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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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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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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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DUMMY

루키우스의 말은 크리스푸스의 마음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말도 안돼. 저건 거짓말일 거다. 분명 우리를 흔들기 위한···.’


처음에는 부정이었다. 자신의 무리 중 일부가 배신을 저지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건 자신을 흔들기 위한 말일 거다.


주님이 자신을 시험에 들기 위한 말 일거다.


크리스푸스는 그렇게 되뇌며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정말로 배신하는 자가 없다고 할 수 있나? 그리고 저 녀석의 말이 날 꾀기 위해서? 굳이 날 꾈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난 저 녀석들에게 붙잡힌 처지다.’


크리스푸스는 루키우스에게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네가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결코 내 믿음이 흔들 일은 없으리라! 우리 모두는!”


“그럼 한 가지 물어보죠. 여기엔 왜 쳐들어오셨습니까? 그저 여기에 식량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건···.”


크리스푸스의 눈동자 초점이 흔들렸다.


‘다른 콜로나투스에 쳐들어오기 어려워서 여기는 식량이 많다는 이유로 여기에···. 잠깐.’


순간 크리스푸스의 시선이 루키우스가 지목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푸리우스가 분명 나에게 이곳을 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지. 다른 콜로나투스는 경비가 단단하다고 말이야.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이게 거짓말이라면···.’


크리스푸스의 시선이 푸리우스에게 강렬하게 꽂혔다.


크리스푸스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푸리우스에게 꽂혔다.


갑작스러운 시선의 집중, 푸리우스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어버버거렸다.


“나···. 나는 아니오! 난 아니라고! 내가 형제자매들을 배신했겠소?! 저 새끼가 날 지목해서 우릴 뒤흔들려는 수작일 뿐이라고!”


“글쎄? 과연 그럴까?”


루키우스는 비웃으면서 그 간첩의 얼굴을 푸리우스에게 바짝 붙였다.


“잘 봐. 분명 둘이 만났잖아. 안 그래?”


“웃기지마! 나는 배신하지-”


“않았다고? 정말로? 뭐 당신을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이 녀석이 했던 말 중에 분명 이 일만 무사히 끝나면 당신과 그 가족에게 다른 곳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을 거야. 당신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약간의 동전을 쥐어주면서 맞지?”


“······.”


푸리우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그걸 어떻게?’ 라는 뜻이 그대로 담긴 표정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그놈들이 당신 같은 사람을 꼬시는 방법이거든. 당신 이 무리에 얼마나 있었지?”


“그건 내가 답해주지. 5년이다.”


크리스푸스의 답변에 루키우스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음. 5년이라 이 정도면 마음이 흔들릴 시기가 되겠군요.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라는 불안감이 마음을 잠식하겠죠. 처음엔 분노와 열정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습니다. 한순간 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식어 가는 냄비처럼.”


“그런가······.”


크리스푸스는 멍한 얼굴로 푸리우스와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자. 이야기를 계속해서 당신이 목적을 이뤘다고 해도 그놈들이 약속한 돈을 줄 가능성은 없어. 오히려 당신을 죽여 아까 줬던 돈을 회수해가겠지.”


“거···. 거짓말이야···.”


“아직도 그놈들을 믿고 있는 거야? 설마 그들이 당신을 구출할 거란 망상은 하지 않을 거라 믿어. 오히려 당신을 죽여 입막음을 했으면 했지.”


푸리우스는 그 말에 부정하고 싶었으나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루키우스의 말대로 일이 돌아갈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푸리우스는 멍한 눈빛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모든 희망이 송두리째 무너진 얼굴.


이미 전생에서 실컷 봤던 얼굴이다.


루키우스는 푸리우스를 내버려둔 채 크리스푸스에게 다가갔다.


“이제 좀 알아차렸습니까?”


“하···.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묻고 싶군.”


“뭡니까?”


“왜 그들이 이곳을 습격하라고 사주한 것일까?”


“그거야 그들의 눈에 이 마을이 거슬리거든요.”


“거슬린다고? 왜?”


크리스푸스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콜로나투스에서 일하는 소작농들이 이 마을을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아···.”


“이 마을은 그 빌어먹을 콜로나투스를 대체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적어도 농지는 농사 짓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사도 모르는 놈들이 땅 주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크리스푸스는 멍한 눈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더니.


“하···. 하하···. 하하하···. 그래. 우리는 애초에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였어. 그래. 이제야 알겠어. 이곳을 공격하기 전에 왜 그토록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는지 또 망설였는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죠.”


루키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같이 온 병사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크리스푸스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했던 거지? 그 말대로 난 그놈들에게 놀아난 꼭두각시였던 건가?”


순간 크리스푸스의 눈길은 푸리우스에게 돌아갔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구나. 푸리우스.”


“사···. 사제님···.”


“고해성사를 하자꾸나. 네가 정녕 이 형제자매들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면 나에게 모든 걸 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저 형제 자매들에게 널 변호할 수 있으니.”


“예···.”


그렇게 둘은 오붓한 고해성사의 시간을 가졌다.


*****


며칠이 지나 루키우스가 이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크리스푸스는 오로시우스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아까 서로 죽일 듯 으르렁거리지 않았습니까? 이젠 아주 오순도순 잘 지내고 있군요.”


“오해가 풀렸으니까.”


오로시우스의 대답에 크리스푸스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서 생각은 정리했습니까?”


“오로시우스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네. 교회의 자금으로 땅을 구입한 뒤 농민들에게 그 땅을 나눠 준다는 계획, 오로시우스와 당신이 이곳에서 새로운 농법을 발명하여 이 세상에 밝은 희망을 가져다주려고 한다는 것.”


크리스푸스는 루키우스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 세상에 이리도 의인이 많은데···. 왜 나는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참으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네.”


“그 말을 하는 걸 보니, 우리의 일에 전면으로 협조한다는 말이군요.”


“그래. 전면으로 협조하겠네. 내 뭐든지 하겠네.”


“정말로 뭐든지요?”


순간 루키우스의 얼굴은 마치 인간을 속여 영혼을 강탈하는 마귀와 같았다.


그 모습에 크리스푸스는 자신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가 망설였지만 이미 상황의 주도권은 저쪽에게 넘어갔다.


‘흐흐. 좋아. 이제 나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겼어.’


크리스푸스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


어찌 보면 로마 제국에서 아니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절박하고, 또 절박하기에 범죄를 저지르지. 하지만 그들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럼 저들은 자신들을 받아 준 사람에게 무한한 충성을 바치리라.


‘특히 크리스푸스 같은 사람은 신념이 모든 것인 사람이야. 그 말은 곧 내가 저 사람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는 이상 저 사람은 나에게 무한한 충성을 바친다는 소리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태어났던 오자는 위무후에게 다섯 종류의 정예병들을 조언한다.


담력과 기백이 큰 자,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자, 발이 빠른 자.


그리고 과오로 관직에서 쫓겨나 그 죄를 씻어 제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자, 자신이 저지른 불명예를 씻고자 하는 자.


오자의 말대로 한다면 크리스푸스와 그의 무리는 네 번째, 다섯 번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죄인이다. 분노로 이 세상을 불태우려고 했던 죄인들이다.


분노가 사라지자 그들에게 남은 건 그저 먹고 살기 위한 투쟁뿐.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죄인들에게 남는 건 비참한 최후밖에 없다.


푸리우스가 배신을 했던 이유도 자신만큼은 그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최후를 피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 그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과연 그 기회를 제공해 준 사람을 배신할 수 있을까?


‘절대 못하지. 혹여 그런 놈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런 놈을 죽일 테니까.’


자신을 세상에 받아 준 그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서 그들은 루키우스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리라.


앞으로의 목표를 이루려면 자신의 뜻을 받드는 병사가 필요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사병을 보유하는 건 엄금해야 마땅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도 이것보단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저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군단 아니 코미타텐세스를 만들어낸다면 앞으로 찾아올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을 거다.’


루키우스는 크리스푸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당신들을 함정으로 빠뜨린 녀석들부터 족칠까요?”


“함정에 빠뜨린 녀석들···?”


“예. 당신들을 함정에 빠뜨린 녀석들에게 한방 먹여줘야 이 억울함을 풀 수 있지 않을까요?”


루키우스는 가장 먼저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키우스는 크리스푸스에게서 푸니우스에 대한 심문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자자. 불어! 숨 쉬고 싶다면 불어.”


“크헉! 살려 주십시오! 제발!”


“죽이진 않잖아. 자. 편해지고 싶지?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정보를 부는 게 좋아.”


고문으로 간첩에게서 단서를 얻어 냈고.


“헤헤. 이걸로 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자. 받아. 약속했던 돈이다.”


“역시 폼페이우스 집안은 믿음직하군요. 아 참 그리고···.”


“아. 걱정하지 마. 자네의 비밀을 절대 누설하지 않을 테니까.”


“그럼 그쪽만 믿고 가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보와 증거들을 수집했다.


그렇게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시의회는 여전히 시장처럼 떠들썩했다.


시의원들은 친분 있는 사람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개회가 할 때까지 기다렸다.


폼페이우스 집안의 적수라 할 수 있는 요안네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노예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작년에 그런 꼴을 당하고도 그는 여전하군.’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순간 요안네스가 이쪽을 향해 비틀린 미소를 보냈다.


원래라면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야 정상이지만.


‘지금은 그저 가소롭기 그지 없구나.’


퀸투스는 자신에게 비틀린 미소를 보내는 요안네스가 오히려 가여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교 티치아노가 달마티카를 차려입은 채 의장 자리에 착석하고는 나무 망치를 두들기며 선언했다.


“의회를 열겠소.”


그 말을 시작으로 시의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타라코 시에서 발생한 민원들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젠장. 인술라(공동 주택, 원시적인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거리는 온통 똥 무더기 투성이입니다. 매번 그 거리를 갈 때마다 냄새가 나서 못 가겠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소리입니까?”


“따로 변소를 만들던가? 아니면 분뇨를 수거하는 사람들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이 도시에 무슨 돈이 있다고 사람을 늘립니까?”


“요즘 그 마을에서 오줌과 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언제까지 거리를 걷다 머리 위에 똥을 맞으며 살 겁니까? 예?”


가볍게는 위생 문제부터.


“요즘 이곳 타라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게 다 난민들이라 문제입니다. 그들을 어디에 놔둡니까?”


“교회에서 했던 것처럼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허. 그걸 굳이 시의회에서 결정해야 합니까? 그건 엄연히 교회에서 결정할 일이지 않습니까?”


타라코로 흘러 들어오는 난민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논의까지 다양했다.


그때, 침대에서 포도를 씹고 있던 요안네스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시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요안네스를 조용히 바라봤다.


작년에 루키우스에게 망신을 당했어도 요안네스는 머뭇거리는 것 없이 티치아노에게 다가가 자신의 제안을 던졌다.


“주교님.”


“말씀하시오.”


“타라코에 침입한 바가우다이를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가우다이? 최근에 북쪽 마을에 쳐들어온 무리를 말하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들은 카이사르아우구스타 주변에 있는 콜로나투스를 불태운 놈들이었다는 건 주교님도 잘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들은 이미 우리에게 투항했소. 지금 그 죗값을 치루기 위해 보속을 행하고 있지. 그런데도 벌을 주자는 소리이오?”


그 말에도 불구하고, 요안네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 말은 카이사르아우구스타에 있는 콜로나투스의 주인들이 우릴 의심의 눈길로 보지 않을까 염려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그쪽으로 보내라는 소리이오?”


“그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입니다. 저들은 이미 죄인입니다. 콜로나투스에서 일하는 소작농들을 해치고, 한 해의 결실을 훔친 죄인이죠. 그들에 대한 처벌은 우리가 아닌 그쪽에서 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흐음···.”


티치아노는 조용히 요안네스를 바라보더니 곧 이런 말을 내놓았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소?”


그 말에 요안네스의 대적자 퀸투스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제가 반대합니다.”


“무슨 근거로 반대하는 것이오?”


“간단합니다. 옛 로마는 다른 도시의 죄인들이 로마에 들어와도 과거의 죄를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마가 아직 도시 국가일 시적에 로마는 다른 도시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였다.


사실 이건 로마 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도시의 전통이라 할 수 있었다.


‘네가 어떤 죄를 지어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묻지는 않겠다. 대신 이 도시를 위해 헌신해라.’


그리고 그 죄인들은 자신의 과거를 묻기 위해서 도시에 헌신했다.


퀸투스는 이걸 근거로 요안네스의 제안을 반대했다.


“하. 떨거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 바가우다이까지 받아들이고자 하다니. 참으로 아량이 넓군. 황제께서 우릴 반역의 소굴로 보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야.”


“반역은 그쪽이 저지른 게 아니고?”


순간 요안네스는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로 퀸투스를 쏘아붙였다.


“내가 반역을? 하. 무슨 소리를.”


“이번에 마을을 습격한 바가우다이. 자네가 불러들였잖아.”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태연하게-”


“당연히 증거가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지금으로부터 10일 전에 자네는 분명 카이사르아우구스타에 살던 타우루스를 찾았을 거야. 맞지?”


“그게 무슨 문제라도?”


“그런데 며칠 뒤에 크리스푸스가 이끄는 무리가 그쪽 마을을 습격했지.”


“그것 참 우연이군. 넘겨짚는 건 그쪽 버릇인가 봐?”


요안네스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렇게 묻자.


“그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에게 셋이 따로 방을 잡는 걸 본적이 있다고 말했지. 그리고 그 마을 주변에서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사람을 붙잡았고.”


“흥. 그래서 뭐? 그게 내가 그랬다는 증거라도 되나?”


“분명 아니겠지. 일은 타우루스 그쪽이 했을 거야. 하지만 그걸 제안한 건 자네이지 않은가?”


그 말에 순간 시의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요안네스는 악 소리를 내질렀다.


“억지 쓰지 마라! 지금 자네는 나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고···.”


그 순간 퀸투스는 요안네스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한 가지만 알려주지. 내가 아직도 자네를 살려 주는 이유가 뭔지 아나?”


“무··· 뭐?”


“자네가 그렇게 술수를 부린다면 우리가 가만히 맞고만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 무슨! 지금 날 겁박하는 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재판을 벌여볼까? 난 이미 증거와 증인들을 싹 다 모았거든. 질 자신이 없어. 아니 지더라도···.”


퀸투스는 요안네스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자네의 콜로나투스만큼은 확실히 지워주겠네. 요즘 바가우다이가 콜로나투스를 습격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니지 않나? 이곳에서도 하나의 사례를 붙일 수 있지. 안 그래?”


“너···. 너어!”


“지금까지는 자네의 콜로나투스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우리 도시의 생명줄이기에 자네를 봐줄 수밖에 없었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어. 왠지 아나? 자네 집안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곡물을 들여놓을 곳이 많아졌거든. 가이세리크에게 곡물을 사오든 이 도시 교외에 조성된 마을에서 곡물을 사오든.”


퀸투스는 요안네스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자네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술수를 부린 모양인데, 참 아쉽게 됐어. 그래서 자네는 뭘 선택할 건가? 재판으로 자네를 변호할 건가? 아니면···.”


“······.”


사태를 파악한 요안네스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퀸투스를 바라봤고, 그 모습에 퀸투스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이곳 타라코에 곡물을 판 공로를 생각해서 살 길을 하나 열어두지. 그저 쥐 죽은 듯 저택에서만 지내게. 만약 자네가 다른 가문의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이 내 귓가에 들리는 순간.”


퀸투스는 공포에 질린 요안네스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자네의 콜로나투스가 불타오르는 모습을 자네의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지.”


“로마가 이 일을 용납할 거라···.”


“용납하지 않으면 어쩔 거지? 이탈리아의 귀족들이 자네의 콜로나투스를 살리기 위해 이곳에 군대라도 보낼 거 같아? 하. 그럴 군대가 있었으면 저 수에비 부족을 막기 위해 타라코의 자경단이 루시타니아로 갈 일은 없었겠지. 아니 오히려 아프리카 속주에 있는 자신들의 콜로나투스를 되찾으려고 하지 않겠나?”


요안네스는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아무도.


자신을 변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티치아노 주교도 시의원도 그저 무심한 눈빛으로 요안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안네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작가의말

다시 심기일전하고, 연재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은 복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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