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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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61
추천수 :
41
글자수 :
118,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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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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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양수와 만나다

DUMMY


귀골곡 제자는 눈 앞의 거지, 홍강이 보통 상대가 아님을 알아봤다.

그러나 귀골곡의 규율을 따르면 적을 눈앞에 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저놈을 무슨 수를 쓰든 죽여라!”


귀골곡 제자가 품에서 작은 약병을 하나 꺼내더니 마개를 열고 노란 가루를 자신의 귀두도에 뿌렸다.

나머지 두 제자도 따라서 귀두도에 가루약을 뿌렸다.

홍강은 바로 가루약이 마비독임을 알았다.


‘큰일이군. 최대한 빨리 승부를 내야겠다.’


앞서 두 명문 제자가 이렇다할 참격을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점차 손이 어지러워져서 패했다.

그에 비추어 볼때 귀골곡에서 사용하는 마비독은 직접 몸에 닿아야지 효과가 있는게 아니라 공기중에 흩날려져 독을 코로 흡입하면 몸이 마비되는 성질인 것 같았다.

아마도 귀골곡의 제자들은 미리 수련을 통해 마비독에 중독되지 않는 신체가 되었거나 미리 해독약을 복용했으리라.

이런 종류의 독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중독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거나 적을 처치하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찌되었든 시간을 오래 끌면 그만큼 홍강이 불리해진다.


홍강은 주저 않고 귀골곡 제자들의 급소를 노리고 봉을 휘둘렀다.

명치, 목덜미, 회음부.

만약 전생의 홍강이었다면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어도 이런 곳을 공격해서 적을 제압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행운으로 얻은 두 번째 인생이었고, 홍강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고작 마비독 때문에 시시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홍강이 마음 먹고 살수를 펼친다면 귀골곡 제자들이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휙휙휙!


홍강이 마음 먹고 거리낌 없이 살수를 펼쳤다.

귀골곡 제자 세 명은 고작 십여 초를 버텨내지 못하고 머리 골이 깨지고, 목에 구멍이 나고, 회음부에 큰 손상을 입고 죽게 되었다.


홍강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홍강은 마비독이 자신의 몸에 퍼져서 점차 몸이 뜻대로 안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이미 귀골곡 제자들을 전부 죽였으나 두 정파 무인은 독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었다.

홍강은 쓰러져 사경을 헤메는 두 사람을 끌고 산을 내려갔다.

아래쪽에 계곡이 있는 걸 보았던 것이다.


계곡에 도착한 홍강은 두 사람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홍강은 옷을 벗고 계곡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에 묻은 마비독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한 사람씩 계곡 쪽으로 끌고와 폭포 아래 두어 몸을 씻긴 후 계곡 바깥 반듯한 곳에 눕혔다.

그러고는 내공을 이용해서 체내의 독을 몰아냈다.


홍강의 몸상태도 온전하지 않았다.

아직 마비독이 체내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괴로웠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먼저 구할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홍강은 반 시진 동안 땀을 뻘뻘 흘려가며 두 사람의 체내에 있는 독을 몰아내었다.


다행스럽게도 홍강이 처음 치료를 시작했던 짙은 눈썹에 네모난 얼굴을 지닌 차돌같은 인상의 청년은 금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조금 늦게 치료를 시작한 호리호리한 인상의 청년은 체내에서 독을 몰아냈지만 이미 많이 쇠약해져서 몸을 가누질 못했다.

같은 독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내성이 있어서 쉽게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호리호리한 청년의 경우 치료를 늦게 시작했던 것도 있지만 운 나쁘게도 독에 대한 천성적인 내성이 없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은공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짙은 눈썹의 차돌같은 무인은 정신을 차리자 힘 없는 표정이긴 했지만 홍강의 이름부터 물었다.

역시 교육받은 명문 정파의 후기지수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름이랄게 있는 사람은 아니오. 그냥 홍 걸개라 부르시오.”

“저희들은 형산파 제자들입니다. 저는 양수라고 하고 이 친구는 오석이라 합니다.”


양수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나 생각하는 것보다 오석이라는 친구를 의원으로 옮기는게 시급한 문제였다.


“내공으로 독은 다 몰아냈으나 독 때문에 몸이 심하게 약해진 것 같소. 내가 이 친구를 들쳐 업고 산을 내려갈 생각인데, 양 형은 혼자서 걸을 수 있겠소?”


계속 천주산에 머물러 있다간 다른 귀골곡의 제자와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조금 무리하더라도 양수도 지금 산을 내려가는게 나았다.


“저는 걱정 마십시오. 오 사제를 구하는 게 먼저 같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은공은 빨리 내려가십시오.”


양수는 자신의 말대로 반쯤 기어가는 듯 하면서도 혼자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가면 가까운 백운촌으로 찾아오시오. 그곳 의원에 오 형을 봐달라고 하겠소.”

“알겠습니다. 늦게라도 백운촌 의원으로 갈테니 빨리 오 사제를 의원에 데려가 주십시오.”


양수의 상태도 온전하지 앉아 걱정 되었으나 오석의 증상이 더 위급했다.

홍강은 오석을 들쳐업고 빠르게 산을 내려갔다.


*


천주산을 내려가 백운촌으로 향한 홍강은 바로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건물에 들어가자 마자 의원을 찾아 오석을 보였다.


“위험한 마비독에 중독되었군요.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습니다.”


의원은 오석의 상태를 확인하곤 바로 몸을 보양하는 탕약을 끓이러 갔다.


털썩.


긴장이 풀어지자 홍강은 저도 모르게 침상 모퉁이에 주저 앉아서 잠들고 말았다.



*


눈을 뜨자 의원과 언제 왔는지 양수가 걱정스레 홍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홍강은 의원 침상에 눕혀져 있었다.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었나 보군요.”


홍강이 말하며 몸을 일으키려하자 의원이 만류했다.


“더 누워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은 어제 걸개가 온 후로 하루가 꼬박 지났습니다.”


의원이 조금 난감해하며 말했다.

홍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루 동안 침상에 누워있었단 말입니까?”

“어제 데려온 오 환자도 상태가 안 좋았지만 걸개도 마비독에 중독 되어서 위중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워낙 몸이 건강하셔서 힘으로 독을 누르고 있는 모양새였지요. 오 환자 만큼은 아니나 걸개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양수가 홍강에게 말했다.


“은공께서 본인 안전을 뒤로 미루고 저희 사형제를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읍했습니다. 저는 태생이 건강해서 그런지 크게 약을 쓸 일은 없다는군요. ”

“내가 데려온 오 형은 어떻게 되었소?”

“아직 정신을 차리진 못했지만 의원님 말로는 큰 고비는 넘긴 듯 하답니다. 걱정마시고 우선 몸 상태부터 회복하시지요. ”


홍강은 저녁이 될 때까지 한 숨 더 자기로 했다.

낯 동안 잠만 잤더니 밤이 되어 깨어났을 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어차피 홍강은 더 잘 생각이 없었다.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내공을 크게 운행해 대주천을 시작했다.

온몽의 각 혈도에 내공을 흐르게 만들어서 몸 곳곳에 쌓인 독을 밖으로 밀어내고 기운을 보양하려는 것이다.

원래 내공은 천축의 승려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수천년의 시간을 지나며 그 내용이 정교해져서 강한 힘을 가지기 위한 신비로운 기술인양 여겨졌다.

하지만 그 본질은 건강 단련법이었다.

그러므로 홍강이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운기행공이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홍강은 새벽 내내 운기행공에 힘을 쏟았다.

두 시진 쯤 지날 무렵에는 홍강의 열 손가락 끝에서 검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몸 밖으로 밀어낸 독 기운이었다.

일 다경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손가락 끝에서 검은 물을 빼내자, 홍강의 몸에 더이상 독기운이 남지 않게 되었다.


다음날.

홍강은 아침에 의원이 지어준 약을 먹고 한나절 몸을 쉬었다.

오석은 가까스로 정신을 되찾았다.

오석이 죽을 고비를 넘겨서 양수는 크게 안심했지만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몸상태는 아니었다.

의원은 오석에게 최소 보름은 움직이지 말고 정양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생각보다 귀골곡의 마비독이 무섭구나. 나도 자칫 잘못했다가는 위험했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홍강은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양수는 본인 말대로 천성이 건강한지 금방 회복되어서 점심 때쯤 되자 침상에서 완전히 일어났다.

홍강도 침상에 누워는 있었지만 내일은 퇴원해도 좋을 것 같다고 의원이 진단했다.


“두 사람은 어떤 일로 귀골곡 놈들과 싸우게 된 거요.”


몸 상태가 괜찮아진 홍강은 쉬면서 양수에게 그간 사정을 물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두 사형제는 형산파 사람입니다. 강호행을 하다 이 호북지방에 들르게 되었지요. 그런데 저희가 들렸던 화양진이란 마을에서 귀골곡 놈들이 14세 쯤 되는 마을 처녀를 납치해 갔다더군요.”


홍강도 들었던 일이었다.


“주변에 몇 마을을 더 들렸는데 그곳에서도 귀골곡에 납치된 처녀들이 있다고 합디다. 거기서 끔찍한 소문을 들었지요. 귀골곡주가 끔찍한 사술을 수련하는데 처녀의 피로 단약을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더군요.”

“그게 사실이오?!”


홍강은 너무 놀라서 튕기듯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저 멀리 북쪽 사막에 숨어지내는 사술을 전수하는 마인들이 산 사람을 사용해서 영단을 만들어 복용한다는 괴담을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 생각되어 무시하고 넘겼는데 양수의 말을 들으니 그냥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저도 처음엔 쉽사리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을 처녀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납치되고 있는 판국이니 직접 귀골곡으로 가서 진상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상이 어떻든 마을 처녀들을 납치해가는 짓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오 사제와 같이 천주산을 올랐지요. 그랬더니 귀골곡 놈들이 자기들 영토를 침범했다고 다짜고짜 곡주에게 끌고가야겠다고 나온 겁니다. 억지로 끌려갈 수는 없어서 칼을 빼들고 놈들과 싸우게 되었는데 설마하니 놈들이 이렇게 무자비한 마비독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양수는 자신의 부주의함 때문에 사제인 오석이 크게 다치게 되어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행동은 옳소. 내가 귀골곡의 소문을 들었다해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요. 그나저나 앞으로 어떡할 생각이오?”

“오 사제가 괜찮아질 때까지 근처에 머물러야 겠지요. 다만 귀골곡 놈들을 가만히 둘 수 없으니 저 혼자서라도 귀골곡에 갈 생각입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귀골곡에는 비단 무공뿐 아니라 강력한 독물들이 많소. 혼자서는 승산이 많지 않을거요.”

“그렇다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양수는 홍강이 말려도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홍강은 양수가 맘에 들었다.

모름지기 협객을 자처하려면 양수 정도의 강단은 있어야한다는 게 홍강의 생각이었다.


“양 형. 나도 개방의 협객을 자처하는 사람인데 어찌 불의를 보고 못 본척 하겠소? 나도 힘을 보태리다.”

“정말이십니까? 사실은 그렇게 말해주시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습니다. 홍 걸개가 도와주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양수가 홍강의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작가의말

한 주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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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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