 걷으며 장권을 펼쳐 보였다.


‘쇄비권이군.’


제 걸개가 보여준 권법은 격묘봉법과 마찬가지로 개방의 기초 권법인 쇄비권이었다.


“어떠냐? 이 권법도 한 번 보고 따라할 수 있겠느냐?”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홍강은 제 걸개 앞에서 쇄비권을 선보였다.

격묘봉법과는 달리 쇄비권은 자주 쓰던 수법이어서 초식을 실수하지는 않았다.


‘허어··· 천재구나!’


제 걸개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홍강은 한 번 본 무공을 마치 몇십 년을 연마한 것 마냥 완숙하게 펼쳐내보이고 있었다.

제 걸개는 생각지도 못하게 대단한 제자를 맞이하게 되어 속으로는 즐거움이 넘쳐났다.

그러나 홍강이 교만해질까봐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잘 따라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내가 보여준 것과 동작이 좀 다르구나.”


홍강이 오랜 세월 자기에게 맞게 무공을 사용하다보니 쇄비권이 제 걸개가 보여준 것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었다.

그러나 어느 부분에서는 제 걸개가 보여준 쇄비권보다 더 나은 것도 있었고 다름이 있을 뿐 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제 걸개는 한 번 보고 따라하는 동작인 만큼 그저 홍강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개봉에 도착할때까지 시간을 줄 터이니 그 동안 쇄비권을 열심히 익혀보거라.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겨지면 다음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조금 휴식을 취한 후.

두 사람은 다시 여남의 현도문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날 저녁때쯤 되어서 여남의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현도문 도장으로 찾아갔다.

현도문은 여남의 중앙에 큰 부지에 으리으리한 도장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문 앞을 지키는 제자가 두 사람을 보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약관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놈이었다.


“야이 말코 같은 놈아! 이 어르신이 누군지 알고 말을 함부로 하는 거냐!”


홍강이 나섰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화가난 제 걸개에게 문 지키는 제자놈이 더 크게 다칠 수 있었다.

먼저 부드럽게 교육을 해주려는 좋은 마음이었다.


“저 늙은 거지가 무슨 어르신이란 말이냐?”


홍강이 손을 뻗어서 제자의 팔을 꺾어 버렸다.


“끄아아악!”


수행을 게을리 한 듯했다.

아무리 전생의 기억이 있다지만 무공을 제대로 익힌지 한 달도 안되는 홍강에게 제압당하다니.


‘문파의 꼴은 어린 제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쯧쯧.’


한심한 놈을 보고 홍강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쯤 해둬라.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

“예. 스승님.”


홍강은 비틀었던 손을 풀어주었다.

홍강이 힘을 잘 분배해서 고통은 컸지만 막상 손을 놓고 보니 어디 부러지거나 한 곳은 없었다.

젊은 제자는 홍강을 다시봤다.


‘생각보다 대단한 고수구나.’


한 번 호되게 혼쭐이 난 후 젊은 제자의 말투가 공손해졌다.


“두 분께서는 어쩐 일로 현도문에 찾아오셨습니까?”

“기 문주를 뵈러 왔다.”

“문주께 어느분이 오셨다고 전하면 될까요?”

“제 걸개가 왔다고 말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젊은 제자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잠시 실례하겠다고 말하고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기다리자 당당한 체구의 중년 무림인 나왔는데 현도문 문주 기승지奇勝之였다.


“제 걸개.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찌 이런 한적한 곳까지 발걸음 하셨습니까?”


기승지가 제 걸개의 두 손을 잡으며 친근하게 인사했다.


“기 문주도 변함 없구려. 딸아이의 병세는 차도가 좀 있소?”


제 걸개가 절맥증에 걸린 딸아이의 상태를 묻자 기승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크게 나빠지진 않았지만 좋아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저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지요.”


기승지는 아픈 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듯 보였다.


“이 친구는 누굽니까?”


기승지가 제 걸개 뒤에 선 홍강에게 눈길을 주었다.


“내가 잠시 데리고 다니는 거지 아이일세.”

“제자, 홍강이라고 합니다. 기 문주님을 뵙습니다.”


홍강이 포권을 하며 인사하자 기승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젊은 친구가 제 걸개를 스승으로 두다니 대단한 기연을 얻었구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기승지는 두 거지를 도장 안쪽에 위치한 서재로 안내했다.


“송하라고 불리는 고급 백주입니다. 제 걸개가 술을 좋아하시니 조금 목이라도 축이시죠.”


기승지가 탁자 위에 하얀 술 항아리를 꺼냈다.

제 걸개가 항아리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과연 좋은 술이군.”


한 잔씩 술잔을 돌린 후에 제 걸개가 품에서 나무 상자를 꺼냈다.


“태양옥로환일세. 혹시나 요아의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을까해서 가져왔네.”


기승지는 나무상자 뚜껑을 열고 스무알의 단약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귀한 걸··· 정말 감사합니다.”

“요아에게 단약을 복용시키고 내력을 움직여보세. 막혔던 기혈이 뚫릴 수도 있지 않은가.”

“예. 그렇게 하시죠. 분명 요아도 좋아질 겁니다.”


기승지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 자신도 그다지 크게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홍강이 기억하기로 기승지는 딸의 절맥증을 고치기 위해서 큰 돈을 들여가면서 온갖 영약을 구해다 먹였지만 소용이 없었고 딸인 기요奇謠는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요절했다.


‘내 기억속에 기요 낭자가 요절했던걸 보면 저 태양옥로환도 별 효과를 못 봤던 것 아니겠어?’


“요아의 얼굴이나 보러 갑시다.”

“요아도 제 걸개가 오신걸 보면 좋아할 겁니다.”


제 걸개의 말에 기승지는 요아의 방으로 안내했다.

기요는 방 침대 위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었다.


“요아야. 거지 아저씨가 왔다!”


기요는 보던 책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저씨 오셨어요?”

“언제 이렇게 컸느냐? 이제 시집가도 되겠구나.”


기요가 수줍게 웃었다.

제 걸개의 말처럼 벌써부터 금방이라도 흐드러지게 필 꽃처럼 앳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 엿보였다.


“요아가 올해 몇 살이지?”

“올해로 14살이 됩니다.”


기승지가 말했다.


“정말 세월이 손살같이 지났구나!”


제 걸개가 웃는 얼굴로 탄식했다.


“무슨 책을 보고 있었느냐?”

“백유도법의 교본입니다.”

“무공서를 보고 있었단 말이냐?”


제 걸개가 놀랐다. 어린 여자애가 이야기 책이나 읽고 있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의외였던 것이다.


“요아가 밥먹는 것보다 무공을 좋아합니다. 몸만 건강했어도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었을 겁니다.”


기승지는 짐짓 밝게 말했지만 딸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 혈맥을 짚어보자꾸나.”


기요는 제 걸개에게 손목을 내밀었다.


“흐음···.”


기요의 맥을 짚는 제 걸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기요의 내력이 거의 통하지 않아서 이대로는 정력이 부족해져서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이 거지 아저씨가 기요를 낫게 해줄 단약을 지어왔단다. 우선 한 알 복용하자꾸나.”


제 걸개는 기요에게 태양옥로환 단약을 한 알 삼키게끔 한 후에 기요를 바닥에 앉히고 자신은 그녀의 등 뒤에 손을 얹어서 약 효과가 몸에 잘 퍼지게 도왔다.

기승지와 홍강은 방 구석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반 시진 쯤 내력을 사용해서 약기운이 돌게 도운 후, 제 걸개는 기요의 등에서 두 손을 뗐다.


“좀 몸 상태가 나아진 것 같으냐?”


기승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기요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시무룩해져서 대답했다.


“걱정마라. 계속 단약을 먹으면서 치료하면 꼭 나아질거야.”


제 걸개가 기요의 등을 두들겨 주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시지요.”


기승지와 제 걸개의 뒤를 따라 기요의 방에서 나가면서 홍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 걸개가 운기를 돕는 반 시진 동안 기요 낭자를 지켜봤는데 절맥증에 걸렸다기에는 증상이 좀 달라보였다.

그녀의 피부에 홍조가 띄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절맥을 앓으면 혈액순환이 안 좋아져 피부가 창백해진다.

강호를 돌아다니다보니 홍강도 어느 정도 무림인이 앓는 병에 대해 조예가 생겼었다.


‘이상하다··· 기요 낭자의 증상은 절맥증이 아닌 것 같은데?’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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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타구쌍격진 24.08.08 81 2 11쪽
18 구름 다리를 무너뜨리다 24.08.07 95 1 12쪽
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16 양수와 만나다 24.08.05 98 1 11쪽
15 귀골곡 24.08.04 109 2 12쪽
14 엉터리 구결 24.08.03 105 2 12쪽
13 신창의 무공 구결 +1 24.08.02 117 3 12쪽
12 결말 24.08.01 10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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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장묵 일당의 방해 24.07.27 121 2 12쪽
6 개방 총타 24.07.26 133 2 12쪽
5 역류혈맥 24.07.25 132 2 12쪽
»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6 2 13쪽
3 단약 24.07.23 159 2 14쪽
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6 2 13쪽
1 걸개회귀전 24.07.20 309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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