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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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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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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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DUMMY

타라코 성당에 또 다른 명물이 생겨났다.


“오오. 정말로 크게 보이다니! 아니 멀리 본다고 하던가?”


“이건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주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기적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제들은 망원경을 사용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뭐 망원경이라는 게 아예 없던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망원경은 새롭고, 신비한 도구라 충분히 호들갑을 떨만했다.


‘이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던져주면 아예 기절하겠네.’


루키우스는 망원경을 보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사제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다고 했나?


루키우스야 전생에 21세기 현대 문물을 즐겼던 몸이라 이 세계의 모든 게 뒤떨어지고, 불편해 보였지만 이 시대 사람들은 망원경조차 대단한 물건으로 보였다.


루키우스가 발명한 망원경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200년이 흘러야 나오는 물건이라 어찌 보면 루키우스는 천문학의 발전을 무려 1200년을 앞당긴 셈이다.


그리고 루키우스가 준비한 물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걸 썼더니 눈앞이 환하게 보여! 오오! 주여! 이것이 기적입니까?!”


바로 안경이었다.


렌즈가 등장했다면 당연히 안경도 나와줘야 하는 법.


사실 망원경이라는 물건도 안경을 만들던 사람이 렌즈를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발명한 물건인 걸 생각한다면 안경이 등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법이다.


하지만 현대처럼 사람의 눈을 일일이 맞춰보며 안경을 맞추긴 어려웠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두께 다른 각 렌즈를 손님에게 보여주고, 그 손님의 눈에 맞는 렌즈를 만들면 그만이지.’


XS부터 4XL로 나뉘는 옷 크기처럼 안경도 렌즈 모양과 두께를 나눠서 만들면 끝.


루키우스는 이걸 따로 규격화시켜 대량 생산할 생각이었다.


루키우스 덕분에 새로운 대박 아이템을 발굴한 피우스는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이렇게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사람들 중엔 눈이 유독 안 좋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사람들에겐 안경은 주님의 기적과도 같은 물건일 것입니다.”


“주님의 기적이라···. 그렇다면 난 사람들에게 주님의 기적을 하사하는 셈이군.”


“교만 떨지 마라.”


그 순간 티치아노 주교가 피우스에게 다가왔다.


“오. 형님. 오셨습니까?”


“네가 주님의 기적을 하사한다고 생각하니 내 한 소리 하겠다.”


“에헤이.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네 눈빛은-”


“애초에 이 물건은 저 아이가 생각해낸 것이 아닙니까? 전 그저 제 손으로 저 생각을 물건으로 만들었을 따름입니다.”


“예? 갑자기 왜 저를 언급하시는지?”


“사실이지 않나? 그러니까 형님은 저보다는 이 아이를 타박-”


“됐네. 됐어.”


티치아노는 김이 샜다는 얼굴로 쯧쯧 소리를 냈다.


“여기서 이야기하기 그러니, 정자에서 이야기를 계속하지.”


“예. 알겠습니다.”


“뭐 그럽시다.”


루키우스와 피우스는 냉큼 티치아노 뒤를 따르며 정자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정자에 도착한 세 사람.


피우스는 정자 주변의 화사한 자연을 바라보며 한껏 숨을 들이쉬었다.


“역시 형님이 가꾸시는 정원이라서 그런지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아부 떨지 마라.”


티치아노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술이 실룩거리는 걸 보니, 이 칭찬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 루키우스와 함께 투명한 유리를 만들고, 그 유리로 망원경과 안경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형님이 괜히 그 아이를 저에게 보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퀼레이아의 그 재수 없는 새끼들도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질투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핫.”


“그렇게 웃지 마라. 경박스럽다.”


“형님 앞에서 그렇게 웃으면 어디 덧납니까? 형님도 솔직히 기쁘지 않습니까? 감정에 솔직하셔야죠.”


“그래. 참 기쁘다. 주님이 창조하신 만물의 법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기뻐.”


티치아노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숨을 돌렸다.


“루키우스. 한 가지만 물으마.”


“예. 말씀하십시오.”


“어떻게 그런 물건을 생각했는지는 묻지 않으마 어차피 물어봤자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닐 테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 그저 그 물건을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루키우스는 잠깐 고민하는 듯 뜸을 들이다 대답을 내놓았다.


“앞으로 싸울 때, 필요하니까요.”


“그래. 필요하겠지.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 하나만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데.”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혹시 봉화를 아십니까?”


“봉화? 그건 갑자기 왜?”


“눈이 좋은 사람은 이 봉화를 통해 저 멀리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죠.”


“잠깐 설마?”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계속했다.


“망원경은 사람의 시야를 한층 더 멀리 보이게 해주는 도구죠. 하지만 봉화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봉화에 약점이 있다고?”


“비가 내리면 봉화를 쓸 수 없고, 또 바람이 거세면 여러 개의 봉화에서 피어 나오는 연기가 합쳐지는 문제점이 있죠.”


그 말에 티치아노도 내심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불로 신호를 보내는 대신 글자를 크게 만들어 그걸 망원경을 통해 본다면 어떨까요?”


루키우스가 제안한 건 바로 세마포어 통신 시스템이었다.


세마포어 통신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각 지점마다 관측소를 설치하고, 관측소에선 관절이 있는 목재를 꺾으며 기호를 만들어낸다.


다른 관측소에선 망원경으로 그 기호를 보고, 그곳에서도 똑같은 기호를 만들어 다른 관측소로 전달해 최종 목적지까지 전달한다.


전령으로 뜻을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뜻을 전달할 수 있었다.


로마 제국이 평화로웠던 시기였다면 이 통신 시스템의 효용은 별로 없겠지만 지금처럼 온 로마가 난리인 시점에선 이것만큼 효용 있는 것도 없었다.


“우리가 타라코 북쪽에 조성한 농장들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쪽에서 약속한 글자를 만들어내면 망원경으로 그걸 보고 바로 파악할 수 있겠군!”


티치아노는 감탄했는지 박수를 짝 치며 외쳤다.


“자···. 잠깐 전 이해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피우스에게 세마포어 시스템을 알려줬고.


“허. 그저 멀리 볼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망원경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피우스 역시 티치아노가 보여줬던 것처럼 박수를 짝 치며 감탄했다.


둘이 형제라는 걸 증명하듯 같은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피루스는 무슨 좋은 생각이 났는지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이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망원경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겠군요.”


“참나 그렇게 좋냐?”


“우리 집안이 돈을 벌어야 형님 뒷바라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쯧쯧. 이 성당은 잘 나가고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


“하기야 책을 찍어내며 돈을 갈퀴로 끌어당기시니 말이죠.”


“험험. 그건 엄연히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한 돈이야.”


“예. 예.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생산되는 망원경과 안경도 이 세상을 위한 것이죠. 하여튼 아시죠? 형님. 부디 우리 것을 잘 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알겠다. 이 탐욕스러운 녀석아.”


티치아노는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그 대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라코 성당에 관측소가 세워지고, 타라코 북쪽 교외에 위치한 자작농 연합 마을에도 관측소가 세워졌다.


티치아노는 퀸투스, 루키우스와 자경단 대장(?)이라 할 수 있는 파비우스를 불러 암호와 신호를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통신 체계를 실제로 써먹게 됐다.


*****


요안네스의 아들 ‘세베루스 리키니우스 갈루스’.


세베루스는 서기 420년 경에 태어난 아이였다.


즉 루키우스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폼페이우스 집안과 리키니우스 집안 사이가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보기에 세베루스와 루키우스 두 아이는 서로 비교하기 좋은 대상이었다.


그걸 안 두 아이의 부모는 그 아이들을 채찍질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루키우스는 시간이 지나 그 조숙함으로 퀸투스의 간섭에서 벗어났지만 세베루스는 지금도 아버지 요안네스에게 채근을 들어야 했다.


‘세베루스. 너는 반드시 그놈을 뛰어넘어야 한다.’


요안네스에게 주입된 부담감, 그 때문에 세베루스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다른 아이들이 노예들의 손아귀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은 성당에 남아서 성경 한 줄을 더 읽어야 했다.


최소한 루키우스 그놈보다 더 무식하면 안 되니까.


그놈보다 더 많은 걸 알아야 하고, 그놈보다 더 능력이 있어야 했다.


세베루스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집안의 숙명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골목에 모여 재밌게 노는 동안 자신은 공부해야 했으니.


세베루스는 그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들과 놀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는 게 두려웠다.


그렇기에 세베루스는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친구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유일한 친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책이었다.


말하지도 또 움직이지도 않지만 책에 담긴 글귀들은 세베루스에게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세베루스는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과의 대화는 무척 즐거웠다.


글귀 하나하나가 세베루스에게 상상력을 더해줬다.


책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나오면 세베루스는 사제를 찾아가 물었다.


‘이건 어떤 뜻인가요?’


‘아. 이거? 이건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구나. 그러니까···.’


사제는 친절하게 그 뜻을 가르쳐줬다.


세베루스는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


거기다 세베루스가 책을 읽게 되자 요안네스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세베루스를 채찍질하는 걸 관뒀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채근도 벗어나고, 유일한 친구랑 같이 마음을 나눴으니까.


허나 그런 그에게도 그의 정신을 뒤흔들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와아아아!-


‘젠장! 어서 막아! 대열 세워! 대열!’


‘파비우스! 지금 자경단은 어디에 있지?!’


‘시내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다시 불러들이기 힘듭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평화로웠던 타라코에 오아메르가 이끄는 반달 해적이 습격한 것이다.


세베루스는 성당 안에서 이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사제의 손에 이끌려 안전한 곳에 피신했음에도 그의 두 눈은 연기가 새어 나오는 시내에 고정됐다.


그 광경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성당 바깥에선 다 큰 어른들이 살기를 피우며 서로 죽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피와 죽음, 그리고 비명.


난생 처음 보는 광경, 세베루스는 처음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그런데 죽으면 정말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걸까?’


두려우면서도 또 아이 답게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에서 혼란을 수습한 자경단이 올라오면서 전투는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베루스는 그곳에서 루키우스를 처음 볼 수 있었다.


요안네스가 꼭 이 녀석만큼은 뛰어넘으라고 신신당부했던 아이.


‘아이? 정말로?’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루키우스의 체격은 어른만큼 컸다.


그는 직접 검을 들어 반달 해적들과 싸웠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라코는 평화를 다시 되찾았지만.


‘왜 아버지는 저 녀석을 뛰어넘으라고 하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할 수 있을까? 저 녀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뛰어넘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고도 해결책을 못 찾자 유일한 친구 책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또 읽었는데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에게 찾아가 물었다.


‘아버지. 어떻게 하면 그를 뛰어넘을 수 있죠?’


요안네스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이 집안을 물려받고, 그놈 집안을 망하게 하거나 네 밑으로 거뒀을 때, 비로소 그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대답은 이러했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세베루스는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그 집안을 망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건 우리가 찾아야 한다.’


‘아버지. 왜 그 집안을 망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 질문을 받은 요안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놈들이 거슬리니까.’


그저 거슬린다는 이유로 폼페이우스 집안을 망하게 하겠다는 요안네스의 대답에 세베루스는 더더욱 의문을 가지게 됐다.


왜 그들이 거슬리는 것일까?


세베루스는 왜 그들이 거슬리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요안네스는 자신의 어깨를 꽉 잡으며 대답했다.


‘아들아. 벌레가 널 깨무니?’


‘아뇨.’


‘그럼 그 벌레가 좋으니?’


‘으음. 그건···.’


‘그래. 내 대답이 그것과 같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세베루스는 그 대답을 듣고, 처음으로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혼란은 거대한 의문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타라코의 자경단이 루시타니아로 떠날 때, 세베루스는 직접 루키우스를 찾아 묻기로 했다.


‘저기···.’


‘응? 뭐지? 아. 리키니우스 집안의 아들인가?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야?’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 뭐 우리 집안이 그쪽 집안과 원수가 된 걸 궁금해 하는 거야?’


자신의 폐부를 훅 찌르는 그 물음에 세베루스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뻔했지만 겨우 참아내고, 다른 걸 물었다.


‘넌 전장으로 향하는 거지? 죽을 지도 모르는 곳에.’


‘그래. 맞아. 그런데 왜?’


‘두렵지 않은 거야? 그곳으로 가면 죽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 거라면 그쪽이 기뻐할 일이 아닌가? 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을 걸?’


‘그럼 내 물음에 답하지 않겠다는 거야?’


‘하아···. 그래. 알려 줄게. 나는 내 미래를 거머쥐기 위해 간다.’


‘미래?’


‘그래. 미래. 날 위한 미래. 날 사랑해주고, 보살펴 준 집안을 위한 미래. 그걸 위해 간다. 됐어?’


‘미래···.’


마치 머리 속을 꿰뚫어버리는 충격이었다.


‘내 미래는 뭘까? 난 뭘 위해 태어난 건가?’


하나의 거대한 의문을 담은 세베루스는 다시 한번 루키우스에게 물었다.


‘그게 목숨을 걸 만한 일이야?’


‘내가 거머쥘 미래는 상당히 거대하거든. 목숨을 걸어도 또 걸어도 모자를 만큼 말이지. 하여튼 난 간다. 또 보자.’


루키우스는 그런 말을 남기며 배를 타고, 루시타니아로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위풍당당한 얼굴을 한 채 타라코로 되돌아왔다.


타라코 시민들의 환호를 즐기며 시내를 활보했다.


‘나도 미래를 거머쥐면 저렇게 되는 걸까? 그럼 내 미래는 뭐지?’


의문은 계속해서 커졌다. 도대체 그는 어떤 미래를 거머쥐기 위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결국 세베루스의 마음 안엔 루키우스의 존재감이 깃들고 말았다.


그가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마다 그 존재감은 점점 커졌다.


이 존재감을 해소하기 위해 결국 다시 한번 루키우스를 찾았다.


‘듣고 싶어. 왜 아버지는 너흴 거슬리다고 하는지.’


‘허참. 그걸 나한테 묻네. 뭐 좋아. 일단 내 대답을 말하자면 우리 가문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기에 그래.’


‘그럼 왜 너희 집안은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거야?’


‘너라면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어?’


‘그건···. 아니야.’


‘그래.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아. 그런 거라고.’


루키우스는 자신의 모든 의문을 풀어 주는 척척박사였다.


그의 대답은 항상 적나라했지만 세베루스의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간단해. 상대방이 미우니까. 상대방이 없어지면 자신의 마음이 풀리니까.’


‘왜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냐고? 흠. 이건 좀 고차원적인 질문인데. 내 생각은 말이지. 그건 삶이 힘들어서 그런 거야. 그 힘든 것을 잊기 위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또 상대방을 얕잡아 보면서 자신을 위로해. 나는 저놈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힘든 삶을 이겨내는 거지.’


‘왜 너에게 이런 걸 알려 주냐고? 적인데도 알려 주는 이유가 뭐냐고? 그럼 너에게 물을 게. 네 눈으로 봐. 날 죽여 없애고 싶어? 그래야 네 마음이 편해져? 네가 결정한 거야? 아니면 아버지가 하라고 해서 하라는 거야?’


그 대답을 들을 때마다 세베루스는 자신의 세계가 깨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참. 그리고 너희 아버지가 왜 루키우스와 만났냐고 물을 거야. 그럴 때마다 넌 이렇게 대답하면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거야.’


‘어떻게 대답하면 돼?’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그렇게만 대답하면 네 아버지가 널 칭찬할 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루키우스의 말대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요즘 루키우스랑 자주 만난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아버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둬야 합니다.’


‘그래. 네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 잘했다. 그렇게 우리의 적을 꼼꼼하게 관찰해 이겨낼 방법을 강구해라.’


루키우스의 말대로 자신은 아버지에게 칭찬을 들었다.


네가 하도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 모를 줄 알았다느니 같은 소리를 듣는 건 덤이었다.


세베루스는 아버지와 함께 타우루스의 저택에 방문해 그 계획을 들었고, 타라코에 돌아가자마자 성당을 찾았다.


“거기에 있었구나.”


“이번에 무슨 일이야?”


“저기 말이지···. 사실은···.”


세베루스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음모를 루키우스에게 들려줬다.


“하. 바가우다이로 교회가 조성한 농장을 습격하겠다? 그래. 그래. 네 아버지다운 술수네.”


“저기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루키우스는 세베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네 아버지가 좀 곤경에 처해도 괜찮겠어?”


“곤경에 처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뭐. 네 아버지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콜로나투스에 조용히 처박을 생각이야.”


“그거라면 괜찮아···.”


“네 마음으로 결정한 거야?”


“주님께서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말리라고 했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베루스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그를 떠나보내며 생각했다.


‘못할 짓이야. 저렇게 순수한 어린 아이를 꾄다는 게 정말이지···.’


참으로 양심이 찔렸다.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바가우다이가 교회를 습격한다라. 세베루스가 곤란에 처하지 않도록 계획을 잘 짜봐야겠네.’


루키우스에게 세베루스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 녀석은 요안네스를 무너뜨리는 중요한 카드니까.’


요안네스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루키우스에게 빼앗긴다면 그는 어떤 생각이 들을까?


그토록 믿었던 아들에게 배신당한다면 그는 어떤 마음을 품을까?


루키우스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메투스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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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5 205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499 221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2 244 19쪽
»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4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0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0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8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8 18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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