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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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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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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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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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황급히 냉장고를 닫고 편의점 가장 안쪽 가판대 뒤로 쪼그려 앉아 몸을 숨겼다.

아니, 이걸 진짜 왔다고?

잠시 뒤 부스럭 하고 유리조각이 밟혀서 박살나는 소리, 그리고 띠링 하고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혹시 모를 숨소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위기상황이었다.

지금 있는 것은 달랑 권총 한정,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먹히지도 않을 상대다. 들켜도 경찰 신분증으로 무마한다는 최후의 선택지가 있긴 했지만, 저 개망나니에게 경찰이란 신분이 먹힐지나 의심스러웠다.

복수는 커녕, 이 자리에서 내 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이 핑핑 돌아가고 있을 때,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그 개판을 쳐놨는데 여긴 그래도 멀쩡하네. 역시 플레이어용 상점이라 그런가?”

곧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병들이 우르르 어디 비닐에 담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 힐포는 없네. 언제 나와, 이거? 아. 바로 생기네, 플레이어가 있어야 리젠되나 보네.”

플레이어는 누군가 대화하는지 몰라도 쉴새없이 중얼거렸다. 설마 통화중인가 싶었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통화중은 아닌 듯 했다.

나를 두들겨 팰때도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거 보면 그냥 버릇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대체 그 미친년은 누가 데러간거야? 조직원을 족쳐도 자기도 모른다고 하고······. 설마 그 녀석들인가? 내게 총질한 새끼들? 걔들은 확실히 그 조직 소속은 아닌거 같았어. 그 덩치 큰 놈은 보스캐릭도 아닌데 존나 셌고.”

삐빅 하고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읽는 소리가 난 뒤, 다시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비닐 봉지안에 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숨을 멈추고 신경을 집중했다. 계속해서 숨을 죽이고 있던 나는, 익숙한 스포츠카의 배기음이 들리자 숨을 크게 내뱉으며 주저 앉았다.

······겨우 살았네.

나는 차 소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몸을 엉거주춤 일으키며 옷을 털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가려다, 뭔가 위화감을 느껴 다시 냉장고를 보았다.


거기에는, 분명 없었던 붉은 병이 두 병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에 남아있는 영수증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플레이어가 힐링포션 세 병, 그리고 재생포션 다섯 병, 그리고 가속포션 한 병을 구입한 내역이 있었다.

나는 그 영수증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돌려 냉장고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억 속 전에 비치되어있던 병의 숫자와, 영수증의 숫자. 그리고 남아있던 병의 숫자와 대조해보았다. 숫자는 일치했다.

나는 남은 힐링포션 두 병과, 나머지를 전부 한 병씩 챙긴 뒤 계산하고 내 영수증을 봉투에 넣어 빠져나왔다.

누가 본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봐 확인 한 뒤에,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주차해둔 차로 너무 어색해보이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운전석에 타고 차 문을 닫자, 몸속 깊은 속에서 안도의 한숨이 올라왔다.

나는 조수석에 병이 든 봉투를 던져두고 휴대폰을 통해 회사용 연락처로 통화를 걸었다.

“아아, 여긴 브라보.”

“이제 그거 안해도 돼. 혹시 재미들렸어?”

나는 사장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이런 일을 재미로 합니까? 안 그래도 플레이어 만나서 큰일 날뻔 했구만.”

스피커 폰으로 해놨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다른 직원의 ‘괜찮아?’ ‘그래서 무사한거야?’ 등등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사장은 기대했던 대로 그런 따듯한 염려와 걱정은 일절 해주지 않았다.

“무사했으면 됐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나도 휴대폰을 스피커로 바꾸고 거치대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차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으며 말했다.

“구했습니다. 거기 있었어요.”

“그 편의점에 있었다고?”

“예. 그리고 붉은 포션 말고 다른 것도 있길래 각각 한병씩 가져왔습니다.”

“다른거는 또 뭐야?”

“카탈로그에는 마나포션이랑, 가속 포션이랑, 재생포션이라고 하던데요. 뭔지 몰라서 일단 다 하나씩 챙겼어요.”

“잘했어. 그리고 또 다른 특이사항은?”

“플레이어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무슨 말?”

“여기가 플레이어용 상점 어쩌구 하더라고요.”

전산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더듬거려서 휴대폰으로는 잘 들리지 않았다.

사장이 말했다.

“알겠어. 일단 돌아와. 할 일이 생겼으니까.”

“뭡니까 또.”

“블루문 쪽에서 연락이 왔어. 잠깐 보자던데.”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군. 아무래도 어제 일이 그 조직 입장에서도 큰 피해긴 했나 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장에게 물었다.

“김 철이 그러던가요? 아니면 두목?”

“아니 웬 여자던데, 파견은 아는 눈치더라. 이사도 알아?”

나는 김 철의 회사에 갔을때 우리를 안내해주던, 그 여직원을 떠올렸다.

평범한 여직원인 척 연기했던, 조직의 인간. 아마 파견이 아는 블루문 쪽 여자라면,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불길함을 느끼며 대충 안다고 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이사 아주 그냥 여복이 터졌네, 터졌어.”

나는 그런거 아니라고 부정하려는 찰나, 그 말을 듣고 사장의 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호, 혹시 괜찮으시면 나중에 식사 같이 하실래요?’


어쩐다. 일이 바빠서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계속 모른척 하고 있을 수도 없고.

사장에게 말할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 성격이 배배꼬인 사장에게 말해봤자, 내게 도청기를 달거나 그 만남을 망치려고 할 뿐이겠지.

그럴 바에는 내가 만나서 사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둘 사이를 화해할 방법을 찾는게 나았다.


“이사?”


나는 사장의 부름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 예.”

"왜 그래?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요새 나를 비롯해서 미인들이 너무 오냐오냐 해주다보니 너무 어깨 올라간거 아니야?"

아니 언제 그쪽이 오냐오냐 해줬어요. 갈구기만 했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기를 미인이라고 칭하는 거 열받네. 진짜.

그런 말을 참을 수 있어야 올바른 사회인이라고 할수 있지. 그리고 나는 비서를 제외하고, 이 직장에서 유일한 프로 사회인이었다.

"더 별말 없으면 통화 끊는다?"

“아, 네. 금방 가겠습니다.”

사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회사로 가는 동안, 나는 사장 언니와의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이럴때는 내가 먼저 날짜와 장소를 제안하는게 맞겠지?

날짜는 되도록 빨리 잡는게 맞겠군. 지금도 바쁜데 나중가면 얼마나 바빠질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 사장도 엄청난 재벌집 딸이니 만큼, 사장 언니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을 만족시킬만한 장소를 찾기 쉽지 않단 말이지.

어디 괜찮은 장소 없으려나?


***


그리고 나는 바로 괜찮은 장소를 발견했다.


첫째, 경치가 좋다.

나는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돌려 햇볕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강변을 내려다 보았다.


둘째, 요리 실력이 괜찮다.

나는 내 테이블에 놓인 디저트를 바라보았다. 빵을 직접 굽고 좋은 버터를 썼는지 고소한 냄새가 자욱했다.


샛째, 분위기가 좋고 센스가 있다.

앤틱한 디자인 속에서, 분위기 있는 재즈 음악이 바깥쪽까지 비치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다만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왜 이런데서 보자고 한거야?”

나는 내 옆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팔짱을 끼고 있는 파견을 보았다.


이 장소가 블루문 조직과 만남을 가지는 장소였다는 거지.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맞은 편에 앉아있는 여성을 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 여성은 내가 파견과 함께 김 철의 회사 갔을 때 안내데스크에 있던 그 여성이 맞았다.

그때는 일반 여사원처럼 뒤로 묶은 단정한 머리에 비즈니스 정장을 하고 있던 여성은, 지금은 긴 생머리에 칼처럼 날카롭게 다린 흰 셔츠, 승마바지와 긴 가죽부츠를 신고 거기에 긴 롱코트 까지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누가봐도 여직원 보다는 마피아의 보스에 가까운 분위기다.

그 여성은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여기 커피와 디저트가 괜찮은데, 드셔보시지 그래요?”

파견은 여성의 말에 이를 드러내 웃었다.

“남이 준비한 음식을 넙죽 받아 먹을 정도로 얼빠지진 않아서. 그래서 왜 이런데서 보자고 한거냐고.”

“말했잖아요. 커피랑 디저트가 괜찮다고요.”

“내가 보기엔 주변에 저격 포인트가 널려있어서 머리에 벌집 구멍나기 딱 좋은 장소 같은데.”

파견의 말에 여성은 피식 웃으며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이 근방 건물이 전부 우리 조직 건데 왜 그런 걱정을 하겠어요?”

“그건 너희 사정이겠지.”

“저희가 당신들을 저격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면, 뭐 혹시 찔리는 거라도 있으신지?”

여성은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들이킨 뒤, 향을 음미하는지 한참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말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한거지?”

“김 철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그에 대한 존칭이 없어진 것을 알았지만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녀가 조직에서 김 철보다 직급이 높으리란 것은, 예상하던 것이었으니까.

“그 습격자와 한바탕 하셨다고요.”

“그래, 했지. 너희 두목이 징징대며 추가로 시킨 일 때문에 말이야. 그런데, 너희 부하들 정말 도움 안되더라.”

여성은 파견의 말에 말없이 다리를 꼰채, 팔짱을 기고 앉아 파견을 바라보았다.

질세라 파견도 팔짱을 끼고 여성을 노려보았다. 그 사이에 낀 나로서는 두 배로 속이 불편해졌다.

여성이 말했다.

“저도 대충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어요. 두목과 당신들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고 갔는지, 그리고······.”

여성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당신들과 김 철 사이에 또 무슨 거래가 오고 갔는지도.”

여성의 입에서 그 거래건이 나온 것은 그건 예상외의 전개였지만, 그 김 철과의 무기 거래가 조직에게 발각되는 것에 대해 전혀 대비책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당신네들이 진짜 원하는 걸 알고 싶어요.”

“우리가 원하는 건 하나야. 너희가 그 자식을 처리해주길 바라는 거지. 그쪽은 차일피일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지만.”

“어제 건은 계산에 안들어가나요?”

“전혀 도움이 안되던데 그걸 정산했다고 볼수 있나? 그게 조직의 실력의 전부면 그냥 우리가 요청할 때 총알받이나 좀 보내주지 그래. 우린 다른 선수를 찾아볼 테니까.”

내 대답에 파견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아마 속으로 엄지라도 치켜세우고 있을 게 분명했다.

여성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제 인원은 우리 쪽에서도 떨거지들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도 이제 그 습격자에게 큰 빚을 지운 이상, 어떻게든 힘을 쓸겁니다. 당하고만 살아서는 이바닥에서 얼굴 못들고 다니니까요.”

여성은 티 스푼을 들어, 빵 접시 한쪽에 담긴 크림을 스푼으로 뜬 다음, 커피에 넣고 휘저었다. 그걸 보고 파견은 윽,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성은 충분히 저은 뒤 티 스푼을 놓고,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제가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진짜 용건은 따로 있습니다.”

“뭐지?”

“당신 내들이 김 철, 그자를 데려다주고 사라진 뒤에, 전부 죽은 줄 알았던 부하 중 한명이 살아서 저희 조직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더니 그 습격자가 남은 조직원들을 두들겨 패고 고문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알려주더군요.”

나는 뭐라고 했는지 물으려다, 순간 머릿속에 오늘 들었던 플레이어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그나저나, 대체 그 미친년은 누가 데러간거야? 조직원을 족쳐도 자기도 모른다고 하고······.’


설마······.


“자기가 납치했던 그 여자가 사라졌다고, 너희가 데리고 가지 않았냐고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여성은 탁자에 턱을 궨채로, 입가에 묻은 크림을 혀로 할짝이며 말했다.

“우리 거래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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