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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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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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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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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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DUMMY

곱슬머리를 한, 한쪽 눈만 보이는 사내의 머그샷.

그리고 색이 바랜, 옛날 신문 기사 하나.

나는 그것을 화면에 띄워놓고 우리의 다음 타겟이자, 중간 보스인 미스터 후에 대해 설명했다.

“미스터 후. 본명은 후재근. 나이는 22세로 추정되며, 그 외에 신상명세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다 모종의 사건 이후 중퇴한 이후, 어떠한 사회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종의 사건이면, 그 밑의 신문기사 말하는 거야?”

사장이 턱을 권채로, 만년필로 화면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그렇습니다. 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십이년 전에 있었던 건물 붕괴사고인데······.”

“잘 알지. 수십명 중에 생존자가 어린애 딱 한 명이었던 사건이잖아. 그 애가 저렇게 되었다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만.”

쯧쯧, 하고 시설 영감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리의 타겟, 미스터 후는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죠.”

“그래서 그 사건으로 충격 받아 삐뚫어져서 건달이 되었다는 거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 사건이 지금의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나는 버튼을 눌러 아파트단지 재건축 기사 이미지를 추가로 띄웠다. 거기에 건축 회사명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얽혀있는 건축 회사가, 그 건물 붕괴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기업 이름만 바뀌었기 거의 같은 회사로 보시면 됩니다. 대표가 같은 혈육이거든요.”

“흔한 수법이네요.” 하고 비서가 심각한 얼굴로 덧붙였다.

화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경비가 손을 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걸 알고 재건축을 방해했을거 같진 않은데, 내가 알기로는 저런 타입은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정보에는 둔감해.”

“어릴때부터 사회를 등진 이십대 건달이 무슨 정보망이 있겠어?”

파견이 경비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건 내 생각과도 일치했다. 나는 자료를 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 남자가 벌인 사건 사고 기록을 보면, 이 남자와 그 패거리가 상가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건 그런 전말을 알고서 했다기 보다는, 다른 이유로 추정됩니다.”

“다른 이유?”

“어릴적, 사고 이후 자신을 거두어준 삼촌이 운영하는 가게가 거기 있었거든요.”

내 말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설유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그리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부모의 사망보험금이랑, 사고와 연관된 건설사 보상금까지 삼촌네가 꿀꺽한 뒤 그를 시골집에 보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복수로 그 가게를 박살낸 뒤 점거했다고?”

“삼촌 일가를 전부 두들겨 패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뒤에요. 자식은 빼고요.”

내 말에 회의장소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파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죽이진 않았네.”

“뭐, 그 현장에 있던 자식 말로는 일부러 죽이진 않았다고 합니다. 다나으면 다시 ‘교육’하러 오겠다고 했다고 하고요.”

“교육?”

“네. 뭐, 그 조직에서 패거리들에게서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사람들 두들겨패는 것을 교육한다고 말한다고 하더군요.”

“웃긴 녀석이군.”

경비가 담담하게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나는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거기에는, 그 패거리에게서 얻어낸 미스터 후의 패거리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요약하자면, 미스터 후의 패거리는 그 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대의 건달들이 약 서른명 정도이며, 다른 조직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은, 별도의 조직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장수준이나 전투력은 보잘 것 없다는 코멘트가 주석처럼 달려있었다.

파견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위 말해 오합지졸이네. 이정도면 나랑 경비 둘만 있어도 전부 정리가 가능할거 같은데?”

“그 남자가 얼마나 강한지가 관건이겠지. 그에 대한 정보는 있나?”

나는 경비의 말에 화면을 다시 넘겼다.

거기에는 좀 전의 머그샷, 그리고 장미가 보여준 저격수의 사진과 함께, 짧은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절대 상대하지 말라는, 거친 필체의 저격수의 코멘트가.


“이게 전부입니다.”

내가 발표를 끝내자, 사장이 직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각자 소감은 어때?”

잠시동안 모두가 생각에 잠겼는지 침묵에 빠지고 있자, 전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저는 차, 찬성입니다.”

그리고 곧 이어 알바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찬성이요!”

전산은 예상했지만, 알바의 반응에 모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바의 근처에 앉아있던 설유진이 알바에게 말했다.

“왜 찬성이야?”

“저런 삼촌이 의외로 잘 놀아주거든요!”

그 말에 중환자실에서나 날법한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파견이 툭, 하고 자신의 옆에 있는 경비를 쳤다.

“야, 네가 쟤 안 놀아줘서 그런거 아니야.”

“난 보모가 아니야.”

“그런 점이 문제라고.”

“나도 찬성일세.”

시설이 말했다.

“저기 얽혀있는 회사, 내가 친구한테 들어서 잘 아는데 아주 악질적인 회사야. 정계는 물론이고 조폭과도 얽혀있어서 지저분하게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그렇다고 저런 건달이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사정을 들어볼 필요는 있어. 이 녀석처럼 생각보다 멀쩡한 녀석일 수도 있잖아.”

시설이 설유진을 가리키며 한 말에, 설유진은 수줍게 웃었다. 그걸 보고 사장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의외야, 생각보다 시설 영감이 사람 보는 눈이 낮네?”

“네가 워낙 폐급 같은 놈들만 모아 놔서 낮아진 거 잖아. 이놈아!”

“내 안목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 들일게.”

사장은 웃으며 시설의 비난을 받아넘긴 다음,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근처에 앉아있는 파견과 경비를 슥 보고 나서 고개를 다시 설유진에게 돌렸다. 그러자 파견이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잠깐, 잠깐만. 우리한테는 안 물어봐?”

“어차피 찬성할거 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의견은 들어봐야지.”

“무슨 의견 있어?”

파견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털썩 앉고는 툭 내뱉었다.

“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깡패 새끼들 뜻대로 이용 당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파견은 저번에도 그렇고 블루문 쪽과 얽혀있는 매듭이 해결되는 커녕 점차 복잡하게 얽혀지는 것을 걱정하는 듯 했다.

“나도 찬성이지만, 이건 말해주고 싶군. 여기서 플레이어와 직접 붙어본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하는 말인데, 웬만한 녀석 아니고서는 상대는 커녕 버티는 것도 안 될 거다. 그런 놈의 대적자라고 하면······.”

“우리 상상보다 위험한 녀석이라는 거지?”

사장의 말에 경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설유진에게 의견을 물었다.

설유진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어번 두드리다가, 찬성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사장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니랑 비슷한 사람 같아서, 이야기해보고 싶어. 그리고 한번 누나 소리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비슷한 사람이라······.

나는 설유진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비슷한 구석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서는?”

“저는 반대였긴 했는데, 조금 이 남자 사정을 듣고 나니 딱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사장은 정말로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비서의 의견을 듣고 나서, 툭 내뱉었다.

“그럼 찬성으로 할게. 나도 찬성이야. 게임이면 적어도 중간 보스와는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 이사는?”

머릿속에서 설유진과, 미스터 후에 대한 정보를 병렬로 나열해서 대조해봤지만, 역시나 공통점은 없었다.


부족한 없는 가정에 태어나 자기파멸을 원하는 에고이스트.

끔찍한 사건을 겪고, 빈털터리가 되어 모든 것을 부수는 아나키스트.


거기에 대체 어떤 공통점이······.

“이사?”

나는 갑자기 코앞에서 사장이 얼굴을 불쑥 내밀자,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뻔 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이 말했다.

“이사 의견은 어떻냐고, 다섯 번째 묻고 있었어.”

“아, 네. 저는 언제나처럼 찬성입니다.”

내 대답에, 사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한참을 보더니 말했다.

“혹시 피곤하면 좀 쉬어도 괜찮아. 어제도 휴가지만 못 쉬었잖아.”

사장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나를 보는 시선이 걱정에서 힐난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닙니다. 그냥 생각할게 있어서 그랬어요.”

“그럼 됐고.”

짝, 하고 사장은 내게서 몸을 돌리며 박수를 쳤다. 회의의 끝을 알리는 박수 소리였다.

그리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 일을 하러 떠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실, 회의를 진행하면서 나는 내내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그건, 장미가 보낸 쪽지에 대한 것이었다.


열 두자리의 숫자

그리고 secrète 라는 글자.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몰라서 그런게 아니었다.

사실, 나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이게 무슨 뜻인지, 장미가 무슨 의도로 보냈는지 전부 알아차렸다.

열 두자리의 숫자는, 전에 김 철이 내게 설유진에 대한 자료를 전달해줄 때 그 서류보관소의 비밀 번호.

전에 보내준, 김 철의 잘린 손목은 지문 인식을 돌파하는 열쇠.

그리고 secrète. 그건 프랑스어로 비밀이라는 뜻.

그걸 조합해보면, 이걸 내게 준 장미의 의도는 명확했다.


서류보관소에서 직접 자료를 가져가라.

설유진에 대한 자료를.


***


의도는 확실히 파악했다. 하지만 의도와, 동기는 별개의 단어였다.

나는 장미가 내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 이유를 찾지 못해 회의가 끝나고, 훈련하는 내내 속으로 번민했다.

우리에게 설유진에 대한 정보를 넘기는 게 그들에게 있어서 무슨 이득이 되는 거지?

이미 거래는 공식적으로 종결되었고, 설유진은 죽은 걸로 처리되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설유진에 대한 정보를 가져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그 자료에 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로 블루문과, 그들과 거래하는 고객을 협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블루문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블루문을 망하게 하는 것에 배팅을 했거나, 의뢰를 받았다면 그건 장미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블루문의 손을 빌려 플레이어를 압박했던 것처럼, 그녀도 우리의 힘을 빌려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방법일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그런데 관심이 없는 것을 장미는 알고 있다.

우리가 설유진을 데리고 있다고 짐작하는 그녀로서는, 우리가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언제든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말하면 하지 않았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아는 거지.

이야기가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고 빙빙 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핵심에 다다를수 없었다. 그 핵심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외면하고 있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설유진에게는 비밀이 있고, 너희가 설유진을 데리고 있다면 그것을 알아야 한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사격을 끝낸 후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턱을 넘어가 엉망이 된 표적지를 회수했다.

파견이 표적지를 보고는 나를 다그쳤다.

“오늘 영 집중하지 못하네. 사장 말대로 피곤해? 컨디션이 별로야?”

나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좀 생각할게 있어서요. 금방 괜찮아 질겁니다.”

나는 표적지 점수를 노트에 기록한 후, 표적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캐비냇 쪽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파견이 내 앞을 막았다.

“왜요?”

파견은 말없이 그런 나를 빤히 올려다 보다가, 불쑥 물었다.

“오늘 저녁은 한가해? 어제처럼 다른 여자랑 약속 있어?”

“없어요. 없어. 제가 무슨 바람둥이도 아니고 매일 저녁마다 여자랑 밥을 먹겠어요?”

내가 넌더리를 치며 말하자 파견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같이 술이나 한잔 할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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