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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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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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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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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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나는 주저하지 않고 오른 손으로 권총을, 왼손으로 나이프를 뽑아 들어 플레이어를 겨눴다. 그리고는 나이프를 쥔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고 총을 겨눈 채,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를 미행했지?”

“그걸 알아서 뭐하게? 다음에는 조심하게?”

플레이어는 총구를 앞에 두고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반면에 나는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 최고였다.

파견의 부상, 그리고 더 이상 아군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의 플레이어와의 정면 승부.

여차하면 최후의 수단을 써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다음은 없을 테니까. 망할 NPC새끼들아.”

천천히 다가오는 플레이어의 허벅지를 노리고 조준하려는 찰나,

내 뒤에 누워있던 파견이 외쳤다.

“머리를 노려! 방탄복이야!”

그 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달려들었다. 나는 재빨리 조준을 바꿔 머리를 노려 사격했고, 플레이어가 오른팔로 머리를 막느라 순간 멈칫했다.

그 틈에 나는 권총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나이프를 쥔 채 플레이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나이프를 들어 목을 노리고 찌르는 척 하다 뺐다. 그러자 예상대로, 플레이어가 왼손으로 그런 내 손을 잡아채려고 했다.

아마 저기에 잡혔으면 내 왼손이 바로 박살이 났겠지.

나는 재빨리 몸을 틀어 정면에서 날아오는 앞차기를 피했다. 무식하게 빨라서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 정장 앞섬이 다 터져나갔다.

피하면서 다리에 단검을 내밀었지만, 상처를 주긴 커녕 바지 무릎 아래단을 찢어놓는 선에서 그쳤다. 그것도 나이프가 날카로워서 그런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발차기가 무식하게 세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섬뜩함을 느끼고 곧장 고개를 뒤로 빼었다. 그러자 플레이어의 오른팔이 내 코앞을 섬뜩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나는 콧등이 화끈거리는 감각을 받으며 뒤로 크게 뛰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와 다섯걸음 정도 떨어진 정도에 서서, 나는 다시 나이프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플레이어는 찢어진 바지를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 이거 방탄이라 비싼건데, 진짜 골고루 짜증나게 하네. 이 개 같은 놈들이······.”

그때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플레이어가 비틀거렸다.

내가 떨어뜨린 권총을 집어들어, 파견이 찢어진 틈으로 다리를 쏜 것이다.

나는 순간 반사적으로 자세가 무너진 플레이어를 공격하려 했다가, 사선이 겹치면 위험하고 상대도 안될 것이라 판단하여 그만두었다.

대신 파견이 떨어뜨린 권총을 찾아 몸을 날렸다. 그 총을 집어 들어, 파견의 사격을 보조하며 파견 쪽으로 합류했다.

플레이어는 파견의 사격을 피해, 망가진 자신의 스포츠카 뒤에 숨어있었다.

차 뒤에 숨은 채로 플레이어가 외쳤다.

“총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새끼들이!”

“계속 그렇게 짖어봐. 다음에는 머리를 날려줄 테니까.”

파견은 씩 웃으며 말하다 인상을 찌푸렸다. 눈의 출혈이 심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파견 대신 사격을 하며 파견을 뒤집어진 우리의 차 뒤로 부축했다.

파견이 내 손을 떨치며 말했다.

“난 괜찮으니. 내 총이나 이리줘. 탄약은 얼마나 남았어?”

잠시 잠잠해진 틈을 타 고개를 내민 플레이어를 향해 총을 쏘며, 파견이 외쳤다.

나는 파견에게 그녀의 총과 내 여분의 탄약을 주었다. 그 틈에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진정하려고 애를 쓰며, 휴대폰으로 회사에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플레이어 습격 받음 지원 바람’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 현재 위치를 전송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회사에서 여기까지 제 시간에 맞춰 지원을 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그보다 탄약이 떨어진 우리가 플레이어에게 당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품속의 섬광탄을 만지작거렸다.

이젠 정말 이걸 쓸 수 밖에 없을거 같군.

그 때 신음 소리와 함께, 파견이 주저 앉았다. 욕설을 내뱉으며 파견이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통증 때문에 어지러워서 집중이 안돼.”

나는 파견에게 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가 가진 섬광탄을 주며 말했다.

“제가 할게요. 설치 할 수 있겠어요?”

“내가 알려줬는데 설마 못하겠어? 내 걱정은 하지마. 상황보고 내가 알아서 타이밍 맞춰서 준비할게.”

파견은 눈에서 피를 흘리며, 씩 웃었다. 파견의 얼굴에는 통증때문인지 땀이 가득했다.


결국 마지막 탄창의 한 발만을 남기고, 나는 사격을 멈췄다. 총소리가 조용해지자, 스포츠카 너머에서 플레이어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악은 끝났냐? 애송이들아?”

“머리를 노려. 그리고 되살아나기 전에 저 아래 산등성이로 시체를 굴려버려야해.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어. 할 수 있겠어?”

파견이 차에 섬광탄을 설치하고 주저앉아, 내게 말했다. 이제는 말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해야했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탄약이 다 떨어진 척하고 한 방만을 노리는 것만이 해결책이었다.

총성이 멈추자, 산속의 고요한 소리만 한참 울려퍼졌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차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기회는 한번이었다. 단 한번.

이 한 번으로 나와, 파견의 목숨이 결정된다.

나는 차 뒤에서 여유를 부리며 걸어오는 플레이어를 힐끗 곁눈질로 보았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조그만 더 가까이.


권총을 쥔 내 오른손이 떨리지 않도록 자신을 수차례 다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오른손에 따뜻한 감각이 느껴졌다.

파견이 내 손을 감싸쥐며 속삭였다.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그 말을 듣자,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 도달했을 때, 나는 몸을 일으켜 플레이어의 머리를 노리고 사격을 하려고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아군이 나타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리가 왔던 방향에서, 차량 4대가 도착해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 차량에서 누군가가 내렸다.

그건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었다.

“난폭한 남자는 좀 다루기 어려운데, 이러면 좀 곤란하네요.”

장미는 차 문을 닫으며, 플레이어를 향해 미소지었다.


***


플레이어는 자신을 둘러싼 조직원들을 둘러본 다음, 마지막으로 장미를 바라보았다.

플레이어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네 년이 그 빡빡머리 대신 새로온 간부야?”

플레이어의 말에 장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눈웃음을 지었다.

“네. 맞아요.”

“그 멍청한 놈 보다 훨씬 낫군. 생긴 것도 이쁘고, 말도 통하고. 전의 그 빡빡머리는 한 주먹거리도 안되면서 나만 보면 달려들어서 귀찮았거든.”

“그런 칭찬은 전혀 기쁘지 않네요.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그 사내보다 멍청한 녀석은 저희 조직에 없거든요.”

장미는 그렇게 말하며, 힐끗 우리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나는 그 신호가 무슨 뜻인지 깨닫고는, 파견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장미의 차량으로 이동했다.

“내가 화나지 않나? 너희 조직에 깽판을 쳤는데 말이야.”

“저한테 치진 않았잖아요?”

플레이어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도로에 울려펴졌다.

“너 마음에 드는군.”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그럼 살려줄 테니 거기 두 놈 놓고 곱게 꺼져.”

나는 플레이어의 말에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 말에 도로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잠시 뒤, 장미가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그 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움직였고, 내게 부축을 받던 파견이 갑자기 내 허리춤에서 총을 빼앗아 플레이어에게 쏘았다.

플레이어가 멈칫하는 사이, 장미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플레이어에게 던졌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손으로 그걸 받아내는 것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와, 듣던대로 대단하시네요.”

“이, 이런 미친년이 다짜고짜 사람 얼굴에 칼을 던져?”

“그 정도도 못 막으면 저한테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거든요.”

장미가 그렇게 말하며 손짓하자 부하들이 품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럼 모쪼록 죽지 마시길.”

장미의 말을 신호로 부하들이 일제히 플레이어에게 달려들었다. 장미는 그 광경을 돌아보지도 않고 차로 곧장 돌아왔다. 나는 파견을 부축해 차 뒷자석에 탔다.

파견과 나, 그리고 장미 이렇게 셋이 뒷자석이 나란히 앉은 채로, 차가 출발했다.

플레이어가 부하들을 날려보내며, 지나가는 우리를 삿대질하며 뭐라고 외쳤지만 방음이 철저한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차창에 기대어 가쁘게 호흡을 내쉬던 파견을 내 어깨에 기대게 하며, 내가 물었다.

“왜 구해준 거지?”

“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장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듣고, 파견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누가 했는데?”

“당신들이 잘 아는 사람한테서요.”

선문답을 하는 것 보니, 순순히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무척 신경이 쓰였지만 어차피 회사로 돌아가서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부분이라 차치하고,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질문했다.

“어떻게 저자가 여기를 쫓아온 거지?”

“제가 배신한게 아니에요.”

장미는 내 말에 담긴 속뜻을 간파하고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아마도 저희 조직원이 저자의 스파이 노릇을 한 것으로 추측되네요. 어떻게 그 현장에서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했는데, 스파이 노릇을 하라고 일부러 살려보낸 것 같군요.”

장미는 그러지 않고서는 김 철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한 것을 외부인이 알 리가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 이건 빚으로 하나 달아 놓겠어. 너희가 관리를 소홀히한 탓이니까.”

내 말에 장미는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조금 억울한 감도 있지만, 좋아요. 어쨌든 당신네들과 계속 거래하고 싶으니까요.” 하고 말한 뒤에, 장미는 우리에게 자신들이 잘아는 병원으로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견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어떻게 진 빚인데, 그렇게 쉽게 탕감하게 둘 수는 없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파견은 씩 웃었다.

나는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려고 애쓰며, 장미에게 인근 도심에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장미는 혀를 내두르며,


“정말 당신들도 못지 않게 지독한 사람들이군요.”


고개를 저었다.


***


나는 초조하게 소파에 앉은 채로, 발을 굴렀다. 그런 나를 보고, 경비가 두드리던 샌드백을 붙잡고는 말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사장이랑 같이 가지 그래?”

“그럴 수는 없어요. 플레이어가 우리를 쫓고 있다면, 저와 파견이 같이 있으면 더 위험해요. 발각될 확률이 높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며 손톱을 물어뜯자, 경비는 피곤한 성격이군,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샌드백을 두드렸다.

내가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다. 파견은 내가 인정한 몇 안되는 강한 사람이니까.”

경비의 확신이 가득 찬 말에 나는 조금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어졌다. 그래서 경비에게 넌지시 자신도 그 강한 사람에 속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경비는 말도 안되는 농담을 들었을 때처럼,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샌드백을 두드렸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설유진 내게 차와 다과를 가져다 주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접시와 찻잔을 받으며 물었다.

“뭐가요?”

“우리 이사님은 아직 강한 사람이 되긴 멀었다고.”

그 말을 들은 내 표정을 보고, 설유진은 풋,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야. 내가 같은 생각이라고 한 건, 파견에 대한 이야기였어. 무척 강한 사람이야. 내가 본받고 싶을 정도로.”

“설 양도 충분히 강한 사람이에요.”

내 말에 설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도망치는 거랑 맞서 싸우는 것은 달라. 하늘과 땅 차이지.”

그렇게 말하며, 설유진은 나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신도 이제 싸우기로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고 할 때, 전산이 말했다.

“도, 도착 했습니다.”


잠시 뒤, 철문이 열리고 차가 회사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차에서, 비서가 내리고 뒷자석의 문을 열어주자 뒷자석에서 사장과 파견이 내렸다.

파견은 다친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한 채, 씩 웃으며 엄지를 들며 말했다.

“내가 돌아왔다.”


***


“눈의 파편은 다 제거했어. 하지만 워낙 상처가 깊고 오래되서 시각이 돌아오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

사장의 말에 나는 하늘이 꺼지는 기분을 느꼈다. 파견은 웃으며 내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뭘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사격할 때는 도움이 된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파견은 탁자 위에 놓인 탄을 탄창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 탄이 빗나가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자 나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사장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회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다 죽은 표정을 하고 있어? 파견도 이사 그만 놀리고.”

사장의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드니, 파견이 배를 잡고 낄낄 대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하지만 아까 시력이 돌아오는 것은 무리라면서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이사가 맨 처음에 입원했던 병원가면 완전히 회복돼. 그건 플레이어용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병원이니까. 시간과 돈만 있으면 뭐든지 회복되지.”

그런데 왜 거기 가지 않았냐는 말이 나올뻔 했지만, 이성이 그것을 눌러 참게 했다.

플레이어가 우리를 노리는 이상, 플레이어용 병원에 가는 것은 무모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 무식하게 튼튼한 녀석이 병원에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잖아? 그리고 방법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야.”

사장의 말에, 파견이 품에서 포션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그걸 보고 나는 말을 참지 못했다.

“그럼 왜 그때 안 마셨어요?”

“파견이 눈에 박힌 상태에서 쓰면 안 되지. 파편이 있는 채로 재생되면 더 큰 일이 벌어질 테니까. 그리고······.”

파견은 포션을 다시 품안에 숨기며 말을 이었다.

“이 힐링포션을 사용한다는 건, 최대한 숨겨서 결정적인 순간에 써먹어야 해.”

나는 파견의 말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이성과 감정은 때로는 큰 격차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괜찮겠어요?”

“괜찮다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사격 하기에는 더 편할거야.”

“다른 건요?”

“격투 쪽은 많이 어려울 거다.”

경비가 팔짱을 낀 채 앉아있다가 덧붙였다. 파견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훈련해서 빨리 적응해야지. 지금이면 잘하면 너한테 질지도 몰라.”

파견은 히죽 웃으며, 팔꿈치로 나를 툭 쳤다.

사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튼, 다들 파견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잘 도와줘. 파견도 필요한거 있으면 이야기하고.”

파견은 괜찮다고 모두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 앉은 다음 머쓱하게 웃었다.

그리고 내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 안좋은 예감이 든다고 했는데, 그대로 당해버렸네.”

살짝 풀이 죽은. 처진 파견의 눈을 보자마자,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다.

무력한 자신의 대한 분노. 그리고 파견을 이꼴로 만든 그 빌어먹을 자식에 대한 분노. 그 열기가 뒤섞여서 용광로처럼 나를 불태웠다.

“이제 지나간 일은 됐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차례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용 탁자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두 손으로 탁자를 탕, 하고 두드렸다.

“이 일에 대해서는 내가 사장으로서 사과할게. 솔직히 너무 그 자식을 얕보고 있었어. 그 머리 나쁘고 인내심 없는 짐승 같은 자식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뒤쫓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 옆에서 누가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야.”

“가, 가능성이 이, 있을 지도요. 게, 게임할 때 여, 옆에서 후, 훈수두는 사람이 이,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전산의 맞장구에, 나는 무인편의점에서 플레이어가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게 혼잣말이 아니라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었다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장은 그럴 가능성도 검토해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망할 자식이 블루문 조직을 통해서 우리를 쫓는다면, 게속 그 조직과 엮이는 건 너무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아?”

파견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중간보스인가 뭔가 같이 만나기로 한 거 캔슬할 거야?”

사장이 고개를 가로로 젓자, 파견의 외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파견의 반문에, 사장이 씨익 웃었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무서워서 일을 그만두는 건 말이 안되지. 사냥감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면, 혼을 내줘야 하지 않겠어?”

“무슨 작전이라도 있습니까?”


“미끼를 던질 거야.”


내 말에 대답한 것은 사장이 아니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설유진이 사장 옆에 서서,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제가 미끼가 될거고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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