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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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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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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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역류혈맥

DUMMY

다음날도 제 걸개는 기요에게 단약을 먹이고 운기행공을 도왔다.

사흘이 지났지만 기요의 병증은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홍강은 3일간 기요를 지켜보며 어느정도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기요 낭자의 병은 단순한 절맥증이 아니다.’


내력이 순환은 되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역류혈맥逆流穴脈.

이 증상은 지금 시대에는 무림인들이 모르는 증상이었다.

20년은 지나야 이런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되고 또 10년이 지나서야 치료법이 나오게 된다.


‘내가 한 번 봐볼까?’


역류혈맥증은 치명적인 병이었으나 치료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잘못 흐르는 내력의 방향만 잡아주면 되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단전을 부수고 지금껏 연마한 내공을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기요 낭자는 아직 어린 나이이니 충분히 다시 처음부터 내력을 쌓는게 가능할 터였다.



“스승님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제 걸개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기요 낭자의 병세가 생각만큼 호전 되지 않아 거기에 정신이 쏠려 있는 것 같았다.

홍강은 방에서 나와 기요 낭자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려서 사람이 온 것을 알렸다.


“기요 낭자 계십니까?”

“누구세요?”

“제 걸개의 제자인 거지 홍강입니다.”

“아, 작은 거지님.”


기요가 장지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일이세요?”

“잠깐 방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밖에서 얘기하기는 뭐한 일이라.”


기요는 조금 망설이다 홍강을 들어오라고 했다.

원래 남녀칠세부동석을 해야하지만 홍강이 나쁜 사람 같지 않고 무공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아 위험할 것 같지 않았다.

기요 자신도 무공을 익혀서 홍강이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제 한몸은 지킬 수 있으리라 여겼다.

홍강은 기요의 방바닥에 걸터 앉았다.


“제가 늦은 저녁에 낭자의 방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니라 낭자의 병세를 낫게 해드리려 온 겁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신지?”


갑자기 젊은 거지가 자신의 병세를 낫게 해준다는 말에 기요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혹시 제 걸개 아저씨가 보내서 오신 건가요?”


홍강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떻게 낭자의 병을 치료할 능력이 있는지는 그간의 사정이 복잡해서 간단하게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예전에 낭자와 비슷한 병을 앓던 사람을 보았고 신의神醫가 그 병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어깨너머로 그 치료법을 배웠다고만 알아 두시면 됩니다.”

“네에···.”


기요가 듣기에 황당무계한 소리였다.

이 거지가 제정신인 걸까?


“그리고 제가 낭자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절대 남에게 발설하면 안 됩니다. 괜히 알려지면 제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으니까요.”


기요는 홍강이 수상쩍기는 했으나 원래 무림에는 수상한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


“걱정마세요. 소협에 대해서 남에게 절대 말 안할게요.”

“좋습니다. 그럼 낭자의 병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지요.”


홍강은 기요에게 역류혈맥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기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니까 역류혈맥증을 치료하려면 단전을 완전히 파괴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맞습니다.”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내공이 모이는 단전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다.

무림인의 삶, 노력의 정수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십 년 넘게 수련했던 단전을 스스로 허물라니···.

그것은 무림인에게 죽음이나 다름 없었다.

무림인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기요가 쉽사리 결정을 못하자 홍강이 입을 열었다.


“기요 낭자의 나이는 올해 14세라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단련한 날들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이 남았지요. 듣기로 기요 낭자는 무술에 재능이 출중하다던데 단전이 파괴되더라도 노력해서 다시 내공을 쌓는다면 금세 원래의 내공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건가요? 십 년 가까이 내공을 쌓아온 단전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홍강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단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젊은 낭자의 목숨보다 더하진 않아요. 낭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앞으로 살 날보다 더 많다면 저도 단전을 파괴하라 권하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낭자는 아직 젊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늦은 게 아닙니다.”


기요도 이대로 가면 자신이 얼마 살날이 남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무공에 모든걸 바쳤던 그녀로서는 쉽사리 지금까지 쌓은 내공을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아버님과 상의해보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죠. 저에 관한 사실을 절대 남에게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결정은 낭자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네에···.”


기요가 풀이 죽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근데 정말로 제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기요는 출신도 모르는 젊은 거지를 신뢰해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낭자가 절 못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잠깐 앉아봐요. 잠시 반대로 돌아가는 기혈을 제대로 잡아줄게요.”


홍강은 낮에 제 걸개가 했던 것처럼 기요를 바닥에 앉혔다. 그리고 그 자신은 기요의 등 뒤에 앉아 운기행공을 도왔다.

그리고 등쪽의 대추, 천종, 명문 혈도를 도는 내력을 순리대로 흐르게 도와주었다.


“허억!”


기유가 숨을 토해냈다.

지금껏 꽉막혀서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다.


“지금 좀 괜찮아졌죠? 일시적인 겁니다. 단전을 아예 바꾸지 않으면 기가 다시 역류해서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기유가 결심하기 위해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한 번 운기 행공을 도와주자 기유가 홍강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게 되었다.


“정말로 제가 건강한 몸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단전만 포기한다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기유의 얼굴에 고뇌가 서렸다.


“쉽사리 결정을 내리긴 힘들겠죠. 좀 생각해 보세요.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겠습니다.”


홍강은 기요에게 하룻밤 시간을 주기로 했다.

기요는 하룻밤 동안 잠도 못 자고 고민을 거듭했다.



#



다음날 저녁.

홍강이 다시 기요의 방을 찾았다.


“낭자, 결심을 했습니까?”

“네. 단전을 포기하고 치료를 받아보겠습니다.”


어차피 오래살지 못할 거라면 단전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좋아요. 그럼 치료를 시작하죠.”


기요와 홍강은 어제와 같이 바닥에 앉아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서서히 단전을 허물어가면서 혈도의 흐름을 올바른 쪽으로 바꾸어 갈 겁니다.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참아내야 합니다.”


“네. 걱정하지마세요. 이래봬도 무문의 딸이에요. 고통쯤은 참을 수 있어요.”


기요는 연약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당차게 말했다.


“좋습니다. 급할 건 없으니까 하루에 한 시진 씩 천천히 치료해나가죠.”


홍강은 그날부터 매일 저녁 기요의 방을 찾아서 그녀의 혈도를 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치료를 시작했다.

일주일 쯤 지나자 기요의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기승지 문주가 뛸듯이 좋아했다.


“제 걸개 덕입니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할지.”

“우리 사이에 무슨 은혜요. 요아는 내 딸 같은 앤데 정말 잘 되었소.”


처음 태양옥로환을 복용하고도 기요의 증상이 호전되기는 커녕 단전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을때는 제 걸개도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점점 기요의 몸 상태가 좋아지자 제 걸개도 안심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다시 보름쯤 치료를 계속하자 기요는 거의 완쾌되었다.

홍강은 매일 저녁 몰래 기요의 방으로 가 그녀의 운기행공을 도왔다.


“이제는 제가 알려준 바른 방향으로 행공을 계속하면 몸에 혈도가 바르게 자리잡힐 겁니다.”


홍강이 그날의 치료를 끝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공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요.”


“실은 기 낭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어떤 일인가요?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기요는 진심으로 홍강이 고마웠다.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는 나중에 개방 방주의 자리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때 주변 문파들의 의향을 물을텐데 아버님인 기 문주께서 저를 지지해 주시도록 저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십시오.”


기요는 홍강의 말이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고작 그런 걸로 되나요? 뭔가 돈이라던가 무공비급이라던가, 귀한 걸 드려야할 거 같은데요.”

“기 낭자에게는 별 거 아닌 걸지도 모르지만 저한테는 매우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돈이야 원래 거지인 홍강이 탐하는 물건이 아니었고 현도문의 무공 비급은 항룡십팔장이나 타구봉법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오히려 홍강이 갖고 싶은 것은 현도문 문주의 발언권이었다.

현도문 문주 기승지가 나중에 자신의 편이 되어 준다면 개방 방주의 후계자인 ‘후개’ 지위를 얻기 수월해 질 터였다.

그 가치는 백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은공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기요 낭자는 천무지체天武之體를 타고 났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역류혈맥에 가려서 제대로 혈도가 보이질 않았는데 혈도가 올바르게 돌아가니 확연하게 보입니다. 기요 낭자는 남들보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빠르고 무공을 익히기 적합한 신체를 타고 났어요. 이전의 무공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기요는 생각지도 않은 좋은 소식에 눈이 동그래질 뿐이었다.


“제가 볼 때 무공을 열심히 익히면 끝내는 초절정 이상의 경지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났습니다. 열심히 수련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게 다 은공의 덕입니다.”



#



한편 제 걸개도 기 문주와 술자리를 가지며 기요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아가 천무지체를 타고난 것 같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기승지가 뜬금없는 말에 놀랐다.


“요아의 병증을 치료해주다 보니 그 아이의 혈도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네. 병증이 나으면서 혈도의 연결이 잘 보이게 되었네. 그런데 놀랍게도 모양을 보니 천무지체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았다. 설마 몇 년 못 살고 죽는 병에 걸렸던 딸아이가 병이 다 나은 것도 모자라 천무지체의 몸을 가지게 되다니.

기승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제 걸개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이게 다 제 걸개 덕분입니다.”

“기 문주, 자네가 평소 협행을 하고 살아가니 하늘도 감동한 것이겠지. 어디 사람이 힘쓴다고 될 일이었나?”


기요 낭자가 다 났고 이틀 동안 제 걸개와 홍강은 현도문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매끼니 기 문주가 직접 나서서 비싼 소고기, 말고기 등을 구해와 대접했다.

이틀째 저녁에 제 걸개가 현도문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좀 더 계시지 아쉽습니다. 아직 은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는데.”


기승지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지가 너무 좋은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대접받다보면 체하게 되는 법이라네. 이쯤해서 우리는 떠나야겠네.”


홍강은 매일 구걸한 밥만 먹다가 오랜만에 산해진미를 대접받고 지붕있는 집에서 자게 되어 좋았다.

그러나 그도 천성이 거지인 성품이라 제 걸개처럼 이제는 떠나야 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날 저녁.


홍강은 제 걸개와 같은 방에서 쉬고 있는데 기요가 찾아왔다.


“밤참을 가져 왔습니다.”


그녀가 손수 참외 접시를 들고 나왔다.


“감사합니다. 기 낭자.”


홍강이 참외 접시를 받아들때 기 낭자가 속삭였다.


“저녁에 잠시 와주실 수 있나요? 드릴게 있어요.”


무슨 일일까?

어쨌든 기요 낭자와도 한 달간 매일 얼굴을 본 사이므로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이따 찾아가죠.”


홍강이 기 낭자에게만 들릴듯이 속삭임으로 답했다.

기요 낭자는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다음화 오후 3시에 올라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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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처녀들을 구하다 24.08.06 95 1 11쪽
16 양수와 만나다 24.08.05 9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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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창의 무공 구결 +1 24.08.02 11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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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류혈맥 24.07.25 132 2 12쪽
4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5 2 13쪽
3 단약 24.07.23 158 2 14쪽
2 거지의 제자가 되다 24.07.22 166 2 13쪽
1 걸개회귀전 24.07.20 309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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