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53
추천수 :
41
글자수 :
118,795

작성
24.08.04 11:15
조회
108
추천
2
글자
12쪽

귀골곡

DUMMY

“강호에 신창이 다시 나타났다고?”


제 걸개는 홍강이 신창과 얽힌 사건을 간추린 내용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홍강은 자신이 마지막에 신창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무당파가 호창문을 점거했는데 가총과 혈투를 벌여 모두 죽었고 신창은 그때 우연히 있던 거지 고수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거지 고수라고? 개방의 인물이라는 말이냐?”


거지인데 고수라면 개방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저도 소문으로 들은 것이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소문에는 거지 차림의 고수가 신창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들 개방에서 신창을 손에 넣은 것 아니겠냐고 쑥덕이더군요. 하지만 거지 차림을 했다고 꼭 개방의 고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허··· 거 참. 어떤 은거 기인인지는 몰라도 왜 거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지··· 개방만 귀찮게 되었구나. 참, 그러고보니 네 사형인 장묵이 호북지방 근처를 다니다 웬 사파 무리에게 습격당했다던데 그 일과도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홍강은 제 걸개의 얘기를 듣고 장묵이 적무문에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문이 잘 퍼지고 있나 보군.’


홍강은 속으로 흡족해했다.

형주에서 지내며 두 걸개를 통해서 장묵이 신창을 가져간 거지라 소문내라고 지시했었다.

홍강이 만들어낸 소문이 제대로 퍼지고 있는 듯했다.


“강호에 장묵이 신창과는 관계가 없다고 알려야 겠구나. 어디서 잘못된 소문이 퍼졌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장묵과 신창을 얻었다는 거지 고수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장 사형이 사부님의 수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무공이 강해 그런 소문이 났나 보군요.”


홍강은 시치미 뚝 떼고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소식을 알아왔구나. 이 정도면 개목으로 인정해 주어도 좋겠지. 오늘부터 정식으로 개목이라 칭하거라.”

“감사합니다.”


홍강은 제 걸개에게 인사하고 방장실을 나왔다.


*



홍강은 정식으로 개목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개봉의 총타주가 시키는 자질구레한 일에 불려나가서 힘을 거들 뿐,

그냥 구걸해 밥 먹고 널부러져 자고 무공을 수련하는 거지 생활이었다.

자질구레한 일들이란 개방에 상납금을 바치는 주루에 주정뱅이가 나타나면 나서서 혼쭐을 내주고 다른 방파들이 개방 소속 가게에 시비 거는 일을 차단하는 것 따위였다.


보름 정도 푹 쉰 홍강은 슬슬 다음 일에 착수해야할 것 같다 여겼다.

다음 육신병기를 찾는 일이었다.

딱히 당장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총타에 가만히 틀어박혀서 무공 수련만 하는 것도 홍강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육신병기 중 이미 신창이 손에 들어왔으니 나머지 병기들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전생에, 육신 병기 중 네 가지는 소유자에 대해 대강이나마 소문이 돌았다.

검과 지팡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네 개가 있을만한 곳을 대강 알았다.

그중 가까운 곳은 안휘성에 있는 귀골곡鬼骨谷이었다.


‘소문에 신도神刀는 귀골곡주가 가지고 있다던데 사실인지 알아볼까?’


개방에서 지내다보면 딱히 들을 생각이 없어도 강호의 이런저런 소문을 들려왔다.

귀골곡주가 육신병기 중 신도를 손에 넣었다는 소문도 그 중 하나였다.

지금 시기면 귀골곡주의 무공은 일류 중기 정도 되었을 터.

홍강이 정면으로 싸워 이길 상대는 아니었지만 꼭 무공으로 상대 물건을 뺐는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은 귀골곡에 진짜 신도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만해도 의미는 있지.’


생각을 정리한 홍강은 바로 제 걸개를 찾아가 강호행에 나서겠다는 뜻을 알렸다.


“총타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나가겠다는 것이냐?”

“총타에 있어봐야 지루할 뿐입니다. 강호를 돌아다니며 도움이 되는 정보나 모아 오겠습니다.”

“허어··· 네놈이 꽤나 부지런하구나.”


알아서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제 걸개가 막을 이유는 없었다.

제 걸개는 흔쾌히 강호행 허가를 내주었다.


*


귀골곡은 안휘성의 천주산 부근에 있었다.

개목이 된 홍강은 강호행에 쓸 은자를 더 많이 받아낼 수 있었다.

제 걸개의 직전제자라는 신분을 팔아 재경각주에게 경비 좀 넉넉히 달라고 압박했다.

재경각주는 돈이 없다면서도 은자 10개를 경비로 지급했다.

처음 강호행 때 은자 5개를 받았으니 무려 두 배를 받아낸 것이다.

홍강은 이 돈으로 말을 살 생각이었다.


사실 느긋하게 걸어가는 것이 홍강의 성미에 맞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좀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넓은 중국대륙을 걸어서만 이동하면 아무리 경공이 뛰어나다해도 이동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다.


홍강은 재경각주에게 받은 은자 10 개로 시내의 말 시장으로 가서 말을 한 마리 샀다.

이제 말을 타고 더 빠르게 안휘성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



안휘성의 합비에 도착한 홍강은 다시 말을 되팔았다.

이동할 때 말을 잘 썼지만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계속 말을 데리고 다니기는 거추장스러웠다.

개봉의 말이 여기서는 더 귀한지 은자 11개를 받고 팔 수 있었다.


귀골곡이 있는 천주산은 합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홍강은 천천히 걸어서 천주산 부근으로 향했다.



*


천주산 부근에 백운촌이란 마을이 있었는데 홍강은 지친 다리를 쉴겸해서 저녁을 구걸하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어서 주민들도 그리 넉넉하지 않을 듯 싶었다.

그래서 여러집에서 식은 밥덩이를 한 숟갈 씩 구걸했다.

그런데 마을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홍강은 마을 구석에 거지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개방의 일결개임을 나타내는 매듭을 보여주자 거지들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일결개 어른이 무슨일로 이런 깡촌까지 오셨습니까? 여기 앉으시죠.”


거지들이 바닥에 흙을 털고 금방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홍강은 이른 저녁을 먹으며 마을 사정을 물었다.


“마을 사람들 표정이 어두운데 무슨 일이 있소?”

“여기 주변의 마을들은 전부 귀골곡의 영향 아래 있는 마을들인데 그놈들의 약탈이 심해져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그놈들이 마을사람들을 많이 괴롭히나 보지요?”

“그냥 쌀만 뺐어가면 모르겠는데 간간이 마을 처녀들을 납치해갑니다.”

“마을 처녀들을요? 귀골곡 놈들이 사람을 납치해서 인신매매라도하는 겁니까?”


쌀을 몇 푸대 뺐어가는 거야 그냥 넘긴다지만 인신매매까지 할 정도라면 관청에서 가만 있을 리 없었다.


“그놈들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무지하게 바친 모양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몇 번이나 귀골곡의 만행을 신고했는데 관청에서는 놈들을 잡는 시늉만 하지, 맨 아래 잔챙이들 몇 놈 잡아넣고 이제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있어요.”


의협을 행하는 개방 제자로서 귀골곡은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 것 같았다.


‘신도를 찾으면서 귀골곡 놈들을 다 쓸어버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난세였다.

나쁜 놈들이 아무리 들끓어도 황제인 만력제는 정치는 내팽개치고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지냈다. 황제가 나라를 돌보지 않으니 아래 신하들도 태업을 하게 되고 점차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사파 놈들이 곳곳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관아에서는 놈들을 잡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

죄를 지어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 중원 곳곳에 사파 세력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 안휘성 뿐 아니라 중원 전역이 비슷하게 어지러웠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힘들어지는 건 백성들이란 생각에 홍강은 밥맛이 나질 않았다.


*


홍강은 백운촌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찍 천주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한나절을 걸어서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때쯤 천주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홍강은 귀골곡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천주산을 유심히 살피며 걸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아무래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었다. 홍강은 귀골곡 사람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풀들이 여러번 밟혀서 땅이 길처럼 평평하게 변한 곳이 눈에 띄었다.

야생동물이 다닌다고 이렇게 땅이 변하지는 않는다. 명백하게 사람의 발길이 정기적으로 닿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주변에 귀골곡에 대한 단서가 있겠군.’


홍강은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며 산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 뒤로 한 식경 정도 산을 올랐다.

어디선가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누군가 싸우는 소리 같았다.


‘이 산중에 누가 싸우고 있는 거야?’


싸움이 귀골곡과 연관되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첩첩 산중에서 싸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홍강은 조용히 몸을 숙이고는 싸우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쯤 떨어진 곳에 넓직한 공터가 있었는데 일곱 명의 사람이 어우러져 싸우고 있었다.

일곱 사람은 모두 무림인이었다.

각각 두 명과 다섯 명으로 나누어져 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두 명은 젊은 남자였는데 주황색 무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헌앙했다.

사용하는 무공도 곧고 정직한 게 정파 무공이 분명했다.

홍강이 볼때 두 사람은 명문정파의 제자 같았다.


반대로 다섯 명은 귀두도를 손에 쥐고 싸우고 있었는데 하얀 소복같은 옷을 입고 얼굴에는 귀신 형상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도법도 사이邪異한 것이 사파 문도들이 분명해 보였다.


‘귀골곡의 제자들인가?’


홍강이 수풀 사이에 숨어서 지켜보니 두 명의 명문 제자가 수는 적었지만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귀골곡 제자들이 생긴건 무시무시했지만 무공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언뜻 어지러워 보이는 도법은 고수의 눈으로 보면 조악스러웠고 서툴렀다.

급소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도법이 삼류 이하의 무인에게는 위협적일지 몰라도 제대로 무공을 배운 무인에게는 쉽게 의도를 간파당할 것이다.


홍강은 두 명의 명문제자가 곧 귀골곡 제자들을 제압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홍강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명의 명문제자는 점점 귀골곡 제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홍강은 두 사람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독에 중독되었나?’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귀골곡에서 마비독을 사용한 것 같았다.

두 명중 한 명은 마비독에 심하게 중독되었는지 바닥에 픽 쓰러지고 말았다.

나머지 한 명도 오래 버티기는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문 제자는 싸움에서 지고 귀골곡 제자들에게 사로잡혔다.


아무래도 이대로 놔두었다간 두 명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다.

홍강은 두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어차피 귀골곡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귀골곡과 싸우는 모양새를 보니 구해주면 뭔가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았다.


홍강은 수풀 속에서 휙 튀어나와서 빠르게 경공을 전개해 순식간에 귀골곡 제자들의 앞을 막았다.


“웬놈이냐!”


귀골곡 제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홍강을 경계하며 귀두도를 빼어들었다.

홍강이 나무 봉을 겨누었다.


“너희들은 귀골곡 사람들이냐?”

“본곡을 알면서도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냐? 이 근처 사람이 아닌가 보군.”


귀골곡 제자가 차갑게 홍강을 비웃었다.


“저 친구들은 누구길래 잡아가는 거냐?”

“본곡의 영역에 침입한 자는 무조건 잡아서 곡주님의 처분을 받아야한다. 너도 마찬가지다.”


가장 배분이 높은 듯한 녀석이 손짓하자 두 명이 동시에 홍강에게 덤벼들었다.


‘사파놈들 상대로 손속에 자비를 둘 필요는 없겠지.’


홍강은 천화봉법을 펼쳤다.

천화봉법은 격묘봉법보다 상위의 봉법이었다.

다른 개방도가 보는 앞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배운적이 없는 천화봉법을 펼칠 수 없었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홍강이 천화봉법을 펼쳐도 알아볼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홍강은 마음놓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슈욱, 슉!


홍강의 봉이 화려하게 휘둘러졌다.

마치 꽃 바람이 휘날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빠각, 빡!


순식간에 귀골곡 제자 두 명이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져서 흙바닥에 널부러졌다.


“아니···!”


공격을 명령한 귀골곡 제자는 홍강의 뜻밖의 무위에 놀랐다.


“원래 같으면 죽이기 전에 살고 싶으면 도망가라고 해준다. 그런데 너네들은 하는 짓거리가 너무 지나쳤어. 살 생각은 하지 마라.”


홍강이 차갑게 일갈했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제일 개방 방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프롤로그 1,2화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내용변경 없습니다. 24.07.31 20 0 -
공지 [천하제일 개방 방주]로 목요일날 제목 바꿀 예정입니다. 기억해주세요! 24.07.30 16 0 -
공지 오전 11시 연재 합니다. 시간은 독자 유입을 위해 바뀔 수도 있습니다. +1 24.07.20 118 0 -
21 신도를 얻다 (1부 완결) +2 24.08.10 124 1 9쪽
20 인두겁을 쓴 요괴 24.08.09 81 1 12쪽
19 타구쌍격진 24.08.08 80 2 11쪽
18 구름 다리를 무너뜨리다 24.08.07 95 1 12쪽
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16 양수와 만나다 24.08.05 97 1 11쪽
» 귀골곡 24.08.04 109 2 12쪽
14 엉터리 구결 24.08.03 104 2 12쪽
13 신창의 무공 구결 +1 24.08.02 116 3 12쪽
12 결말 24.08.01 103 3 12쪽
11 지하통로 24.07.31 115 3 12쪽
10 더 큰 도둑놈 24.07.30 113 2 12쪽
9 육신병기의 소문 24.07.29 127 2 12쪽
8 날 방해하지 마! 24.07.28 131 2 12쪽
7 장묵 일당의 방해 24.07.27 120 2 12쪽
6 개방 총타 24.07.26 132 2 12쪽
5 역류혈맥 24.07.25 131 2 12쪽
4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5 2 13쪽
3 단약 24.07.23 158 2 14쪽
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5 2 13쪽
1 걸개회귀전 24.07.20 307 3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