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62
추천수 :
41
글자수 :
118,795

작성
24.08.02 11:15
조회
116
추천
3
글자
12쪽

신창의 무공 구결

DUMMY

신창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를 보고 홍강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게 단설통이 남겨놓은 무공의 단서가 맞다면 나는 천하 제일의 무학을 찾아낸 것이 된다!’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홍강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평생을 거지로 산 홍강은 딱히 글을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제 이름 두 글자는 한자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다른 거지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이 정도면 거지들 사이에서는 지식인이었다.


‘흐음···.’


홍강은 고민했다.

마을의 유학자를 한 명 찾아가 구절을 해독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만 두기로 했다.

이렇게 중요한 무공 비급을 동네 유학자에게 풀이해 달라고 했다가 정보가 새나갈 우려가 있었다.


‘좀 떨어진 도시로 이동해서 글을 해석해줄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홍강이 신창에 새겨진 구결의 해석법을 고민을 하는 사이, 가평은 아버지의 시신에 묻은 피를 천으로 닦아내고 바르게 눕혔다.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아버지가 악귀처럼 변해 죽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홍강은 그 모습을 보고 구결의 해석을 어떻게 할 지는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소문주 저도 돕겠소.”


홍강은 가평을 도와 가총의 몸을 닦아주고 속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대충 어질러진 도장의 뒷 수습이 모두 끝난후,

홍강이 물었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오?“

“모르겠습니다. 그저 호창문을 다시 재건해야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가평은 반쯤 넋이 나가 보였다.

하루 아침에 아버지가 죽고 도장도 반쯤 철거되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아무래도 신창에 얽혀서 귀찮게 구는 사람이 많을텐데. 개방의 거지가 신창을 가져갔다 말하는게 좋겠소.”

“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홍 걸개님이 사람들한테 노려지게 되는 것 아닙니까?”

“내 이름을 대지 말고 장묵이라는 거지가 가져갔다 말하시오.”


홍강이 태연하게 장묵의 이름을 댔다.


“네? 그분은 또 누구십니까?”

“내 사형이오. 무공이 강하니 걱정할 거 없어요. 그리고 설마 개방이 신창을 가져갔다고 개방 총타에 쳐들어올 생각을 하는 멍청한 놈은 없을거니 안심해요.”


거지 차림의 홍강이 호창문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는 걸 본 사람이 많았다.

개방 거지가 신창을 가져갔다고 하면 그럴듯하다고 여길 수 있었다.


홍강은 원래 신창을 몰래 숨겨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당파 무인 아홉 명이 가총에게 살해당하고 가총마저 죽었으니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졌다.


아무리 분타의 무인이라고 해도 자기네 제자 아홉명이 몰살당했으니 무당파가 가만 있을리 없었다.

어쩌면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평에게 복수하려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장묵이 신창을 가져갔다고 하면 가평에게 몰리는 시선이 좀 덜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가평도 홍강의 호의를 모르지 않았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다니.

가평은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홍 걸개님이 도와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무슨 은혜요. 그저 소문주가 뚝심있는 모습이 맘에 들어 도와주려는 것 뿐이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거요. 그래도 10년 정도만 꾹 버티면 신창에 관한 일도 강호에서 잊혀질 거요. 그때까지 굳게 참고 버티시오.”

“명심하겠습니다.”


*


아무래도 신창을 가지고 있으니 홍강의 마음도 급해졌다.

슬슬 해가 지고 주위가 어스름해지고 있었다.

홍강은 어둠을 틈타 몰래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문주 인연이 닿는다면 또 봅시다.”


홍강은 가평에게 가볍게 작별인사를 하고 신창을 들쳐매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 뜨기 전에 가능하면 가까운 대도시인 형주까지 도망가고 싶었다.


호창문에서 얻은 낡은 천쪼가리로 신창을 잘 안보이게 둘둘 감싸니 어두운데서 대충 보면 거지가 쓰는 지팡이처럼 보일 것도 같았다.


*



홍강은 형주를 향해서 밤새 걸었다.

하지만 형주는 하룻밤 사이에 이동하기엔 너무 멀리 있었다.


‘안되겠다. 일단 신창을 어디 안보이는 곳에다 숨겨야겠다.’


낮에 1 장 가까이 되는 길쭉한 막대기를 들고 다니면 아무래도 눈에 띌 것이다.

홍강은 주변 산골자기로 들어가 최대한 사람 눈에 안 띄는 곳을 찾아서 신창을 파묻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근처 마을로 향했다.


정오가 될 때 까지 마을 근처에서 낮잠을 자다, 정오에 일어나서 구걸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 후 홍강은 동네 문방점으로 향했다.

주인은 왠 거지가 이곳에 왔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질 낮은 종이 몇 장과 묵과 벼루, 붓이 필요하오. 좋은 것일 필요는 없고 가장 값이 헐한 것으로 주시오.”

“아무리 봐도 유생으로는 안 보이는데··· 글 공부를 하시오?”

“거지라고 글 공부 못할 것이 있소? 돈이라면 있으니 걱정마시오.”


홍강이 주머니에서 은자를 1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홍강의 주머니에는 은자가 5개 들어 있었다.

개방 총타에서 일결개들을 강호로 보낼때 여차하면 쓰라고 여비로 준 것이다.

겉모습과 달리 개방은 뒷 세계의 주루와 여관, 음식점들의 보호비를 걷어 그리 가난한 방파가 아니었다.

그들이 거지 차림으로 다니는 것은 원래 출신을 잊지 말고 하천한 자들을 보살피자는 마음가짐을 계속 되새기기 위함이지 돈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몰골은 거지 차림인데 돈이 많구려. 그 정도면 좀 비싼 문방구를 살 수도 있는데.”

“됐소. 가장 값이 헐한 것이면 충분하오.”


주인은 홍강이 요구한 문방구를 챙겨서 내어주었다.


*


홍강은 문방구를 챙겨서 봇짐을 싸 등에 지고 다시 해가 떨어질 때까지 마을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를 구걸로 해결한 후, 해가 떨어지자 홍강은 마을을 벗어나 신창을 숨겨둔 뒷산 골짜기로 향했다.


‘이거야 원. 도둑 고양이처럼 몰래몰래 다니는 것도 힘들군.’


홍강은 신창을 묻어둔 산골자기에서 운기조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


다음날.

날이 밝자, 홍강은 봇짐에 싼 문방구를 꺼냈다.

벼루에 먹을 갈고 흙 바닥을 고르게 다져서 종이를 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창의 날에 새겨진 무공 구결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홍강은 글씨를 모르므로 최대한 한자 그림과 비슷하게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붓을 생전 쥐어본 적이 없었던 홍강은 별로 많지 않은 구결을 종이에 옮기는데 두 시진이나 쓸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글자를 잘못 옮겨 두 장의 종이를 버리기도 했다.


“다 했다!”


정오에 이르러서야 글자를 완벽하게 종이에 옮길 수 있었다.

무공 구결을 옮긴 종이를 봇짐에 소중하게 싸고 홍강은 다시 저녁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의 어둠을 틈타서 형주로 다시 이동할 생각이었다.


*


다시 저녁이 되고 홍강은 부지런히 걸었다.

다음날 아침해가 뜰 때 쯤 홍강은 형주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홍강은 다시 적당한 산을 골라서 으슥한 곳에 땅을 파고 신창을 묻었다.

벌써 두 번째로 땅을 파는 거였다.

이쯤되니 땅 파기도 익숙해져, 나무 지팡이로 땅을 파는 무공은 홍강을 따라올 이가 없을 것 같았다.

완벽하게 신창을 숨긴 뒤, 홍강은 형주 도시로 들어갔다.



유학자를 찾아서 신창에서 베껴적은 구절을 읽어달라고 할 셈이었다.

다만 무예를 하나도 모르고 강호와는 연이 없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홍강은 정보를 얻기위해 굴다리 밑으로 향했다.


“뭐냐? 첨 보는 얼굴인데?”


이 굴다리의 왕초같아 보이는 덩치 큰 거지가 침을 찍 뱉으며 홍강을 노려봤다.


“물을 게 있어 왔다.”

“묻긴 뭘 물어? 여기가 뭐 물어보는 덴줄 알어?”


덩치 큰 거지가 홍강에게 썅 소리를 하면서 으르렁 거렸다.


“이거 안 보이냐?”

“이거는 뭔···.”


거지가 홍강의 허리춤에 묶인 붉은 매듭을 보고 “어이쿠!” 하고 소리질렀다.


“개방의 어르신을 몰라 봤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음부터는 아무한테나 막 대하지 말게. 우리가 거지지 깡패는 아니지 않은가.”

“예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덩치 큰 거지는 어색하게 머리를 쓸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이 근처에 혼자 글 공부를 하며 강호와는 연이 없는 그런 사람 없나?”

“예에? 글공부를 하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은 왜 찾으십니까?”

“다 이유가 있네. 조용히 글이나 좀 배워보려 하는데 어디 과거에 낙방해서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주게.”


거지가 곰곰히 생각하다 답했다.


“한 사람 있기는 합니다. 북쪽 외곽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노인인데 이 생원이라고 불립니다. 향시에는 몇 번 붙었다는데 회시에서 연거푸 낙방해서 세상과 담을 쌓고 혼자 지냅니다.”


딱 홍강이 원하는 내력을 가진 사람인 듯했다.

글을 잘 알면서도 무공에 대해서는 모르니 그에게 비급을 보여주고 무공을 익히면 밖으로 구결 내용이 새어나갈 일은 없겠다 싶었다.


“그사람한테 날 안내해 줄 수 있겠는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따라 오시죠.”


거지가 홍강을 도시 외곽의 초가집으로 데려갔다.


“이 생원 있소?”


거지가 목청 크게 부르자 초가집 문이 열리고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빼꼼이 몸을 내밀었다.


“두 걸개 아닌가? 무슨 일인가.”


거지, 두 걸개가 홍강을 소개했다.


“여기 이분은 개방에서 나온 일결개 어른이오. 이 생원한테 부탁이 있어서 오셨답니다.”


이 생원이 홍강을 훑어봤다.


“강호 사람이 혼자 사는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어 왔소?”


홍강이 두 걸개를 불렀다.


“두 형은 이만 돌아가도 좋소.”


두 걸개는 정식 개방도는 아니었지만 개방에 반쯤 다리를 걸친 무림인이었다.

재빨리 홍강이 대화가 새나가는 걸 꺼려서 자신을 보내려는 걸 눈치챘다.


“혹시 제가 또 필요해지면 불러주십시오.”


두 걸개를 보내고 홍강은 봇짐에서 신창에 적힌 비급을 옮겨 적은 종이를 꺼냈다.


“저는 글을 몰라 생원께서 이 글을 해독해주셨으면하고 가져왔습니다.”

“어디봅시다.”


생원이 종이를 훑어봤다.


“황유, 량문, 중양, 천추··· 글자야 알지만 난 무공에 대해 아는게 없소. 글은 읽어도 까막눈이나 다름없소.”


이 생원이 말한 것은 전부 혈도의 이름이었다.


“그저 글자만 읽어주면 족합니다. 뜻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요.”


이 생원이 무공에 대해 모르니 글을 읽어도 안 읽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홍강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홍강은 말하며 은자 네 개를 내어놓았다.


“글을 해독하는 값으로는 많이 과하지 않소?”

“한 보름쯤 여기 묵으면서 글자도 좀 배웠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좋소. 들어오시구려.”


홍강은 이 생원을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글을 네다섯 번 읽어주세요. 듣고 기억할 수 있게요.”

“알겠소.”


이 생원은 뜻도 모르는 글을 다섯 번 반복해서 읽어주었다.

홍강은 구결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창에 적힌 내용은 예상대로 내공심법이었다.

전체 내용은 아니고 아마 여섯 등분으로 나뉜 심법 중 한 구절이라 여겨졌다.

홍강은 이 생원에게 들은 내용을 전부 외우고 다시 틀리게 외운 곳은 없는지 두 번 확인했다.


“정확하오. 기억력이 좋으시군.”


사실 구결이 창에 새길 정도로 짧아서 쉽게 외울 수 있었다.

홍강이 방을 내어달라하자 이 생원이 건넌방을 쓰라고 했다.


“나는 방에 들어가 무공을 수련할 겁니다. 집중하고 싶으니 내가 들어오라고 할때까지는 들어오지 마세요.”

“그러리다.”


홍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넌방에 틀어박혀 신창의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0 철거박사
    작성일
    24.08.02 19:32
    No. 1

    좋은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회귀물중 너무나 신선하고 새로운거 같아
    감사히 잘보고 있읍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제일 개방 방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프롤로그 1,2화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내용변경 없습니다. 24.07.31 21 0 -
공지 [천하제일 개방 방주]로 목요일날 제목 바꿀 예정입니다. 기억해주세요! 24.07.30 17 0 -
공지 오전 11시 연재 합니다. 시간은 독자 유입을 위해 바뀔 수도 있습니다. +1 24.07.20 118 0 -
21 신도를 얻다 (1부 완결) +2 24.08.10 124 1 9쪽
20 인두겁을 쓴 요괴 24.08.09 82 1 12쪽
19 타구쌍격진 24.08.08 81 2 11쪽
18 구름 다리를 무너뜨리다 24.08.07 95 1 12쪽
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16 양수와 만나다 24.08.05 98 1 11쪽
15 귀골곡 24.08.04 109 2 12쪽
14 엉터리 구결 24.08.03 104 2 12쪽
» 신창의 무공 구결 +1 24.08.02 117 3 12쪽
12 결말 24.08.01 104 3 12쪽
11 지하통로 24.07.31 115 3 12쪽
10 더 큰 도둑놈 24.07.30 114 2 12쪽
9 육신병기의 소문 24.07.29 128 2 12쪽
8 날 방해하지 마! 24.07.28 131 2 12쪽
7 장묵 일당의 방해 24.07.27 120 2 12쪽
6 개방 총타 24.07.26 132 2 12쪽
5 역류혈맥 24.07.25 131 2 12쪽
4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5 2 13쪽
3 단약 24.07.23 158 2 14쪽
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6 2 13쪽
1 걸개회귀전 24.07.20 308 3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