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개방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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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그림/삽화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7.20 08:19
최근연재일 :
2024.08.10 11:1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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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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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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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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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날 방해하지 마!

DUMMY

“홍강, 그놈이랑 대련을 하라고요?”


장묵은 사부 제 걸개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녀석은 좀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백의개였다.

벌써 매듭이 두 개인 이결개인 장묵과 매듭도 없는 홍강이 대련한다는 건 격이 맞지 않았다.


“그놈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의 지도를 받아봐야 수행에 방해만 된다더구나.”

“제가 홍강 사제보다 약하다 생각하십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겠지.”


사부인 제 걸개 조차 은근히 홍강 편을 드니 장묵은 미칠 노릇이었다.


“저도 체면이 있는데 어떻게 한참 후배인 백의개와 드잡이질을 하겠습니까.”

“그럼 그놈이 자기 수련에 관여하지 말라던데 그렇게 할 것이냐?”

“저는 백의개들의 수련을 관리하는 입장인데 홍강만 제 말을 안 들으면 제 위신이 서지 않습니다.”


제 걸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겠느냐. 그놈이 자기보다 약한 사형에게 지도를 받으면 수행에 방해만 된다는데.”

“네에?”

“홍강이는 너랑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구나.”


장묵은 홍강에 대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건방진 놈이 감히 나를 없수이여겨?’


장묵은 왠만하면 사부께 말해 홍강을 벌 준 뒤 좋은 말로 타이르려 했다.

하지만 홍강이 이렇게 건방지니 한 번 주먹을 써서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여겼다.


“홍강 사제와 대련을 하겠습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질질 끌 거 없지. 사흘 후 백결관에서 우리 세 명만 모여서 우열을 가려보자.”



*



장묵은 다음 날부터 무섭게 수련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백의개들의 수련을 봐주면서 자신도 무거운 암석을 들었다놨다하며 근력을 길렀다.

한동안 소홀히했던 운기조식도 자기전 빼놓지않고 반 시진씩 운공했다.


평소 수련보다 개방 내에 자기 세력을 늘리고 과시하는데 힘 쓰던 장묵으로서는 큰 변화였다.

그만큼 장묵은 홍강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릴 심산이었다.


‘놈. 두고보자···!’


반면 홍강은 태연자약하게 본래 계획대로 수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홍강이 하는 수련을 다른 백의개들이 본다면 경악할 정도로 거친 훈련이었다.

매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서 개봉 근처의 연경산으로 달려가 정상까지 찍고 내려오고 저녁에는 자정이 될 때까지 무공수련을 거듭했다.

자기전에는 한 시진동안 집중해서 운기 행공을 했다.

보름 동안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수련에만 매진하니 홍강의 무공은 크게 상승했다.



#



장묵과의 대련이 예정된 전날 밤.

홍강이 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 전생에서 본 광경이 펼쳐졌다.


홍강은 거처하던 심양의 봉황산 아랫 마을에 내려왔다.

평소 산에서 땔감을 만들어서 아랫 마을에 팔면서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들과 교환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내려온 아랫마을은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집들이 불에 타서 매캐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공기중에 피 냄새와 살이 타는 역한 냄새가 만연했다.

바닥에는 만주족의 창칼에 죽은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홍강은 망연한 표정으로 걷다 죽은 아이를 발견했다.

7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뒤집어보니 관 목수네 막내 아들이었다.


‘이런 어린아이까지 잔인하게 죽이다니. 나쁜 놈들!’


홍강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마을 입구쪽으로 가니 나무에 군마 한 필이 매여 있었다.

그 아래 청나라 병사가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걸 보니 주인이 죽어서 버려진 말 같았다.

홍강은 잘되었다 생각하며 말 위에 올라탔다.


홍강은 개방의 방주인 장묵 사형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개방의 방주라면 오랑캐에 맞서 민족을 지키려 할 테니 그를 도와서 일할 생각이었다.


어지러운 세상이라고는 하나 반란을 일으킨 이자성은 그래도 같은 민족이었다. 같은 민족인 그가 백성들을 통치하는 것은 그러려니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랑캐인 만주족이 이 중원 땅을 지배한다면 한족들은 그들의 노예가 되어 영원히 차별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홍강은 만주족 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년 전.

장묵 사형에게 개방 방주 자리를 양보하면서 그는 강호에서 은퇴하기로 마음먹었다.

봉황산의 산골에 파묻혀 살면서 무공을 수련하며 강호의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홍강을 산 속에 파묻혀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



홍강은 밤낮으로 말을 달려서 개봉의 개방 총타로 향했다.

심양에서 하북성을 거쳐서 하남으로 가는 도중.

홍강은 이자성의 반란과 만주족의 침략으로 지옥도로 변해버린 세상을 보았다.

봉황산 골자기에 처박혀 있느라 세상이 참혹하게 바뀐걸 모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전쟁통에 죽은 시체들이 쓰레기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부모 없는 고아들이 넘쳤고 사람들의 눈에는 생기와 희망이 사라져 있었다.


개봉의 개방 총타에 도착한 홍강은 바로 장묵을 찾았다.

그러나 장묵을 만난 홍강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장묵은 이미 청나라 쪽으 변절해 버린 후였다.


“홍 사제. 명나라는 4명의 암군이 줄줄이 정치를 망쳐서 더는 살아날 기력이 없네. 더해서 반란을 일으킨 이자성도 덕이 없는 자야. 반면에 만주족의 청나라는 황부섭정왕이신 도르곤 전하께서 다스리신 후부터 욱일승천의 기세야.

하늘은 만주의 청나라를 선택했네. 중원 전체의 백성이 도탄에서 벗어나려면 도르곤 전하께서 중원을 다스려야해.”


장묵은 오랑캐에게 간도 쓸개도 나라도 민족도 개방마저도 다 내줄 셈이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을 평생 만주족의 노예가 되도록 밀어 넣자는 것이오? 난 그렇게는 못하오!”


홍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홍강은 눈에서 피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항상 협의를 지켜오고 민족을 생각했던 개방이 장묵 한 사람 때문에 민족의 반역자가 된 것이다.


*


장묵에게 기대를 접은 홍강은 각 무림 문파를 돌면서 같이 힘을 모아서 오랑캐를 중원 땅에서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파 장문인들은 자기들의 잇속만 생각할 뿐 힘을 한데 모을 생각이 없었다.


‘이럴 때 중원 무림의 모든 문파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무림의 단체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과거 무림맹이라는 단체가 있었다고 들었다.

천하제일의 고수 아래 모든 무림 문파가 모여서 강호를 이끌어갔다고했다.


홍강은 사라진 무림맹의 존재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아쉽게 느껴졌다.

결국 단결되지 못한 민족 세력은 청나라의 강력한 군대와 그들을 돕는 변절한 무림인의 손에 무너지고 말았다.


원래 홍강은 느긋한 성격이었으나 전생한 후에는 무언가에 쫒기듯 무공 수련에 속도를 냈다.

개방 방주가 된 이후에는 천하제일인이 되어 다시 한 번 무림맹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천하제일인이 되려면 먹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수련을 해야 했다.



*



홍강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느새 아침이 된 듯했다.


홍강은 간단히 씻고 아침식사를 한 후에 백련동으로 향했다.

장묵과 대결하기로 한 시간은 오늘 사시였다.

한 식경 정도 백련동에서 명상을 하면서 장묵과 제 걸개가 오기를 기다렸다.


“일찍 왔구나.”


장묵이 백련동에 도착하고 얼마쯤 후에 제 걸개도 나타났다.

세 사람이 다 모이자 제 걸개는 바로 대련을 시작하라 명했다.

홍강과 장묵은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주제도 모르는 놈. 한 번 혼나봐라.’


“시작해라.”


제 걸개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거리를 벌리고 빈틈을 살폈다.

장묵이 먼저 백련신권으로 홍강을 공격했다.

빠른 주먹이 소나기처럼 홍강에게 쏟아졌다.

백련신권은 빠른 속도로 여러번 적을 공격하는 것에 중점을 둔 권법이었다.

여러번의 주먹중에는 허초가 다수 포함되어있어 모든 주먹을 막기는 지극히 어려웠다.


‘강아 같은 초보자가 막아 내기 어려운 권법인데.’


제 걸개는 홍강이 어떻게 장묵의 백련신권을 파해할지 흥미가 동했다.

홍강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더니 장묵과 같은 백련신권을 펼쳤다.


파파파팟!


두 사람의 주먹이 잠깐 사이에 백여번 격돌했다.


“크허헉!”


장묵은 홍강에게 가슴과 아래턱을 여러대 얻어맞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장묵의 허초는 전부 홍강의 반격에 파해된 반면,

홍강의 주먹은 정확하게 장묵의 급소를 가격했다.


‘저놈이 언제 백련신권을 이렇게 높은 수준까지 연마했지?!’


불과 입방한지 보름쯤 되는 홍강의 백련신권이 5년 넘게 수련한 장묵보다 정교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놀란 건 제 걸개도 마찬가지였다.


‘묵아가 개목 중에서 실력이 빠지지 않는데 설마 이렇게 당할 줄이야.’


홍강이 천재기는 하구나, 싶었다.


“아직 안 끝났다!”


한 번 밀려서 나동그라지긴 했지만 장묵의 투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다시 벌떡 일어나서 양 손날을 가슴 높이로 올리며 용음십이수의 자세를 취했다.


‘용음십이수는 상승무공인데 묵이가 그걸 익혔다고?’


제 걸개는 흥미롭게 장묵을 지켜봤다.

장묵 입장에서는 백련신권이 한참 후배인 홍강에게 파훼당한 것 자체가 큰 굴욕이었다.

그 실수를 만회하려면 용음십이수로 홍강을 크게 압도해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심해라! 용음십이수는 만만치 않을 거다!”


장묵의 손날이 번개처럼 뻗쳐오다 곡선을 그리며 휘었다.

용음십이수는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백련신권의 허초에 비해서 곡선으로 손날이 휘면서 마치 채찍질하듯 적을 공격했다.

그 변화무쌍한 공격을 막아내기는 지극히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 수련이 설익었군.’


애초에 아직 이결개에 불과한 장묵이 용음십이수를 시전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홍강은 용음십이수를 30년 넘게 수련했었다.

그런 홍강이 볼 때 장묵의 용음십이수는 그저 어설프게 동작을 따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곡선으로 휘는 현란한 움직임에 눈이 어지러워져 잠시 실수할 순 있었다.

그러나 고수에게 걸린다면 어설픈 허초는 전부 간파 당해 몸통이 텅텅 비게 될 것이고,

공격을 성공시킨다해도 변화에만 정신이 팔려 제대로 손날에 내공을 싣지 못했으니 미미한 피해만 줄 것이었다.


‘이럴거면 차라리 백련신권을 계속 사용하는 편이 더 상대하기 까다롭겠군.’


홍강은 장묵의 어설픈 생각에 한숨 쉬었다.

홍강은 장묵의 공격을 한 수 한 수 내쳤다.

연속으로 공격이 파훼되자 장묵은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파파팟!


홍강의 백련신권이 장묵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끄으으윽!”


명치를 얻어맞은 장묵이 뭐라 말은 못하고 분한 신음만 흘렸다.


파앗!


홍강이 내력을 끌어올려 장묵의 아래턱을 후려쳤다.

장묵은 반장 밖으로 나가떨어지며 눈을 까뒤집고 나동그라져 기절했다.


“사부님. 승부는 난 것 같습니다.”


홍강이 백련동 바닥에 널부러진 장묵을 보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그냥 허풍은 아니었구나.”


제 걸개도 놀랍다는 시선을 보냈다.


“총타에 온지 고작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어찌 백련신권이 이렇게 능숙해 졌느냐?.”


아무리 천재라지만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백련신권을 자세히 보니 쇄비권과 크게 보면 많이 다르지도 않더군요. 요점을 파악하니 단 기간에 성취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홍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모든 무학은 결국에는 한 갈래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지.’


홍강이 쇄비권의 극의를 깨달았다면 보름만에 백련신권을 익혔다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사부님. 제가 장 사형보다 더 무공이 위라는 것을 증명했으니 이제 제 마음대로 수련을 해도 되겠습니까?”


홍강의 요청에 제 걸개도 어쩔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리 약조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두 말을 하겠느냐. 내가 허락하겠으니 네 좋을대로 해보거라.”

“감사합니다. 사부님.”


홍강은 제 걸개에게 포권을 하고는 백련동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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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방해하지 마! 24.07.28 132 2 12쪽
7 장묵 일당의 방해 24.07.27 1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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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절맥증이 아니다? 24.07.24 145 2 13쪽
3 단약 24.07.23 15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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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걸개회귀전 24.07.20 309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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