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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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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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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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118,795

작성
24.08.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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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엉터리 구결

DUMMY

“거지야! 게 섯거라!”

“날 불렀소?”


장묵은 총타의 중요한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개현 분타로 향하고 있었다. 북성산을 지나는데 딱 봐도 사파 무림인처럼 보이는 나쁜 인상의 사내들이 그를 둘러쌌다.


“네놈이 분명 개방의 장묵이렸다?”

“당신들, 누구요?”

“네놈을 잡아오라는 명이 떨어졌다! 얌전히 따라온다면 목은 간수할 수 있을 거다.”


사파 놈들이 무기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장묵은 어이가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자들인데 왜 날 물고 늘어지지?’


아무리 강호가 어지러운 곳이라지만 아무 은원 관계가 없는데 이리 시비 걸리는 일은 없었다.


“대체 왜 나를 잡아가려는 건지 이유라도 앏시다.”

“얼마전 호북 방림현에 들렸지?”

“무슨 소리요? 그런 일 없소.”

“이 새끼, 시치미 떼는 걸 보니 완전 글러먹었구나! 신창을 어디다 숨겼느냐!”

“신창이 뭐요? 난 진짜 아무것도 모르오!”

“더 말해봐야 소용 없겠다. 족쳐라!”


장묵은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았다.

어디 다른 거지랑 자신을 혼동하는게 틀림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이미 이성을 잃고 장묵을 공격해오고 있었다.


타앙!


장묵이 나무지팡이로 공격해오는 귀두도를 쳐냈다.

그때 다른 놈이 옆구리를 장검으로 찔러왔다.

장묵은 아차 싶었다.

급한데로 왼 손목에 금팔찌를 찬 게 생각나 왼 손목을 들어 막았다.


파킹!


장묵이 아끼는 금팔찌가 장검에 찍혀 흉하게 패여버렸다.


“이 빌어처먹을 놈들이!”


금팔찌는 금자 3 개를 주고 산 명품이었다.

도시에서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주루로 가서 금팔찌를 쫘악 보여주면 안 따르는 기생 년이 없었다.

이번에 개현에 가서 거지꼴은 좀 벗어던지고 호탕하게 놀아보려고 큰맘 먹고 준비한 장신구가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망가졌다.

장묵은 너무 화가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금팔찌를 망가뜨린 녀석의 대가리를 쪼개 버렸다.

금팔찌를 망가뜨린 사파 놈이 장묵의 지팡이를 맞고 머리가 터져 죽었다.

나머지 놈들이 욕지거리를 했다.


“씨팔! 우리가 적무문도라는 걸 알고 이리 날뛰는 것이냐!”


적무문?

장묵은 아차 싶었다.

적무문이라면 호북 지방에서 꽤 기세등등한 사파 문파였다.

이 주변에서는 위세가 구파일방 못지 않았다.

그리고 사파놈들을 함부로 죽였다가는 원수를 갚는답시고 진드기처럼 계속 따라붙을 게 뻔했다.

장묵은 괜히 욱해서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경솔한 살인을 했다고 후회했다.

장묵은 차가운 눈초리로 사파 놈들을 훑었다.


‘한 놈 죽어서 네 놈··· 실력은 삼류 초입··· 이렇게 된 이상 다 죽여서 입을 막아야겠다.’


살인멸구할 결심을 한 장묵이 말 없이 살초를 전개했다.

옥현쇄파봉玉玄碎破棒.

장묵이 새로 배운 봉법이었다.

제 걸개가 장묵에게 무공을 전수해 줄때 이 봉법은 사람을 상하게 하기 쉬우니 적을 죽일 작정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했다.

그만큼 한 번 휘두르면 상대의 뼈 어느 한 곳을 부수지 않고는 봉법이 끝나지 않았다.


부웅부웅부웅!


장묵의 나무 봉이 현란하게 휘둘러졌다.


“으악!”

“크헉!”

“으갸악!”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피가 튀기고 적무문도들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십여 초가 지나지 않아서 세 놈의 적무문도가 머리가 빠개지고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목이 꺾여 죽었다.


“히, 히이익! 살려주십쇼!”


한 놈이 남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달아나려 했다.

장묵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한 놈이라도 살려뒀다간 후환이 생긴다.’


장묵은 품에서 독 바른 단검을 꺼내서 도망가는 놈 등을 향해 냅다 던졌다.


푹!


등에 단검이 꽂힌 적무문도는 몇 발자국 못 도망가고 독이 퍼져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장묵은 성실히 녀석이 쓰러진 곳까지 걸어가서 등에 꽃힌 단도를 뽑아 심장에 박아넣었다.

적무문도는 피를 꿀렁꿀렁 토하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눈을 까뒤집고 죽었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한적하던 산길은 이내 핏자국과 다섯 구의 시체가 널린 지옥도로 변했다.


“씨펄!”


장묵은 욕지거리를 하며 발로 흙을 툭툭 차서 바닥에 뿌려진 핏자국을 지웠다.

으슥한 곳까지 시체를 옮기고 땅을 파서 묻을 수고를 생각하니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어떤 놈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장묵의 이름을 판 것 같았다.


‘대체 어떤 새끼야?’


장묵은 머리 속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놈을 찾아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진실되게 잘 대하는데 나를 싫어하는 놈이 있을리 있겠어?’


하지만 장묵도 나이를 먹다보니 남에게 잘 대해줘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미친 놈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하나의 속은 모른다더니··· 착하게 살아도 이렇게 억울한 일을 겪는구나.’


장묵은 자기 신세를 처량히 생각하며 시체를 옮겼다.



*


‘이게 맞나?’


홍강은 이 생원의 건넌방에 사흘 째 틀어박혀있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신창에 적힌 무공을 익히는데 모든 시간을 썼다.

처음에는 신창에 적힌 무공이 오묘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만 수련하면 내공이 크게 증진될 것 같았다.

그런데 잘만 나가던 수련이 벽에 가로막혔다.


구결의 중간 부분에 기문혈의 내공을 비유혈로 흐르게 하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기문혈은 아랫배 근처에 있는 혈이고 비유혈은 등 쪽 척추 근처에 있는 혈도였다.

몸통의 앞 뒤, 서로 반대편에 있는 혈도를 어떻게 이으라는 것일까?


홍강은 자신이 잘못 외웠나 싶어서 종이를 들고 몇 번이나 이 생원에게 구결을 다시 암송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구결에 적힌 내용을 잘못 외운게 아니었다.

홍강이 신창에서 종이로 구결을 옮겨 적을때 혹시나 틀릴까봐 몇 번이나 다시 옮겨 적고 확인했으므로 구결을 잘못 옮겼을 리는 없었다.


기문혈과 비유혈을 잇는 문제는 무시하고 다음 구결로 넘어가려고 해도 다음 구결은 더 가관이었다.

정수리에 있는 용천혈을 통하게 하라니···용천혈은 발바닥에 위치한 혈이었다!


‘완전 엉망진창이잖아··· 이대로 수련을 계속했다가는 기혈이 뒤틀려서 주화입마 되겠어.’


그때 홍강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총은 주화입마에 빠져 미치광이나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설마 가총이 수련을 잘못한 게 아니라 반대로 제대로 구결을 따라 수련했기 때문에 주화입마에 빠졌단 말인가?’


초여름인데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대체 단설통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엉터리 구결을 신창에다 적어놓은 것일까.

생각해보면 무공비급을 전할 때 직접 전수받은 다른 구결이 없으면 무슨 뜻인지 알수 없도록 비급을 암호화해서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면 비급의 저자가 인정한 후인이 아니면 비급을 배우지 못했다.


‘혹시 이 신창에도 열쇠가 되는 다른 구결이 있을지 모르겠군.’



*


‘젠장 손 털어야 겠다.’


신창에 적힌 구결을 두고 한나절 내내 고민을 이어가던 홍강은 수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구결이 완전하지 않은데 계속 익혀봤자 괜히 주화입마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

이럴 때 홍강은 결단이 빨랐다.

아쉽긴 하지만 신창에 대한 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개방 총타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홍강이 아예 헛수고를 한 건 아니었다.

단설통이 적어놓은 구결 앞 부분은 제대로 된 가르침을 담고 있었다.

홍강은 그 구결을 곱씹으며 번뜩 지금껏 애매했던 문제를 쉽게 풀 방법을 떠올렸다.

마치 막혀있던 둑이 갑자기 터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홍강의 내력은 크게 증진 되어서 원래 이류 초입이었던 그의 경지는 이류 중기 수준에 가까워졌다.


‘그래도 조금이지만 무공에 진전이 있었군.’


원래 고수가 될 수록 작은 발전도 하기 힘든 법이었다.

수련이 아예 헛수고가 되진 않은 셈이어서 아쉬움이 좀 덜어졌다.


*


“떠나겠다고? 보름은 있는다더니··· 그래도 기왕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글자는 떼고 가는게 낫지 않겠소?”


홍강이 떠난다고하자 이 생원이 그를 붙잡았다.

이 생원은 홍강이 사흘 머물면서 그가 땔감도 해주고 말벗도 해주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홍강이 생각해보니 글을 모르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전생에서야 거지로, 자연인으로 흘러가는 삶이어서 글을 익힐 필요를 못 느꼈다.

무림인이 자기 이름 두 글자만 알면 되겠다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이름만 쓸 수 있거나 이름조차 쓰지 못했다.

그러나 홍강은 이번 생에 개방 방주, 나아가서는 무림맹의 맹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대장이 글을 모르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힘들고 손에 미치지 않는 곳을 다스리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이 생원 말씀이 맞습니다. 천자문을 깨칠 때까지 공부를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홍강은 이 생원의 집에 좀 더 머물면서 천자문을 공부하기로 했다.

홍강의 머리가 나쁘지 않았으나 천자문은 쉽게 익힐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홍강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나서야 천자문을 대충이나마 다 배울 수 있었다.

이것도 홍강이 밤 낮을 공부에 매달려 빨리 깨친 것에 속했다.

이 생원은 아무 기초도 없는 홍강이 빨리 글을 배웠다고 놀라워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까막눈 신세를 면했습니다.”

“홍 걸개가 열심히 노력한 덕이지. 내가 뭘 대단한 걸 했겠소. 이제 글의 기본은 알았으니 왠만한 글은 읽을 수 있을 것이오.”


글을 쓰는 것은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홍강은 기본적이나마 자기 의사를 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글공부를 놓지 말고 틈틈이 하시오. 그리고 혹시 읽기 힘든 글이 있으면 또 찾아오시게.”

“감사합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홍강은 이 생원에게 인사하고 형주를 떠났다.

개방 총타가 있는 개봉으로 향하기 전, 홍강은 신창을 묻어둔 곳을 보러 갔다.

으슥한 곳에 잘 묻혀있어 누군가 캐낼 것 같진 않았다.


‘흐음··· 어쩐다.’


신창을 가져갈지 두고 갈지 고민이었다.


‘두고 가야겠다.’


신창이 크고 길다래서 아무래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현재 홍강의 능력으로는 신창을 탐내는 고수들을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창은 홍강이 주로 사용하는 병장도 아니어서 아무리 신물이라고는 하지만 쓸데 없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누가 훔쳐갈까 좀 불안하긴 했지만 땅에 파묻어 두는게 속 편할 것 같았다.

홍강의 생각에는 여섯 가지 육신병기를 모으면 무언가 다른 단서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

신창을 두고가기로 결정한 홍강은 땅을 더 깊이 파서 신창을 더 깊숙이 숨겼다.


‘이러다 진짜 무공 고수가 아니라 땅파기 고수가 되겠다. 헥헥···.’


신창을 묻은 땅 위로 수풀을 덮어서 감쪽 같이 위장한 후에 홍강은 개봉을 향해 떠났다.



*


홍강은 보름 동안 걸어서 개봉에 도착했다.

개방 총타에 도착한 홍강은 방주실로 향했다.


“거진 두 달만이구나.”

“사부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호북의 주양춘稻花香이 유명하다길래 드리려고 챙겨왔습니다.”


홍강이 호북의 특산주가 담긴 호리병을 제 걸개가 앉은 걸상 앞에 놓았다.


“흠흠··· 뭘 이런 걸 가져왔느냐.”


말은 그리 했으나 제 걸개는 입맛을 다시며 호리병을 챙겼다.


“이런 뇌물을 바친다해서 내가 평가를 좋게 해주리라 생각진 마라. 그래, 뭐하느라 거진 두 달을 보내고 왔느냐? ”


제 걸개는 엄한 표정으로 홍강의 성과가 무엇인지 물었다.


“사부님. 예전 강호에 천하제일인이었던 육수존자 단설통을 아시지요? 그가 남긴 여섯 가지 신병기에 관한 소문이 있지 않았습니까? 제자가 그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육신병기? 70년 전 행방을 감추었던 그 육신병기를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허어··· 설마 이제와서 다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어서 말해보거라!”


제 걸개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홍강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작가의말

요즘 너무 덥습니다. 매미는 시끄럽고. 여름이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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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타구쌍격진 24.08.08 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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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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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결말 24.08.01 10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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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더 큰 도둑놈 24.07.30 1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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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날 방해하지 마! 24.07.28 132 2 12쪽
7 장묵 일당의 방해 24.07.27 1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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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역류혈맥 24.07.25 132 2 12쪽
4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5 2 13쪽
3 단약 24.07.23 159 2 14쪽
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6 2 13쪽
1 걸개회귀전 24.07.20 309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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