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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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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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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그만둔다고 사라졌던, 비서를 여기 카지노에서 보게 될줄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혹시 다른 직원들에게 들킬까봐 조심하며 비서에게 물었다.

“어쩐 일로 이런 곳에 계세요?”

내 말에 비서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사는 똑똑하니 한번 맞춰봐요.”

“혹시 도박 좋아하세요?”

내 말에 비서는 슬롯머신의 버튼을 누르려다, 비틀거렸다. 그리고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사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거 같으니까.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댜.”

“알면 됐네요.”

비서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슬롯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서는 그 기계를 바라보며, 한탄하듯이 중얼거렸다.

“진짜 친구 하나 잘못 사귀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나는 조심스럽게, 내 속에 가시처럼 박혀서 나를 신경쓰이게 했던 것을 질문했다.

“두 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장이, 아니 그 멍청한 친구가 가문에서 절연 당했어요.”

“······예?”

“아니, 정확히는 절연당한게 아니라, 절연한거죠. 자기가 아주 호적에서 파달라고 시위를 했으니까. 진짜 요새 막나갈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비서의 말에 당황했다.

아니, 절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하긴 지금까지 벌인 짓을 보면, 그런 짓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긴 했어요. 국내 대기업 그룹의 막내딸이, 폭력조직과 엮여서 오만 사건을 다 일으키고 다녔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내 말에 비서는 돌아가는 슬롯을 보던 것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사장이 직접 그룹 총수인 아버지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나는 더 이상 당신의 말을 듣지 않고, 통제도 받지 않을 테니 신경꺼라.


나는 그 말에 당황해서 물었다.

“그, 그랬더니 회장, 아니 사장 아버지가 뭐라고 했습니까?”

“몰라요. 이야기 들어보니 그 말만 띡 하고 그냥 집을 뛰쳐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절연했다고요?”

“지금 하루종일 회사에 처박혀있죠? 그거 가문에서 오는 전화 다 씹고 잠수중이라 그래요. 저 말고는 이 회사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러니 결국 아버지 쪽에서 포기한거죠.”

그걸로 끝이라고, 비서는 남의 일처럼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 담담함 속에서, 역설적이지만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비서가 말했다.

“그 날, 저 기집애랑 싸운 것도 그거 때문이에요. 왜 그런 짓을 나한테 일절 말도 없이 저질렀냐고 했죠. 그랬더니 걔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 글쎄, 언제는 말하고 했냐고 하더라고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비서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거칠게 내 멱살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그러니 제가 화가 나겠어요? 안나겠어요?”

“나, 나시겠죠?”

“이사는 어때요?”

“뭘요?”

비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걔 편이에요. 제편이에요?”

나는 비서의 조심스럽게 답했다.

“어차피, 비서도 여전히 사장 편이신거 아닙니까? 그러니 걱정되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이럴때만 똑똑해지네.”

비서는 그렇게 툴툴거린 뒤에, 내 멱살을 놓고 다시 슬롯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서 돌아가봐요. 저는 저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테니까요.”

“감사합니다.”

“그 망할 년이 이사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비서의 진심이 담긴 넋두리를 들으며, 하하,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에 갔다온 척, 사장에게 돌아갔다.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사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 이리 오래 걸렸어? 변비야?”

나는 사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대체 이 철없는 아가씨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걸까?

그녀에게 우리는 대체 뭘까?


“연 집사?”

“아, 죄송합니다.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사장은 그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대신 앞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 이제부터 진짜 도박판이 벌어질 거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나는 경비와 파견을 시선을 보고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깨달았다.

카지노의 안 쪽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장신의 남성이,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긴 장발의 미인과 같이 나타나 이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몰랐겠지만, 지금의 나는 걸음걸이만 봐도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실력자였다. 적어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그들은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자신을 이 카지노의 관리자라고 밝히며, VIP실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사장이 엎어놓은 카드를 틱틱 튕기며 웃었다.

“우리가 아직 그렇게 대접 받을 정도로 치진 않은거 같은데.”

“저희는 금액으로 손님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럼 뭘로 구분하는데?”

남성은 검은 장갑을 낀 자신의 왼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안목이지요.”

“재밌네.”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설유진과 파견도 나란히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그들의 안내를 따라, 카지노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경비만큼은 아니지만, 건장한 남성 둘이 입구를 지키고 서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인사하며, 입구를 막고 있던 봉을 치웠다.

그 입구를 통과해 계속 들어가자, 금빛에 화려한 문양이 수놓아진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남자가 정장 재킷 안주머니에서 검은 카드를 꺼내 가져다 대자,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장이 그걸 보고 빈정거렸다.

“아주 보안이 철저하시네.”

“사람의 탐욕을 다루는 일은, 적이 많은 일이니까요.”

실눈의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사장의 말에 답변했다. 나는 문득, 그들의 억양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파견이 말했다.

“당신들, 한국인이 아니네?”

“네. 저희는 저쪽 광동지역에서 왔습니다. 그쪽에서 일하던 저희를 대표님이 거두어 주셔서 이렇게 일하고 있지요.”

경비가 그들의 말에 슬쩍 이를 드러내어 웃었다. 경비는 그들의 어디 출신인지 알아차린 듯 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된 긴 복도와 함께,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조각된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 앞에 서있는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 남성이, 우리를 보자마자 좌우의 미인 비서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곳 G.S 호텔의 대표, 최지성이라고 합니다.”

“지성파의 두목이나 되시는 분이 이렇게 까지 마중을 나와 인사를 해주다니, 황송한 걸.”

나는 사장의 말에 일순간 공기가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그에 반해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대표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를 계속 여기에 세워둘거야? 이곳의 VIP는 그렇게 대우하는게 원칙인가 봐?”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대표가 손짓을 하자. 좌우에 있던 비서가 문을 열었다.


VIP실에 들어서자, 눈앞에 바로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유리로 되어 있는 한쪽 벽면과 달리, 다른 쪽은 전부 금색의 화려한 조명과 조각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상아색의 거대한 원형의 도박용 탁자가 놓여 있었다.

대표는 사장을 포함한 여성들이 앉기를 기다린 후,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러자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그 중국인 남녀가 그의 좌우에 뒷짐을 지고 섰다.

나와 경비도 역시 그들을 따라 여성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섰다.

대표가 눈짓하자, 비서 중 한명이 각종 다과와 차가 가득한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

그리고 테이블에 다과를 소리하나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늘어놓은 뒤 황급히 문을 닫고 사라졌다.

대표는 차를 들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JS그룹의 막내 따님이 이곳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들은 이미 사장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사장은 그 말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못 올거 뭐 있어? JS와 G.S. 이름도 비슷하니 친척 같지 않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콧수염을 잡아당겼다.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요.”

“왜?”

“삼년 전에 JS 회장님이 비서분을 시켜서 이름이 비슷해서 기분 나쁘다고, 저희 호텔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나라에서 우리 조직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겠다고 하셨던 거든요.”

“하지만 안 바꿨잖아?”

“못 바꾼 겁니다. 전 회사명으로 된 입찰 건 때문에 함부로 바꿀수 없었거든요.”

“아버지면 다 알고 한 거야.”

“맞습니다. 요컨대 저희보고 그 입찰 건에서 발빼란 소리였죠.”

사장은 티스푼을 컵에 넣고 휘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얼마정도 손해봤는데?”

“향후 미래 수익까지 계산하면 수백억 정도 될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원망스럽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무섭습니다.” 하고 말한 뒤, 대표는 초조한지 콧수염을 연거푸 잡아당겼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 빨리 말해주십시오. 그냥 단순히 도박만 하러 오신건 아니지 않습니까?”

“요컨대 빨리 용건만 말하고 꺼져라?”

사장의 말에 대표는 침묵했다. 그러자 사장은 휘젓던 티스푼으로, 대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태도, 아주 마음에 들어. 나도 시간 끌고 빙빙 돌려말하는 거 질색이거든.”

그렇게 말하며, 사장은 덧붙였다.

“너희 지성파, 얌전한 척 하면서 재건축 사업 쪽에 발 담그고 있다며?”

대표는 사장의 말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흐흐,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정중한 외모와 말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험한 악당 같은 웃음이었다.

“그 막내 따님 분에 대한 이야기나 언론이나 재벌가문에 나돌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군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면 서러울 재벌 가문의 막내딸이, 이런 더러운 바닥에 관심을 보인다라. 누가 그렇게라도 말하면 일주일 내로 물고기 밥이 되겠습니다?”

“더럽고 깨끗한게 어딨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똑같잖아?”

“맞는 소립니다. 아버님과 달리 따님분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 있을거 같군요.”

사장은 웃으며 그게 목적이야, 라고 말하며 대표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 재건축관련해서 골치가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과연 그런 거였나.

장미가 걸쳐있던 다른 조직이 바로 이 카지노를 운영하는 조직이었던 거다. 사장은 조사해서 그걸 알아낸 뒤 카지노를 찾아간 거고.

그런데 그 이야기를 직접 꺼내서 뭘 할 생각이지?

그런 내 마음속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사장이 말했다.

“그 문제, 내가 해결해줄게.”

사장의 말에, 대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예의, 그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었다.

“마음써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큰 문제도 아니고, 저희 선에서 다 해결할수 있습니다.”

“들었던 이야기랑 다르네. 그거 못하겠다고 우리 쪽에까지 일이 넘어왔는데.”

사장의 말에, 대표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는 오른쪽에 서있는 여성에게 손짓해서,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 뒤, 우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대표가 말했다.

“우리 쪽이라고 하면······?”

“내가 좀 몰래 하고 있는 사업이 있거든. 그쪽을 통해 들었어. 그런데 내가 운영하는 기업이, 너희 조직 말단을 통해서 하청을 받는 건 좀 폼이 안 살잖아? 그래서 직접 대신 해주겠다고 이렇게 찾아 온 거야.”

사장의 말에, 대표는 한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원하는게 뭡니까? JS그룹의 막내 따님이 돈이 궁하진 않을거고······.”

사장은 그 말에, 가방을 들고 그 안에서 사진을 꺼내, 마치 딜러가 카드를 주듯 대표에게 던졌다.

대표는 그것을 받아 들고 인상을 구겼다.

“이게 누굽니까?”

“나를 귀찮게 하는 남자인데, 그 자식을 죽여줘.”

사장의 말에,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것을 내려놓았다.“

“저희 이제 이런 일에서 손 뗐습니다.”

“그래서 상가건물 점거하고 있는 건달들 하나 못 쫓아내는 가 보지?”

대표는 사장의 말에 말없이, 다시 콧수염을 잡아 당겼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군요. 따님 정도 되는 사람이 해결 못해서 저희쪽에 처리해달라고 하는 사람이면, 힘 좀 있는 자식 아닙니까?”

사장은 그 말에 파견을 슬쩍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힘이 좀 세긴 하지.”

“그럼 좀 버겁습니다.”

대표의 말에, 사장은 대표보다 더욱더 악당 같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어차피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


미팅을 끝내고 VIP실을 나오면서, 대표는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인사처럼 말했다.

“정말 아버지처럼 지독하게 일을 하시는 군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사장은 그 악수를 무시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사진 뒤에, 이름이랑 개인정보 적어놨으니 언제든지 써먹으라고.”

“거, 아주 감사합니다.”

관리인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아직 비서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슬롯을 돌리고 있는 비서를 발견했다.

······정말 도박하러 온건 아니겠지?

그런 걱정을 하며, 직원들의 황송한 안내를 받으며 카지노를 빠져나왔다.

이제 겨우 일이 끝났나 싶어, 한숨을 돌리는데 카지노의 앞에서 사장과 설유진이 휴대폰을 들고 서있었다.

“뭘 하십니까?”

“아, 연 집사? 혹시 사진 잘 찍어?”

사진이라, 적당히 찍을줄 안다고 하자 사장이 내게 휴대폰을 떠밀었다.

“그럼, 우리 사진 좀 찍어줘. 잘 나오게.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는 설유진과 사장은, 카지노 입구에서 어디 SNS에서나 볼 법한 자세를 취했다.

나는 사진 촬영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촬영 금지 아닙니까?”

“내부만 아니면 되잖아. 내부만. 맞지?”

사장이 입구 근처 카운터 직원에게 말하자, 직원은 굳은 미소로 고개만 끄덕였다.

사장에게 갑질당하는 직원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나는 사장이 원하는대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휴대폰을 사장에게 건네주자, 사장은 사진을 몇 장 살펴본 다음, 그 중 한 장을 고른 다음 설유진에게 말했다.

“이 사진, 어때?”

“괜찮은거 같은데? 이걸로 할까?”

설유진의 말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유진에게 휴대폰을 줘버렸다.

그리고 설유진이 휴대폰을 꼼지락거리는 사이, 기지개를 키며 밖으로 향했다.

주차요원이 준비한 차에 모두가 탄 뒤 차문을 닫고 나서, 나와 경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 출발한 뒤 백미러로 호텔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자, 나와 경비는 동시에 신경질적으로 나비넥타이를 벗어 던졌다.

“왜 벌써 벗어? 잘 어울렸는데?”

“개소리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정말 괜찮은 겁니까?”

“뭐가?”

“또 폭력조직과 손잡는 거요.”

“손 잡는게 아니라 이용하는 거지.”

“블루문 때도 그랬던거 같은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룸미러를 통해 파견의 눈치를 살폈다.

파견은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헤벌쭉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의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드나 보다. 나중에 사진이라도 하나 찍어서 보내줄까,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사장에게 왜 갑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사장이 태연하게 말했다.

“SNS에 올리려고.”

“······예?”

“됐다. 올렸어.” 하고 때마침 설유진이 휴대폰을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사장은 휴대폰을 보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난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잠깐만요. 뭘 올려요?”

“사진, SNS에 올린다고.”

“사장님과, 설유진의 사진을요?”

“응.”

“미쳤어요? 그걸 올리면······.”


“사냥감이 미끼를 물겠지.”


그렇게 말하는 사장의 표정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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