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108
추천수 :
28
글자수 :
311,721

작성
24.08.24 18:05
조회
10
추천
0
글자
12쪽

32화

DUMMY

“······알고 있어요.”

“알고 있었다고?!”

설유진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다는 내 말에, 파견은 당황해서 소리친 다음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일단 걔는 두 번이나 배신했잖아? 가족과, 조직.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배신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머리도 좀 이상하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무모한 짓을 서스럼없이 하는 타입이고.”

그 뒤로도, 파견은 한참이나 설유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클럽갈 때 결국은 못 들어간 것도 일부러 이상하게 코디해준 설유진 탓이다,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한 후에 파견이 덧붙였다.

“하지만 뭐, 더 정보를 안다고 좋아하게 될 것 같지 않아. 그래봤자 현재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더 조심할 수 있잖아요.”

“때로는 경계보다, 신뢰가 더 많은 것을 해낼 때가 있어.”

나는 파견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파견은, 한동안 말없이 잔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더듬다가 말했다.

“내가 전에 일했던 데에서는 별의 별놈들이 다 있었어. 입에 담기도 끔찍한 일을 한 놈도 있었지. 하지만 결국 같이 일하면서 중요한 건 살기 위해서 같이 목숨을 걸 수 있느냐 뿐이었어.”

“그건 다 내가 잘 교육해서 그런 거야.‘

“닥쳐. 지미. 머리털이랑 눈치를 같이 잃어버린 거야?”

파견은 지미에게 쏘아붙인 뒤 말을 이었다.

“말이 좀 두서가 없어지긴 했는데,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건 과거를 신경쓰지 말자가 아니야.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자는 거지. 아 뭔가 잘 말하기 어렵네.”

파견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튼, 넌 걱정하지마. 믿고 따라줘. 의심하는건 내가 할 테니까.”

나는 파견의 말에 피식 웃었다.

“뭡니까, 그게.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요?”

“마음은 조금 편해지지 않았어?” 하고 말하며, 파견은 잔을 들어 내게 내밀었다. 나는 웃으며 그 잔에 잔을 부딪혔다.

“그래서 결국 무슨 이야기였던 거야?”

지미의 말에, 파견이 술을 따르며 말했다.

“별거 아냐. 누가 우리 동료 정보 가지고 장난질하고 있어서 그래.”

“이간질 할려고?”

“그런거겠지. 아니면 뭐, 별것도 아닌 정보를 바가지 씌워서 팔아먹으려고 하는 걸 수도 있고.”

지미는 술이 떨어지자 술을 더 가져오라고 외치는 파견의 얼굴에 술병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너무 그런거 신경쓰지 마. 어차피 같이 일하게 되는 이상,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라도 결국은 전우고, 그렇게 믿고 대우해주면 진짜 전우가 되는 거야. 배신하지 않는 전우.”

지미의 말에 킥, 하고 파견이 웃었다. 그리고 잔을 들며 말했다.

“한 명 배신했으면서.”

“괜찮아. 내가 머리에 총구멍을 내줬으니까.” 하고 지미는 껄껄 웃었다.

······그게 웃을 만한 일인가?


가게를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 더욱 짙어질 무렵이었다.

내가 화장실에 들렸다가 나온 사이에, 이미 먼저 나가있던 파견이 서서 별을 보며 병을 나발 불고 있었다.

나는 그런 파견의 옆에 서서 말했다.

“이렇게 주변이 어두운 곳도 좋은 점이 있네요. 별이 잘 보이니까요. 운치 있지 않아요?”

내 말에 파견은 파하, 하고 병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응? 난 별자리로 시간이랑 방위 보고 있었는데.”

나는 파견의 말에 머쓱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병을 만지작거리며 밤하늘을 보던 파견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 민간군사기업PMC에서 일했었어.”

“······갑자기 그건 왜 말해요?”

내 말에 파견은 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 과거에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면서 내 과거를 숨기는 건 좀 비겁한거 같아서.”

“괜찮아요. 신경 안써요.”

“내가 신경쓰니 닥치고 들어.”

“넵.”

그 뒤로 파견은 자신의 과거를 내게 이야기했다.


편모 가정에서 자란 파견은 어릴적부터 마치 전장에 있는 것처럼 이상한 꿈과 환각을 자주보았고, 그래서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병으로 하나 뿐이 어머니를 잃은 후. 그 현상이 더욱 심해졌고, 덩달아 성격도 매우 난폭해졌다고 했다.

그 와중에 동네 건달들과 싸우면서 난동을 피우다 우연히 PMC의 대표인 지미를 만났고, 파견의 눈빛을 본 지미가 마음에 든다며 그녀의 보호자를 자처해 PMC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PMC에서 활동하다가 함정에 빠져 지미와 파견 둘만 겨우 살아돌아오는 큰 사고를 겪게 되었고, 그 뒤 지미는 은퇴해서 이렇게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그 환각의 영향으로 평온한 삶에 만족하지 못하자, 지미는 그런 자신을 보다못해 사장의 회사로 파견을 보냈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친 뒤, 파견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소감은?”

“지금은 괜찮은 거에요? 그 환각 같은 거요.”

내 물음에, 파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괜찮아. 여기서는 총도 마음껏 쏠 수 있으니까. 더 할 말 없어?”

“······고생이 많으셨겠다?”

“그게 다야?”

“뭐 듣고 싶은 말 있어요?” 하는 내 말에 파견은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 일하면서 사람도 많이 죽였어.”

“그랬겠죠.”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어. 오히려 전장을 즐거워했지.”

“그랬을거 같네요. 파견이면.”

“······싫어지지 않았어?”

점점 작아지는 파견의 목소리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리 있겠어요? 싫어했다면 이미 처음 훈련 때 부터 엄청 싫어했을 거라고요.”

“싫어하는게 아니면, 그럼······.”

그때, 갑자기 뒤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지미가 자판기에 기대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 커플, 밤이 깊었는데 자고 가는게 어때? 내가 위에 침대방 하나 내줄까? 침대는 하나면 되지?”

나는 파견이 들고 있던 병을 지미를 향해 전력으로 던지려고 하자 팔을 붙잡고 말렸다.

“차, 참아요. 참아!”

“저, 저 빌어먹을 자식이!”

“눈치가 없네. 팔 말고 다른데를 잡아야지! 아, 설마 잡을 데가 없나?”

나는 결국 힘에 밀려서 파견을 놓치고 말았고. 파견이 결국 술병을 던지고 말았다.

잽싸게 피한 뒤, 자판기뒤로 사라지는 지미를 보고 파견은 붉어진 얼굴로 한동안 욕설을 토해낸 뒤에.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뭐라고 작게 중얼리던 파견은, 무릎을 털고 일어나 나를 올려다보고 웃었다.

“좋아, 그럼 갈까?”

“······화 풀리신 거 맞죠?”

“안 풀렸어. 저 대머리 내가 언젠가는 죽일거야.”

미소와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으며. 파견은 성큼성큼 밤거리를 앞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마셨는데 전혀 휘청이지 않고 똑바로 걸어가는게 놀랍다.

나는 똑바로 걷기 위해 온 집중을 다하며 파견을 뒤따라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야기했어요?”

“응? 뭐가?”

“요전에 이야기 했을 때는, 제가 이 바닥에 오래 버텼을때나 이야기해준다고 했잖아요.”

내 말에 파견은 그 때를 기억해냈는지 아, 하고 길게 늘여서 소리를 내었다.

“충분히 오래 버텼잖아?”

“얼마 안지난거 같은데요?”

“하지만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리고······.”

“그리고 또 뭐요?”

내 말에 파견은 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말해달라고 채근하자, 파견이 말했다.

“웬지 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미리 말해놓지 않으면 안될거 같더라고.”

“불길하다니요? 저번에 말했던 그 직관?”

“맞아. 그때 플레이어와 직접 마주친 이후로 계속 들더라고. 내가 그 블루문과 엮이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것도 그거 때문이었어.”

그렇게 말하며, 파견은 덧붙였다.

“너무 신경쓰지마. 틀린 적도 있으니까.”

그것보다 사장을 포함해서 다른 직원에게 어떻게 둘러댈지나 신경쓰자며, 파견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서로 어떻게 말을 맞출지 신나게 떠들면서 나와 파견은 회사로 향했고, 당연하겠지만 그 거짓말이 모두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각오를 하고 사장실을 찾아가 모든 일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 자료를 포기하고, 손목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장미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졸린 눈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던 사장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했다.

“그렇게 해.”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든······예?”

“이사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고 말한 뒤에, 사장은 내 쪽을 돌아보며 누으며 덧붙였다.

“겨우 그것 때문에 그렇게 정신이 팔렸던 거야?”

“겨우 그런 거라뇨. 우리 직원에 대한 일인데, 그만큼 중요하다고요.”


“여전하네. 넌.”


사장은, 나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나는 평소의 사장과 다른 온화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러면 앞으로는 아침에 잠이 덜깼을 때 보고해야겠는데?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사장은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너무 그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끙끙대지 말고, 그런거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 해.”

“그래서 이야기 했잖아요.”

“그럼 됐어. 이따 만나러 가서 그 중간보스 건이랑 같이 이야기할거지?”

“예. 직접 얼굴보고 의도를 파악하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그러면 가서, 허튼 짓거리하지 말라고 한마디 쏴주고 와. 이사 그런거 잘하잖아?”

“아니 잘하지는 않는데요.”

사장은 대답대신, 손으로 휘휘 저어, 얼른 나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가서 파견이랑 같이 데이트나 하고 오라고. 이 바람둥이 같으니.”

“······그런 거 아니라고요.”


사장실의 문을 닫고 나오자, 거기에는 파견이 뒷짐을 진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이 뭐래?”

“그냥,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구요.”

내 말에 파견이 이를 드러내 웃었다.

“거봐, 내가 별거 아니랬지?”

“별거 아니라고 하신 적은 없는거 같은데요.”

시끄러워, 하고 내게 말하며 파견은 손에 든 케이스를 들어보였다. 내가 김 철에게 건네주고 돌려받은, 그 아타셰 케이스다.

그 안에는 김철의 손목과, 그 쪽지가 들어있었다.

파견이 말했다.

“그 재수없는 년에게 이딴거 필요없다고 면상에 던져주고 나오자고.”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

파견의 말에 딴죽을 걸면서, 나는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분에 취해서일까,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하나는 파견의 직관이 불길한 일에 대해 잘 맞는다는 사실과,


플레이어가 우리를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


나는 머리와 귀가 멍하게 울리는 기분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가 다쳤는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스팔트를 손으로 짚고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자 도로에 차량이 뒤집혀있고, 사방에 유리조각과 파견이 가득 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었다.


장미와 중간보스 건과 설유진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약속을 잡았지.

그리고 시골에 있는 별장에서 장미와 만나서 가방을 돌려주고,우리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어.

더 이상 이런 짓거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의뢰를 받아들이겠다고.

그리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우리 차를 누군가 덮쳤었어.


그 때였다. 무언가 내쪽으로 날아온 것은.

나는 내 앞에 나동그라진 파견을 보았다. 무언가 박혀있는 파견의 왼쪽 눈은, 내가 보기에 심각할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아, 총 못쏘게 양 쪽 눈을 병신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몸부림쳐서 실패했잖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플레이어가 손을 털면서 으스대고 있었다.

“한꺼번에 덤벼. 쥐새끼 같은 놈들아.”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플레이어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6일 연재 예정인 50화는 9월 17일에 연재됩니다 NEW 3시간 전 0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4일 연재 예정인 49화는 9월 15일에 연재됩니다 24.09.14 2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10일 연재 예정인 46화는 9월 11일에 연재됩니다 24.09.10 3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9월 7일 연재 예정인 44화는 9월 8일에 연재됩니다 24.09.07 3 0 -
공지 [연재 지연 공지] 8월 31일 연재 예정인 38화는 9월 1일에 연재됩니다. 24.08.31 5 0 -
49 49화 24.09.15 4 0 18쪽
48 48화 24.09.13 6 0 12쪽
47 47화 24.09.12 7 0 12쪽
46 46화 24.09.11 8 0 16쪽
45 45화 24.09.09 7 0 16쪽
44 44화 24.09.08 7 0 18쪽
43 43화 24.09.06 7 0 13쪽
42 42화 24.09.05 9 0 15쪽
41 41화 24.09.04 10 0 13쪽
40 40화 24.09.03 8 0 14쪽
39 39화 24.09.02 9 0 14쪽
38 38화 24.09.01 10 0 17쪽
37 37화 24.08.30 10 0 16쪽
36 36화 24.08.29 9 0 14쪽
35 35화 24.08.28 9 0 16쪽
34 34화 24.08.27 10 0 13쪽
33 33화 24.08.26 9 0 17쪽
» 32화 24.08.24 11 0 12쪽
31 31화 24.08.23 10 0 11쪽
30 30화 24.08.22 10 0 12쪽
29 29화 24.08.21 8 0 17쪽
28 28화 24.08.20 7 0 12쪽
27 27화 24.08.19 9 1 12쪽
26 26화 24.08.17 13 1 16쪽
25 25화 24.08.16 1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