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98
추천수 :
28
글자수 :
311,721

작성
24.08.19 18:05
조회
8
추천
1
글자
12쪽

27화

DUMMY

중간 보스.


전산에 말에 따르면 모든 게임에는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정과 역경이 있다고 한다.

보통 목적은 보스라고 불리는 강력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며, 과정에서 중간 정도되는 단계에 그보다 약한 또 다른 보스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중간 보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펴, 편의점에서 프, 플레이어가 겨, 경비에 대한 어, 언급에서 보, 보스 캐릭에 대한 내용이 이, 있었죠.”

전산의 말에 사장이 탁자에 다리를 올리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그게 보스캐릭이 존재한다는 이유다?”

“그, 그렇습니다.”

파견이 전산의 화면을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 보스라는 게 존재한다는 이해했어. 그런데 왜 보스도 아니고 중간보스야?”

“보, 보통 진짜 보스, 최종 보스는 이 혀, 현실, 아니 게임에서 계, 계급이 높거나, 사, 상징적인 존재니까요.”

“과연. 그러니까 이 미스터 후라는 남자는 건달이니까 이 게임에서 최종보스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니 소거법으로 중간보스다, 라고 말씀하시는 거네요?”

설유진의 말에 전산은 마치 헤드뱅잉이라도 하듯이 세차게 더벅머리를 끄덕였다.

파견은 턱을 괜 채로,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녀석을 아군으로 삼자는 거야?”

“저, 적의 적은 아, 아군으로 하, 할수 있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겠지만.”

아직 다치지 않은 팔로 운동을 하다온 경비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경비는 덤벨을 내려놓으며, 타월로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런 들개 새끼 같은 자식이 우리 말을 순순히 따를거 같진 않군.”

“그건 나도 동감이야. 대충 이야기만 들어봐도 보통 내기가 아닐 거야.”

시설 영감이 입에 물고 있는 이쑤시개를 흔들거리며 경비의 말을 보충했다.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일단 자세한건 그쪽에서 정보를 주면 보고 결정하자고. 좋아. 회의는 여기서 끝. 해산!”

짝 하고 사장이 박수를 세 번 치자, 모두가 주섬주섬 자기 것을 챙겨서 탁자에서 멀어졌다.

나는 속으로 각오를 여러번 하고서, 사장실로 향하는 사장을 불러세웠다.

하품을 하며 너털거리며 걸어가고 있던 사장은, 내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뭐야? 갑자기 무슨 일? 사직서는 안받아. 회사에 대한 불만은 더더욱 안받고.”

“마지막 건 받아야되는거 아닙니까?”

나는 어이없어하며 사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를 받은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내용을 꼼꼼히 보다가, 내게 이게 뭔지 물었다.

내가 말했다.

“뭐긴 뭡니까. 연차사용 신청서잖아요.”

“우리 회사에 이런 양식이 있던가?”

“인터넷에서 대충 표준 양식 받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걸 날 줘?”

“모레 오후 반차 쓴다고 회사에 보고는 해야죠. 직급상 제 위는 사장님 밖에 없으니 사장에게 보고하는게 당연한거 아닙니까?”

내 말에 사장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비서가 건넨 만년필로 결재란에 서명한 뒤, 서류를 돌려주며 말했다.

“귀찮으니 앞으로는 그냥 이건 이사 전결로 해.”

“······그럼 관리가 안되는데요?”

“나는 사원들 관리안해, 관리가 필요한 사람 따윈 안 뽑거든.”

“그럼 대체 사장님은 뭘하는데요?”

내가 기가차서 묻는 말에 사장은 기지개를 키면서 가다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 나는 그냥 나 자신을 지킬 뿐이야. 사장의 건강이 회사의 최우선 사항 아니겠어?”

나는 사장의 멋대로인 말에 학을 떼어 손을 내저었다.

“예이, 예이,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계속해서 훈련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모레 잘 쉬고.”

나는 몸을 돌린 채로 손을 흔들어 사장의 말에 답했다. 나는 그 서류를 대충 접어서, 한쪽 구석에 놓인 내 케비넷에 넣었다.

그나저나 의외네.

나는 솔직히 무엇 때문에 쉬는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반차 승낙을 미루거나, 최악의 경우 안해줄 거라고 예상했다.

평소의 제멋대로에 말괄량이인 사장 성격이라면 분명 그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순순히 승낙 할 줄이야.

나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사장의 언니가 모레 저녁 괜찮냐는 내 말에 ‘좋아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귀여운 이모티콘을 답장을 한 내역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장한테 이런걸 들키면 곤란하겠지.


나는 사장이 연차사용신청서에 ‘개인사유’라고 쓴 항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경우 준비해놓은 A4용지 절반 만큼의 핑계를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으니, 핑계댈 거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 내 뒤를 덮쳤다.

“어이, 뭐해? 캐비닛 안에 뭐 먹을 거라도 있어?”

파견이 내 등을 손바닥으로 퍽, 하고 때리며 히죽 웃었다. 이전이었다면 아프다고 신음하며 바닥을 굴러다녔겠지만, 지금의 성장한 내겐 친구가 장난을 친 수준에 불과했다.

조금 힘이 센 친구겠지만.

나는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얼버무렸다.

“아뇨. 좀 정리할게 있어서요.”

파견은 삐딱하게 서서 나를 올려다보다가, 바닥을 향해 몇 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러면 혹시 그, 모레 오후에 시간있어?”

뭐라고?

“그······ 저번에 그 소원은 솔직히 들어주기 좀 힘들어서, 대신에 뭐, 가볍게 잠깐 같이 술 한잔이나 할까 해서. 하하! 어때. 괜찮아?”

파견은 말하면서 무안한지, 내 오른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팡, 하고 쳤다.

나는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그 때?


생각이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나는 정신을 차리고 파견에게 그 때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장에게 말하려고 준비한, A4 절반 분량의 변명을 파견에게 설명했다.

파견은 내 말을 다 듣더니, 음, 하고 고민하다가 씩 웃었다.

“괜찮아. 그때 일이 있으면 어쩔수 없지. 그러면 다음에 보자.”

“네. 좋아요. 언제든지요.”

파견과 나는 그렇게 주먹을 부딪힌 뒤, 서로 같이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견이 뒤끝 없는 성격이라 살았네.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땀을 닦으려고 화장실로 향하는 데, 때마침 화장실을 나오는 설유진과 마주쳤다. 설유진의 옆에는 알바가 찰떡처럼 붙어 있었다.

저번사건 이후 설유진이 화장실 갈때, 당번처럼 여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같이 가주는 걸로 바뀌었다. 그뒤로 아직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탈은 없는 듯했다.

설유진은 나를 보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하긴, 나도 화장실 혼자 못가서 조카뻘 어린애랑 같이 간 걸 다른 직원에게 들키면 좀 수치스러울 것 같긴 해.

나는 센스있게 그냥 지나가줘야겠다 싶어서 대충 목례하고 지나쳤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웃통을 벗은 다음 쌓여있는 타월 더미에서 타월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타월을 목에 걸고 세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허리를 툭 찔렀다.

얼굴에 묻은 폼클랜징을 닦던 나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사장님, 장난치지 말고 그냥 가세요. 저번처럼 놀래켰다가 타월로 맞을뻔해야 정신 차리겠어요?”

“타월로 어떻게 때리는데?”

나는 뒤에서 들려온 예상외의 목소리에 얼굴을 씻어내던 것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저번처럼 반말해도 되는데.”

“······그땐 그때고요.”

나는 빠르게 대충 물로 얼굴을 씻어낸 뒤, 목에 건 타월로 얼굴과 목을 닦았다.

그리고 뒷짐을 지고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설유진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설유진은 긴 흰 머리를 손으로 빙빙 꼬며 말했다.

“그냥, 그때 그 일 이후로 바빠서 제대로 못 봐서 인사할 겸,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 거?”

“모레 시간 돼?”

나는 순간 그 말에 어지러워져셔 비틀거리며 세면대를 잡았다.

설유진이 말 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뇨. 훈련을 좀 빡세게 했는지 잠깐 현기증이 났네요. 모레요? 왜요?”

“그때 어디좀 같이 가줬으면 해서.”

“밖에 나가도 된데요?”

“염색을 하거나, 어떻게든 최대한 모습을 숨겨야겠지.”

나는 걱정되었지만 말을 아꼈다. 설유진은 똑똑한 편이고, 파견에게 충분히 경고도 들었으니 아마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나가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그 만큼 중요한 일이 분명할 터.

하지만······.

“죄송하지만 그때 일정이 있어서요. 혹시 다른 날로 미룰수 있을까요?”

“가능하긴 한데, 무슨 일정인데?”

······역시 이렇게 나오나.

나는 다시 사장에게 말할려고 준비했던 A4 절반 정도 분량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 사정을 전부 듣고 나서, 설유진은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속으로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거짓말을 하는게 들통 날까봐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괜찮아. 그리고 그렇게 길고 상세하게 사정을 설명할 필 요없어. 마치 거짓말 같잖아.”

그럼 다음에 시간이 되면 말하겠다며, 설유진은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나간 것을 보고,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 뭐 모레 무슨 날인가? 왜 갑자기 나한테 와서 모레에 뭔가 하자고 이러는 거야?

나는 수선으로 다시 얼굴을 닦은 다음, 휴대폰을 확인했다. 사장 언니로부터 메시지가 와있었다.


‘바쁘실텐데 장소는 제가 정해서 전달해드릴게요.’

‘여기 어떠세요?’


도심에서 데이터센터 방향에 있는, 근사한 프렌치레스토랑이 링크되어있는 걸 보며 나는 아주 좋다고 답장하려다 순간 멈칫했다.

그녀를 이용한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답장을 송신했다.


***


그리고 그날이 왔다.

그리고 사장 언니도 왔다.

사장 언니는 렌즈를 꼈는지 안경을 벗은채, 차분한 밤색 코트를 입고, 식당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 앉으며 늦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성이 말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안늦으셨잖아요. 오히려 30분이나 일찍 오셨는 걸요.”

“······혹시 죄송하지만 언제 오셨는지.”

내 말에 여성은 쑥스럽게 웃었다.

“저는 좀 일찍오긴 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여기가 제 매장이기도 해서요.”

나는 그 말에 놀라며 가게를 돌아보았다. 식당 내부는 앤틱한 스타일이었으며 투박하면서도 절제된 화려함이 은은히 티가 났다.

요컨대, 엄청 비싸보이는 분위기가 풍기는 가게라는 거다. 전의 직장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만큼의.

나는 혀를 내둘렀다.

“와, 이 매장을 가지고 계시다고요?”

“네.”

나는 진심으로 여성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걱정했다.

“이것까지 관리하려면 안 힘드세요? 거기서도 매일 새벽같이 일하시잖아요?”

내 말에, 여성은 잠깐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고 말하는 건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해야하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코트를 벗었다. 그러자 옆에 점원이 다가와 코트를 받아들었다. 여성은 그리고 점원에게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와인 한잔 하시겠어요?”

“차 가져오신거 아닌가요?”

내 말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럼 괜찮다고 했다. 여성은 알겠다며 점원에게 아페르티프인가 뭔가하는 건 됐다고 하며 다른 걸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점원이 물러가자, 여성은 백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건 명함이었다.


JS데이터센터 대표이사 정소나


그 명함 밑에는 JS로 시작되는 다른 서넛이나 되는 기업이 나열되어 있었다. 여성은 내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정소나라고 합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플레이어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6일 연재 예정인 50화는 9월 17일에 연재됩니다 NEW 3시간 전 0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4일 연재 예정인 49화는 9월 15일에 연재됩니다 24.09.14 2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0일 연재 예정인 46화는 9월 11일에 연재됩니다 24.09.10 3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7일 연재 예정인 44화는 9월 8일에 연재됩니다 24.09.07 3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8월 31일 연재 예정인 38화는 9월 1일에 연재됩니다. 24.08.31 5 0 -
49 49화 24.09.15 4 0 18쪽
48 48화 24.09.13 6 0 12쪽
47 47화 24.09.12 7 0 12쪽
46 46화 24.09.11 8 0 16쪽
45 45화 24.09.09 7 0 16쪽
44 44화 24.09.08 7 0 18쪽
43 43화 24.09.06 6 0 13쪽
42 42화 24.09.05 9 0 15쪽
41 41화 24.09.04 10 0 13쪽
40 40화 24.09.03 8 0 14쪽
39 39화 24.09.02 9 0 14쪽
38 38화 24.09.01 9 0 17쪽
37 37화 24.08.30 9 0 16쪽
36 36화 24.08.29 9 0 14쪽
35 35화 24.08.28 9 0 16쪽
34 34화 24.08.27 9 0 13쪽
33 33화 24.08.26 9 0 17쪽
32 32화 24.08.24 10 0 12쪽
31 31화 24.08.23 10 0 11쪽
30 30화 24.08.22 10 0 12쪽
29 29화 24.08.21 8 0 17쪽
28 28화 24.08.20 7 0 12쪽
» 27화 24.08.19 8 1 12쪽
26 26화 24.08.17 13 1 16쪽
25 25화 24.08.16 1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