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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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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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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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지하통로

DUMMY

무당파 도사들은 숨어버린 가총의 단서를 찾으려는 듯 온 도장 부지를 들쑤시고 다녔다.


“대체 저희 도장을 어쩌겠다는 말입니까?”


가평이 불만에 찬 얼굴로 넓적한 얼굴의 무당파 도사에게 따졌다.

그 사람은 무당파 무리에서 제일 배분이 높은 정안민이었다.


“차용증에 보면 빌려간 금자 20개를 갚지 못하면 이 도장 건물과 부지의 소유권은 무당파에 귀속된다고 되어있소. 소문주는 춘당 어른이 빌린 돈을 갚겠소?”


금자 20개는 웬만한 성인 남성이 1년을 꼬박 일만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이었다.

당장 도장 운영도 안 되고 있는데 가평이 그런 큰 돈을 갚을 방법이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당장 짐싸서 나가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까. 다만 이 도장은 우리 무당파에서 개수해서 쓸 생각이오. 그러니 오늘부터 살피고 부술 곳은 부수고 개축해서 사용하겠소.”


가평 입장에서는 몇 십년 동안 가업으로 이어왔던 도장을 한 순간에 뺐기는 셈이었다.

하지만 무당파는 거대 정파로 동네 불량배 수준인 적무문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 문파였다.

게다가 아버지인 가총이 돈을 빌렸다는 차용증에 직인까지 찍혀 있으니 명분상으로도 무당파가 억지를 부린다고 우길 방법이 없었다.


가평은 힘빠진 채로 가씨 가족들이 생활하는 도장 부지 안쪽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



홍강은 도장 주변에서 어슬렁 대며 무당파 도사들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소협은 누군데 근처에서 어슬렁 거립니까?”


무당파 도사 정안민이 홍강을 보고 노골적으로 경계했다.


“저는 호창문의 식객입니다. 가평 소문주와 연이 닿아서 잠시 여기서 지내고 있죠. 식객이 된 입장에서 도장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가평 소문주에게 전달해야겠습니다.”


정안민도 억지로 도장을 뺐는 듯해서 가평에게 미안한 감정이 좀 들었다.

홍강이 가평을 위해서 지켜보겠다는데 그것마저 못 보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 느꼈다.


“우리 무당파 도사들이 일하는데 방해만 안 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정안민은 턱수염을 쓸면서 무당파 제자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갔다.


*



무당파 제자들은 한 나절이 다 되도록 호창문 도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

가평도 무당파 도사들이 하는 양을 보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홍 걸개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홍강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무당파 말코 도사들이 별다른 걸 못 찾은 거 같소.”


정안민이 가평에게 다가왔다.


“도장 구조를 둘러 봤는데 아무래도 철거를 해야 할 것 같소.”

“철거라고요?”


가평의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구겨졌다.

선조 대대로 내려온 호창문의 도장 건물을 철거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한테 불만을 말해도 어쩔 수 없소. 이건 무당파 본산의 장로님들이 결정한 사안이오.”


홍강이 가평을 말렸다.


“소문주, 여기서 무당파와 싸워봤자 승산이 없습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봅시다.”


무당파 놈들은 육신병기의 행방을 찾으려 혈안이 된 것 같았다.

가평이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덤벼봤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이나 당할 뿐일 것이다.

가평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찾아오겠소.”


정안민은 무당파 도사들을 이끌고 호창문에서 떠났다.


*



“무당파 놈들이랑 목숨을 걸고 한 바탕해야겠습니다!”


가평이 결심한 듯 홍강에게 말했다.

가평은 분해하며 눈물까지 흘릴 기세였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도장을 부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너무 섣불리 생각하지 마세요.계란으로 바위치깁니다.”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이대로 도장이 무당 놈들에게 넘어가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가평이 분한 듯 칼자루를 땅에 거칠게 박았다.


“놈들이 도장을 빼았더라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홍강의 말에 가평이 이해를 못하고 홍강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봤다.


“무당파 놈들이 원하는 건 어차피 아버님이신 가총 문주의 행방이지 호창문 도장을 뺐겠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도장 건물을 부수고 원하는 정보를 손에 넣지 못하면 자연히 물러날 겁니다. 무당파가 호창문 도장을 가져봐야 뭐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도장 건물을 지키겠다고 목숨 걸고 덤빌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홍강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했다.

그러나 가평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일은 목숨걸고 무당파 놈들을 막아야겠어요.”


홍강은 한숨 쉬었다.

가평은 솔직하고 의리가 있었지만 너무 고지식했다.

물러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야 맘이 풀린다면 더 말리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건물이야 무너지더라도 다시 지으면 그만입니다. 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



다음날 아침.

무당파 도사들이 인부들을 데리고 호창문 도장을 다시 찾았다.

건물을 아예 부수려고 마음 먹은 듯 인부들은 망치와 톱, 철구까지 가져왔다.


정안민은 호창문 앞에 가로막고 서있는 가평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가평은 문 앞에서 창을 들고 무당파 사람들과 인부들이 못 들어가게 막고 있었다.


“가 소문주. 어쩌자는 것이오?”


가평이 창을 앞으로 들었다.


“이 도장을 무너뜨리게 놔둘 수는 없소. 이 앞으로 가려면 날 쓰러뜨리고 가시오.”

“그게 무슨 이치에 안 맞는 소리요? 그럼 돈을 갚기나 할 것이지!”


정안민이 화냈다.

하지만 가평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장 갚을 돈은 없소. 그래도 도장이 남에게 유린당하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소.”


정안민은 난처했다.

그도 무인으로서 대대로 내려오는 도장을 지키려는 가평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육신병기의 행방을 찾는 것은 무당파 장로들이 직접 정안민에게 명령한 일이었다.

장로님들의 명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소문주, 우리 무당파로서는 젊은 소문주나 호창문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소. 좋은 말 할때 문 앞을 비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때는 진짜 어쩔 수 없소.”


정안민이 허리춤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죽더라도 도사님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 도리를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가평은 정안민에게 창을 겨누었다.


*



홍강은 도장 건물 천장에 걸터 앉아서 정문 앞에서 가평과 무당파 도사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강은 가평이 맘에 들었으므로 정안민이 혹시나 가평을 죽이려하면 나서서 구해줄 생각이었다.


*



가평과 정안민이 서로 초수를 교환하면서 맞붙기 시작했다.

가평은 호창문의 독문무공인 가가창법을 사용해서 정안민을 공격했다.

긴 창으로 정안민을 공격했지만 정안민의 급소에 공격이 이르지는 못했다.

정안민은 시종 냉정한 눈길로 가평의 창의 궤적을 바라보며 창을 튕겨냈다.


정안민이 구사하는 검법은 무당파의 유명한 태청검법이었다.

홍강이 보니 정안민은 이류 후기 정도에 도달한 듯 했다.

정안민의 나이를 가늠해보면 서른 중반 정도.

그 나이에 이류 후기의 성취면 무당파에서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정안민이 무당 본산의 제자가 아닌 분타의 제자라서 실력이 좀 뒤쳐지는 듯했다.

그래도 정안민이 가평을 제압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평의 정신상태는 훌륭했지만 그의 무공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삼류 초입 정도에 불과했다.

가가창법의 움직임도 홍강이 볼 때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가평의 무공은 동네 시정잡배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정안민의 태청검법은 명문정파의 정종무공으로 무공만 봐도 가가창법이 견줄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용하는 사람의 무위도 크게 차이가 나니 가평이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정안민은 곧 가평의 창을 튕겨내며 빈틈을 만들어냈다.

다음 순간, 빠르게 가평에게 접근하며 빠르게 가평의 마혈麻穴을 짚었다.


“크으윽···!”


가평은 창을 놓치며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두 시진 쯤 지나면 혈도가 풀릴 것이오. 그때까지 머리나 식히고 계시오. 얌전히 있으면 해치진 않겠소.”


정안민이 장검을 거둬들였다.

가평은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승부가 나자 홍강이 천장에서 내려와서 가평을 부축했다.


“그대도 우리 무당파의 행사를 방해할 생각이오?”


정안민은 홍강이 나타나자 차갑게 물었다.


“나는 가평 소문주를 자택으로 데려가려고 온 겁니다. 무당파 사람들과 부딫힐 생각은 없소.”


정안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인부들에게 호창문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인부들은 호창문 안쪽으로 들어와서 도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너무 억울합니다. 50년을 이어왔던 호창문의 역사가 제 대에서 끝장 나는군요.”


가평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가 소문주,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저놈들이 계속 여기 붙어있지는 않을 겁니다.”


홍강은 가평을 자택으로 옮겨서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간호하게 했다.

그 후 무당파가 도장 건물을 부수는 현장을 보러 갔다.


무당파는 인부들을 시켜서 건물을 막 부수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찾는 듯이 도사들이 한 바퀴 둘러보고 정안민이 지시를 내리면 인부들이 그곳만 부수었다.


*



그렇게 두 시진이 지났다.

정오가 될 때까지 별다른 수확이 없는 듯했다.

무당파 사람들과 인부들은 근처 주막에서 계두 국수를 시켜서 바닥에 널부러져 점심을 해결했다.

홍강도 밥 먹는 사이에 혹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까 염려해서 가평의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주먹밥을 얻어와 나무그늘에 앉아서 무당파 사람들을 지켜보며 점심을 먹었다.


홍강의 생각에는 무당파 사람들이 무언가 확실한 정보가 있으니 이리 시간을 들여서 도장 주변을 찾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적무문 패거리들처럼 먼저 가평이나 가총의 가족들을 납치해서 육신병기의 행방을 찾았을 터였다.


‘일단 육신병기가 무당파로 들어갔다는 것만 확실해져도 나중에 육신병기를 찾는게 한결 수월해 지겠지.’


홍강이 지금 당장 무당파와 대립하기에는 무리였다.

홍강은 우선 돌아가는 정보만 정확히 파악하기로 마음먹었다.


반 시진 동안 식사를 마친 인부들은 다시 도장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바닥도 다 뜯어서 살펴라!”


정안민이 인부들에게 명령했다.

인부들은 정안민의 지시에 따라 도장의 마루바닥을 하나하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시진이 흘러갈 무렵.


“사숙! 이 쪽에 수상한 통로가 있습니다!”


무당파 제자중 한 명이 바닥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수상한 통로를 발견했다.

나무 바닥을 걷어내다 도장 구석에 천으로 덮여서 가려져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천을 걷어보니 나무로 된 뚜껑이 나타났다.

뚜껑을 열어보니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수 있을 법한 작은 통로가 나타났다.

그 통로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찾아봐라!”


정안민이 제일 덩치가 작은 제자 하나를 골라서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로 들어가라 명했다.

제자는 지하로 내려갔다.


“안 쪽에 꽤 큰 공간이 있습니다!”


제자가 지하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전달했다.


“역시! 우리가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정안민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상기되었다.



도장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밑에서 지켜보던 홍강도 무당파가 뭔가 발견한 것을 알아채고 주변으로 다가갔다.

그때,


“크아아악!”


아래로 내려갔던 무당파 제자의 단말마가 지하 통로 밖으로 울려퍼졌다!


작가의말

7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뭔가 감수성이 충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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