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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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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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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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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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DUMMY

다짜고짜 카지노로 다같이 놀러 가겠다는 사장의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그러자 사장은 손에서 굴리던 칩을 튕겨서 내게 던지며 말했다.

“그때 귀라도 다친 거야? 카지노 간다고.”

“갑자기 카지노는 왜요?”

“이전에 사업을 확장한다고 말했었지?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야.”

“진짜에요?”

“설마 사장 말을 못 믿는 거야?”

“그런데 왜 집사가 화내요?”

“몰라, 내가 가족 중에 도박으로 망한 사람이 있나보지.”

사장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나는 그런 걸로 비서가 화를 낼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비서와 나눈 대화로 더더욱 더.

사장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사장 성격상 그걸 순순히 말해줄 리가 없겠지.

그래서 나는 캐묻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지금 이 시기에요?”

“지금 적기야.”

사장은 영차, 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려왔다.

그리고 긴 팔다리를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킨 후에,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어디 가시는데요?”

“같이 갈 직원들 모집해야지.”

“그런데 제가 왜 따라갑니까?”

“왜긴, 비서가 없으니 이제 이사가 비서 노릇까지 해야 할 거 아니야?”

“······언제부터 이사가 그런 직급이었어요?”

“오늘부터.”

사장은 하품을 한 뒤, 털래털래 걸어갔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사장의 태도를 보아하니 말해도 전혀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숨만을 내쉬고는 사장의 뒤를 따랐다.


“설 사원. 카지노 갈건데 따라와.”

맨 먼저, 사장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설 사원을 찾아가 다짜고짜 그렇게 말했다.

마치 거부권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사장의 말투가 나를 어이없게 했지만, 그보다 설유진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설유진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말했다.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드디어 일하는 거야?”

사장은 일하는게 아니라 놀러가는 거라고, 정정해준 다음 다른 직원에게 향했다.


“거기 나도 갈수 있는 거야?”

““탈락.””

고개를 갸웃하는 알바를 보고, 나와 설유진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사장은 턱을 잡고 고민하다가 내게 말했다.

“어른스럽게 분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나는 사장의 개소리를 일축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타겟은 그 옆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전산으로 향했다.

전산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것을 멈추고,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저는 그, 그닥 내, 내키지 않는데요······.”

“왜? 가면 재밌다고. 한번도 안 해봤잖아?”

“이, 인터넷에서도 하, 할 수 있잖아요.”

전산은 바로 키보드를 두드려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를 켜서 우리에게 보여주다가, 옆에 있던 알바가 관심을 가지자 화들짝 놀라서 창을 닫아버렸다.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전산을 추궁했다.

“너무 잘 아는데, 혹시 일과 중에 그런거 아는거 아니지?”

“저, 저는 그런 도, 도박같은거 저, 절대 안합니다. 화, 확률적으로 무, 무언가를 얻으려고 돈을 쓰는건 도, 돈낭비에요.”

전산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알바가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전산 오빠, 최근에 뭐 폰게임 뽑기한다고 엄청 돈 쓰지 않았어요?”

그 말에, 나를 포함한 모두는 말 없이 전산을 바라보았다. 전산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거와는 다르다고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뭐가 다른데?”

“이, 이건 뽀, 뽑으면 결국은 가, 가질 수 있다고요.”

“그래봐야 그래픽 쪼가리잖아.”

사장의 일침에, 전산은 고개를 떨구었다. 설유진이 그런 전산을 달래며 말했다.

“그래도 그걸로 심적 만족감을 얻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제 전 동료 중 한 명도 그 모바일게임 뽑기에 빠져 있었거든요. 나오기 되게 기뻐하더라고요.”

“그래? 뽑은데 돈이 얼마나 드는데?”

사장의 말에, 설유진이 턱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전에 이야기 들어보니 한, 수천만원?”

그 말에, 이제는 설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말 없이 전산을 바라보았다. 알바까지 자신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자, 전산은 억울한 표정으로 외쳤다.

“저, 저는 그, 그렇게 까진 안해요!”

사장은 그런 전산을 무시하며, 알바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전산이 폰게임하는 걸 잘 감시하라고 말했다.

“응! 그렇게 할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알바를 보고, 전산은 풀이 죽어서 쪼그라들었다.


그렇게 두 명의 직원에게 거절당한 이후 찾은 다음 직원은 시설 영감이었다.

시설 영감은 내 예상대로 우리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 칼 같이 거절했다.

“나는 그런거 안 한다. 그런거 하다 인생 망치는 놈들 질리게 봤는데 내가 하겠냐?“

그렇게 말하며, 우리에게도 적당히 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사장이 말했다.

“하지 말라곤 안하네?”

“도박만 하러 가는게 아니니까.”

“사실 도박하러 가는거 맞아.”

사장의 말에, 영감은 하던 것을 멈추고 사장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나서,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초조한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남을 귀찮게 하지 마. 나는 섬광탄 개량하느라 바쁘니 귀찮게 하지 말고 썩 꺼져.”


“한 명 승낙, 세명 거절.”

나는 손을 꼽으며 그렇게 말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대로였지.

그리고 남은 결과도 쉬이 예상이 가능했다.

사장은 우리를 이끌고, 사격장 근처에 앉아 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파견과 경비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가속이라는 게 예상대로 단순히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게 맞다면, 이걸 근접 격투에 써먹는 건 오히려 리스크가 커.”

“속도가 결국 에너지에 비례하니까, 작용 반작용 법칙으로 인해 그 충격이 타격하는 우리에게도 가해질 거다. 플레이어처럼 튼튼한 신체면 오히려 우리만 다칠거고.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해.”

가끔 보면 경비가 겉모습과 다르게 상당히 유식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사장은 그 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같이 카지노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한창 서로 떠들던 파견과 경비는 고개를 돌려 사장을 바라보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가서 한바탕 하는 거지?”

“간만에 몸을 좀 풀 수 있겠군.”

파견은 손바닥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씩 웃었고, 경비는 뚜둑하고 섬뜩한 소리를 내며 목을 꺾었다.

그리고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너무 기대 하지마. 이번에는 진짜 얌전히 있다 올 거니까.”

그 말에 눈에 보일정도로 파견과 경비의 기운이 급속도로 처지기 시작했다.

사장이 말했다.

“주인장은 그렇게 생각 안 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밝아지는 둘의 표정을 보며, 나는 사장에게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캐물었다. 사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손님 생각과 주인장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

“그래서 일부러 트집잡아서 사고라도 치시겠다고요?”

“아니, 얌전히 있다 온다니까? 정말로 별일 없이 끝날 거야. 나 못 믿어?”

“못 믿겠는데요.”

갑자기 국내 거물 폭력조직과의 거래를 휙 가져와서 내게 던져준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냐고.

사장은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나를 믿어. 이사가 사장을 믿어줘야 다른 직원도 믿고 나를 따르지. 안그래?”

아주 그냥 실컷 부려먹다가 지가 필요하면 이사지, 이사야.

나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게 이런 막무가내 사장을 따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히 하고 가야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 겁니까?”

“뭐가?”

나는 나를 포함해서, 사장을 제외한 모두를 차례대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장님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는 멤버가 사장님을 제외하면 모두가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저번처럼 습격당하면 어쩌려구요?”

“그때는 블루문이랑 그 장미인가 뭔가하는 녀석 때문에 정보가 새서 그렇고, 이번에는 괜찮아.”

“왜요?”

내 말에, 사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거기랑 정반대 쪽이거든.”

······정반대 쪽?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고민하는 내게, 사장이 덧붙였다.

“그리고 나빼고 너희들은 변장할 건데 뭐.”

“변장 한다고 못 알아볼까요?”

“아마 못 알아 볼걸.”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


나는 차 네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뒷자석에게 말했다.

“도착했으니 내릴 준비해요.”

“우리 고용인 말투가 좀 별로네?”

뒷자석에서 들려온, 간드러지는 사장의 말투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주 그냥 이제는 이사라고 부르지도 않네요?”

“카지노에서는 맡은 역할은 이사가 아니잖아? 집사지.”

나는 참다못해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설유진과 사장, 그리고 파견이 재벌집 아가씨처럼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었다.

물론 그 복장이 안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다들 미모는 어디가서 꿀리지 않으니까.

뭐, 파견은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서, 내게는 좀 어색해 보이긴했지만.

본인이 좋아하니까 됐지.

하지만 문제는 나와 경비다. 나는 목에 붙어있는 우스꽝스러운 나비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저와 경비가 꼭 이렇게 변장할 필요가 있어요?”

나와 경비는 어디 촌스러운 옛날 드라마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집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 정장에 흰 셔츠. 그리고 요새 아무도 안하는 나비넥타이에 포마드를 짙게 발라 뒤로 넘긴 머리까지.

나는 그렇다 쳐도, 경비가 고역이었다. 경비는 화장까지 해야한다는 말에 거의 경기를 일으킬 뻔 했다.

그 영향일까, 경비는 내 옆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사장이 말했다.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은 법이야.”

“어째 지금 상황을 즐기시는거 같은데요.”

내 말에, 사장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부채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어찌 집사가 주인의 심정을 알까? 지금 나 긴장해서 떨리는 거 안보여?”

“거기 입 가리고 있는거 치워봐요.”

그 때, 옆에서 경비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왔다. 아니, 다왔습니다. 아가씨.”

그 후에 빠드득. 하고 옆에서 경비에게서 험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덩달아 마른 세수를 하고 싶었지만 얼굴에 짙게 바른 화장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굳게 먹고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뒷자석의 문을 열어준 뒤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G.S 호텔입니다.”

사장, 설유진, 그리고 파견이 차례로 차에서 내렸다. 경비는 차에서 내려 황급히 뛰쳐나온 주차요원에게 키를 넘기고 나와 같이 직원, 아니 아가씨들을 에스코트했다.

가는 길에 파견이 굽 높은 신발이 어색한지 좀 뒤처지길래, 혹시나 넘어질 때를 대비해서 내가 뒤 쪽에서 섰다.

파견은 그런 내가 신경쓰였는지, 백을 고쳐매는 척하면서 내게 속삭였다.

“미안, 내가 이런 걸 별로 신어보지 않아서.”

“괜찮아요. 저도 이런거 안해봤거든요.”

내 말에 파견은 킥킥 웃었다. 그리고는 슬쩍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잘 어울려?”

“네.”

“안대는 이상하지 않아?”

“멋있는데요. 뭘.”

내 말에 파견은 팔꿈치로 툭, 나를 치고 휙 가버렸다.

······뭐야, 내가 방금 무슨 말 실수라도 했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카지노는 호텔 안에 위치해 있었다. 호텔은 건물 외관부터 화려했다. 너무 화려해서, 이 곳이 정말 현실이 맞는지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마치 두목의 딸을 만났던, 블루문 조직의 빌딩과 비슷한 느낌이군.

접수대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어떻게 알아봤는지 직원들이 황급히 나와 우리를 카지노로 안내해주었다.

카지노 안은 화려한 조명과 다르게, 생각보다 그렇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슬롯과 테이블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가 조용하다고 말할 수는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장바닥 수준으로 시끄러울거라고 예상한 것보다는 훨신 양호했다.

사장을 비롯한 무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거기 있던 미인 딜러가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바카라라고 말하며 뭔가를 잔뜩 설명하는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전처럼 도주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지노의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들이 우리 쪽 테이블로 다가왔으나 경비의 덩치와 눈치를 보고 겁을 먹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쳤다.

그 광경을 보고는 속으로 고소해하던 중에, 눈을 의심케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어붙었다.

때마침 툭, 하고 사장이 뒤에 서있던 나를 건드렸다.

“우리 연 집사, 도박에 관심있어? 한번 해볼래?”

나는 티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양하며,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는지 물었다.

사장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왜?”

“잠깐 화장실 좀······.”

그렇게 속삭이자, 사장은 한숨을 쉬며 갔다오라고 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에, 화장실로 향하는 척 하며 근처에 있는 슬롯머신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벙거지 모자에, 화려한 그래피티가 된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한 여성이 앉아서 슬롯을 당기고 있었다.


그 여성, 비서는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고용인 역할도 잘 어울리네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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