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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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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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8
추천수 :
41
글자수 :
118,795

작성
24.08.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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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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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인두겁을 쓴 요괴

DUMMY

“양형, 빨리 단검을 박아 절벽에 꽉 붙으시오!”


홍강이 끊어져 가는 장검에 달린 밧줄을 보며 급박하게 소리쳤다.


파악!


양수가 단검을 절벽에 박아 고정시키며 무게를 덜자 장검의 밧줄이 더 이상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휴우···.”


홍강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십년 감수했습니다.”

“우리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오.”


두 사람은 태세를 정돈하고 다시 위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밧줄도 다 풀려서 더 이상 두 사람의 안전을 지켜줄 것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절벽 위쪽이 머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1장 남짓.

조금만 더 가면 고지가 보였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가고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으아!“


홍강은 기합을 넣고 힘을 내서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끝이다!”

“해냈습니다!”


절벽 위로 올라간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했다.


기쁨도 잠시. 안개에 싸인 귀골곡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긴장했다.


“귀골곡주의 무공이 강하던데··· 오늘이 우리 제삿날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수 없는 소리는 왜 하시오.”

“여기까지 오니 저도 모르게 두려운 생각이 드는군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요.”


양수는 조금 머뭇거리다 홍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홍 대협. 지난 열흘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이 지내며 홍 대협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작스럽지만 홍 대협과 의형제를 맺고 싶습니다. 홍 대협 생각은 어떠십니까?”

“나랑 의형제를요?”

“예. 만약 여기서 죽더라도 홍 대협과 의형제를 맺을 수 있다면 억울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양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뜻밖의 말에 홍강이 놀랐다.


“아··· 홍 대협이 원치 않으신다면 잊어주셔도 무방합니다. 제가 좀 감상적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나는 고아라서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히 몇 살인지도 모르오. 그저 열 여섯 쯤 되었겠거니 생각하고 있는 참이라, 형과 아우를 정하려면 나이를 알아야하지 않겠소. ”


처량한 얘기였지만 홍강은 신경 안 쓴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양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홍강이 자신과 의형제가 되기를 거절한다고 생각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홍강의 말을 듣고 다행이라 여겼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옛 삼국지의 관우도 유비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유비를 형님으로 섬기지 않았습니까. 저는 올해로 17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품으로 보거나 무공으로 보거나 홍 대협이 형님이 되는 게 마땅할 듯합니다.”

“그렇다면 좋소. 다만 이곳에 술잔이 없는게 아쉽군.”

“술잔은 없지만 보름달이 환히 떴으니 저 보름달에게 증인 서달라하지요.”

“아우 생각이 옳은 것 같소.”


두 사람은 정좌를 하고 앉아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


“저희가 의형제를 맺으려 합니다. 저희 두 사람이 비록 태어난 날은 다르나 죽는 날은 같게 하려 합니다. 둘 중 하나가 형제의 맹세를 저버린다면 하늘께서 저희를 벌해 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두 사람은 양손을 마주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형님. 죽을 때까지 우리는 형제입니다.”


홍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님 형이 된 김에 내가 부탁 하나하지.”

“뭐든 말씀하십시오.”

“앞으로 서장의 승려와 싸울 때는 특히 조심하고 왠만하면 그들과 다투지 말게.”

“그건 왜 그렇습니까?”


홍강은 양수와 함께 지내면서 전생에 그가 누구였는지 생각났다.


형산거룡.

양수의 별호였다.

어린 나이에 후기지수 중에서도 재능이 특출나서 나중에 형산 제일검이란 칭호까지 받았다.

장강에서 열린 비무대회에서 우승한 후에는 그 명성이 더 높아졌다.

홍강도 양수가 천하 십대 후기지수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던 양수는 결국 청나라를 돕는 서장의 승려와 싸움에서 패해 젊은 나이에 아깝게 죽고 말았다.


양수를 겪어보니 젊은 나이에 죽기엔 아까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가 함부로 싸우다 죽지 않도록 조언해주고 싶었다.

과거를 알아서 조언해 준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조금 머리를 굴려서 말을 지어내야했다.


“내가 천문도 좀 볼 줄 아는데 동생의 이름 자를 합해보면 승려와 만나면 해를 입는다고 나오네. 소림사 승려들과 다툴 일이 없으니 서장의 승려들을 조심해야 할 듯 싶네. ”

“그랬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수가 신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보통 다른 사람들 처럼 천문과 점을 어느 정도는 믿었다.

홍강이 천문을 들먹이니 승려와 다투기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



의형제가 된 두 사람은 귀골곡주를 쓰러뜨리기 위해 귀골곡으로 향했다.

한 밤중인데도 귀골곡에는 돌아다니는 횃불이 여기저기 보였다.


아무래도 최근에 사건이 터졌다보니 경계를 더 엄중히 하는 것 같았다.


“지붕으로 올라가자. 우리 내공이 많이 증진되어 발소리가 안 나게 조심한다면 보초들이 우릴 찾지 못할거다.”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두 사람은 몸을 숙이고 귀골곡 안으로 들어갔다. 보초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외곽의 낮은 초가집을 찾았다.


홍강은 초가집 위로 올라서 주변을 살폈다.

위치가 높으니 보초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내가 먼저 길을 찾겠네. 아우는 뒤 따라오게.”


홍강은 틈을 살피다 보초가 적어진 틈을 타 더 안쪽에 위치한 초가집 지붕으로 뛰었다.


풀썩.


소리가 좀 났지만 다행히 눈치챈 보초는 없었다.

홍강이 주변을 살피고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후에 양수에게 손짓했다.


풀썩!


양수가 초가집 지붕 사이를 뛰어내리면서 조금 더 큰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이번에도 보초들이 눈치채지 못 했다.


홍강은 손짓으로 쭉쭉 나아가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귀골곡주가 있는 본전까지 가려면 10장 남짓 거리가 있었다.

초가집 세네 개를 더 지나면 본전까지 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최대한 조심히 지붕 사이를 뛰며 본전 바로 근처에 있는 초가집 지붕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본전을 지키는 보초는 정문에 두 명, 후문에 두 명으로 총합 네 명이나 되었다.

양수는 네 명의 보초가 물샐틈 없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본전에 잠입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홍강은 주위를 살피고 양수에게 속삭였다.


“본전의 1층 지붕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데 경공으로 뛰어올라갈 수 있겠어?”


양수가 본전 1층의 튀어나온 기와지붕을 보았다.

초가집 지붕 위에 서있었지만 그래도 5장 정도 더 높이 올라야했다.

도움 닫기를 할 수 있으면 모를까 제 자리에서 5 장 높이를 뛰는 건 무리였다.


“좀 소리가 날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초가집 지붕 위를 뛰어서 도움 닫기를 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보초들이 최대한 멀리 가 있는 틈을 노리고 뛰어 올라가도록 하세.”


두 사람은 계속 틈을 살피다 보초들이 사라진 틈을 타서 도움 닫기를 하기로 했다.

홍강이 먼저 초가집 지붕 바깥쪽 끝으로 이동했다.


-투다다다다.


도움 닫기를 하다보니 소리가 안 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잘한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타닷!


홍강이 먼저 본전 1층 지붕을 향해 뛰었다.


퉁.


높이 뛰어올라서 1층 기와 지붕에 착지할 수 있었다.


이어서 양수가 도움닫기를 하고 1층 지붕을 향해 뛰었다.

그런데 체공 거리가 조금 모자랐다

이대로 가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홍강이 급하게 손을 뻗어 양수를 잡아주었다.


쿠웅.


다행히 양수도 무사히 본전 지붕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양수는 10년 감수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강이 손짓으로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두 사람은 본전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안에는 지키는 보초는 안 보였다.


두 사람은 미리 계획한대로 3층을 향해서 발길을 옮겼다.

홍강은 밤눈이 좋은 편이었다.

맨 꼭대기 층인 3층까지 무사히 도착한 후,

홍강은 앞장서서 주변을 샅샅이 훑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홍강의 눈앞에 커다란 양쪽문이 나타났다.

구조를 볼때 가장 큰 방이었는데 귀골곡주의 침실일 듯했다.

문에는 청동으로 만든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곡주의 침소인 만큼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하려고 자물쇠를 단 듯하였다.


‘응···?’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청동으로 자물쇠까지 달아놓았지만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곡주가 침실에 없는 걸까요?”


양수가 조용히 물었다.

홍강은 확인해볼 요량으로 문을 조금 열었다.


곡주의 방은 넓고 화려했다

방은 대여섯 명이 같이 써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컸고 침상의 표면에 칠보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불도 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벽에는 화려한 채색화와 글씨가 써진 족자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마치 황제의 침실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화려했다.


‘귀골곡주는 여기 없군.’


침상을 살피니 이불과 베개가 어지러져 있어서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나갔다고 생각되었다.


‘이 밤중에 어딜 쏘다니는 거지?’


홍강은 짜증났다.

빨리 곡주를 처단하지 않으면 귀골곡의 부하들이 눈치채고 올라올 위험이 있었다.


“어떡하죠?”

“한 밤중에 멀리 나가진 않았을 거 같네. 3층을 좀더 찾아 보지.”


두 사람은 귀골곡주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귀골곡주를 찾아 3층을 뒤졌다.

본전의 내부는 상당히 넓어서 왠만한 관아나 성곽의 내부와도 비슷했다.


귀골곡주가 어디 박혀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찾는데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꺄아아!


3층 안쪽에서 처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형님!”

“가보세!”


두 사람은 비명이 들려온 곳으로 달려갔다.


3층 가장 안쪽 은밀한 곳에 두터운 쇠문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굳게 닫혀있어야 할 쇠문이 열려 있었다.


“귀골곡주는 이 안에 있는 게 틀림 없어.”


두 사람이 문을 여니 위 층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본전 밖에서 봤을때 3층 위쪽으로 삼각뿔 모양으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있었는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숨겨진 다락방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서 사다리를 올라갔다.


“아, 아닛?!”


두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5장 남짓한 다락방에 두 사람이 있었다.

비명을 지른 처녀와 귀골곡주였다.

처녀는 나무 탁자 위에 묶여 있었는데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있었다.

그 아래로 도자기로 만들어진 대야가 네 모퉁이에 하나 씩 놓여있었는데 그 속에 시뻘건 피가 가득했다.

처녀가 묶인 탁자 옆에는 귀골곡주가 서있었다.

섬뜩한 안광을 발하던 귀골곡주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봤다.


“너희들,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홍강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처녀의 얼굴은 두려움과 체념으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 인두겁을 쓴 요괴야! 네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 동생, 오늘 우리 형제가 저 괴물에게 천벌을 내리세!”


홍강이 지팡이를 꺼내들자 양수도 장검을 귀골곡주를 향해 겨누었다.


“흐흐흐. 설마 그 협곡에서 떨어지고도 죽지않고 살아있다니. 대단히 운이 좋은 놈들이구나. 아쉽군. 너네들이 처녀였다면 그 엄청난 행운을 먹고 더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귀골곡주가 입가에 묻은 피를 핥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곡주는 벽에 걸린 두 자루의 귀두도를 각각 양쪽 손에 쥐었다.

귀두도에는 처녀의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멍청한 놈들아. 귀골곡에서 이 몸에게 대든 자들은 곱게 죽지 못한다 뼈와 살을 발라내서 최대한 괴롭게 죽여주마.”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의 마지막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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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두겁을 쓴 요괴 24.08.09 82 1 12쪽
19 타구쌍격진 24.08.08 81 2 11쪽
18 구름 다리를 무너뜨리다 24.08.07 95 1 12쪽
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16 양수와 만나다 24.08.05 97 1 11쪽
15 귀골곡 24.08.04 109 2 12쪽
14 엉터리 구결 24.08.03 104 2 12쪽
13 신창의 무공 구결 +1 24.08.02 116 3 12쪽
12 결말 24.08.01 10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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