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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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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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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DUMMY

내가 사장과 비서에게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차 뒷자석에 올라타자마자, 날 미행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사장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했지. 언니한테 홀려서 우리 조직에 대해 떠벌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안해?”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아니, 그렇게 생각안해. 그냥 해본 말이야.”

······뭐 이런 미친 사람이 다 있지?

진짜 그 때 내기에서 이겨서 한번 버릇을 고쳐 줬어야 했는데.

나는 속으로 땅을 치고 후회한 후에, 비서에게도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나저나 사장이면 몰라도 비서까지 이러실 줄은 몰랐네요.”

“당연한 거에요.”

“······예?”

멍청하게 되묻는 내게, 운전석 앞의 반사경을 통해 비서의 날카로운 시선이 쏘아졌다.

“오히려 그쪽이 얼마나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어요. 대기업 그룹의 자녀, 특히 딸이 낯선 남자와 같이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그 가문 사람, 특히 저 같은 고용인에게는 얼마나 큰 일인지 아세요?”

“아니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내 말에 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 온화한 그녀 답지 않은 모습에 나는 절로 쭈그러들었다.

“경호원이나 기사를 없이 다니는 사장 언니분 같은 경우가 좀 특별하긴 하지만, 그래도 경호를 아예 안하는 게 아니에요. 경호대상이 눈치 못채는 선에서 몰래 감시하고 있다고요. 지금 고용인 채팅방에서 그쪽에 대해 어떤 말이 나왔는지 볼래요?”

사장이 거치대에 올려놓은 비서의 폰을 빼앗은 다음, 뭔가를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경호원 중 세 명이 이사에 대해 신원 조회 들어갔고, 조회되지 않는다고 하자 의심스럽다고 자기들끼리 경보 2단계니 뭐니 호들갑 떨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지 한 시간 넘게 회의 중이셨군.”

비서는 사장에게 지금 당장 폰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가만 안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다음, 내게 말했다.

“그걸 제가 무마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이야, 동료들이 아는 사람이면 단도리 잘하라고 비서를 엄청 갈궜네. 밥도 사라는데? 이야, 우리 비서 돈 많이 깨지겠어?”

“제가 폰 내놓으라고 했죠?”

나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바람빠진 풍선 같은 몰골이 된 채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만 확실히 말하고 싶습니다.”

“뭔데요?”

“뭔데?”

“저는 사장 언니분에게 흑심이 있다거나, 잘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내 말에, 사장과 비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같은 내용을 동시에 말했다.


“그게 더 최악이네요.”

“그게 더 최악이네.”


나는 먼지가 되고 말았다.


***


자기환멸과 자기혐오로 찌든 채,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야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왜 만났어?”

“······예?”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둘이서 식사 약속을 잡았냐고.”

조수석에서 들려오는 말의 어휘나 어조가 평소의 사장보다 날카로웠다.

나는 그것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지금의 나는 그걸 지적할 자격도 없는 존재였기에 얌전히 대답했다.

사장 언니가 먼저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그러자 예상했던 질문이 되돌아왔다.

“그걸 왜 승낙했어?”

“저번에, 그 때 우리가 블루문 가려고 할때 언니 분이 막아섰던 일 있었잖아요.”

“그랬지.”

“그때 이후 새벽에 러닝때 와서 잠깐 저한테 고민 상담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여동생, 아니 사장님이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때문에 걱정이라고.”

인상은 나쁘긴 했지, 하고 중얼거리는 사장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그때 잠깐 이야기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언니 분이 또 추후에 저희 작전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래서 직접 만나서 잘 이야기하면 그런 일이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언니를 가스라이팅 하려고 했다?”

“그 표현은 좀 그런데요.”

잠시 동안의 숨이 막힐듯한 침묵 후에, 사장이 말했다.

“이유가 그 것만 있는 건 아니겠지. 언니에게서 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언니에게서 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거야. 이사라면 말이지.”

그렇게 말한 뒤 사장이 조수석에서 내쪽을 돌아보며 웃었다. 살짝 어두운 차량 내부 때문에, 얼굴에 진 그림자가 섬뜩하게 보였다.

이, 이 귀신 같은 사람 같으니.

“그래서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 했어? 사실 대로 말하는게 좋을 거야. 언니는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라 내가 물어보면 다 말해주거든. 듣기 싫은 설교도 같이 하긴 하지만.”

도망칠 구석 하나 없이 나를 밀어붙이는 사장의 말에, 나는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

“그, 사장님 겨, 결혼 이야기 나온거 때문에 좀 가문이 시끄러웠다고······.”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에 언제나 여유로웠던 사장의 표정이 잠깐 흔들린 것 같았다.

“······그래?”

“잠깐만요. 그건 무슨 소리에요. 사장님? 저 금시초문인데요.”

“비서는 신경쓸거 없어. 우리 가문 이야기니까.”

“아닌데요. 친구로서 엄청 신경쓰이는데요?”

“운전이나 똑바로 해.”

“제가 똑바로 안한적 있어요?”

“화가 날때마다 난폭하게 하잖아?”

“저기요, 누가 화가 나게 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어요?”

없는데, 하는 사장의 말에 운전이 다시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비서가 내게 물었다.

“그게 무슨 이야기였는데요?”

나는 사장 언니, 정소나가 나한테 이야기 해줄 때도 좀 민감한 이야기라고 말했던 것도 있고 해서 비서의 물음에 대답해주기 좀 껄끄러웠다.

하지만 절대 말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사장의 표정을 보고, 그런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그래서,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부 털어놓았다.

사장의 아버지가 가족 식사때 그녀에게 맞선 이야기를 꺼낸 것, 그리고 그때 사장이 평소와 달리 민감하게 반응해서 식사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까지.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흐응, 하고 비서가 신경쓰이는 콧소리를 내었다.

사장이 말했다.

“별일 아니야. 그냥 그 때 좀 그 날이라서 기분이 별로였어.”

“아니잖아요. 제가 사장님 주기를 아는데. 이사 불편하게 해서 발빼려고 거짓말 하지 마요. 왜 그랬어요?”

나는 비서와 사장 간 오고가는 대화에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방금 전처럼 쭈그러들어서 그런건 아니었다.

대화가 흥미진진 했기 때문이다.

“저기 고용인은 고용인 답게 선을 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친구라니까요.”

비서의 말에 이익, 하고 소리를 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미안해. 이제 됐어?”

“됐어에서 감점. 왜 그랬냐니까요?”

비서의 압박에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사장이었다.

“솔직히, 그때 우리 회사 일 때문에 머리가 좀 복잡해져서 그랬어. 그럴 때 갑자기 내 맞선 이야기 꺼내니까 펑 터져버린 거야. 그리고 아빠는 입밖으로 꺼낸 말은 반드시, 무슨 일을 써서라도 진행시키는 사람이니까 강경하게 끊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역효과만 났지만, 하고 사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말했다.

“사실 저도 그럴거라고 언니 분께 이야기하긴 했어요.”

내 말에 다시 비서는 콧소리를 내었다.

“저도 뭐 예상했던 범위네요. 다만 이유가 그것만은 있는지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사장은 비서의 말을 자르며, 내게 말했다. 나는 갑자기 치고 들어온 사장의 말에, 뭘 말하는지 되물었다. 사장이 말했다.

“언니가 앞으로 계속 보자고 했을 거 아냐. 또 만날 거야?”

“아니, 도청까지 했습니까?”

“안 했어. 대충 그럴거라고 예상한 거지. 진짜 그랬나보네. 그래서 어쩔 거야?”

나는 사장과 비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만나는게 이렇게 좀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좀 죄송스러운데요.”

“그런데?”

나는 나와 헤어지기 전에 정소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고, 그걸 스스로 알아내고 싶다고 말했던 그녀의 말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언제나 내게 먼저 다가왔었다.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할 때에도, 같이 식사를 하고자 할 때에도.

그녀처럼 부족할게 없는, 오히려 족함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어떠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나는 그걸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관계를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 만나겠다고?”

“네.”

“왜?”

“저한테 외롭다고 했으니까요.”

사장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동정하는 거야?”

“공감하는 겁니다.”

“언니가 언제 공감해달라고 했어?”

나는 톡쏘는 것 같은 사장의 말에, 볼을 긁으며 웃었다.

“그건 아니지만, 같이 이야기해보니 알게 되었다? 아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내 말에 사장은 나를 빤히 보다가 앞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비서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상 대놓고 폐를 끼치겠다고 선언한 꼴이 돼서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이사의 말에 실망하거나,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게 아니니까.”

“오히려 그 반대랄까요.”

사장이 팔꿈치로 비서를 치는 것을 막아내며, 비서가 말했다.

“정말, 어떤 의미로 나쁜 남자보다 더 위험하네요.”

“이상하게 뒤틀렸다는 점에서 배로 위험하지. 덕분에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무슨 소리들 하는 겁니까?”

사장과 비서가 동시에 내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입을 맞춰 이야기했다.

당사자 앞에서 욕을 할거면 좀 알아듣게 말하라고. 듣는 사람 기분이 배로 나쁘단 말이다.

그 이후에, 사장과 비서는 더 이상 언니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사가 휴가 간 사이에, 그 블루문 쪽 여자에게서 거래 물건 받아가라고 연락이 왔었어.”

“그래서요?”

“파견이 대신 통화를 대신 받았는데, 없다고 하니 직접 만나진 않고 코인 로커에 물건을 둘 테니 가지고 가라고 했나봐. 뭐냐고 물었는데 그 때 회의때 이야기했던 거 그새 까먹었냐고 멍청하냐고 했다던데.”

사장의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파견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아마 그 타겟에 대한 정보랑, 탄창일겁니다.”

“탄창?”

“그 때, 김 철과 거래했던 거 돌려준 거 있잖아요.”

내 말에 사장이 아, 하고 소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총이랑 손목이랑 같이 준 거?”

그 말을 듣고 으, 하고 비서가 신음했다. 비서는 그 손목을 보진 않았지만 이야기만 들어도 질색했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만 했다.

“그때 우리가 자기 쏠까봐 탄창을 빼고 줬거든요. 나중에 주겠다고 했는데 아마 그거지 않을까요?”

그래서 거래일자가 언제냐고 묻자, 사장은 이미 파견이 챙겨서 회사로 가지고 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럼 안에 든게 뭔지 왜 물어봤어요? 그냥 열어보면 되잖습니까?”

“나도 그럴려고 했는데, 통화하면서 파견이 좀 이상한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

“이상한 말이요?”

그 안의 물건을 나만 보라고, 그런 식으로 말했다고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안 열어봤지.”

“의외네요. 사장이라면 그런 거 신경 안쓰고 그냥 열어버릴 줄 알았는데.”

사장은 내 말에 나를 돌아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던 거야?”

“솔직히 말하면 더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없지 않아. 그 가방 안에 폭탄이라도 들었으면 어떻게 해?”

······그럼 그렇지.


***


사장과 비서와 같이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파견과 설유진이었다.

파견은 나를 보자, 슬쩍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역시 그랬구나. 그러면 어쩔수 없지.”

왠지 모를 죄의식에 멈칫 하는 사이, 설유진은 내게 내게 슥 다가와서 속삭였다.

“그래서 사장에 대한 정보는 알아냈어?”

나는 그 말에 옆에 있던 사장을 노려 보았다. 사장은 나를 보더니 하품을 하며 말했다.

“나는 그냥 네가 휴가 쓴다길래 이 두 사람 중 한 명과 만나는 줄 알고, 두 사람에게 각각 네가 그날 휴가인거 아냐고 메시지 보내봤을 뿐이야.”

“아니 그걸 왜 보내냐고요!”

“그냥, 누구랑 가는지 궁금해서 떠본 거지.”

······그래, 이제야 이해했다.

이틀전 내가 휴가를 쓴다고 했을 때, 둘 다 나한테 와서 모레에 시간있냐며 그날 약속을 잡자고 했는지 그 이유 말이다.

나는 그 순간 문득 뭔가를 깨닫고 말했다.

“잠깐만요. 그건 그렇다치고, 제가 오늘 누구랑 만났는지를 어떻게 압니까?”

“둘 다 아니라고 하니 다들 네가 왜 휴가인지 궁금해하더라고. 그래서 알아낸 다음 알려줬지.”

“어디까지요?”

내 말에 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나는 사장으로서 직원을 속이는 행위를 할 수 없어.”

“저는 엄청나게 속았던거 같은데요.”

“착각이야 착각.”

사장은 그렇게 성큼성큼 사장실로 가버렸고, 비서는 나를 슬쩍 돌아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쩌지.

나는 자신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남자가 된게 아닐까, 하고 순간 행복한 기분에 빠졌던 자신을 후회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희희낙락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 때, 뭔가 내 발목을 세 개 때렸다. 윽 하고 신음을 내며 돌아보니, 피견이 나를 뚱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컷 놀았으면 이제 일해야지. 일.”

“아니, 논 건 아닌데요.”

파견은 시끄럽다고 하며, 엄지로 뒤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이상한 기계 옆에 시설과 전산이 서서 뭔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 물건이나 확인하자고.”

“물건이요?”

“사장한테 못 들었어? 그 망할년이 준 가방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지. 너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 그렇지. 참.

나는 내게 코트를 달라고 하는 설유진에게 코트를 벗어준 다음, 먼저 앞서가는 파견을 황급히 뒤쫓았다.

시설 영감은 내가 다가오자, 내게 힐끗 시선을 주며 말했다.

“똑똑하니 알아서 잘하겠지만, 재벌집 딸은 건드리는 거 아니다.”

······이야기가 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부정하다, 파견에게 한번 더 발목을 채였다. 나는 발목을 부여잡으며 컴퓨터에 연결된, 복합기 크기의 장비를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시설 영감은 피곤한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니들이 가방 안에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하도 난리를 쳐서, 내가 대충 급하게 만들었다. 공항에 있는 그 엑스선 투시 장비 같은거라고 보면 돼.”

“소, 소프트웨어 쪽은, 제, 제가 다, 담당했어요.”

눈에 기미가 가득한 채 으스대는 전산을, 시설 영감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장비와 연결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뭐일 것 같냐?”

“탄창이잖아.”

파견이 화면 속, 가방안에 보이는 음영을 바라보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대로, 그건 탄창이었다.

“그리고 이건?” 하고 시설 영감은 다른 쪽을 가리켰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대로 소감을 말했다.

“USB군요.”

“그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냐?”

“무슨 의미입니까?”

내 물음에, 시설 영감은 소리쳤다.

“안에 폭탄 같은거 없다고 이 망할 놈들아! 이런 것 때문에 그만 이 늙은이 괴롭히고 썩 가져가!”


***


깊은 밤, 나는 홀로 탁자에 기대고 서서 탁자 위에 올려둔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다른 직원들은 개인 정비 및 각자 휴식 중이었다.

내게 가방 안에 내용과 자료를 확인한 후, 정리해서 내일 아침 보고하라는 업무를 떠맡긴 채로.

······아무리 봐도 이사가 아니라 대리 아니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딸깍 하는 소리와 함게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사전에 확인한 것처럼, 탄창과 USB가 들어 있었다.

나는 먼저 탄창 안의 탄약에 몇 발이 제대로 장전되어 있는지부터, 총알 하나하나에 새겨진 글자까지 전부 확인했다. 혹시나 바꿔치기 해서 무슨 수작을 벌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 확인을 마친 후, 탁자 위에 일렬로 들어놓은 탄을 다시 탄창에 탄입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USB였다.

아마 이 안에 그 타겟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겠지.

나는 몰려오는 피로를 미간을 마사지해서 쫓아낸 다음,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노트북을 가져 왔다. 노트북을 부팅시킨 후 케이스에서 USB를 꺼냈을 때,

그 밑에 작은 종이가 하나 깔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지?


그건 USB의 몸체만큼 작은 종이였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 종이를 꺼냈다. 손톱만한 너비의 작은 종이 였는데, 돌돌 말린 후 눌려서 접혀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꺼내 천천히 펼쳤다.


거기에는 열 두자리의 숫자와 함께, secrète 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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