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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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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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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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DUMMY

서기 432년.


이때는 정말이지 많은 것이 바뀐 해였다.


가장 먼저.


“우리의 곡창 지대를 이대로 지켜볼 수 없습니다.”


“예. 맞습니다.”


자신의 영지 아프리카를 되찾고자 노력했던 보나파치우스는 드디어 강력한 후원자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동로마 제국이라 불리는 후원자를 말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는 아스파르가 지휘하는 군대를 보나파치우스에게 보냈다.


사실 동로마 제국의 입장에선 아프리카 속주를 자신이 되찾으면 자신의 속주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원한 것이지만.


뭐 어떻게 됐든 보나파치우스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어서 좋았다.


그렇게 자신의 친위대와 동로마 제국의 지원군으로 하여금 연합군을 결성하여 다시 한번 가이세리크에게 도전했다.


“가이세리크!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핫! 꼬리를 만 개가 다른 주인을 얻어서 여기에 돌아오다니.”


누군가(?)의 도움으로 원래 역사보다 훨씬 빠르게 히포 레기우스(현 알제리 안나바)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한 반달 왕국의 대왕 가이세리크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보나파치우스의 연합군을 맞이했고.


“이런 빌어먹을! 또···. 또!”


보나파치우스는 또 다시 가이세리크에게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젠장! 이제 후퇴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후퇴한다면 이 아프리카 속주는 영영 제국의 손아귀에서 떠납니다! 다시 병력을 끌어 모아서 도전한다면···.”


“자기 영지를 되찾으려고 괜한 희망을 나불대고 있네!”


아스파르는 아직도 자신의 영지를 되찾겠다는 보나파치우스의 소망에 기가 질려 자신이 먼저 후퇴하고 말았다.


그렇게 보나파치우스-동로마 제국의 연합군은 또다시 패퇴하고 말았다.


반면 그들에게 승리를 거둔 가이세리크는 자신이 붙잡은 동로마 제국군의 포로 중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하핫! 이거 참 헌앙한 젊은이로군. 자네의 이름이 뭔가?”


“제 이름은 ‘플라비우스 마르키아누스’라고 합니다.”


“흠흠. 내 눈으로 보는데, 자네는 왠지 크게 될 거 같군. 자네 나이는 어떻게 되나?”


“이제 30대 중반 정도 되는데, 그걸 묻는 이유가?”


“쩝. 아쉽군. 조금만 더 젊었으면 내 딸의 사위 후보가 되는 셈인데.”


마르키아누스라는 사내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좋아. 자네가 우리 반달족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잡아온 병사들을 풀어주도록 하지.”


“그게 정말입니까?”


“자네가 주도적으로 협상했다고 하면 동로마 제국에서 자네의 정치적 입지는 얼마만큼 올라갈 지 영민한 자네가 더 잘 알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배려에 감사합니다.”


가이세리크는 그 특유의 직감으로 마르키아누스라는 사내를 저점 매수하며 자신을 공격했던 연합군을 아프리카 밖으로 쫓아냈다.


결국 보나파치우스는 동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후원자를 잃고, 이탈리아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나파치우스는 모든 걸 잃었나 싶었는데.


이 때를 노린 여자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바로 황제의 어머니이자 섭정인 갈라 플라키디아였다.


“이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할 때가 왔군요.”


“갈라 플라키디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당신이 제 이름을 함부로 부를 처지인가요?”


현 갈리아의 지배자이자 마기스테르(서로마 제국군 총사령관) 아에티우스를 견제하고자 한 갈라 플라키디아가 보나파치우스에게 접근했다.


“제 제안은 간단해요. 저번에 당신과 맞붙었던 펠릭스를 기억하나요?”


“그 사람은 아에티우스에게 암살당해 죽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그가 지휘하던 군대는 아직 남아있죠.”


“잠깐 그 군대를 저에게 주시겠다고요?”


“군대는 유능한 장군을 필요로 하니까요. 이 정도면 아에티우스를 상대하기 충분하겠죠?”


“아에티우스···. 그 빌어먹을 놈···.”


지금까지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 ‘아에티우스’를 떠올린 보나파치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그놈만 아니었다면 아프리카 속주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당하지 않아도 될 텐데!


“펠릭스가 가지고 있던 지위를 당신에게 주도록 하죠. 그리고 아에티우스를 물리친다면···.”


“그놈이 가졌던 권한까지 저에게 주시겠다는 소리입니까?”


“그래서 제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패장을 뭘 믿고, 베팅하는지 궁금하지만···. 저로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요.”


결국 보나파치우스는 갈라 플라키디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에티우스를 상대하게 됐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아에티우스는.


“이런 빌어먹을! 이제야 라에티아, 노리쿰의 난동을 진압했는데! 저 머저리들이 이번엔 날 상대하려고 칼을 뽑아!”


당연히 분노했다.


사실 아에티우스가 두 사람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나 다를 바 없지만 원래 인간이라는 건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각을 가진 동물인 법.


“젠장! 북부에서 내려오는 놈들을 누가 막아줬는데! 나에게 지원 한 푼도 안 해준 새끼들이! 이제 와서 내 등에 칼을 꽂으려고 하다니!”


이대로 순순히 죽어 줄 수 없었던 아에티우스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 시작하며 두 년놈의 공격에 저항하기로 했다.


로마의 민속놀이가 또다시 벌어지는 순간이다.


아에티우스와 보나파치우스의 군대는 아르미니움 근교 평야에서 만났다.


“하. 네놈 꼴을 봐라. 아에티우스. 이번에야말로 네놈의 최후가 가까워지는구나.”


“가이세리크에게 모든 걸 빼앗긴 놈이 뭐가 잘났다고 큰 소리를 치는 거지?”


“이 개자식이! 그렇게 된 건 네놈 탓이 아니더냐?!”


“핫. 네놈의 능력이 부족한 걸 내 탓으로 돌리다니. 그러니까 네가 가이세리크에게 당한 거다. 이 멍청한 놈아.”


“웃기는군. 너야말로 버림받은 개새끼가 아니더냐? 이제 넌 로마를 거스르는 반역자다. 난 그 반역자를 진압하는 장군이고. 자 이제 네 목을 내놓아라! 아에티우스!”


아에티우스가 이끄는 군대와 보나파치우스가 이끄는 군대는 그대로 격돌했다.


두 장군 모두 자신의 전술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고.


그 결과.


“젠장. 우리가 밀리고 있잖아!”


아에티우스의 군대가 확 밀려버렸다.


역시 아에티우스의 라이벌이라 칭해도 모자랄 게 없는 보나파치우스의 군사적 능력.


거기에 로마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들어가니 보나파치우스는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었다.


“마기스테르! 이대로 갔다간 우리가 저들에게 섬멸당할 것입니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잠깐 기다려봐. 생각 중이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아오! 기다리라고!”


아에티우스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지 궁리하다가.


‘그래. 저놈이 이끌던 부대는 본래 펠릭스가 지휘하던 병력. 저놈이 저 병력을 지휘할 수 있었던 건 그 여우 년이 힘을 보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아에티우스는 보나파치우스가 군벌이 아닌 갈라 플라키디아가 고용한 용병 대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보나파치우스. 그놈만 제거하면 저 부대는 순식간에 와해될 거다!’


맹점을 파악한 아에티우스는 보나파치우스에게 승부수를 던졌다.


“보나파치우스! 너도 잘 알 거다. 이대로 우리 두 군대가 계속 싸우면 이 로마에 들어오려는 야만 부족들을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아에티우스!”


“이대로 병력을 상실하면 이 로마 제국은 끝장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제안하겠다. 승부는 오로지 우리 둘만의 싸움으로 결정짓기로!”


“이 빌어먹을 놈이···.”


“흐흐. 네놈이 직접 내 목을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좋아. 거기 딱 기다려라. 내 검으로 직접 네 목을 쳐주마!”


삼국지에서 보던 일기토가 여기서 재현됐다.


두 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에티우스와 보나파치우스는 서서히 서로를 향해 가까워진다.


“우리 사이에 할 말은 따로 없지?”


“그래. 내 검으로 기필코 네놈 목을 쳐서···.”


“크흐흐. 그래봤자 그 여우 년의 꼭두각시 신세겠지.”


“그 꼭두각시 신세를 벗어던지기 위해 네놈 목이 필요하다!”


보나파치우스는 그렇게 외치며 무기를 뽑아 아에티우스에게 달려들었고, 아에티우스는 피식 웃으며 자신 또한 무기를 뽑아 보나파치우스를 상대했다.


-팅! 텅!-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전장 주위를 울리고,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칼날이 무기와 방패에 막힌다.


일반 병사라면 모를까?


최고 지휘관이 이렇게 서로 결투를 벌이는 경우는 역사에서 거의 없는 아주 희귀한 사례이기에 두 진영의 장교와 병사들은 손에 땀을 쥐며 이 결투를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실력으로 최고 지휘관을 거머쥔 몸.


둘의 무술은 다른 사람이 봐도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대로 수준 높은 싸움을 계속 봤으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가진 동물.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체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리고 승부는 여기서 갈리고 말았다.


“커억···.”


아에티우스의 검이 보나파치우스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다.


“날이 잘 드는 군.”


“어떻게···. 갑옷을 관통할 수가···.”


“오늘을 위해 날을 갈았거든. 도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쉬이 꿰뚫어버리네.”


보나파치우스는 허망한 표정으로 아에티우스를 바라봤다.


“오랜 적수여. 이제 하느님과 함께 할 날이 다가오고 있네.”


“크흐흐···. 그것도 좋군. 네놈은 여전히 이 지옥을 걸을 것···. 커헉···. 이고···.”


“지옥이라···. 맞는 말이야. 어찌 보면 내가 네 고통을 덜은 셈이 된 건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보나파치우스는 앞으로 쓰러졌고, 아에티우스는 씁쓸한 얼굴을 내비치고는 성호를 그리며 보나파치우스의 명복을 빌었다.


원래 역사에선 보나파치우스는 이번 일기토에서 부상을 당하고, 얼마 뒤에 숨질 운명이었지만 여기선 아에티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누군가 뇌물로 바친 검 때문에 이런 차이점이 생겨난 것이다.


‘그쪽 집안에 신세를 많이 졌어. 이제 남은 건···.’


아에티우스는 고개를 돌려 보나파치우스가 이끌던 로마군을 바라봤다.


하나 같이 경악한 얼굴들.


그 순간 한 사람이 튀어나와 소리쳤다.


“사령관이 숨을 거뒀다고, 지금의 전투를 그만둘 생각인가?! 전세는 우리가 유명하다! 저 아에티우스를 물리친다면···.”


바로 보나파치우스의 사위인 ‘세바스티아누스’였다.


그는 격앙한 얼굴로 이 싸움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했으나.


“좆빠는 소리 하지 마시오.”


세바스티아누스 옆에 있던 사람이 그렇게 소리쳤다.


“뭐? 지금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좆빠는 소리하지 말라고 했소! 우리의 사령관은 아에티우스와 결투를 벌였고, 결과는 정해졌소. 아에티우스는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거뒀으니 이제 우리가 약속을 지킬 차례이오.”


“다 이긴 전투를 그딴 이유로 그만둔다고?!”


“우리가 약속을 깨버리면 우린 영영 비겁한 놈으로 남게 될 것이오!”


“이익! 이 빌어먹을 놈이! 누구 없냐?! 이 반역자를!”


그 순간 보나파치우스의 친위대가 들고 일어서며 외쳤다.


“약속은 약속이다! 지금 네놈이 마기스테르인 줄 아느냐?!”


“이제 이 빌어먹을 싸움은 그만두자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우리를 이끌던 사람이 죽었다면 이 전투는 진 거야. 아직도 몰라?!”


세바스티우누스는 갑작스러운 항의에 격분했으나 그의 부관이 옷자락을 잡으며 속삭였다.


“참으십시오! 참아요! 이대로 계속 전투를 이어나간다면 주인님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말에 세바스티우누스는 허망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보나파치우스가 이끌던 군대는 그대로 아에티우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원래 역사에서 아에이투스는 세바스티우누스가 이끄는 군대에 쫓겨 훈족이 있는 판노리아로 도망치고, 그곳에서 훈족의 도움을 받아 세바스티우누스의 군대를 박살내지만.


여기 역사는 달랐다.


그러한 차이점이 생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에티우스가 보나파치우스와의 결투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고, 그걸 본 보나파치우스의 친위대(고트족 출신)가 납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래 역사와 달리 추한 꼴을 면하게 된 아에티우스는 그대로 보나파치우스가 이끌던 군대를 흡수하여 라벤나로 진격했고, 이번 일을 꾸민 장본인을 찾았다.


“흐흐흐. 오랜만에 뵙습니다. 섭정 전하.”


“어떻게 이런 일이!”


“이제 절 상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순순히 인정하시지요. 이 로마의 유일한 마기스테르는 저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에티우스는 갈라 플라키디아에게 당당하게 요구했다.


이제 이 로마의 일인자는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라고.


자신이 기껏 준비해둔 병력이 아에티우스에게 넘어간 이상 갈라 플라키디아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약속? 하. 당신이 나에게 약속을 요구할 처지는 되는가?”


“허수아비가 되라고 하면 되겠어요. 부디 제 아이만큼은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아들을 돌봐달라? 하하. 크하하하! 좋습니다! 좋아요! 저 역시 당신들을 쫓아 보낼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남은 생애를 즐겁게 만끽하시지요. 섭정 전하.”


아에티우스는 황제와 갈라 플라키디아에게 수호자라는 호칭을 받았다.


‘너희들의 신병을 보장해주겠다. 다만 이 로마의 권력은 오로지 나에게 있음을 인정하라.’


그렇게 아에티우스가 서로마의 일인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


서기 434년.


판노리아(오늘 날 헝가리) 속주 훈족 본거지.


중년 남성과 청년이 호화스러운 가죽 의자에 앉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 그 빌어먹을 큰아버지가 드디어 뒈졌군.”


“그것도 병에 걸려 죽었지.”


“그 덕분에 큰아버지가 앉았던 자리는 내 차지가 됐다. 아우야.”


“형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니까. 어쩔 수 없지.”


중년 남성은 그 대답에 호탕하게 웃었고, 청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우리 큰아버지가 하던 일을 계속해야지.”


“우릴 배신한 놈들을 돌려받는 거 말인가?”


“겸사겸사 그놈들을 받아 준 로마놈들에게 돈을 얻어 내야지. 우리의 분노를 맛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중년 남성 ‘블레다’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을 지켜 본 청년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래. 우리에게 대적할 놈은 없지.”


“큰아버지가 누렸던 그 부를 이제 우리가 누려야지. 안 그러냐? 아우야?”


“암. 당연히 그렇고 말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그놈들을 협박하는 일 누구에게 맡길 거냐고.”


그 물음에 블레다는 잠깐 생각하다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씩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직접 내려갈까?”


“우리가?”


“그래. 마르구스(현재 세르비아 포자레비츠)로 내려가 그 약하디약한 놈들을 직접 만나 협박하는 거지. 그놈들에게 우리가 바로 이 훈의 지도자라는 걸 새겨 주자고.”


“흐음···.”


“왜 마음이 안 당겨?”


그 물음에 청년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무척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청년 아틸라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


서기 435년.


히스파니아 타라코 북부 교외에 조성된 마을의 교회.


루키우스가 도구를 붙잡고,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조정하고 있었다.


-끼익! 끼익!-


기름으로 깨끗이 닦은 부품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결합시킨다.


마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상에 애정을 불어넣듯.


루키우스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굳이 초능력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기억하네.’


부품을 결합시킬 때마다 시계 수리점 주인에게 맞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그저 좆같았을 뿐인데, 지금은 참 고맙네.’


덕분에 머리 아플 일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이 부품을 만들고자 노가다에 노가다를 반복했지.’


부품 재질과 크기를 맞추기 위해 년 단위의 시간이 들어갔다.


부품을 만들어 조립해 작동해도.


‘처음엔 오차가 1시간이나 차이 났지.’


그 오차를 줄이고자 부품의 크기를 여러 번 바꾸고, 한 부품이 바뀌었으니 다른 부품도 그 부품의 크기에 걸맞게 끔 바꿔야 했다.


그야말로 노가다의 연속이었다.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이었더라? 아. 세보는 걸 깜빡했네. 자료를 찾아보면 되겠지.’


루키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부품을 결합시키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목에 걸린 작은 열쇠로 시계 옆에 난 구멍에 끼워 넣은 뒤 돌렸다.


-끼익! 끼익!-


태엽이 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침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초침이 한 바퀴 돌자 분침이 돌아간다.


‘이번엔 오차가 적어야 할 텐데···.’


그래도 시계를 만들고, 자료를 만들수록 오차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이번에 또 실패해도 다음에 또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그때, 로마군처럼 투구와 갑옷을 갖춘 소년이 루키우스 옆으로 다가온다.


바로 루키우스와 함께 로마군에 입대할 메투스였다.


“도련님. 아직도 그거 만들고 있습니까?”


“그거라고 말하지 말고, 시계라고 말하라고.”


“예. 예. 알겠습니다. 도련님.”


메투스는 휘파람을 불면서 청년 옆에 앉아 일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얌마. 저기 침대에서 앉아. 옆에서 그러고 있으면 정신 사납다고.”


“에잉. 도련님과 붙어 다닌 지 얼마인데, 아직도 제가 부담스럽습니까?”


“어느 사람이라도 그렇게 지켜보면 긴장이 된다고.”


그 말에 메투스는 키득키득 웃더니 루키우스의 말대로 침대에 앉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자. 됐다. 이제 남은 건 확인 뿐이다.”


“오. 완성됐습니까? 이번엔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루키우스는 밖으로 나가 해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다음 시계를 조정했다.


그리고 내일이 되자 루키우스는 그 시계를 들고, 해시계를 확인하는데.


“딱 정오다. 이제 오차를 확인하면···.”


시계의 초침, 분침, 시침을 확인한 청년은 씩 웃음을 지었다.


“흐흐. 됐다.”


“성공했습니까?”


“그래. 임마. 성공했다.”


루키우스는 그렇게 웃음을 지으며 메투스를 포옹했다.


수년에 걸친 회중시계의 제작 시도가 이제 막 완료가 됐다.


15살이 된 청년(?) 루키우스 폼페이우스 스트라보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하늘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작가의말

메이드 인 헤븐!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은 복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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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4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0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0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8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8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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