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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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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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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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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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DUMMY

“형씨, 몸은 어때? 괜찮아보이진 않는데.”

바닥에 자빠져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성필이 이죽대었다. 안간힘을 써서 일어서려고 하는 나를 성필이 만류했다.

“거기 계속 누워있어. 우리 대장이 금방 끝내버릴 테니까.”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여기, 왜 있습니까?”

“왜있긴, 우리 바로 앞 동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여긴 우리 구역인데, 그렇게 난리치는 놈들을 내버려둘수 없잖아.”

성필의 말에, 주변의 건달들이 낄낄대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두통이 밀려왔다.

나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그에게 그들의 대장인 중간보스, 미스터 후가 왜 여기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성필이 태연히 말했다.

“대장이 무슨 일 생기면 자기 부르라고 했으니까 불렀지.”

“뭐라고요?”

“너 설마, 대장이 순순히 너희 말을 들을거라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어제 밤에는 분명히 알겠다고······.”

“그리고, 그 긴머리를 한 머리이상한 여자 말이야. 무슨 우리 대장이 사람이 죽길 원하는 사이코패스나 정신병자 같은걸로 생각하나 본데,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 우리 같은 떨거지를 왜 데리고 있겠냐? 우리 대장은 그냥 자기 마음에 안드는 걸 들때까지 두들겨 패는 것 뿐이야.”

말투가 좀 이상해서 그렇지 하고 덧붙이며, 성필은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은 뒤 미스터 후에게 말했다.

“야, 어떻게 할까? 우리도 좀 도와줄까?”

“나가.”

미스터 후의 한마디에, 성필을 포함한 건달들이 모두 얼어 붙었다.

플레이어는 뒤를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왜, 하고 싶어하는데 한번에 다 덤비라고 해. 한번에 다 조져줄 테니까.”

“방해된다.”

“야, 말을 왜 그렇게······.”


“너희 대장이 꺼지라고 한 말 못 들었어?”

그 때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파견과 경비가 나타났다. 파견과 경비는 플레이어의 뒤에 섰다.

파견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당장, 거기 우리 직원 데리고 꺼져.”

파견의 기세에 짓눌려, 건달들이 나를 부축해 데리고 나가려는데, 플레이어가 말했다.

“워워, 그건 안되겠는데. 내가 다잡은 사냥감을 그렇게 멋대로 가져가면 쓰나.”

“사냥감은 너야. 병신아.”

파견의 말에 플레이어는 뒤를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이런 중간 보스 데리고 와서 다굴 친다고. 나를 이길 수 있을거 같아?”

플레이어의 말에, 중간보스? 하고 성필이 중얼거렸다. 경비가 손을 뚜둑거리며 말했다.

“겁을 먹었나. 주둥이가 길군.”

“주둥이가 긴게 아니라, 멍청한 너희들을 보니, 말을 참을 수가 있어지. 방금 전 까지 꽁지빠지게 도망치던 주제에 이제와서 다잡은 척 으스대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플레이어는 파견을 바라보며, 검지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눈은 뇌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던데, 내가 한쪽 눈을 병신으로 만들어줘서 그런가 머리도 병신이 됐네?”

파견은 플레이어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쉰 다음,

“그럼 넌 두 눈이 멀쩡한데도 그렇게 멀쩡하면 얼마나 지능이 낮은 거야?” 하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플레이어는 배를 잡고 웃었다.

하얀 분진이 남아있는, 폐허 속. 숨막히는 대치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점점 잦아드는 그 웃음소리 속에서, 나는 신호를 느꼈다.


곧, 전투가 시작 될거라는 신호를.


파견을 보고 웃던 플레이어가 갑자기 뒤를 돌아 중간 보스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 나는 외쳤다.

“나가!”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


나는 건달들의 부축을 받아, C동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 내려오자마자 건달들에게 괜찮다고 한 뒤, 말라죽은 꽃와 잡초만 가득한 화단에 걸터 앉았다.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고통과 열로 가득한 몸을 다스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성필에게 말했다.

“도망쳐요.”

“······뭐? 우리가 왜?”

“저 남자는 보통이 아니에요.”

내 말에 성필은 코웃음을 쳤다.

“우리 대장도 보통 아니야. 직접 봤잖아?”

나는 턱을 내밀어 A동과 B동이 있는 동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 앞에 가봐요. 연장을 든 조폭들이 적게 잡아도 쉰명 이상 죽거나 반병신이 되어 있을 테니까.”

내 말에, 여유가 가득했던 성필과 건달들의 표정에 긴장이 감돌았다.

성필은 다른 건달 한명을 시켜서 가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성필은 초조하게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내게 쪼그려 앉아 말했다.

“그걸 저 남자 혼자서 했다고?”

나는 너덜너덜해진 정장 소매를 뜯어 거의 괴사하기 직전인 내 팔목을 보여 주었다.

“이게 저 남자 발차기를 두 손으로 막아서 이렇게 된 겁니다. 안 막았으면 머리를 맞고 즉사했을 걸요.”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니 어서 가세요. 보통 사람이 저 남자와 싸우면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때마침 상황을 보고 온 건달이 파랗게 된 얼굴로 더듬거리며 참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필은 말없이 담배를 태우다, 내게 말했다.

“그럼 댁은 어쩌게?”

나는 말 없이 엄지로 내 뒤에 있는 C동 건물을 가리켰다. 성필이 말했다.

“보통 사람은 상대가 안된다며? 당신도 위험한 거 아니야?”

성필의 말은 옳았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방금 전에도 나는 죽을 뻔했으니까.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보통 사람인 시절, 플레이어에게 죽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을때의 기억을.

그건 끔찍한 기억이지만,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나는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그리고 그 병에 든 빨간 액체를 들이킨 후, 뒤로 던져버리며 말했다.

“전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


2층으로 향하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복도에 쓰러져있는 경비였다.

경비는 올라온 나를 힐끗 바라보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마셨나?”

“네, 이제 한병 남았어요.”

“효과는?”

나는 대답 대신, 품에서 나이프를 빼 들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공간은, 이미 피비린내가 자욱한 콜로세움이 되어 있었다.


나는 때마침 파견에게 뛰어드는 플레이어에게 몸을 날리며 돌려차기를 먹였다.

발에 사람보다는 돌을 걷어찬 감각이 느껴졌지만, 애초에 내 목적은 유효한 데미지를 입히는게 아니었다.

방해하는 거지.

나는 걷어차지 않고, 밀어내는 느낌으로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파견에게 달려들었던 플레이어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나가떨어져 나뒹굴었다.

플레이어는 바로 낙법하며 일어선 후, 나를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 회사원 새끼가······.”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미스터 후의 체중이 실린 태클이 플레이어에게 작렬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튕겨나가 벽에 처박혔고, 미스터 후는 그런 플레이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플레이어는 바로 벽에서 튀어나와 미스터 후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날렸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그 주먹은 미스터 후에게 명중했다. 그리고 그는 피하지 않고 대신 달려드는 플레이어의 명치에 무릎을 찍어올렸다.

일반 사람이라면 바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을 서로 주고 받은 뒤에도,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세를 잡고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플레이어는 미스터 후의 배를 노리고 왼손으로 바디블로우를, 미스터 후는, 동시에 플레이어의 얼굴에 같은 손으로 라이트 훅을 갈겼다.

플레이어는 순간 휘청였지만,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앞차기로 미스터 후를 밀어냈다. 아니, 정확히는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미스터 후는 그 힘을 그대로 몸으로 흡수하며, 발을 잡고 그를 밖으로 던져버렸다.

나와 파견은 몸을 굴려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플레이어를 피했고, 이후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어가 복도로 나가떨어졌다.

파견은 굴러다니는 소화기를 들고 복도로 향했다. 복도에 있을 경비를 지원할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건물에 남아, 서있는 미스터 후를 관찰했다. 그가 얼마나 데미지를 입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외관은 엉망진창이었다. 대리석 조각상과 같은 그의 폭력적인 몸에는 플레이어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낸 탓인지, 끔찍한 상처가 가득했다.

하지만 반대로 표정은 담담했다.

나는 미스터 후에게 코피가 흐른다고 제스쳐로 알려주었고, 그러자 그는 손으로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 털었다.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끼어들지 마라.”

“괜찮아보여서 묻는 겁니다.”

“조절하기 힘드니까.”

내 말을 무시하며, 미스터 후는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그 걸음은 무섭게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나는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복도에 나서자, 파견과 경비가 사이에 서있는 미스터 후를,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 플레이어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짜 이 새끼들은 나를 못 떨어뜨려 안달이야?”

그리고 미스터 후는 마치 계단을 내려가듯, 가벼운 걸음으로 2층 난간 아래로 뛰어내렸다.

곧이어 쾅, 하고 마치 대포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부서진 난간 아래로 고개를 내밀자, 마치 싱크홀처럼 무너져내린 보도블럭과, 그 옆에 서로 대치하고 서있는 플레이어와 미스터 후가 있었다.

“2차전이 시작됐군.”

내 옆에서 같이 내려다본 경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신호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둘이 치고 박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전의 미스터 후의 상태를 떠올리며 말했다.

“가세해야 해요.”

따라서 뛰어내리려는 나를 파견이 가로 막았다. 내가 말했다.

“도와야해요.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포션의 효과가 예상보다 너무 강력해요.”

나는 파견에게 팔을 들어 보여주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괴사할 것 같은 색이었던 팔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멀쩡했다.

“아무리 중간 보스가 힘을 빼놔도, 이 정도면 포션 하나면 전부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겨우 두 병 썼어요. 최악의 경우 만약 일곱병이 더있다고 하면, 보스도 우리도 버티지 못 할거라구요!”

내 외침에 파견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안 돕자고 한 게 아니야.”

“그럼 뭡니까?”

“보다 전술적으로 옳은 방법이 있다는거지.” 하고 파견은 씩 웃었다.


***


나를 포함하여 파견과 경비가 전투에 가세하기 위해 1층에 내려오자, 둘은 공방을 멈추고 거리를 벌렸다,

기둥에 내던져졌던 플레이어가, 머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진짜 찔끔찔끔 번갈아가면서 귀찮게 구네. 너희들.”

미스터 후가 퉤, 하고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파견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이프를 들어 미스터 후를 가리켰다.

“안 도와주면 못 이기잖아.”

“방해된다.”

“그건 아는데 밀리니까······.”

“그리고 너희도 약하다.”

미스터 후의 말에, 파견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쓰며 돌아섰다.

“그래, 아주 둘이서 멋대로 하셔. 우리는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뭐야, 무슨 영화 찍어? 이기고 한 층씩 올라오라는 거야? 뭐야?”

파견은 플레이어의 기가 찬듯한 말을 무시하고, 우리를 데리고 3층으로 향했다.

계획대로라면, 그곳이 원래 우리의 격전지였을 장소였다. 그렇기에 거기에는 나이프, 권총, 탄약. 그리고 여분의 포션까지. 수많은 장비와 물자가 가득했다.

파견은 경비와 같이 시설이 개발한 보조장비를 팔에 찼다. 그리고 나이프를 들며, 씩 웃었다.

“원래 기습은 전혀 생각지 못할 때 하는게 효과적이지. 안 그래?”


우리의 2차전,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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