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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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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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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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DUMMY

이 시대 사람들은 진형을 왜 이토록 강조했을까?


이 시대 전투는 이 진형이 유지되냐 유지되지 않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이 분대 단위로 뿔뿔이 흩어져 싸우는 시기보다 진형을 갖추고 싸우는 시기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더 길었다.


그렇기에 이 시대 장군들은 적의 진형을 보고, 어떻게 싸울지 생각하곤 한다.


지금 로마군을 바라보고 있는 레칠라가 그러했다.


‘저게 우리가 상대할 로마군인가? 흥. 우습지도 않군.’


레칠라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자신의 상대를 바라봤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장도 따로 통일되지 않는 모양새다.


어느 백인대는 무기부터 갑옷까지 충실히 갖춘 데 반해 어느 백인대는 갑옷은커녕 달랑 무기와 방패만 가지고 있었다.


반면 자신들의 부대는.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사실 갑옷은 상당히 비싼 물건이다.


자신의 부대에도 갑옷을 입지 않은 전사들이 종종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갑옷이라는 건 몸을 보호하는 수단이었지, 무조건 전투에서 이기게 만들어 주는 치트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갑옷을 입은 상대를 맨 앞에 세우며 적들의 체력을 빼놓은 뒤 신호가 울리면 곧바로 뒷열과 교환한다.


그러니 이 갑옷을 입은 녀석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중요했지.


갑옷을 전부 착용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결코 돈이 없어서 갑옷을 전원 지급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레칠라는 생각했다.


‘그것보다 좀 특이한 무기를 든 적이 있군. 저건 사냥할 때 쓰는 물건이 아닌가?’


유달리 갑옷을 잘 갖춰 입은 적 백인대는 평상적인 로마군에 비해 상당히 달랐다.


일단 투창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평소 로마군이 투창 혹은 다트를 애용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기병을 어떤 놈에게 써먹어야 할까?’


레칠라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기병을 써먹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병으로 적 기병을 먼저 제거한 뒤 그 다음 적 보병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거다.


그럼 앞뒤를 얻어맞은 적 보병 부대는 그대로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그걸 본 다른 적 보병 부대도 공포에 질려 도망친다.


이것이 바로 한니발이 자주 써먹었던 모루와 망치였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이 모루와 망치를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써먹었다.


그렇기에 적 지휘관도 기병 부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을 터.


‘일단 적 기병이 움직일 때까지 예비대로 둬야겠군.’


그렇게 결정한 레칠라는 오른손을 들고, 앞으로 내뻗었다.


-와아아아아!-


그걸 본 수에비 족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서서히 앞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한편, 눈 앞의 풍경을 지켜보던 루키우스는 한껏 숨을 들이켰다.


‘이게 고대의 전장인가?’


전생에서 전장의 냄새는 지겹도록 맡았다.


그때의 냄새 화약과 탄내로 자욱했다.


‘지금은 땀 냄새와 쇳 냄새로 가득하네.’


아무래도 사람이 확 몰려 있다 보니 그 냄새가 참으로 진했다.


‘후우. 어디 보자···.’


루키우스는 아군과 적군의 호흡을 느꼈다.


루키우스의 두뇌는 이 호흡을 바탕으로 전장의 기세와 지도를 그려냈다.


이러니까 마치 토탈 워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게임과 실제는 현저한 차이점이 있겠지.’


토탈 워 게임은 플레이어가 즉시 부대를 움직일 수 있지만 여기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아마 실제 전투는 토탈 워 게임의 각 유닛을 인공지능이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지휘관이 맡을 역할은 전세를 파악하고, 부대에 전령을 보내 명령을 전달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로마 연합군(?)을 총 지휘하는 지휘관은 켄소리우스가 아니라 리우비길드였다.


리우비길드가 연합군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우비길드는 전장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전령들에게 명령을 전달했고, 그 전령들은 곧바로 각 부대로 달려와 백부장에게 전달했다.


“폼페이우스님. 코메스께서 저쪽 부대를 치시라고 합니다.”


전령의 말에 루키우스는 지정된 적 부대를 살펴봤다.


맨 앞에 갑옷으로 중무장한 보병 부대가 이쪽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알겠다고 전하게.”


“옛!”


전령은 다시 리우비길드에게 되돌아갔고, 루키우스는 자신의 상대인 수에비족 부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할까?’


루키우스는 한껏 전장의 냄새를 맡으며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익!-


그 소리와 동시에 병사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수에비족 부대와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거리를 재고 있던 루키우스는 그 즉시 명령을 내렸다.


“멈춰! 맨앞 열 발사 준비!”


그 순간 맨 앞열에 서 있던 석궁을 든 병사들이 수에비족 전사들을 향해 조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수에비족 부대는 당황하며 그 순간 방패벽을 세우기 시작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슉! 슉! 슉!-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들이 수에비족 부대 맨 앞열을 꿰뚫기 시작했다.


“아아악!”


방패를 앞세운 수에비족 전사들은 살아남았으나 그러지 못한 전사들은 화살을 맞고, 비명을 질러댔다.


갑옷을 입었어도 소용이 없었다.


수에비족 전사가 입은 갑옷은 사슬 갑옷이라 관통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젠장! 이 거리에서 화살이라니! 쓰러진 녀석들 어서 뒤로 보내!”


수에비족 부대의 지휘관이 이를 갈며 쓰러진 전사들을 뒤로 내보내고, 그 틈을 뒷줄의 전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방패벽을 내세우며 거북이처럼 웅크렸다.


루키우스 부대의 화살들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뭐야? 왜 화살이 안 날아오지?’


수에비족 지휘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루키우스 부대를 살펴보다 석궁을 든 병사들이 조준만 한 채 대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영악한 놈!’


지휘관은 이를 갈며 전사들을 향해 방패벽을 앞세우며 진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루키우스는 수에비족 부대가 방패벽을 앞세우며 진군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디 보자. 이럴 때는···.’


곧바로 자신의 석궁을 꺼내든 루키우스는 어깨에 개머리판을 갖다 대며 조준하더니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루키우스의 석궁에서 떠난 화살은 곧바로 방패벽 사이에 빈 공간을 뚫고, 그대로 수에비족 전사의 얼굴에 꽂혔다.


“아아악!”


방패벽을 내세웠음에도 방패 사이를 지나가는 루키우스의 신들린 사격 솜씨는 수에비족 전사들에게 동요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젠장! 빨리 전진해!”


수에비족 지휘관이 악에 바쳐라 소리를 치자 전사들은 이를 갈며 조금씩 전진해갔다.


하나씩 또 하나씩 루키우스의 화살에 꿰뚫려 죽어나갔다.


허나 그럴수록 루키우스의 부대와 점점 가까워졌다.


“좋아! 이 개자식들! 너희들만 활을 쐈지? 이번엔 우리 차례다! 투창 준비!”


-악!-


방패를 든 사람 뒤에 있던 투창병이 수에비족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맨 앞열을 지나가는데, 그때를 노린 루키우스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퓌익!-


아까까지만 해도 앞을 향해 조준했던 병사들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고,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들은 그대로 창을 던지려고 했던 수에비족 병사들에게 꽂히고 말았다.


몇몇은 몸에 화살이 꽂혀도 오기로 창을 던지지만 결국 바닥에 꽂히거나 방패에 막혔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타이밍이었다.


루키우스를 상대하는 수에비족 지휘관도 이때 만큼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허나 당황할 틈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은 화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젠장! 달려들어!”


-와아아아!-


수에비족 전사들이 방패벽을 앞세운 채 함성을 내지르며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서히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루키우스의 저격은 계속되어 전사 하나, 둘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렇게 얼추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한 루키우스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퓌익!-


그 순간 맨 앞열에 있던 석궁병은 그대로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뒷열에 있던 병사들이 창을 정면으로 앞세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창으로 이루어진 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석궁병은 창병 뒤에 서서 석궁을 조준하더니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아아악!”


거리가 짧아져서 그런지 방패 사이를 지나가는 화살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렇다고 방패를 앞세우고 들어 가자니 앞은 창벽으로 막혀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방패를 버리면 창병 뒤에 있는 병사들이 저 가증스러운 무기를 쏘아댈 거다.


그럴수록 피해는 점점 누적될 것이고, 결국엔 자신의 부대는 와해되고 말 것이다.


‘젠장. 어떻게 하지?’


수에비족 지휘관은 머리를 굴리다 결국 이런 지시를 내리고 말았다.


“전원! 사방으로 돌격해라!”


지금은 대열을 교체해가며 체력 분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적 옆구리와 뒤통수를 쳐 와해시켜야 했다.


그렇게 뒷열에서 교체만을 기다리던 전사들은 지휘관의 명을 받자마자 대열에서 이탈해 루키우스의 부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키우스는 웃으며 이렇게 외쳤다.


“U(라틴어로 ‘우’라고 말함.)자 진형!”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루키우스의 부대 뒷열에 있던 병사들은 양옆으로 흩어지더니 재빠르게 U자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루키우스가 실시한 제식 훈련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수에비족 지휘관은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 시발! 오히려 우리가 포위를 당했다니!’


결국 주도권은 루키우스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젠장! 버텨! 버티라고!”


수에비족 지휘관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반 포위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전사들은 적들의 창에 찔리며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창병 뒤에선 그 가증스러운 무기를 든 병사들이 화살을 쏘아댔다.


앞 열에 있던 전사들이 버티지 못한다. 대열이 붕괴한다.


사기가 저하된다. 공포가 전사들의 얼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 안돼! 살려줘!”


공포를 이기지 못한 전사들은 유일하게 비어있는 뒤쪽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호리병 안에 든 물이 배출구를 통해 배출되듯 전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당연히 수에비족 지휘관은 칼을 뽑으며 이 사태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공포에 굴복한 전사들의 귀에 지휘관의 목소리가 당도할 리는 없었다.


끝까지 대열을 지키던 전사들에게 압력이 가중되기 시작한다.


화살에 꿰뚫리고, 창에 꿰뚫린다.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그럴수록 달아나는 전사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일이 이렇게 되니 지휘관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도 달아나기 시작했다.


차라리 저 달아나는 녀석들을 붙잡아 재정비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럴 때야말로 사상자가 극대화되는 시점.


석궁병은 적 등 뒤를 쏘아대며 사냥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눕는 수에비족 전사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졌고, 결국 적 전사 100여명은 어느새 수십도 채 안 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칠라는 경악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아군이 패주하는 거지?”


그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루키우스가 이끄는 부대를 처음 볼 때,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사태는 예상도 못했다.


‘젠장. 어쩌지?!’


루키우스가 이끄는 부대는 수에비족 부대 하나를 격파하면서 자유를 얻었다.


무슨 자유냐고?


그거야 수에비족 부대 하나의 뒷통수와 옆구리를 찌를 자유다.


1 대 1로 정정당당하게 붙던 부대는 루키우스 부대가 끼어들면 2 대 1로 싸우게 된다.


그럼 그 부대는 다방면에서 찔려 패주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부대는 2 대 1이 아닌 3 대 1로 붙게 된다.


그런 식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전장의 추는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리고 수에비족 부대는 패주하는 아군을 보고서 심리가 흔들릴 게 분명했다.


아까도 말했듯 사기는 기세다.


병사들이 봤을 때, 이길 것 같으면 오합지졸이어도 용기백배해지는 반면 질 것 같으면 실전에 실전을 거듭한 정예 병사라도 공포에 질려 패주하게 된다.


그러니 훌륭한 지휘관이라면 이 흐름을 끊고, 거꾸로 돌려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기병으로 하여금 저놈들을 막는 수밖에.’


이제 아껴뒀던 예비대를 쓸 차례였다.


레칠라는 기병대 지휘관을 불러 명령을 하달했다.


“저기 저 녀석들 보이지? 저놈들이 우리 아군의 뒷통수를 후려치면 곤란해진다. 그러니 너희들이 저놈들의 시선을 끌어라.”


“예. 왕자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병대 지휘관은 레칠라에게 씩씩한 대답을 들려준 뒤 자신의 부대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칠라의 기병대 하나가 루키우스의 부대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


루키우스는 문득 한 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 이곳으로 달려오는 군.’


땅바닥에서 전해지는 이 감각.


전생에서 전차와 장갑차가 오고 있을 때 느끼던 감각과 비슷했다.


“전부 정지하고, 대열 준비!”


루키우스는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대열을 갖췄다.


“자. 모두들 들어라. 지금 적 기병대가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다.”


루키우스의 말에 병사들은 순간 굳은 얼굴을 지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훈련을 계속해왔다. 그것도 기병을 상대하는 훈련을 말이지.”


그 말에 순간 병사들은 지난날, 루키우스의 지시에 따라 맹훈련을 한 것이 기억났다.


몇몇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키고, 몇몇은 굳센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흙먼지가 보이나? 저게 적 기병대가 오고 있다는 증거다.”


루키우스가 어느 곳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자 병사들 모두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루키우스의 말대로 정말 흙먼지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흙먼지는 자신들을 향해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너희들이 한 훈련을 믿어라. 너희들의 피와 땀을 기억해라. 우리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루키우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은.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적 기병대가 있는 곳을 향해 대열을 갖췄다.


루키우스는 적 기병대의 호흡을 느끼며 타이밍을 가늠했다.


‘자 어떻게 나올까?’


루키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적 기병대를 관찰했다.


한편, 루키우스의 부대를 향해 돌격하는 수에비족 기병대는 급속도로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적들이 활 비슷한 무기를 들고, 우릴 향해 조준하고 있습니다.”


부관이 지휘관에게 그렇게 보고하자 지휘관은 콧웃음치며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예?”


“저딴 보병 따위는 우리 기병대의 돌격에 한숨에 개박살이 날 텐데. 뭐가 걱정이지?”


“하지만 코메스께선 저들의 시선을 끌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시선을 끌면 전장 흐름이 바뀔 것 같아? 지금은 저 부대를 묵사발로 만들어 흐름을 뒤바꾸는 게 먼저다.”


“하지만···.”


“저 약하디 약한 로마군이 감히 우릴 가로막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네 좆이나 떼라고.”


그 말에 부관은 욱하며 입을 꾹 닫았다.


“자. 기병대. 저 겁대가리를 상실한 로마 놈에게 우리의 무서움을 새겨주자!”


-와아아!-


기병대는 함성을 지르며 쐐기진 형태로 돌격했다.


로마군이 자랑하던 테스투도(일명 거북이 대형, 사방에 방패 벽을 세우며 전진하는 대형)도 이 쐐기진 앞에선 완전 개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러니 암만 저 앞의 로마군이 특이한 대형을 갖춘다 한들 무적의 쐐기진 앞에선 꿰뚫리고 말리라.


하지만.


-슝! 슝! 퍼억!-


“아아악!”


“히히힝!”


맨앞 열의 석궁병들이 방아쇠를 당기자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화살을 맞을 수록 앞에 있던 기병은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에 있던 기병은 쓰러진 말에 걸려 넘어졌다.


허나 이런 것쯤은 감수했다.


“이까짓 장난으로 우릴 막을 소냐!”


기병대 지휘관을 악을 쓰며 거리를 좁혀나갔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저 장난을 치는 로마군을 순식간에 꿰뚫어버리리라.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여전히 루키우스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히히힝! 으아악!-


마귀 같은 석궁병은 뒤로 물러나고, 긴 창과 방패를 든 병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그 병사는 먼저 방패를 땅에 꽂은 다음 방패 뒤에 몸을 숙이고, 창을 지면과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 세웠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장애물에 말은 겁에 질려 속도를 급히 줄인다.


“이런 빌어먹을! 앞으로 가란 말이다!”


지휘관은 악을 쓰며 발의 배를 걷어찼으나 말은 아예 방향을 틀어버렸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창병 뒤에 보호 받는 석궁병이 화살을 재고,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악! 히히힝!-


그 누구보다 소중한 기병이 저딴 나약한 보병 부대 앞에 죽어나가고 있었다.


기병대 지휘관은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이라도 저 마귀 같은 놈들에게 돌격하려 했으나.


“컥!”


오히려 자신의 이마에 화살이 꽂히고 말았다.


그렇게 루키우스의 부대는 수에비족 기병 부대까지 와해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레칠라는 떨리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오. 주여···.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어떤 마귀가 저놈들에게 힘을 줬단 말입니까?”


반면 루키우스의 부대를 바라보던 리우비길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저 녀석 좀 보게. 이런 활약을 펼칠 줄이야. 이제 이 싸움은 이겼다.”


하지만 리우비길드의 시선은 루키우스의 부대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그는 어느 두 부대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저런 잡병들이 아직도 버티고 있다니···. 정말이지 사람의 정신이란 이해할 수가 없군.’


이미 없는 부대라고 생각했던 켄소리우스의 두 부대.


병사가 없기에 마실리아에서 돈을 뿌려 간신히 데려온 200명의 잡병들.


그들은 지금 적의 공세에 와해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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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9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9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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