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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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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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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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DUMMY

원정은 마무리 됐다.


리우비길드가 이끄는 서고트 지원군과 티치아노 주교가 이끄는 타라코의 자경단은 목표를 아주 수월하게 달성했다.


올리시포에서 환호를 들었던 이들은 타라코에 도착하자마자.


-와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만세를 부르는 군중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트 부족 만세! 타라코 만세!”


“로마 만세! 만만세!”


꽃바구니를 든 여인이 선박에서 내리는 원정군 병사들을 향해 꽃을 건네주자.


이 모습에 어리둥절했던 병사들은 어느새 헤벌쭉 미소를 지으며 꽃을 받아갔다.


파비우스는 이러한 광경에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병사들에게 대열을 갖추게 했다.


“로마군답게 시민들에게 엄정한 모습을 보여라! 헤픈 모습을 보였다간 병영에서 내 성질이 어떤 것인지 단단히 알려주겠다!”


그 엄포에 병사들의 군기가 바짝 들었다.


파비우스가 병영에서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 잘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병사들에겐 그런 엄포를 내렸지만 파비우스는 내심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시민들이 반겨 주는 거지?’


한 일이라고 그저 스칼라비스에 왔다가 수에비 부족을 쳐부순 것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잠깐 쳐부쉈다고? 우리가···?’


그 순간 파비우스는 왜 시민들이 자신을 반겨 주는 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승리를 거뒀다···.’


로마군조차 아닌 이들이 겨우 타라코를 지키는 게 고작이었던 존재들이 로마군조차 유린하는 야만 부족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는 소식.


안 그래도 절망과 불안이 가득했던 시민들이 이런 통쾌한 소식을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타라코의 시민들에게 이 소식은 아주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조차 병사들을 보고선.


“저도 자경단에 들어가고 싶어요! 어머니!”


“호호. 네가 크면 그렇게 해.”


“예!”


이런 소리를 내놓고 있는데,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파비우스조차도 타라코에 있었다면 저 시민들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저렇게 강력한 군대가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했을 것이다.


파비우스는 문득 병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은 군기가 잡혔으나 입술만큼은 실룩거리고 있는 게 그들조차 이 분위기에 들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괜찮을까? 개선식은 엄연히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탈리아의 귀족들이 이걸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파비우스는 곧장 티치아노 주교에게 다가가 이런 걱정을 토해냈다.


그리고 티치아노 주교는 별 문제도 아니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상관없네. 이건 개선식이 아니라 그저 환영식일 뿐이야.”


“으음. 하지만···.”


“그게 걱정이라면 저 고트 장군에게 떠넘기는 방법도 있고.”


“아.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군요.”


혹시 모르니, 티치아노 주교는 리우비길드에게 다가가 이런 걸 들려줬고.


티치아노의 예상대로 리우비길드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뭘 그리 걱정이오. 문제가 생기면 내가 감당하겠소. 지금은 그저 즐깁시다.”


리우비길드의 허락에 파비우스와 티치아노 주교는 마음을 놓으며 자경단을 행군시키기 시작했다.


자경단의 병사들은 파비우스의 지시에 따라 척척! 엄정한 모습으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휘이익!-


함성이 들리고,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길거리의 어느 여인은 걷고 있던 병사에게 다가가 푹 안기더니 그대로 키스를 나눴다.


퀸투스와 루키우스는 이 모습에 어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정신을 차리며 병사들 뒤를 걸어갔다.


“네가 없었다면 이런 건 구경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아버지···.”


“아들아. 이 모든 게 네가 이룩한 성과란다. 저길 봐라. 이 시민들이 우릴 환영해주기 위해 모인 것을.”


“그거 참 보람차네요.”


루키우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시민들의 환대를 받아들였다.


‘또 맛보고 싶구나. 다음번엔 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외쳤으면 좋겠다.’


전생에선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무척 신선한 감각이었다.


이후로 루키우스는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타라코 시내를 걸어갔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보던 타라코 거리인데도 지금만큼은 무척 생소하고, 또 새롭게 보였다.


*****


약 5일 간의 축제가 벌어지고, 그 뒤부터는 제 일상을 되찾았다.


축제가 끝나자마자 리우비길드는 자신들의 전사를 이끌고, 서고트 왕국으로 되돌아갔다.


‘함께 싸워서 기뻤네. 동생. 아들을 정말 잘 키웠어. 이거 하나만큼은 엄청 부럽구만.’


그는 그런 말을 남기며 떠났다.


퀸투스가 루키우스를 포옹하며 좋아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축제의 현장이었던 시내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고, 루키우스는 어김없이 티치아노 주교를 찾았다.


“이번엔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가?”


“이번에도 주교님께 제안할 것이 있어서 말이죠.”


“나에게 제안이라?”


“주교님 집안이 유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 집안 사업은 왜?”


티치아노는 뜬금없다는 얼굴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유리로 이것 저것 만들어볼 게 있거든요.”


“으음···.”


티치아노는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루키우스는 여전히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티치아노를 바라봤다.


‘이미 날 여러 번 놀라게 한 녀석인데, 또 무슨 일로 날 놀라게 할 건가?’


강철, 종이, 인쇄술, 농법, 새로운 유형의 배 그리고 지난 번 전투에서 보여 준 맹활약까지.


그 중 한 가지만 이뤄도 집안 대대로 칭송 받고, 역사서에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이었다.


그런데도 저 루키우스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자신을 찾아와 새로운 일을 벌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티치아노는 사뭇 기대된다는 얼굴로 루키우스에게 물었다.


“유리로 만들어볼 게 생겼다? 도대체 어떤 물건을 만들지 나에게만 살짝 알려주면 안 될까?”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잠깐 고민하다 대답했다.


“주교님도 아시다시피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도구를 사용하죠.”


“그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엔 어떤 말을 늘어놓으려고 그렇게 입을 터시나?”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보다 더 멀리 보는 도구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보다 더 멀리? 흐음···.”


루키우스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니라.


‘망원경, 그리고 안경. 놓칠 수 없는 사업이지.’


특히 군사 활동을 벌일 때, 망원경이 없어서 답답한 적이 많았다.


정찰병에게 망원경을 지어 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지휘관에게도 전장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망원경은 그야말로 천혜의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망원경은 군사 활동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망원경은 천문학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물건이다.


과학 혁명을 일으킨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이제 막 발명되던 망원경을 개량해 천체를 관측하고, 그걸 일일이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 당시 천문 관측은 종교인, 지식인이 도맡아했던 일이었다.


그러니 루키우스보다 티치아노 주교가 바라던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동생을 소개해주면 되는가?”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 그 망할 놈도 너에게 시달려봐야지.”


티치아노 주교는 동생을 골릴 생각에 히죽히죽 웃으며 종이와 필기구를 꺼내 편지를 썼다.


“그나저나 파피루스가 참 흔해졌어. 원래라면 이걸 꺼내는 것조차 망설이겠는데, 이렇게 불쑥 불쑥 꺼낼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이 모든 게 저 덕분입니다. 하핫!”


“그래. 그래. 하지만 교만에 빠지지 말게나. 우리가 이 험한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는 건 아담이 교만에 빠졌기에 그랬다는 걸.”


“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티치아노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루키우스의 얼굴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건넸다.


“자. 너도 내 동생을 잘 알지?”


“오랜만에 선물을 사 들고, 찾아야겠군요.”


“그놈에게 선물은 무슨. 아니지. 네가 그놈을 찾은 게 커다란 선물이겠지. 자. 이것으로 용건은 끝났나?”


“예.”


“잘됐군. 나는 좀 일이 있어서 실례하지.”


티치아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끝까지 지켜보던 루키우스는 메투스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우리도 가볼까?”


“예. 도련님.”


루키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


티치아노 주교가 속한 가문의 유리 사업은 본래 아퀼레이아(현재 이탈리아 북동부 우디네 남쪽)에서 시작됐다.


아퀼레이아는 이미 유리로 유명한 도시였고, 그렇기에 티치아노 주교의 가문 역시 유리 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티치아노가 성직자가 되고, 시간이 지나 타라코의 주교로 부임하게 되면서 티치아노의 가문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아퀼레이아의 유리 작업장을 타라코로 옮긴다.’


‘예? 거기는 한참 전란 중이지 않습니까? 위험합니다!’


‘위험하기에 성장할 여지가 있지. 이대로 아퀼레이아에서 계속 머무를 거냐? 아퀼레이아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반면 타라코는 그런 경쟁자가 없지. 거기다 우리 집안의 사람이 타라코의 주교로 부임한다. 이것만큼 좋은 조건이 어디에 있겠어? 안 그래?’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타라코로 옮긴 티치아노 집안의 유리 사업은 아주 빠르게 확장했다.


타라코에도 토착 유리 사업장이 있었지만 아퀼레이아에서 고인 물과 직접 경쟁하던 티치아노 가문의 유리 사업을 이길 리 만무했다.


거기다 티치아노 주교는 은근슬쩍 자신의 가문을 도왔다.


결국 타라코의 유리 사업은 티치아노 가문이 좌지우지하게 됐다.


루키우스가 찾아가는 곳은 바로 이 티치아노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유리 작업장이었다.


“어휴. 여긴 언제 봐도 뜨겁기 그지없네요.”


메투스는 작업장 내부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식겁했다.


“더운 건 당연한 거야. 모래를 녹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냥 아무 모래로 유리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그 말 저 사람들에게 한번 해봐. 아마 개소리를 한다고 두들겨 맞을 걸?”


“하하. 말 잘했다.”


그 순간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중년 남성.


티치아노 주교의 얼굴과 무척 닮은 그 남성은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 뒤 말을 걸었다.


“그래. 요즘 타라코를 떠들썩하게 하고, 내 형님과 짝짜꿍 잘 붙어 다니는 녀석이 이곳에 왜 왔을까?”


티치아노 주교의 동생이자 이 유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마르쿠스 피우스’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 편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형이 나에게 편지라? 어디 보자.”


루키우스에게 편지를 건네받은 피우스는 즉시 그 편지를 펼쳐 단숨에 내용을 읽었다.


“흠. 흐음···. 좋아. 일단 내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지.”


“예.”


루키우스와 메투스는 그렇게 피우스의 뒤를 따라갔다.


발걸음을 옮기며 도착한 사무소.


잘 나가는 사업장이라도 증명하듯 사무소 내부는 꽤 화사하고, 깨끗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은 하인이 건네주는 빵과 포도주로 배를 좀 채우며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망할 형이 자네가 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걸 만든다는 소리인가?”


“긴 원통형 도구에 둥글게 깎은 유리를 끼우면 됩니다.”


“유리를 둥글게 깎는다? 아 그것보다 가장 먼저 유리를 통해 밖을 본다고?”


‘그게 되나?’ 라는 뜻이 강력하게 담겨져 있는 피우스의 얼굴에 루키우스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투명한 유리가 없습니까?”


“우리가 가루로 색을 빼낸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가루 덕분에 우리 집안의 대장간 사업이 번창할 수 있었죠.”


“그거 참 다행이군.”


피우스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서랍에 다가가 한가지 물건을 꺼내고는 그걸 루키우스 앞에 내놓았다.


“이게 최대한 색을 빼낸 유리라네. 이걸로 어떻게 밖을 볼 생각이지?”


루키우스는 피우스가 건네준 유리를 보고, 당혹스러운 얼굴을 지었다.


‘잠깐 유리 색이···.’


분명 색이 없다. 색이 없긴 한데···.


‘바깥을 비출 수 없는 무색이라니?’


유리를 비춰본 세상은 마치 백내장에 걸린 사람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같았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형태가 보이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피우스가 그런 얼굴을 지었던 게 단번에 이해될 정도였다.


‘으음.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지금 시대의 유리는 현대의 유리에 비해 불순물이 꽤 많이 섞였다.


유리에 쓰이는 탄산나트륨도 나무 재를 우려 만들어냈을 뿐 르블랑 법 혹은 솔베이 법처럼 순도 높은 탄산나트륨은 만들 수 없었다.


‘확실히 이런 유리라면 망원경은 어림도 없겠어.’


일단 유리를 투명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이 유리를 어떻게 투명하게 만드냐는 것인데.’


루키우스는 피우스가 건넨 반투명 유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굴렸다.


‘아. 맞다. 분명 유리에 산화납을 집어넣어 투명하게 만든다고 했는데.’


얼핏 심심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지식백과를 살펴본 기억이 떠올랐다.


루키우스는 혹시나 해서 자신이 그 산화납을 살펴봤는지 기억을 더듬었고.


‘휴우. 다행히 있었네.’


십년감수했다.


‘만약 이걸 보지 않았다면 그 산화납을 찾겠다고 생고생을 했겠지.’


그래도 이름에 ‘산화’ 라는 단어가 붙여있기에 납과 산소를 접촉시키면 된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꽤 시간이 걸릴 거다.


‘흠. 어디 보자. 여기서 광학 유리에 쓰이는 건 이산화납이네. 그리고 이산화납의 생김새는 뭐야? 이거 있던 거네?’


이산화납의 생김새를 살펴보니, 이게 염료점에서 취급하는 물건이라는 걸 깨달았다.


루키우스는 몰랐지만 사실 이산화납은 염료로 자주 사용했던 물건이다.


납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로마인은 납을 알차게 활용했다.


수도관에 납을 발라 물 안에 든 석회를 제거하기도 했고, 납으로 연당이라는 걸 만들어 건강을 대가로 달콤함을 손에 넣기도 했다.


그런 로마인이 싸고 또 밝은 노란색을 칠할 수 있는 이산화납을 모른 척 하겠는가?


‘다만 색상이 색상이라서 유리에 이산화납을 넣을 생각은 안 했구나.’


크리스탈 유리가 늦게 나온 이유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방법을 알았으니, 남은 건 실행 뿐.


루키우스는 피우스를 향해 능글거리는 웃음을 내보이며 대답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입니다.”


“방법이 있다고?”


“예. 그전에 잠시 이익 배분부터 하죠.”


“이익 배분이라? 너는 이게 확실히 성공할 거라고 보는 구나.”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으음···. 이런 제안을 꺼낸 게 다른 사람이었다면.”


피우스는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비법을 빼내고, 슥삭한다는 소리지.’


중세의 장인들이 결성해 만든 단체 ‘길드’ 처럼 이곳 로마 시대에도 그런 개념을 지닌 단체가 있었다.


바로 ‘콜레기아’ 라고 불리는 단체였다.


콜레기아는 중세의 길드와 달리 중앙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활동하는데.


지금처럼 서로마 제국의 행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선 콜레기아는 어떻게 행동할까?


답은 간단했다.


그냥 중세의 길드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 길드를 현실로 비유하자면 리O지의 혈맹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좀 적나라하게 말하면 쌀먹들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냥터를 수십 년 동안 통제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가 길어지니, 과감하게 넘기고.


“그래서 이익 배분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자네는 기술을 알려주고, 우리는 기술자와 시설을 가지고 있지. 내가 7, 자네가 3.”


“이거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닙니까? 저 티치아노 주교님에게 꽤 많은 도움을 드렸는데요?”


“그걸 생각해서 말한 거야. 원래라면 8 대 2 정도 생각했으니까.”


“그냥 깔끔하게 반반으로 나누죠?”


루키우스의 제안에 피우스는 콧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자네의 기술을 너무 비싸게 파는 거 아닌가? 그것보다 자네가 말한 물건을 만들어 지지도 않는 상황이잖아.”


“제가 해온 일을 보면 감이 좀 잡힐 텐데요? 전 티치아노 주교님을 통해 계약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하. 그 망할 형 따위는···. 그래. 좋아. 자네가 4, 내가 6. 더 이상은 안 돼.”


피우스는 딱 잘라 말했다.


루키우스는 ‘좀 더 흥정을 해볼까?’ 고민을 했지만.


‘에이. 됐다. 어차피 돈은 부차적이고, 지금은 망원경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루키우스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정도로 합시다.”


“좋아. 이제 계약도 맺었겠다. 자네의 솜씨를 한번 보겠네.”


“아. 그러기 전에 잠깐 물건이 좀 필요합니다.”


“물건이 필요하다고? 어떤 물건이지?”


“잠깐 나갔다 와야 하는데···.”


“그런 거라면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피우스의 말에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염료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저택으로 되돌아온 루키우스와 메투스.


그런 둘에게 아우리크가 다가와 말했다.


“주인님이 찾으십니다.”


그 말에 둘은 퀸투스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방에 미리 기다리던 퀸투스가 루키우스에게 한 가지 서류를 건넸다.


“이건?”


“한번 읽어봐라.”


그 말에 루키우스는 즉시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싱긋 웃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서류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앞으로 스칼라비스에 주둔하는 켄소리우스의 부대에 필요한 물건들을 공급해 주길 바라네. 그리고 판매 대금은 나에게 청부하게나.]


폼페이우스 집안은 켄소리우스의 부대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 차익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할 테지. 흐흐흐.’


루키우스는 서류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며 헤벌쭉 웃었다.

로마 시대 유리.jpg

4세기 로마에서 제작된 유리컵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반투명한 색깔입니다.


이게 단순히 시간이 오래 되어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 시대 로마의 유리 기술은 이 정도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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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8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8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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