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2: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73,100
추천수 :
11,396
글자수 :
444,347

작성
24.08.25 22:20
조회
3,959
추천
188
글자
18쪽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DUMMY

켄소리우스가 헤르메리크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있을 때.


서고트 왕국 지원군과 타라코의 자경단은 스칼라비스에 숙영지부터 건설했다.


원래라면 교외에 막사를 꾸려 그 안에 지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차피 비어있는 건물은 많으니까 그 안에 들어가도 되겠지.”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물.


야외에서 노숙하는 것보다 건물 안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숙영지를 지정하고 난 뒤 어느새 연합군(?)의 사령관이 된 리우비길드는 지휘관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일단 합을 맞춰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손발을 맞추자는 의미군요?”


“그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지. 우리 부대는 잘 싸우는데, 옆 부대가 패주하면 그 전투는 진다고.”


리우비길드는 그렇게 말하며 켄소리우리가 이끄는 군대의 장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장교들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그 시선을 외면했다.


자신들이 이끄는 병력들이 오합지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보이는 반응.


리우비길드는 그 반응에 콧방귀를 뀌며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 합을 맞춰보자고. 그럼 실전을 치를 때, 손발이 안 맞는 사태는 줄어들 테니까.”


“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도 동의하오.”


그렇게 지휘관들의 동의를 얻어낸 리우비길드는 그 즉시 합동 훈련을 실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켄소리우스가 마실리아에서 끌고 온 200명의 병사들은 왜 잡병인지를 한번에 증명해버리고 말았다.


“시발! 왜 이렇게 굼떠! 그리고 저 새끼는 대열에서 왜 이탈해?!”


어설픈 걸 넘어 이게 군대냐 싶은 모습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대열을 갖추는 것, 걷는 것도 모조리 엉성했다.


거기다 더더욱 가관인 건.


“이보시오! 나는 그저 창만 들면 된다고 해서 여기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오?!”


그 병사들 중 일부는 무기를 내다 던지며 항의를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리우비길드는 이게 무슨 일이냐고 장교들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그 장교는 리우비길드에게 순순히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병사들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잘 모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지지부진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로마 내 만연한 군대 기피가 결국 한몫을 하고 말았다.


도저히 병력이 안 모이니 켄소리우스와 장교들은 사람들을 속여 징집했다.


‘실제 전투는 없어. 너희들은 그저 창만 들면 돼.’


‘이거만 하면 저 돈은 너희들 거다. 어때 쉽지?’


‘돈은 일만 마무리하면 줄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구슬리며 모집한 병력이 바로 저 200명의 병력들이라는 거다.


“하. 빌어먹을···. 아예 저 녀석들을 빼버리는 것이 낫겠어.”


장교들은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바로 그때, 루키우스가 리우비길드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들을 군대로 만들려면 최소한 마음가짐부터 고칠 필요가 있겠군요.”


“마음가짐? 하. 애초부터 속아서 여기까지 온 녀석들이다.”


리우비길드는 그렇게 핀잔을 던졌지만 루키우스는 포기하지 않고, 장교들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죠. 일이 끝나면 저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었죠?”


“그거야 돈을 준 뒤 해산시키려고 했죠.”


“그러니까 한번 쓰고, 버리려고 했다. 이런 말씀인 거죠?”


“······.”


장교들이 이런 마음을 품는데, 병사들이 오합지졸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우리는 마기스테르 곁에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한 장교가 그렇게 변명하자 루키우스는 냉소했다.


“하. 일회용 병사에 일회용 장교라···. 마기스테르께서 왜 당신들을 이쪽에 보냈는지 알만 하겠군요.”


“······.”


“잘 들어. 이 개새끼들아. 애초에 그 딴 마음을 품으니까 병사들도 너희들도 오합지졸인 거다.”


“뭐? 이 개자식이!”


한 장교가 격분하며 루키우스의 멱살을 쥐어 잡으려고 하자 루키우스는 그 장교의 팔목을 꽉 붙잡으며 소리쳤다.


“너희들도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지. 그 잘나신 마기스테르가 너희들을 이곳에 버렸다는 사실을.”


“젠장. 개소리하지 마! 그분께서 우리를 버리실 리가!”


“너희들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데, 과연 마기스테르께서 너희들을 부를까?”


장교들은 그 말에 핼쑥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사실 저들도 이미 알고 있는 거다.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걸.


그 사실을 차마 인정하기 싫어서 자신들은 저 병사들과 달리 소중한 존재니까 일이 잘 끝나면 마기스테르 곁에 되돌아갈 수 있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합리화한 거다.


루키우스는 그것이 한눈에 보였다.


“내가 당신들이라면 난 오히려 이렇게 했을 것이다.”


“어떻게 말인가?”


“날 이곳에 던져버린 마기스테르의 눈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일 거다.”


“하. 이 빌어먹을 새끼가! 네놈이야말로 현실을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라고 그렇게-”


“현실이 이렇다고. 그래서 할 수 없다고.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왜 그렇게 말하려고?”


격분했던 장교는 그 말을 듣자마자 멍한 눈빛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병사들의 마음가짐을 고치는 것보다 너희들의 마음가짐을 고치는 게 더 먼저일 것 같은데? 일단 이것부터 물어보지. 만약 마기스테르께서 너희들을 여기에 계속 주둔시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건···.”


“그래. 그저 막연하게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한다면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겠지.”


“그럼 넌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어?!”


루키우스는 자신에게 그렇게 소리친 장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 한 가지만 더 물어보지. 병사들을 싸우게 하려면 아니 최소한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돈은 없어. 그러면 무엇으로 병사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까?”


“······.”


장교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정답을 말해줬다.


“땅. 여기서 먹고 살 수 있는 땅. 그거밖에 답이 없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로마에 은대지 제도라는 게 있다.


로마 제국은 게르만인들로 하여금 국경을 수비하게 만들었는데, 게르만인들은 그 대신 로마 제국으로부터 국경의 땅을 부치는 권한을 받아냈다.


이 은대지 제도는 나중에 게르만 인들의 종사 제도와 결합하여 후일 중세의 봉건 제도로 이어지게 된다.


루키우스가 말한 건 바로 이 은대지 제도로 하여금 병사들을 붙잡으란 소리였다.


“하지만 여기에 주인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하. 그럼 그 땅 주인이 병사들을 고용해 수에비 놈들을 막으라고 하던가.”


루키우스의 냉소에 장교들은 공감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맞는 말이지.”


“땅 주인이 여길 지켰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장교들의 여론을 확인한 루키우스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지?”


“젠장. 네 말이 맞아. 그렇게 하는 게 낫겠어.”


그렇게 장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정리되었고, 이제 남은 건 파업을 하려는 병사들이었다.


“그러니까 저희에게 땅을 준다는 소리입니까?”


“그래. 그 정도면 싸움을 할 이유는 충분하겠지? 아니면 어느 콜로나투스에 들어가 소작농이라도 하던가?”


병사들은 그 제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정말 믿어도 될까?”


“하지만 땅을 준다고 하잖아.”


“여긴 야만 부족들이 막 돌아다니고 있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허나 그들 역시 절박한 마음을 품고, 여기로 달려온 몸이다.


사실 올리시포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들은 이미 눈치를 챘다.


‘이거 진짜로 싸우러 가는 거 아냐?’


‘시발. 도망쳐야 돼. 이대로 있다간 죽을 거야.’


‘하지만 이대로 도망치면 돈을 못 받는데.’


그런데도 그들은 여기에 남았다.


장교들이 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돈만 있다면 자신들을 짓누르는 현실을 집어던질 수 있기에 그 요청을 받아들인 거다.


그들 역시 저 장교들처럼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돈을 받아야 우리 가족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고.’


‘그저 창만 들면 그 돈을 받을 수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겠다고?’


‘소작농이 되겠다고 애원해도 콜로나투스에서 받아 주지도 않잖아.’


절박한 사정이 그들을 여기까지 떠밀었다.


장교들이 한 말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지자 그들은 분노했지만 루키우스가 땅을 주겠다는 제안을 제시하자 병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대화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천칭이 맞아 떨어졌고, 병사들은 파업을 그만뒀다.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으니, 이제 남은 건 이 병사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방법뿐.


그런 거라면 타라코의 자경단이 전문이었다.


200명의 오합지졸에게 새로운 훈련법이 전수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 켄소리우스가 스칼라비스에 도달했을 때, 이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


모든 사정을 다 파악한 켄소리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원래라면 이건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인데···.”


“제대로 싸우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았소. 그저 패주하지 않기를 바랄 뿐. 그나저나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일을 동의한다고 봐도 무방하오?”


리우비길드의 물음에 켄소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권한은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일이 이렇게 됐는데, 그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고요.”


원래라면 ‘남의 부대 간부가 왜 우리 부대 애들에게 지랄이지?!’ 라고 항의를 하겠지만 켄소리우스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저들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몸이다.


자신이 수백, 수천 명을 거느리는 장군이라면 몰라도 지금 자신의 병력은 200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싸울 마음이 제대로 있을 지 모르는 오합지졸이다.


그런 상황에서 리우비길드가 이끄는 500명의 병력과 티치아노 주교가 이끄는 200명의 병력은 켄소리우스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모습은 딱 봐도 무장이 충실했고, 군기가 확실히 잡혀 있었다.


‘마기스테르께서 지원 병력을 보내 준다고 했던 게 이런 것일까?’


처음엔 아에티우스에 대해 원망어린 마음을 품은 켄소리우스였으나 지금은 그런 원망이 조금 옅어졌다.


“일단 내 조카 녀석이 그 200명에게 스칼라비스 주위의 땅을 준다고 약속했소.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는 없겠소?”


“문제야 있겠죠. 분명 라벤나에서 노예들의 보살핌을 받는 어느 고귀하신 분이 이 사실을 안다면 땅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치겠죠.”


“흥. 그딴 돼지 새끼의 말은 무시하면 그만이오.”


“크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오히려 그놈들을 싸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한 장군이 그들을 설득했다고 들었는데···.”


“아. 내 조카 루키우스 폼페이우스를 말하는 것이오? 하하. 그때 정말로 대단했지. 그런 생각을 곧바로 꺼내 그들에게 전의를 불어넣을 줄은 꿈에도 몰랐소.”


리우비길드는 그때를 떠올리자마자 혀를 내두르며 자신의 조카를 칭찬했다.


“그나저나 괜찮겠소? 내 조카가 그들을 훈련시켜도?”


“원래라면 이건 우리의 일이지만 딱 보니까 우리보다 더 잘 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지금은 제 자존심을 챙기는 게 아니라 그놈들을 보다 더 쓸모 있게 만들 때입니다. 일단 살아야죠. 안 그렇습니까?”


“하. 아에티우스가 왜 당신을 여기에 보냈는지 알 것 같소.”


리우비길드의 그 말에 켄소리우스는 여러모로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


한편, 연병장에서 루키우스는 그 200명의 오합지졸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하나다! 도망치지 말 것! 그 자리에서 죽도록 버틸 것!”


그 외침에 200명의 병사들은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그대로 버티는 게 너희들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저 장교들이 이미 여러 번 가르쳤을 것이다.”


그 말에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말로 깨우치지 못하는 동물이다. 너희들이 그 자리에서 왜 죽도록 버텨야 하는지 왜 도망치지 말아야 할지 직접 몸으로 깨우치게 될 거다.”


루키우스의 외침에 병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고, 루키우스는 냉소를 하며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열을 형성해라.”


그 지시에 병사들은 빠릿빠릿하게 진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주구장창 이어진 제식 훈련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곧 병사들 맞은 편에 목창과 목검을 든 서고트 지원군이 등장했다.


그들은 그들을 향해 히죽히죽 웃음을 보였다.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발견한 듯한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본 200명의 병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부터 너희들 마음대로 싸워봐라. 버텨도 좋다. 도망쳐도 좋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아악!-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서고트 지원군을 향해 진군했다.


서고트 지원군은 그런 병사들을 가소롭게 바라보며 자신들도 그 병사들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두 진영 사이의 거리는 서서히 좁혀지더니 어느새 0이 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함성 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됐다.


마실리아에서 데려온 병사들은 열의를 가지고 싸움에 임했지만 실전에 실전을 거듭한 서고트 지원군을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그 병사들의 대열은 그대로 붕괴하고 말았고, 병사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


대열 뒤에 있는 병사들이 본능에 따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병사들도 하나 둘 도망가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진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야말로 사상자가 늘어나는 시간이다.


서고트 지원군은 그대로 도망치는 상대를 향해 추격하기 시작.


“아악! 살려줘!”


“으아악!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주님! 주님! 제발 저 좀 살려 주십시오.”


그야말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서고트 지원군은 히죽히죽 웃으며 늘 하던 대로 저 병사들의 등에 물감을 묻힌 목검을 휘두르고, 끝이 뭉특한 목창을 찔러댔다.


“젠장. 예상한 바이지만···.”


“너무 처참하군. 하아···.”


저 병사들을 지휘해야 할 장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저 병사들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지금이야 물감을 묻히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전이었다면 저 물감이 저 병사들의 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게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병사들은 서고트 지원군의 조롱을 받으며 터덜터덜 루키우스 앞에 도착했다.


“그래. 꼴이 말이 아니군. 지금 너희들의 몸을 봐라. 온 몸이 물감으로 칠해졌지?”


그 말에 병사들은 고개를 숙이며 침묵했다.


“이걸로 왜 너희들이 도망치지 말아야 할지 몸으로 깨달았을 거다. 냇가에서 목욕을 한 뒤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어라. 그리고 저 녀석, 또 저 녀석은 딱 보니까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인다. 너희들이 잘 다독여줘라.”


병사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루키우스가 말한 대로 움직였다.


얼마 뒤 몸을 박박 씻긴 병사들이 다시 루키우스 앞에 모였다.


“이번엔 장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무조건 버텨봐라. 도망치는 새끼는 어떻게 할지 저 장교들이 친절히 가르쳐 줄 거다.”


병사들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한번 서고트 지원군과 맞붙기 시작했다.


이번엔 루키우스의 말에 따라 사정없이 버텼다. 무조건 버텼다.


물론 한 두 사람이 도망칠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주위 녀석들이 그놈의 옷자락을 잡으며 소리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도망칠 생각이냐?! 정신 차려!”


그런 식으로 공포에 질린 녀석을 다독이며 싸움을 이어나갔다.


물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승리는 여전히 서고트 지원군의 것이었다.


병사들은 이번에도 졌다는 사실에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루키우스에게 되돌아왔고, 루키우스는 그런 그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너희들의 옷을 봐라.”


그 말에 병사들은 자신들의 옷을 봤다.


옷에 물감이 묻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옷은 어떠냐? 아까보다 상당히 덜 묻혔지?”


병사들은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옷을 살펴본다.


확실히 루키우스의 말대로 물감이 덜 묻혔다.


“이것으로 너희들도 확실히 깨우쳤을 것이다. 그저 죽어라 버티는 게 너희들이 살 길이라는 걸. 공포에 지는 순간 너희들은 확실히 죽을 거라는 것을.”


병사들은 멍한 얼굴로 루키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티치아노는 퀸투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천부적인 군인이야. 이런 식으로 병사들의 마음을 휘어잡다니···. 도대체 어떻게 키우면 이런 녀석이 나올 수 있을까?”


“하하···. 그렇네요.”


퀸투스는 복잡한 얼굴로 루키우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루키우스가 훈련의 전권을 잡은 지 대략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날 때, 정찰대로 보이는 병사 하나가 켄소리우스에게 보고했다.


“코메스여! 스칼라비스 북쪽에서 적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놈들에 대해 자세히 보고해라!”


“옛!”


전령은 곧바로 자신이 아는 바를 켄소리우스에게 알렸다.


적은 현재 스칼라비스 북쪽에서 대략 70 밀레 파수스(1 밀레 파수스는 1.478km이므로 대략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목격되었으며 보병 900명과 기병 100명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래. 이제 그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때가 왔군. 동맹군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라.”


“옛! 코메스!”


전령이 방에서 나가자 켄소리우스는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수에비 네놈들은 전쟁을 골랐다. 그리고 네놈들은 카르타고가 맞이했던 그 최후처럼 끝나게 될 거다.’


켄소리우스는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이 굴욕을 갚을 수 있기를 원했다.


대략 5일 뒤, 로마 연합군(?)과 수에비 부족 군대는 스칼라비스 북쪽 평야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다음 화에 전투입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초반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9월 13일 12시 수정) 24.09.01 314 0 -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0 24.08.31 179 0 -
공지 서로마 제국 지도입니다. (9월 13일 수정) 24.08.11 2,865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02 175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24.08.02 115 0 -
공지 고대 타라코 시 지도입니다. +4 24.07.31 1,458 0 -
공지 연재 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 24.07.28 5,369 0 -
56 56편. 잠깐의 휴식, 드디어 마주 보다. NEW +34 13시간 전 1,247 99 18쪽
55 55편. 본격적인 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54 24.09.15 2,050 128 20쪽
54 54편. 루키우스가 베풀어 주는 은혜. +56 24.09.14 2,332 160 19쪽
53 53편. 약탈할 때 좋았지? 너희도 그대로 당해봐. +40 24.09.13 2,471 161 17쪽
52 52편. 약탈단 퇴치와 거대한 특권. +28 24.09.12 2,575 167 18쪽
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716 165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2,856 217 20쪽
49 49편. 왜 너네 부대만 사정이 좋음? +56 24.09.09 2,990 172 20쪽
48 48편. 그녀와 재회하다. +38 24.09.08 3,014 156 19쪽
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6 24.09.07 3,069 179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124 159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6 24.09.05 3,295 179 19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315 184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7 206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500 222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3 244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5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1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20 209 18쪽
»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60 18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