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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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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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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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DUMMY

요안네스의 제안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햇빛에 증발되는 드라이아이스처럼 기화됐다.


애초에 그 제안 자체가 폼페이우스 집안을 골리기 위한 것이라 그렇다.


하지만.


‘내 콜로나투스를 불태울 거라고?’


오늘 갑자기 그 집안의 위상이 보였다.


거대했다. 고개를 올려다봐도 끝을 모를 만큼 거대했다.


거대한 붓을 들고, 거대한 기둥에 낙서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기둥이 부처님의 거대한 손가락을 깨달은 손오공처럼 경악했다.


이게 단순한 협박이었다면 그냥 콧웃음을 치고도 남았을 거다.


저들이 암만 증거와 증인들을 불러 모아 자신을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도 자신은 눈도 안 깜빡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퀸투스가 자신의 콜로나투스를 직접 불태우겠다는 말을 던진 순간.


요안네스는 기민한 눈치로 저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들은 할 수 있다.’


바가우다이의 소행이라는 이유를 붙이며 자신의 콜로나투스를 불태울 수 있다.


암만 소작농을 박박 긁어모아 콜로나투스를 지킨다고 해도 저들의 힘은 이길 수 없으리라.


저들은 루시타니아로 내려가 자신의 힘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굳이 자경단을 동원할 필요 없이 도시의 부랑자들을 고용해 불태워버리면 그만이다.


퀸투스의 말은 경고였다.


앞으로 그렇게 계속 깝죽거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지켜보라는 경고.


로마 제국이 정상이라면 저들의 협박은 콧웃음을 칠 만한 일이었으나.


‘저놈 말이 맞다. 이탈리아의 귀족들에게 병력이 있다면 아프리카를 되찾으려고 하겠지.’


정상적이지 않은 로마 제국에게 히스파니아는 그저 버린 땅에 불과했다.


고트 부족이 먼저 찜해놓은 땅.


간판만 로마 제국으로 세웠고, 실질적으론 고트 부족이 다스리는 땅.


그렇기에 요안네스 자신도 그 고트 부족과 친해지려고 애를 썼다.


그게 자신의 콜로나투스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허나 고트 부족은 타라코넨시스(타라코, 카이사르아우구스타가 속해 있는 속주)의 콜로나투스가 바가우다이에게 불태워져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비웃을 따름이다.


자신의 콜로나투스를 스스로 지키지못하는 얼간이로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러니 그들의 보호를 받으려면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 했다.


‘증명···.’


자신은 증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증명은 저 빌어먹을 집안이 해냈다.


이미 고트 부족과 친인척 관계도 맺었으면서 자신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낸 집안.


증명하지도 못한 채 그저 보호만을 바라는 자신의 집안.


고트 부족은 과연 어느 집안의 손을 들어줄까?


요안네스는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자신의 콜로나투스를 지울 힘이 있다.


‘내 콜로나투스를 지우는 건 둘째 치고, 이걸 아무 일 없다는 듯 꾸밀 수 있는 게 두렵다.’


보라. 자신을 바라보는 주교와 시의원의 눈초리를.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망하고 있다.


몇몇은 이번 기회에 폼페이우스 집안에 힘을 보태 자신이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요안네스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자신을 바라보는 퀸투스의 그 눈빛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


그는 자신의 침대에 앉아서 바닥만을 바라본 채 입을 닫았다.


요안네스가 가만히 있자 시의회는 무척 순탄하게 돌아갔다.


애초에 이 시의회에서 요안네스라는 사람이 있었냐는 듯.


시의회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자 요안네스는 공포에 질린 채 자신의 콜로나투스에 돌아갔다.


요안네스는 퀸투스의 말대로 콜로나투스 바깥으로 절대 나가지 않았다.


*****


시의회 일이 끝나고.


루키우스는 오늘도 성당을 찾아 티치아노 주교를 만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도중에 세베루스를 만나고 말았다.


“뭘 묻고 싶은 거야?”


“내 아버지가 한 마디도 안 하셔. 그저 방안에 틀어박힐 뿐.”


그 대답에 루키우스는 속으로.


‘아무래도 아버지의 협박이 제대로 먹힌 모양인데. 원래라면 아득바득 난리를 치는 놈에게 온갖 증거와 증인들을 세워서 그놈을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쩝.’


법적으로 정의구현을 노렸던 루키우스에겐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뭐 그래도 그놈의 활동을 영영 봉인했으니까. 이걸로 된 거지.’


루키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베루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네.”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고? 도대체 시의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루키우스는 세베루스의 어깨를 두들기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한 가지 사실을 말해 주자면 너희 아버지는 업보를 받은 것뿐이야.”


“업보를 받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 업보란 건 말이지···.”


루키우스는 세베루스에게 업보의 개념을 말해줬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내 아버지는 아버지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런 꼴을 당했다고?”


“그래. 너도 사실 네 아버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염려했잖아. 안 그래?”


“그건···.”


“그리고 저번에 너에게 한 말 기억하지? 너의 아버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겠다고 한 거. 설마 이제 와서 내 탓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세베루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저 말이 맞아. 저 녀석은 약속을 지켰어.’


비록 자신이 생각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난 뒤부터 아버지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덕분에 아버지의 일을 자신이 떠맡게 되었지만 콜로나투스를 관리하는 마름이 자신을 도와줬기에 딱히 큰 문제점은 없었다.


“탓하려는 건 아니야.”


“다행이네.”


“그것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


“저번에 루시타니아로 내려가지 않았어? 거기서 싸운 거야?”


“싸웠지. 그걸 듣고 싶은 거야?”


세베루스는 동경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죽이는 걸 뭘 그리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네.”


“말해주면 안 될까? 나 듣고 싶어. 거기서 일어났던 일.”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들려줄게. 다만 한 가지는 명심해. 전쟁은 그리 멋있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걸.”


“알았어. 그러니 들려줘.”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쉰 뒤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갑갑한 현실, 속았다고 항의하는 병사들, 손발이 맞지 않는 연합군, 강력하기 그지없는 적까지.


물론 그 과정에서 세베루스가 충격을 받을 만한 내용을 뺐다.


가족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죽어 가는 병사들이나 팔다리가 잘려 절망에 빠진 병사들처럼 정신적 충격을 불러일으킬 내용은 일절 배제했다.


하지만 루키우스의 이런 배려가 오히려 세베루스에게 전쟁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고 말았다.


‘나도 크면 저 녀석처럼 활약할 수 있는 건가?’


세베루스는 봤다. 시민들의 환호가 루키우스에게 쏟아지던 모습을.


세베루스는 봤다. 루키우스가 퀸투스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타라코로 들어가는 모습을.


멋졌다. 너무나도 멋졌다.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아버지는 그들을 거슬린다고 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자신도 저들처럼 되고 싶었다.


‘저 녀석 뒤를 따라가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걸까? 정말로?’


세베루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나도 네 뒤를 따라가면 그 전쟁이라는 걸 볼 수 있는 거야?”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피식 웃으며 세베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안돼. 크면 가고 싶지 않아도 가게 될 거야.”


“하지만 너는 나와 같은 나이인데도 전장에 갔잖아.”


“그건···. 하아···. 내 몸집이 어른처럼 커서 그런 거야.”


“그럼 나도 몸집을 키우면 전장에 갈 수 있는 거야?”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곳에 왜 이리 신경을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야.”


그 말에 세베루스는 아쉽다는 얼굴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면 꼭 저 녀석 뒤를 한번 따라 가볼 거야. 아버지는 저 집안과 친해지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 이건 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야.’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했다.


이게 어린아이의 단순한 치기인지 아니면 한 인생을 결정짓는 거대한 분기점인지는 세베루스가 결정하리라.


*****


한편 같은 시각.


툴루즈 야외 훈련장.


마치 복싱 경기장처럼 사람들이 옹기종기 자리에 앉아 중앙에 있는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터엔 갑옷을 차려 입은 두 사람이 무기, 방패를 들고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외친다.


“야. 시기불스! 꼭 이겨라! 너에게 내 돈 다 걸었다.”


“게르미티! 지지 마라. 지면 너부터 뒤진다!”


이미 돈을 걸어서 그런 것인지 관중들의 응원(?)은 콜로세움의 관중들처럼 살기등등했다.


-깡! 까앙!-


두 전사는 이기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검을 휘두른다.


검에 막히고, 방패에 막힌다.


-휙!-


간단한 발재간으로 공격을 피하기도 했고.


-퍼억!-


틈을 노려 발차기를 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 싸움.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가 결투하는 걸 보는 듯했다.


경기장 상석에선 테오도리크가 흡족한 표정으로 그 싸움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평상복을 차려입은 한 중년 남성이 테오도리크에게 다가가 읍한다.


“폐하. 아뢸 것이 있습니다.”


한참 결투를 관람하는 중인데, 갑작스럽게 끊기면 그것만큼 짜증스러운 일도 없다.


테오도리크의 심정이 바로 그러했다.


그는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중년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폼포니우스? 급한 일이냐?”


‘폼포니우스’라 불리는 로마인 관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타라코 인근 마을에 바가우다이가 침입했습니다.”


“그래서 타라코가 우리에게 구원을 요청했나?”


“그건 아닙니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이 일을 해결했습니다만···.”


“그럼 문제 거리도 아니지 않나?”


테오도리크의 성난 음성에 폼포니우스는 식은 땀을 뻘뻘 흘렸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있습니다.”


“진짜 문제? 그게 뭐지?”


“타라코의 자경단이 바가우다이를 항복시키고, 그들을 용서했습니다.”


“용서라? 그게 문제라도 되는 건가?”


“예. 문제가 됩니다.”


“이유는?”


테오도리크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묻자 폼포니우스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대답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 바가우다이가 최근 카이사르아우구스타의 콜로나투스를 불태워버렸던 무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카이사르아우구스타와 타라코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이런 말이지 않나?”


“예. 카이사르아우구스타는 그 바가우다이 무리를 이쪽으로 돌려보내라고 하고, 반면 타라코는 우리가 그들을 용서했는데, 너희랑 무슨 상관이냐고 거부하면서 두 도시 사이에 다툼이 일고 있습니다.”


“흐음···. 콜로나투스의 주인들이 지랄을 하는 거군.”


“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그 물음에 테오도리크는 검지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치며 생각에 잠기다 곧 대답을 내놓았다.


“이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방치했다간 폐하의 대계를 망칠 우려가···.”


“하. 결정을 종용하는군.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당연히 카이사르아우구스타의 손을 들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뻔하지. 자네도 콜로나투스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나?”


그 말에 폼포니우스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 는 듯한 얼굴을 내보였다.


“경기 관람은 여기서 중단하지. 신하들을 불러라.”


“옛! 폐하.”


테오도리크의 명을 받든 전령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왕궁에 사람들이 속속 모였고, 상석에 앉은 테오도리크는 자리에 앉은 신하 및 유지들을 바라보며 폼포니우스가 전해 준 소식을 공개했다.


“카이사르아우구스타와 타라코 사이의 갈등이라···.”


“굳이 우리가 끼어들 필요가 있습니까?”


“어차피 둘 다 우리의 친인척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그냥 자기들끼리 해결하라고 놔두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론은 방관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두 놈이 알아서 싸우도록 해. 왜 우리 보고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 라는 선택지를 강요받아야 하나?’ 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폼포니우스로 대표되는 로마인 관료들은 한사코 카이사르아우구스타의 편을 들었다.


“절대 안됩니다! 타라코의 결정은 히스파니아의 콜로나투스를 흔들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쪽에 식량 사정이 헐거워지고 있는데, 이 일이 알려지면 히스파니아의 바가우다이가 더더욱 날뛸 수 있습니다.”


“당신들도 콜로나투스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폭도들에게 불태워진다면 그래도 방관하시겠습니까?!”


“뭐? 어따대고 성질을 부려!”


“이 잡놈들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기어오르네.”


그때, 테오도리크의 시선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는 주교와 사제에게 돌아갔다.


“자네들의 의견은?”


“전 타라코의 편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바가우다이는 잔혹한 현실에 매몰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자들입니다. 타라코의 주교 티치아노는 그런 이들을 용서해주고, 보듬어줬을 뿐입니다.”


그 말에 폼포니우스가 악을 쓰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바가우다이가 저지른 죄가 용납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미 타라코에서 보속을 치르고 있습니다. 분명 그들은 죄인이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카이사르아우구스타의 콜로나투스 주인을 위해 그들을 다시 구렁텅이에 내모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뭐 이 새끼들이 지금 바가우다이를 편드는 거냐?!”


“그 바가우다이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누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이번엔 종교계층 사람들과 관료계층 사람들이 서로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테오도리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테오도리크의 눈에 조용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얼마 전 루시타니아의 원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리우비길드였다.


“리우비길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윽···.”


리우비길드는 잘못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얼굴을 바꿔 태연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저 갈등을 키우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순간 말싸움을 벌이던 두 계층 사람들의 시선이 리우비길드에게 모였다.


갑작스러운 시선 집중에 리우비길드는 식은 땀을 뻘뻘 흘렸지만 속으론 이렇게 생각했다.


‘하여튼 귀신 같은 조카라니까. 어떻게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루키우스가 보낸 편지 내용을 가까스로 떠올린 리우비길드는 차근차근 입을 놀렸다.


“최근 타라코에서 교회가 먼저 땅을 구매한 뒤 농민들을 모집해 땅을 불하한다고 합니다.”


“흠? 어디 자세히 한번 말해보게.”


“예. 폐하.”


리우비길드는 서서히 타라코에서 일어나는 교회 자작농 연합에 대한 내용을 이 자리의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니까 교회는 땅의 소유권을 가지고, 농민은 그 땅의 수확권을 가진다 이거군. 교회가 직접 농기구들을 구매하고, 그걸 농민들에게 빌려주면서 수입을 얻는 형태라···.”


테오도리크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수염을 긁어냈고, 주교와 사제 등 종교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콜로나투스를 가진 관료 계층은 적대적인 시선으로 주교와 사제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중요한 발언권을 가진 전사들은 묘한 시선으로 이 분위기를 관람했다.


“굳이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갈등을 조장하고,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카이사르아우구스타와 타라코가 우리를 애타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흐흐. 애를 태우겠다는 소리인가?”


“예. 폐하의 대계를 위해선 적극적으로 싸움을 붙여야 합니다. 차후 히스파니아를 접수한 뒤 이 갈등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우리가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우리의 통치에 불복하는 녀석들을 갈라서 서로 싸움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하하! 이거 참 명안이군!”


테오도리크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그만큼 리우비길드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리우비길드의 말대로 하도록 하지. 우리는 적극적으로 이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


“폐하! 그러면 히스파니아의 귀족들이 우릴 의심할 것입니다!”


“흥. 한낱 콜로나투스를 위해 교회의 자선 사업을 방해하는 건 말이 되고?”


리우비길드의 말대로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관료들과 성직자들이 서로 앙숙이 되어 말다툼을 벌이는 이 광경을 보라.


‘그래. 네놈 로마인들은 스스로 나뉘어지고, 싸우는 게 어울려.’


테오도리크는 흡족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


루키우스는 성당에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저택으로 돌아와 이제 막 쉬려고 할 때.


루키우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이야기 좀 하자꾸나.”


“왜 형?”


바로 루키우스의 형 푸블리우스였다.


일단 푸블리우스를 따라 그의 방안으로 들어온 루키우스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형을 마주했다.


“무슨 용건이야?”


“대장간 이야기다.”


“대장간? 그건 또 왜?”


“요즘 여기저기서 철을 달라는 곳이 많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주문량이 늘었단 소리지?”


“그래. 계속 사람을 모집해 주문을 맞췄지만 그러고도 주문량이 눈덩이를 구르듯 늘어나고 있어. 루시타니아에서의 주문, 그리고 성당에서의 주문 등 철 달라는 곳이 많아.”


푸블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혹시 나에게 해결 방법이 있냐고 묻는 거야?”


“그래. 어떻게 생각하느냐?”


“방법이야 당연히 있지. 형 말을 들어보니까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다.”


“때라고 한다면?”


“세리카(중국)에서 쓰는 비법을 써야 할 때가 온 거지.”


“넌 어떻게 그런 비법을 알고 있냐?”


푸블리우스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내 귀가 좀 밝잖아.”


“하. 그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여튼 해결 방법이 있단 소리지?”


“당연하지. 사실 이 방법은 끊임없이 철을 녹여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이거든.”


“그 방법이 도대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냐?”


“그 방법은 바로 용광로야.”


“용광로?”


푸블리우스가 의아한 얼굴로 그렇게 묻자 루키우스는 미소를 짓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제 드디어 용광로를 쓸 차례가 왔다!’


루키우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기억에서 용광로에 대한 정보를 꺼냈다.


작가의말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은 복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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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9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9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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