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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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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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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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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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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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DUMMY

카이사르아우구스타 인근 숲 속에 위치한 어느 캠프.


꼬질꼬질한 차림의 사람들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동안 지도자로 보이는 사람이 한 사람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으음. 결국 노릴 곳은 그곳인가?”


지도자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노릴 만한 콜로나투스도 용병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최근 몇 번의 습격이 성공함에 따라 그 마귀 같은 콜로나투스를 불태우고, 그 안에 든 것들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콜로나투스의 주인들이 바짝 경계하고, 용병들을 끌어들이면서 콜로나투스를 습격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예전에 습격한 콜로나투스에서 가져온 것들이 있어 아직은 버틸 수 있지만 이대로 가면 점점 굶주릴 게 분명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식량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있어야 하는데···.


지도자 ‘크리스푸스’는 이번 목표를 칠지 말지 망설였다.


‘여기를 꼭 쳐야만 하는 걸까?’


마음이 와닿지 않았다.


일반적인 콜로나투스라면 망설일 것 없이 습격했을 텐데.


지금의 목표는 일반적인 콜로나투스와 달랐기 때문이다.


‘교회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농민들의 집합체라고 하던데···.’


그곳을 알면 알수록 크리스푸스는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이라는 걸 깨달았다.


‘귀족에게도 징세청부업자에게도 마지막으로 군인에게도 시달리지 않는 곳이라니. 정말로 그런 낙원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이런 처지에 내몰리지 않았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곳에 투신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에 투신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로마에 반기를 들었다.


콜로나투스의 주인들은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토벌 대상으로 낙인찍었다.


그 누구도 우리의 고통을 들어주지도 또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그러니 그쪽에 투신하고 싶어도 그쪽에서 받아주지 않으리라.


‘그래. 미안하지만 너희들도 우리들처럼···.’


크리스푸스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치고 싶지 않은 목표였으나 현실이 여기로 내몰고 있다.


참으로 비참한 세상이다.


*****


타라코 북부 교외 마을.


이 마을에 사는 베리나는 눈앞의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제님이 이걸 뭐라고 하더라? 아 맞다. 파종기라 했지.’


이제야 기계의 이름을 떠올린 베리나는 웃음을 지었다.


처음 이 마을에 정착할 당시엔 베리나와 그 가족들은 자신이 알던 방식대로 농사를 지었다.


그렇게 얻은 수확은 뭐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떨어지는 몫만큼은 예전보다 많아서 다행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콜로나투스의 주인이 계약이라면서 일부 가져가고, 징세청부업자가 세금 내라고 가져가고, 군인이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가져가면서 자신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1년 간 힘들게 밭을 일구었는데도 정작 자신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없는 현실.


하지만 다행히도 교회에서 이런 현실을 타파하고자 한 가지 방식을 시도했고, 베리나와 그 가족들은 그 방식에 당첨되어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 마을의 유일한 사제이자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오로시우스는 교회에 마련된 농장에서 루키우스라는 아이(?)와 함께 새로운 농법과 도구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리나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도구들, 거기서 일궈낸 성과들까지.


‘어라? 저렇게 농사를 지어도 되는 건가?’


‘나도 한번 저렇게 해볼까?’


‘저러다 농사 망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처음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오로시우스 사제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듯 그의 방식을 가르쳐달라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고, 기존의 농법을 고수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다.


베리나와 그 가족은 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이게 효과가 있을까? 그냥 저번처럼 씨앗을 휙휙 뿌리면 안 되는 걸까?’


그나마 파종기가 있어서 다행이지.


일일이 손으로 심으라고 한다면 예전처럼 바구니를 들고, 씨앗을 확확 뿌렸을 것이다.


‘사제님의 말씀을 한번 믿어봐야지.’


베리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로시우스 사제에게 배운 방법대로 파종기를 작동시켰다.


파종기에 담긴 씨앗들은 바퀴가 움직일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일정 간격으로 땅에 박혔다.


베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예전처럼 바구니에 든 씨앗을 확확 뿌리는 것에 비하면 조금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종자를 아낄 수 있잖아.’


아무래도 간격을 띄우고 씨앗을 뿌리는 방식이다 보니, 예전보다 종자를 아낄 수 있었다.


베리나는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농법을 고수하던 마을 사람들도 이 종자를 아낀다는 사실에 마음을 돌릴 정도였다.


베리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파종기를 움직였다.


기계의 힘을 빌려서 그런지 일은 아주 빠르게 끝났다.


“어이. 베리나. 아직 다 안 끝났어?”


그때, 이웃 마을 사람이 나타나 베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 끝났어요.”


파종기의 종자통에서 자신의 종자를 빼낸 베리나는 자신에게 말을 건 이웃에게 파종기를 건넸다.


“귀찮게 종자는 왜 빼?”


“우리 집안 종자 날로 먹을 생각하지 마시고 어서 가져가세요.”


“쳇.”


이웃 마을 사람은 아쉽다는 얼굴로 베리나에게 파종기를 건네받았다.


파종기 안에 든 종자는 각 집안의 소유지만 파종기 자체는 교회의 소유물이라 마을 사람들끼리 돌려 썼기 때문이다.


사실 농가도 농기구를 보유할 수 있지만 이제 막 마을에 정착했는데, 번듯한 농기구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걸 안 교회는 도시에서 농기구를 따로 구매한 뒤 그걸 농가들에게 빌려줬다.


즉 이 마을에서 쓰는 대다수 농기구들은 교회의 소유물이었다.


그렇지만 베리나는 그 사실에 딱히 불만을 품지 않았다.


이 로마 제국에서 자신만의 농기구를 보유한 곳은 콜로나투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콜로나투스는 이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조차 값을 메기며 소작농들을 구속했다.


뭐 그런 걸 따지면 이곳 교회도 농기구를 빌릴 때 값을 메기지만 콜로나투스에 비하면 훨씬 널널했다.


농기구를 수리할 때 드는 비용을 모든 농민들이 나눠 부담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를 부담 없이 사용했다.


혹여 어느 사람이 농기구를 부숴먹어도 사제는 그 사람에게 마을을 위한 봉사를 수행하라는 수준으로 끝냈다.


베리나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이런 나날만 계속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소박한 바램은 하늘이 들어주지 않았다.


로마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혼란은 결코 이곳을 빗겨나지 않았다.


*****


일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마을에서 보초를 서던 한 농민이 오로시우스가 나눠 준 망원경으로 주위를 경계하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리들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이 사실을 오로시우스에게 보고했다.


“뭐라고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이곳에 몰려온다고요?”


“예! 분명 처음 보는 무리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제님!”


“마을 사람들을 교회 안에 불러들이세요! 어서!”


“옙!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한 표정을 지닌 마을사람들이 교회 앞에 모여들며 웅성거렸다.


“큰일입니다! 여러분! 지금 적으로 보이는 무리가 이곳에 오고 있습니다.”


“예? 적이요?!”


“이걸 우째! 도적놈들이 여길 노리는 거야?!”


예상대로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아무도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다.


오로시우스는 이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


“아이들을 교회 안으로 들이고! 나머지는 농기구를 무기로 씁시다! 뭣들 하십니까? 어서 움직이세요!”


-옛!-


마을 사람들은 오로시우스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교회 안에 숨기고, 남자들은 농기구를 들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리고 오로시우스는 교회에 마련된 관측소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불을 피워 연기를 내뿜은 뒤 관측소 앞에 있는 나무 막대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세워뒀던 망원경 통신 체제를 가동하기 위해서다.


오로시우스는 나무 막대를 조절하면서 그와 동시에 망원경으로 저쪽의 관측소를 바라봤다.


‘저쪽에서 신호를 들었다는 기호가 떴군. 그렇다면···.’


오로시우스는 곧바로 이 마을에 비상사태가 터졌다는 걸 저쪽에 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쪽에서 자경단을 보내 준다는 신호를 보냈다.


오로시우스는 그 신호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됐어. 이제 자경단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


오로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도 교회로 내려가 집무실에 비치된 무기와 갑옷을 무장했다.


‘부디 이 마을이 무사하면 좋겠는데.’


오로시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교회 밖으로 나가 농민들을 통솔했다.


한편, 마을 외곽.


크리스푸스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을 발견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쪽도 우릴 본 모양이다.”


“그럼 이대로 돌입하면 되겠습니까?”


무기와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전사 하나가 크리스푸스에게 물었다.


“시간을 끌면 저 타라코의 자경단이 이쪽으로 올 수 있다. 그 말대로 하는 게 낫겠다.”


크리스푸스의 대답에 전사는 곧바로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 모으며 나름 진을 갖췄다.


크리스푸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바로 명령을 내렸다.


“가자! 우리 아이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러!”


-와아아아!-


무리들이 마을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한다.


맨 앞에 무장을 한 전사들이 앞장섰다.


콜로나투스의 창고에서 노획한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채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점점 마을이 가까워진다.


밭을 일구는 사람이 없다.


이미 이쪽의 침입을 눈치채고, 교회로 피신한 모양이다.


크리스푸스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마 마을 특성 상 교회에 곡물을 쌓아뒀겠지.’


한때, 사제였던 크리스푸스는 교회에 칼을 들이민다는 생각을 하자 절로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깟 교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했다.


주님도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교회를 중시하라고 하기보다는 일단 사람부터 살리라고 말했을 것이다.


크리스푸스는 입술을 꽉 깨물며 천천히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물을 쌓아둔 채 교회를 지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으음···. 돌아갈 길은 없는 건가?’


크리스푸스는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합니까?”


“돌아갈 길은 찾았나?”


“교회를 중심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쯧. 힘든 싸움이 되겠군.”


크리스푸스는 그렇게 말하며 교회에 시선을 돌리던 그때.


“네 녀석! 크리스푸스 맞는가?!”


저 교회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크리스푸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 시선의 끝에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이 보였다.


“너는 누구이기에 내 이름을 부르는 거지?”


“그 이름이 맞군.”


“그 목소리는···. 설마?”


“같은 고향 친구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오로시우스는 복잡한 눈길로 크리스푸스를 바라봤고, 크리스푸스는 오로시우스를 보자마자 엄청 놀랐는지 눈을 부릅떴다.


“너···. 너는···. 오로시우스···.”


“한때 같이 공부하던 사이였는데, 자네를 이렇게 볼 줄은···.”


“해후를 나눌 시간이 없네. 간단하게 말하지. 물러나게. 물러나면 저 사람들이 다칠 일은 없을 거야.”


“다칠 일이 없다? 저 교회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굶주린 사람들을 먹일 식량이 있겠지. 그러니 비키게.”


“저기 안엔 우리의 미래, 그리고 희망이 담겨져 있지.”


“미래? 희망? 하.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 그런 것도 있나?”


크리스투스는 조소했다.


“자네가 바라는 게 먹을 거라면 얼마든지 주도록 하지. 그러니 무기를 내려! 다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닥쳐! 우리 보고 무기를 내리라고? 그러면 먹을 것을 주겠다고? 하하. 자네는 아직도 이 세상을 몰라. 우리는 기다렸네. 밝은 미래가 다가올 거라고 끝까지 기다렸네. 자신의 몫을 가져가겠다는 이유로 콜로나투스의 주인이 부리는 경비병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도, 세금을 내라는 이유로 징세청부업자가 부리는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도, 군인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서 종자를 빼앗을 때도···. 내일이면 다르겠지! 하며 믿었지! 그런데 이제 와서 희망? 미래? 하. 웃기는군.”


“······.”


“이대로 가면 그저 메마를 뿐이야. 그저 빼앗긴 채로 죽을 뿐이라고! 우리는 뭣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지? 이렇게 고통 받기 위해 태어난 건가?! 저 굶주린 아이는 굶주려 죽기 위해 태어났나?!”


“그래서 힘없는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가려고 하는 건가?”


오로시우스의 일갈에 크리스푸스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네. 한 어미가 굶주려 죽어 가는 아이를 데리고, 콜로나투스의 주인에게 다가가 제발 아이 목숨이라도 살려달라고 간청했지만 그 어미와 아이에게 돌아가는 건 뭔지 아나? 그저 몽둥이와 칼이었지.”


“내가 묻는 건 콜로나투스의 주인에 대한 분노가 아니야. 왜 우릴 공격하느냐 그걸 물어봤지.”


“그래야 우리가 사니까. 이제 더 긴말 할 필요는-”


“그래 없지.”


그 순간 크리스푸스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아!-


뒤쪽에서 갑작스러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크리스푸스가 놀라 뒤로 고래를 돌리니, 그곳엔 단단하게 무장한 병사들이 대열을 갖춘 채 이곳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빨리?! 젠장! 저놈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었어···.”


그때, 단단하게 무장한 군인 하나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온다.


투구와 갑옷에 달린 장식으로 볼 때, 저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인 듯 싶었다.


지휘관은 크리스푸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래서 싸움을 계속 할 텐가? 아니면 이대로 항복하겠나?”


“······.”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당신은 사제인 것 같은데.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떼죽음 당하게 만들 생각이야?”


크리스푸스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무기를 내려라.”


“하지만···.”


“이미 포위된 상황이다. 지금 싸우면 저 지휘관의 말대로 우린 떼죽음을 당하게 될 거다.”


그 말에 전사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떨궜다.


크리스푸스 무리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루키우스는 옆의 자경단원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린다.


“포박해라.”


“옛!”


병사들은 진을 갖추며 크리스푸스와 그 무리들에게 다가가 포승줄로 그들을 묶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도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나서 다행이군.”


“사제님의 갑옷 차림은 처음 보는군요.”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네. 그나저나 이들을 어찌할 생각인가?”


루키우스는 그 물음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일에 배후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배후? 그러니까 저들을 이 마을로 쳐들어오도록 유도한 작자들이 있다고?”


“여기로 오기 전에 한 놈을 붙잡았죠.”


“한 놈?”


“이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러 온 놈이죠.”


루키우스는 곧바로 온 몸을 밧줄로 묶은 사내를 끌고 와 오로시우스 앞에 내놓았다.


“이 자는···.”


루키우스는 단검으로 재갈을 잘라 그놈이 말할 수 있도록 했다.


“헉헉···. 저···. 저는 그냥···.”


“왜 지나가는 와중이라고 둘러대려고?”


“그 말이 맞습니다! 예. 저는 우연히 그 길을 지나···.”


“지난다는 새끼가 이 마을 근처에 은신처를 만들어놓나?”


“그건···. 저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지랄하네. 3일 전에 네가 은신처를 파둔 걸 다 봤다.”


그 말에 그놈은 눈알을 데굴데굴 구르더니 순간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오로시우스는 그 모습을 보고, 루키우스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을 내보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교회에서 하도록 하죠.”


“그게 좋겠군.”


그렇게 둘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


오로시우스의 집무실 안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


루키우스는 오로시우스에게 이번 일의 전모를 설명했고, 오로시우스는 그 설명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개자식들이! 이 마귀 같은 족속들이! 그까짓 콜로나투스의 이익을 위해서! 이 마을을 습격하도록 사주하다니!”


오로시우스는 성난 멧돼지처럼 거친 숨을 내뱉었다.


“진정하십시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할 지가 아닙니까?”


“수습이라고?”


“이번 일을 꾸민 놈들에게 재갈을 물릴 생각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꾸미지 않도록.”


“무슨 생각이 있나 보군.”


“예. 사제님이 보시기에 아주 흡족하실 것입니다. 뭐 그것보다···.”


루키우스는 오로시우스에게 한번 눈치를 준 뒤 이렇게 물었다.


“저 크리스푸스와 그 무리들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불쌍한 이들이야.”


“그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쌍하다는 이유로 용서해야 하는 건 아니죠. 저들은 명백히 이 마을을 습격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시기적절하게 그들의 뒤를 점령해서 무위로 그쳤을 뿐.”


“그럼 자네는 저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한다고 보는 건가?”


“흐음. 글쎄요? 이럴 때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오로시우스는 루키우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 주여. 보속을 이렇게 뒤틀어도 되는 것입니까?’


오로시우스는 하느님에게 성호를 그리며 물었다.


*****


오로시우스와 대화를 끝마친 루키우스는 병사들과 함께 크리스푸스와 그 무리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허망한 눈빛으로 루키우스와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확인한 루키우스는 아까 붙잡은 첩자를 그들 앞에 대동했다.


“이 자가 누구인지 아시는 분?”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저 사람들 중 유독 한 사람 만큼은 호흡이 달랐다.


급하고, 조마조마한 호흡.


마치 숨긴 것을 폭로 당할 까봐 두려워 하는 호흡이다.


루키우스는 간첩을 끌고, 그런 호흡을 내뱉는 사람 앞에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이 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게 무슨 헛소리···.”


“과연 헛소리일지는. 그래서 그 타우루스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받았나?”


“그걸 어떻게···.”


“그 반응을 보니, 알만 하네.”


루키우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크리스푸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좀 이야기가 길어지겠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게 도대체!”


“아주 간단하게 말하죠. 당신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했습니다.”


그 대답에 크리스푸스는 입을 떡 벌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오늘도 한편 써내려갑니다.


보통 작가는 25편 내외로 추세를 살펴보며 이 작품을 내릴지 말지 판가름합니다.


작품을 믿는 작가는 30편 정도 써내리고, 작품을 이어갈지 내릴지 판단합니다.


이 작품의 경우는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망해가기 일보직전인 작품입니다.


성장세는커녕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작품이지요.


당연히 멘탈이 뒤흔들리고도 남습니다.


글이 안 써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토요일이니까 조회수가 낮을 거야라고 마음 속으로 납득하며 꾸역꾸역 써내렸습니다만.


오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작품을 써도 괜찮을까? 의문이 듭니다.


제목을 자꾸 바꾸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벗어던지고자 하는 생존의 몸부림입니다.


제 글 솜씨가 많이 부족한 것인지 작품이 흔들리니 저도 흔들립니다.


강철 멘탈을 지닌 사람들은 70~80화까지 작품을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 중 일부 극소수만이 뒤늦게 독자 여러분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떡상에 떡상을 거듭합니다.


제 작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뻔뻔스러운 바람이겠죠.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도 이 작품을 손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거든요.

죄송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려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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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6 24.09.07 3,069 179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124 159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6 24.09.05 3,295 179 19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314 184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7 206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500 222 18쪽
»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3 244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5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1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20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9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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