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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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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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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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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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DUMMY

포션이외에도, 우리가 고려했던 작전의 변수는 두 가지 더 있었다.

하나는 지난번 회의에서도 언급한, 플레이어에게 조언을 하는 조언자의 존재 여부였다. 그리고 회의 결과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말 게임 밖에서 플레이어에게 조언을 하는 자가 있다고 해도 게임 속의 우리는 그에게 간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그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파견은 만약 조언자가 있다면 플레이어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 리가 없다고 말했고, 그건 일 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다른 하나의 변수, 바로 성장LEVEL UP 시스템이었다.

그건 앞서 설명한 인벤토리보다 좀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전산은 우리에게 플레이어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기는 다 지난 나이던데, 뭐 거인처럼 커진다는 소리야?” 하는 파견의 말에 전산은 그것과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을 통해 어떤 일에 숙달되듯이, 게임 속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플레이 경험을 수치화하여 좀 더 나은 플레이를 가능케 한다고, 전산은 설명했다.

“요컨대 더 강해진다는 말인가?”

경비의 말에 전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그게 일반적이라고.

“그걸 막는 방법은 없습니까?”

내 물음에 전산은 말했다.

“기, 기도하는 수 밖에요.”

“뭘요?”

“이, 이 게임에, 그런 시스템이 없기를요.”


***


나는 3층에서 망원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플레이어와 미스터 후가 한참 싸우고 있었다.

나는 플레이어가 발길질에 돌로된 화단이 폭발하듯이 터지는 것을 보며, 경비에게 말했다.

“얼마나 버틸까요?”

“오래는 못갈 거다. 슬슬 밀리고 있으니까.”

경비는 그 증거로, 합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점차 데미지를 덜 받는 것을 지적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 정신나간 건달은 천부적인 싸움꾼이야. 맷집은 둘째치고 센스가 있어. 공격을 방어하지 않고 맞으면서 반격하는 것도 보기와 달리 영리한 공격이야.”

“그래요?”

“보고 있으면 알거다. 반격할 때 방어하지 못하도록 공격해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반격하거나, 시야의 사각지대를 노리니까.”

나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플레이어와 미스터 후의 공방을 떠올렸다.

플레이어의 점프하면서 날리는 주먹을, 아래에서 무릎 차기로 반격한 것. 그리고 이어지는 플레이어의 왼손 바디블로우를 같은 방향의 라이트 훅으로 반격한 것까지.

진짜네.

“그러니까 일반적인 상대면 속무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지금 그런 반격까지 저 망할 자식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어.”

경비는 같이 나가 떨어졌던 플레이어가 바로 스프링 점프로 일어서는 걸 보며 말했다.

“저 망할 자식이 나랑 처음 붙었을 때보다 훨씬 세졌다는 거다.”

“전산의 말대로 성장했다는 거죠?”

"기도가 의미 없었다는 소리지.”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단계별로 플레이어를 상대할 적을 만들어서, 포션과 스테미너를 소모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성장을 통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세졌고 그 결과 포션을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거기에 심지어 플레이어를 견제하며 후퇴하던 도중에, 내가 습격당하는 변수가 생겼고.

이어서 중간보스와 일찍 마주치면서 계획이 많이 틀어져버리고 말았던 거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상황에게 현재 작전상황을 보고했다.

“현재 3단계 진행 중입니다.”

“예정보다 빠른데.”

“상황이 좋지 않아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거 같습니다.”

“알겠어. 설 사원에게도 전하지.”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담담히 무전을 종료했다. 내가 무전기를 내려놓자마자, 파견이 내게 권총을 내밀었다.

파견이 말했다.

“들어. 네건 빼앗겼잖아.”

“파견은요?”

파견은 내 말에, 오른팔에 장착된 기계와 나이프를 들어보였다.

“어차피 이렇게 실내에서 난전으로 가면 방해만 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네가 가지고 있어.”

만일의 사태.

나는 그 단어가 가져오는 불안감을 삼키며, 권총을 받아들었다. 그런 내 심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났는지, 파견은 씩 웃으며 주먹으로 툭 내 가슴을 쳤다.

“잘 될 거야. 그럼 우리는 간다. 좀 전의 작전대로. 알지?”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견은 그런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품에서 녹색과 하늘색, 두 개의 포션을 꺼냈다. 재생과 가속 포션이었다.

파견은 그 것들을 순서대로 한번에 들이킨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경비도 파견을 따라 포션들을 마시고,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그들의 뒤를 지켜보다가, 다시 망원경을 들고 플레이어를 보았다.

때 마침 플레이어와 미스터 후가 서로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동시에 나가 떨어졌다.

먼저 일어난 것은, 플레이어 쪽이었다.

플레이어는 비틀거리며 일으킨 다음, 사방에 흩날리는 흙먼지를 손으로 헤집으며 천천히 미스터 후 쪽으로 향했다.

미스터 후는, 누운 채로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플레이어와 상태를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부상이 말도 안되게 심각했다.

플레이어가 말했다.

“진짜, 중간보스 아니랄까봐, 맷집은 드럽게 세네.”

플레이어는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굴러다니는 벽돌을 집어들었다.

“슬슬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자. 떡대새끼야.”

바로 그때,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가 플레이어의 팔을 노리고 날아왔다.

플레이어는 황급히 손을 뺐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팔에서 피가 튀어 흩뿌려졌다.

“아, 그 손모가지를 잘랐어야되는데, 아쉽네.”

나는 망원경을 내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파견과 경비가. 2층에서 플레이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올려다보며 하, 하고 바람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었다.

“아주 그냥 가지가지 한다. 팔에 그건 뭐야? 그런거 찬다고 날 이길수 있을거 같아?”

“개소리 말고, 빨리 올라와. 이걸로 네 상판을 짓뭉게줄 테니까.”

플레이어는 코웃음친 뒤 기둥에 뛰어오른 다음, 그걸 박차고 다시 뛰어서 한번에 2층으로 올라왔다.

슬슬 움직여야겠군.

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에스컬레이터의 반대방향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내려가는 도중에도 플레이어와의 파견의 신경전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왜 너희 둘 밖에 없어? 그 샐러리맨은 겁먹고 도망치기라도 했나?”

“저 위층에서 네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뚫어주려고 대기하고 있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비상계단을 가로막고 있는 철제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다는 도중에 발소리가 나면 곤란했기에, 천천히 숨을 죽여 내려가야했다.

나는 계단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피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1층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자마자 멈춰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그래서 팔에 차고 있는게 무슨 개수작인지는 몰라도, 너희 둘이서 나를 상대하겠다고?”

나는 문을 열고 나와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던 중, 경비와 눈을 마주쳤다. 그것이 신호였다.

경비가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집어던지자, 공기를 찢은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어서 경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수작에 당해보니 어떤가? 겁 먹어서 말이 제대로 안나오나?”

잠시 후, 플레이어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 개새끼가아아!”

그 외침을 신호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를 배경삼아, 목적지로 움직였다.

엄폐물을 통해 최대한 플레이어의 시선을 피하며 움직이면서, 나는 2층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켜보았다.

파견과 경비가 교대로 던지는 가속포션의 힘을 활용한 투척 공격에, 플레이어가 궁지에 몰렸는지 욕설이 터져나왔다.

“이, 이 비겁한 새끼들이!”

“기둥 뒤에 숨어있는 주제에 왜이리 입이 살았어? 당장이라도 죽여준다며? 그렇게 숨어있으면 우리가 죽나? 아, 우리가 늙어죽을 때끼지 숨어있게?”

파견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에, 플레이어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없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움직여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여전히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미스터후를 내려다보며 그에게 말했다.

“졌군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내 말에 눈을 굴려 나를 바라보았다.

“안졌다.”

“그럼 질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의 가슴팍에 떨어뜨렸다.

“이걸 쓰지 않으면요.”

미스터 후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내가 건넨 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 태양에 비춰보였다.

병 속의 액체가 빛을 받아 밝은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던, 내 몫의 마지막 회복포션이었다.


내 포션을 써서 미스터 후를 회복시켜 방심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기습한다.

그것이 파견이 생각내낸, 진짜 기습작전이었다.


미스터 후가 말했다.

“이게 뭐지?”

“마셔요. 그럼 몸이 회복될 겁니다. 저처럼요.”

나는 그에게 내 팔을 보여주었다. 내 팔을 본 미스터 후가 물었다.

“왜지?”

나는 예상치 못한 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 왜 갑자기 지금 고집을 부리는거야? 지금 날 못 믿겠다는 거야?

답답해서 그럼 이대로 질거냐고 소리치려고 할때, 머릿속에 어젯밤 회의때의 일이 떠올랐다.


‘삼촌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삼촌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알바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위한 말을 머릿속으로 골랐다.

“우리 세상은 뒤틀려 있어요.”

“왜지?”

“저 남자가 뒤틀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그 증거고요.”

나는 포션을 가리키고는, 그것이 사람을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효능을 가졌으며, 플레이어는 이런 것들을 가지고 다니며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말했다.

미스터 후가 내 말에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그동안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위층에서 울려펴졌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이걸 왜 써야하지?”

“······모릅니다.”

“몰라?”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우리는 그를 막고 잘못된 세계를 부수기 위해 오랜 준비를 했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요. 그래서 당신이 못 마시겠다고 하면 강제로 먹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만신창이가 된 미스터 후의 몸을 바라보았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그간 나는 이익을 위해 서로 속이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이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리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도 그런 이들이 되어있었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기만하고 속이고 많은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

나는 지쳤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미스터 후에게 말했다.

“그러지 않겠습니다. 대신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미스터 후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병을 통째로 입에 넣고 씹었다.


퉤, 하고 조각들을 뱉어낸 다음,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멍하게 앉아있는 내게 말했다.

“알겠다.”

“······네?”

“세계를 부수겠다.”

그 말을 남기고는, 미스터 후는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나는 그 등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 뒤를 따랐다.

그 사이 2층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헐떡이는 파견과 경비를 앞에 두고 서있던 플레이어는, 뒤를 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또 뭔······”

미스터 후는, 주먹 한방으로 플레이어를 날려버린 후에 손을 꺾으며 말했다.

“슬슬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자. 약골.”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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