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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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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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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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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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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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자신이 미끼가 되겠다는 설유진의 말에, 나는 솔직히 올 것이 왔다는 심정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구하는 목적이 플레이어를 유인할 미끼를 확보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막상 때가 되자 조금 사정이 달랐다.

그래서 나는 반사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만류했다.

“지금은 너무 위험할거 같은데요. 플레이어가 언제 우리를 쫓아 습격할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리고 만약 블루문에게 발각이 되면 겨우 안정화된 관계가 흐트러질수도 있고요.”

내 말에 사장이 대답했다.

“위험하지 않아. 미끼를 던짐으로서, 적을 유인하면 오히려 더 안전해져. 적의 행동을 예측할수 있게 되거든. 그리고 조직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나는 사장의 마지막 말에 귀를 의심했다.

“······알고 있다니 그건 무슨 소립니까?”

“내가 장미에게 연락해서 구해 달라고 했어.” 하고, 내 물음에 설유진이 대신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감사 인사를 하는 대신, 대체 왜 그랬냐고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설유진이 답했다.

“그 여자는 탐욕적이야. 마음에 드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아마 이사에게도 눈독을 들였을 거야.”

설유진의 말에, 회의실에 대부분의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반응에 의아해하며, 설유진에게 반문했다.

“그건 저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아 직접 연락한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냉정해. 만약 자신이 얻을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포기해. 그리고 다른 누구도 얻을수 없도록 없애버리지.”

“······그래서요?”

“사정을 들었어. 그래서 내 정보를 빌미로 이사를 계속 떠봤다며? 그리고 그걸 거절했고. 그럼 장미 입장에서 이사를 더이상 살려둘 가치가 없지 않을까?”

“그럼 그 망할 년이 일부러 정보를 흘렸단 소리야?”

파견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유진이 말했다.

“아니면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했을 수도 있지.”

그제서야 나는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미에게 직접 연락했다는 거군요. 자신이라는 약점을 쥐어주면, 그녀 입장에서 저를 맘대로 할수 있으니 가치가 생기니까.”

“이사를 구할 이유가 생기는 거지.”

빠드득, 하고 파견이 이를 가는 소리가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파견이 말했다.

“우릴 구해준 것에 대해서는 고마워. 구하러 온 년이 좀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나와 이사는 이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하고 파견은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망할 년에게 우리를 쥐고 흔들만한 약점을 쥐어준 것은 사실이잖아? 그것에 대한 대책은 생각하고 벌인 일이겠지? 대책없이 우리를 구하겠다고 벌인 일이면, 나는 저번에 미리 경고했던 것처럼 너를 용서할 수 없을 지도 몰라.”

“그럴 걱정은 안해도 돼.”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사장이었다.

“장미에게 연락한 것은 설 사원의 독단이 아니라 내가 허가한 거거든.”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거야?”

파견의 말에, 사장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점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니게 될테니까.”

“그건 대체 무슨 소립니까?”

참다 못해 내가 질문하자, 사장이 답했다.

“약점은 그걸 숨기니 약점이 되는 거야. 그걸 공개하는 순간 약점이 아니게 되지.”

나는 사장의 말에 담긴 속 뜻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경악하며 외쳤다.

“플레이어에게도 설 양의 존재를 알릴 거라고요?”

“응, 당연히 그래야지. 미끼가 어디있는지 알아야, 사냥감이 군침을 흘리고 달려들지 않겠어?”

“준비는 됐어요?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알릴 셈인데요?”

내 말에, 전산이 손을 들었다.

“그. 프, 플레이어의 시, 신상 정보를 아, 알아냈습니다.”

“우리 이사가 여직원과 노닥거리는 사이에 나와 전산이 열심히 일해서 플레이어의 신상정보를 알아왔지. 거기에는 플레이어의 연락처도 있고.”

여기서 노닥거리지 않았다고 변명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대신 다른 것을 질문했다.

“직접 연락해서 여자는 우리가 데리고 있다고 말하게요? 납치범처럼?”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지. 그 전에 함정도 파고, 여기저기 홍보도 하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

“홍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아무튼 그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신경쓰지 말고 얌전히 회복에 전념하셔.”

그렇게 말하며, 사장은 자신의 옆에 서있는 설유진을 어깨동무 한 후,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덧붙였다.


“사업을 확장하는 건 본디 사장의 일이잖아?”


***


에상보다 일찍 회의를 끝내고 사장은 설유진과 함께 사장실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걱정이 산더미 같았지만, 회복에 전념하라는 말 이외에 별다른 명령이나 지시가 없었기에, 경비와 파견의 재활을 도우며 훈련에 매진했다.

훈련을 마치고 씻고 나오는데, 비서가 벽에 기대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기운 없어보이는 비서의 표정에, 내가 놀라서 물었다.

비서는 내게 잠시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당연히 된다고 답하자, 비서가 말했다.

“차에 기름 좀 넣어야되는데 같이 가줄 수 있어요? 시간이 늦어서 혼자 가기 좀 그래서요.”

“전 괜찮습니다. 사장님은요?”

내 물음에 비서의 표정이 기분 탓인지 더 어두워진 느낌을 받았다.

“잠깐 잠들었어요. 그럼 가있을 테니 그······ 옷 입으시고 차 있는 쪽으로 오세요.”

나는 그제야 내가 상반신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안 그랬는데 아무래도 근육이 생기고 나서 자신감이 붙었는지 자꾸 벗게 되네.

나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케비넷에서 트레이닝 복으로 얼른 갈아입고, 다른 직원들에게 용건을 이야기한 뒤에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타고 차문을 닫자, 비서는 차를 몰고 출구로 향했다.

내가 이상한 점을 깨달은 것은, 차가 지하 통로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근데 주유 경고등이 안뜨는거 같은데요.”

“맞아요. 사실 핑계였어요.”

“······예?”

“그냥, 이사와 단 둘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요.”

······뭔가 최근에 갑자기 착각할 만한 전개가 자꾸 일어나는 거 같은데.

하지만 비서의 표정과 분위기를 보니 그런 핑크빛 전개는 아닌 듯 했다.

비서가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이사는 똑똑하시니 제가 왜 이러는지 알죠?”

“사장 때문이군요.”

“맞아요.” 하고 말하며, 비서는 내게 내가 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갑자기 느닷없이 회사를 만들어 위험해보이는 사람들을 뽑은 것부터, 총기를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폭력조직과 만났을때까지.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그 이후에 둘이서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뭐, 싸운다고 해도 제가 일방적으로 화만 냈지만요.”

비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생 많으셨겠군요.”

“친구를 잘못 사귄 탓이죠. 그래도 이사가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나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 머리를 긁적였다. 비서는 그런 나를 곁눈질로 보고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잠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끝난 이후, 비서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근 사장을 보면 너무 걱정되요.”

비서의 말에, 나도 걱정했던 사실을 질문했다. 사장이 직접 움직여도 정말 괜찮은 거냐고.

비서가 말했다.

“당연히 고용인 입장에서는 안괜찮죠. 친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당장이라도 뜯어말리고 싶지만······.”

막상 그럴 수도 없다고, 비서가 말했다.

“최근에도 한번 말다툼을 하던 중에 말하더라고요. 다른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하는지 아는데 자기만 안전하게 뒤에서 있을 수는 없다고. 정말 맞는 말이더라고요.”

아니, 사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면 절대 믿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자기가 직접 움직이겠다고 하는 것도, 말리지 않고 도와 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비서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잠깐 내려서 밤 공기 좀 쐘까요?”


***


한적한 가로수 길이었다. 야경이 비치는 밤의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데, 비서가 뭔가를 차에서 가지고 왔다.

병으로 된 커피였다.

“카페인 괜찮아요?”

“아 괜찮습니다. 최근에 영 안마시긴 했는데, 전 직장에서는 달고 살았거든요.”

“미안해요. 차 안에 커피 말고 마땅히 다른게 없어요. 걔가 단 커피를 아주 달고 살거든요.”

비서는 커피를 따서 내게 건내주었다. 그렇게 차 옆에 나란히 서서 비서와 나는 커피를 마셨다.

비서는 병을 만지작 거리다. 입을 열었다.

“최근에 좀 이상해요.”

“사장 말입니까?”

“예, 돌이켜보면 그때 이후인거 같아요. 그 아버지로부터 결혼 이야기를 들었을 때요.”

그때 이야기가 갑자기 나와서, 나는 마시던 커피를 도로 뱉을 뻔했다. 가까스로 삼킨후, 나는 잠긴 목소리로 그렇냐고 말했다.

“그리고 어제 이사가 위험에 처한 이후에 더 심해진 거 같고요.”

“어떻게 이상한가요?”

“이전에는 대책없이 마구잡이로 일을 벌여도, 태도 만큼은 여유로웠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요?”

“네, 직원들 앞에서는 평소대로인 척하죠. 하지만 저와 단둘이 있을 때는 달라요. 마치 얼마 못 살 사람처럼, 초조해하고 안절부절 못해요. 그러다 일을 크게 그르칠까 걱정이에요.”

오늘 내가 몰랐던 사장의 면을 많이 알게 되는 군.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비서가 자기가 이런 말하는 건 비밀이라며, 검지를 입에 대고 웃었다.

나는 다 마신 병을 쓰레기 통에 던지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말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도 사장에 대해 신경 많이 쓰겠습니댜.”

“네, 이사가 신경 좀 써주세요. 그 말을 하려고 이렇게 나온거니까.”

비서는 짓궂게 웃으며, 툭하고 나를 팔꿈치로 쳤다. 그리고 다 마신 병을 나를 따라 쓰레기통에 던졌다.

비서는 정확히 들어간 것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나는 그런 비서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비서가 그런 나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뭐가 웃겨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늘 여러모로 의외의 면을 많이 보게 돼서요.”

“다시 말하지만, 비밀 꼭 지켜주셔야 돼요. 그 기집애, 한번 삐지면 얼마나 독한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번 삐진 모습 한번 보고 싶은데요?”

나는 비서의 말에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바람아닌 바람은, 마치 원숭이 손에 빈 소원처럼 이루어지게 되었다.


“됐어. 나한테 묻지 말고 맘대로 해.”

나는 이른 아침부터 사장실 침대에, 애벌래처럼 이불을 둘둘 말아 누운채로 툴툴대는 사장과 마주했다.

“왜 저러는 겁니까?”

나는 얼굴에 손을 짚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비서에게 속삭였다.

비서는 잠깐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두 분 사이에 잠깐 의견 충돌이 있었거든요.”

“의견 충돌 아니야. 난 하라고 했다고.”

이불 더미에서 심술가득한 말이 날아왔다. 나는 원인제공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작 그 원인제공자, 설유진은 태연하게 화장대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출하겠다고 했어.”

설유진은 입술에 틴트를 바르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여러 번 소리내서 빤 다음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사장이 이불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것만 요구한 거 아니잖아?”

“아, 이사도 빌려달라고 한거?”

설유진의 말에 사장은 다시 말없이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이불 안에서 말해서, 먹먹하게 울리는 소리로 외쳤다.

“다시 말하지만 난 허가 했어!”

“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내 말에, 사장은 침묵했다. 그리고 비서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사람은 하나 뿐인 것 같군.

나는 외출준비를 하는 설유진에게 어딜 가는지 물었다. 물론 그 물음에는 단순한 질문의 뜻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큰일을 앞둔, 이 민감한 시기에 어딜 가냐는 질책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질책을, 설유진은 단 한 마디로 뭉개버렸다.


“아버지의 산소에 갈 거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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