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2: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73,047
추천수 :
11,393
글자수 :
444,347

작성
24.08.30 22:20
조회
3,764
추천
185
글자
20쪽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DUMMY

근본적으로 군인들은 소비 집단이다.


다른 직종에 비해 생산하는 것은 없고, 오로지 물자를 소모하는 직종이다.


거기다 군인들은 실전에 대비하기 위해 강인한 몸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즉 다른 직업들보다 평소 배는 더 쳐먹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인간은 지혜로운 법.


고대의 지도자들은 가지고만 있어도 돈이 물처럼 빠지는 이 집단을 보다 경제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바로 약탈이다.


약소한 사람들을 삥을 뜯어 그들의 경제적 기반을 홀라당 삼키는 걸로 이 돈벌레 집단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으로 탈바꿈했다.


카이사르가 크라수스에게 수천 억에 달하는 빚을 짊어지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건 이 약탈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근자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갈리아를 휩쓸고 다니면서 켈트족이 가진 금으로 무수한 빚을 한방에 갚았다.


하지만 로마가 지중해를 제패하고, 더 이상 약탈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을 때.


로마군은 같은 로마인을 상대로 칼을 들이밀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는 로마인이었으니까.


결국 약탈할 수 없는 군대는 돈만 주구장창 나가는 셈이다.


그럼 이걸 바꿔 생각해보자.


‘어 그럼 나가는 돈을 수익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회계라는 건 수입과 지출을 다루는 학문.


누군가의 지출이 곧 누군가의 수익으로 연결된다.


즉 켄소리우스의 부대가 소모하는 돈은 다른 사람들에겐 수익이 된다는 소리였다.


군대 혹은 용병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주는 전쟁 상인이 바로 이런 이유로 생겨났다.


루키우스가 루시타니아로 내려가 싸웠던 이유는 당연히 이런 이득을 얻기 위함이다.


‘사실 아에티우스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켄소리우스에게 물자를 보급하려고 해도 길이 없는데.’


하지만 루키우스는 길을 가지고 있다.


즉 아에티우스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루시타니아에 주둔하는 켄소리우스의 부대에게 보급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이 보급 경로를 가지고 있는 폼페이우스 집안에게 보급을 맡기는 방법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물론 몇 년은 대금을 지급하다가 경제적 기반이 생겼다는 이유로 뚝 끊겠지만.’


그러니 그때까지 낭낭하게 빨아먹어야 했다.


또 대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해도 루키우스는 켄소리우스의 군단에 물자를 보급할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켄소리우스의 부대는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도 남으니까. 그리고 켄소리우스가 티치아노 주교님이 알려줬던 자작농 연합과 농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그럼 폼페이우스 가문이 파는 물건들을 지속적으로 사주는 집단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자고로 일류 상인은 호갱님의 돈을 불려 그것까지 털어먹어야 하는 법.


삼류 상인처럼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호갱을 쫓아내거나 이류 상인처럼 호갱에게 빚을 짊어지게 하진 않는다.


‘호갱님은 자신의 돈을 불려줬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말이지. 그리고 그건 다시 말해서 내 영향력을 제대로 심을 수 있다는 거고.’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팍팍 안긴다면 나중에 그 군단을 사적으로 쓰고 싶을 때, 마음대로 쓸 수 있으리라.


켄소리우스가 자신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해도 그 밑의 장교들과 병사들은 그 말을 들을까?


“참나 그렇게 좋나?”


문득 루키우스의 귓가에 퀸투스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버지.”


“사과할 거 없다. 그것보다 아에티우스가 우리에게 이렇게 손을 내밀 줄이야.”


그 말에 푸블리우스는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받아먹은 게 있는데, 이참에 그걸 털어낸다고 이런 권한을 준 게 아닐까요?”


“이런 권한을 줬다는 것 자체가 특혜나 다름없지. 더군다나 우리 집안은 가이세리크와 손을 잡았으니, 반달 해적에게 약탈당할 위험도 없고 말이야.”


“오히려 어머니는 반달 해적이 자신을 털길 바라지 않을까요?”


루키우스의 말에 푸블리우스는 감탄하며 외쳤다.


“설득력이 있어!”


“거참. 녀석들아. 너희들의 어머니다. 그렇게 말을 해야겠냐? 하지만 설득력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구나.”


세 남자는 그렇게 힐데아에 대한 이야기를 꽃 피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켄소리우스의 부대에 물자를 공급하는 건.


“이 부분은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퀸투스가 맡기로 했다.


켄소리우스의 부대에 물자를 공급하는 것이 집안의 총력을 기울일 만큼 컸기에 그렇다.


물론 그 규모만큼 어마어마한 돈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퀸투스가 이 일을 맡기기로 했으니, 루키우스는 제 할 일을 똑바로 하기로 했다.


바로 피우스의 작업장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루를 녹은 유리에 집어넣어 봐라?”


“예. 그걸 집어넣으면 유리가 투명해질 것입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거참 욕심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제 비법을 훔쳐가려고 합니까?”


“이미 계약까지 다 맺은 마당인데, 뭔 소리인가?”


피우스의 핀잔에 루키우스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뭐 그것보다 제 비법이 맞는지 틀린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이 맞군. 알겠네.”


루키우스와 피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작업장은 여전히 무더웠고, 그 때문인지 기술자와 인부들은 아예 바지만 입은 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몇몇 장인들이 대롱으로 녹은 유리를 불어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이때 당시에도 대롱 불기가 있었구나.’


루키우스는 그 모습을 눈여겨보며 감탄했다.


그때, 피우스가 루키우스를 가마 앞에 발을 멈추게 한 뒤 말을 걸었다.


“자. 여기 녹은 유리가 있네. 그래서 이 가루를 여기에 집어넣으면 투명해진다고?”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품속에서 크기가 다른 숟가락을 꺼내며 대답했다.


“예. 이 숟가락으로 양을 조절하며 어떨 때 가장 투명해지는지 한번 살펴볼 생각입니다.”


“흐음···. 뭐 좋아. 일단 해보게나.”


피우스의 허락을 받은 루키우스는 숟가락으로 산화납을 푸며 그걸 녹은 유리에 골고루 뿌렸다.


시간을 좀 보내고, 피우스는 그 유리로 제품을 만들어 결과를 확인했다.


“오호? 꽤 투명해진 것 같은데? 이거 참 신기하네. 노란색 염료를 집어넣었더니, 그 색에 물들기는커녕 오히려 투명해진다니.”


피우스는 자신이 만든 유리병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밖이 훤히 비칠 정도로 투명하지 않은 것 같으니, 좀 더 가루를 집어넣어 봐야겠습니다.”


“흠. 도대체 얼마나 투명한 걸 원하는지.”


그 후로 루키우스와 피우스는 산화납의 양을 조절해가며 투명 유리를 만들어놨고, 결국 한 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호라. 이건···.”


피우스는 바깥이 훤히 비춰지는 유리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자아냈다.


“정말이지 유리가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투명하군.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예.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죠.”


“끝이 아니라고?”


“어제 말했다시피 이걸 깎아서 보다 더 멀리 보는 도구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유리를 깎는다고? 유리를 깎아봤자 깨질 텐데···. 잠깐만···.”


피우스는 납유리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유리보다 무르군. 이 정도면 충분히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볼 수 있겠어. 그래서 이걸 어떤 형태로 깎을 생각이지?”


“메투스.”


“예. 도련님.”


척하면 척. 메투스는 곧바로 루키우스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서류 내용을 확인한 루키우스는 이걸 피우스에게 건넸고.


“이런 형태로 깎아달라? 꽤 특이한 걸?”


“그래서 불가능합니까?”


“불가능은 무슨. 걱정하지 말게. 그나저나 그 망할 형이 왜 자네를 추천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


피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루키우스와 같이 만든 투명 유리를 만지작거렸다.


“아퀼레이아에선 이런 건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자네가 이런 지식을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지만···.”


“당연히 말해 줄 수가 없죠.”


“그래. 맞는 말이야. 괜히 망할 형을 통해 나에게 제안을 던진 것이 아니군. 내일 다시 찾아오게.”


“예. 믿고 맡기겠습니다.”


루키우스는 그런 말을 던진 뒤 메투스와 함께 작업장 밖으로 나갔다.


피우스는 투명 유리를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아퀼레이아에서 수백 년 동안 유리를 다루던 이들도 이런 비법을 알지 못했지.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사용되고도 남았을 터. 그놈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한번 보고 싶구나.’


피우스는 사뭇 기대된다는 얼굴로 투명 유리를 바라봤다.


*****


그렇게 내일이 찾아오자 루키우스는 메투스를 데리고, 유리 작업장에 방문했다.


“자. 만들라고 해서 한번 만들어봤네.”


피우스는 루키우스에게 유리를 깎아 만든 렌즈 두 개를 건네줬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흠···. 깎을 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까?”


“다른 유리에 비해 물러서 깎는 건 수월했어. 다만 깎는데, 먼지가 좀 날리는지라 물로 헹구고, 다시 깎고, 물로 헹구는 걸 반복했지.”


루키우스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렌즈를 살펴봤다.


‘잘 깎았네. 아퀼레이아의 유리 장인들은 유리를 다루는 데 귀신같다고 말하던데. 확실히 그 말 그대로야.’


루키우스야 모르지만 사실 베네치아의 유리 사업은 본래 아퀼레이아의 유리 장인들이 일구어낸 것이었다.


애초에 베네치아라는 도시 자체가 아퀼레이아 출신의 사람들이 세웠기에 그렇다.


루키우스는 메투스에게 속이 빈 원통형 나무 막대들을 받은 뒤 렌즈와 맞는지 확인했다.


‘이건 너무 크고, 이건 너무 작고. 이게 딱이야.’


그렇게 딱 알맞은 나무 막대를 고르고, 막대 양 끝에 렌즈 두 개를 끼웠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망원경을 사용해보는데.


‘어랍쇼?’


보이는 장면이 좀 이상했다.


‘왜 거꾸로 보이는 거지?’


루키우스는 의아한 얼굴로 망원경에서 눈을 뗀 뒤 다시 한번 망원경을 사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거꾸로 보였다.


‘왜지? 분명 볼록 렌즈 두 개를···. 아차!’


루키우스는 곧바로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바보인가? 이러니까 거꾸로 보이지. 블록 렌즈 두 개가 아니라 하나는 오목 렌즈, 하나는 볼록 렌즈를 사용해야 했어.’


망원경의 원리 정도야 초중고 과학 교과서를 살펴보면 다 알 법한 내용들.


혹여 까먹었다고 해도 루키우스에겐 절대 기억 능력이라는 초능력이 있으니, 얼마든지 그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만든 건 케플러식이었어. 망원경을 만들려면 갈릴레이식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뭐 사실 케플러식으로 망원경을 만들어도 상을 똑바로 보는 방법이 있었다.


‘경통(망원경의 몸집) 안에 거울을 설치해서 빛을 반사시키면 되지만 이건 좀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네.’


거울을 만들려면 화학 지식까지 총동원해서 만들어야 했다.


‘그러니 지금은 갈릴레이 식이 딱이야.’


루키우스는 피우스를 바라보며 그에게 망원경을 건넸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흠. 어디···.”


피우스는 루키우스가 건네는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뭐야?! 왜 거꾸로 보이는 거지?!”


“그래도 크게 보이진 않습니까?”


그 말에 피우스는 마치 모터라도 달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다시 한번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크게 보이는 건 좋은데, 거꾸로 보이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위아래가 뒤바뀌어도 상관없는 밤하늘을 관찰하는 거라면 모를까?


이걸로 지면을 살펴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따로 있는가?”


“방법은 있습니다. 남은 건 노가다뿐이죠.”


“노가다?”


“그러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을 반복한다는 소리입니다.”


“자기만 아는 단어를 쓰지 말게.”


피우스의 핀잔에 루키우스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망원경을 완성할 때까지 작업장에서 렌즈를 깎고, 규격을 정한 뒤 맞추고,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등 여러 작업들을 수행했다.


*****


어두운 밤.


차가운 한기가 거리를 지배하고,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할 때.


타라코의 주교 티치아노는 촛불에 의지한 채 깃털펜에 잉크를 가득 묻힌 채 종이에 글귀를 적어댔다.


“으음···.”


티치아노는 잠깐 깃털펜을 잉크병 안에 넣고, 기지개를 쭉 폈다.


온 몸에 시원함이 느껴진다.


‘많이 편리해지긴 했어.’


필기구와 종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키우스가 종이를 만들기 이전엔 양피지와 파피루스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이 값싼 종이에 매료된 지 오래다.


‘앞으론 값비싼 돈을 주고, 양피지와 아이귑토스의 파피루스를 살 필요가 없으니까.’


오히려 창고에 남는 종이들로 바깥의 성당과 교회에 지원할 여유가 생겼다.


솔직히 생각할 때, 이토록 풍족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여유가 흘러넘쳤다.


로마 전역은 침략과 혼란, 굶주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자신과 이곳 타라코는 여유가 흘러넘치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덕분에 이곳 타라코에 시선을 두는 녀석들이 꽤 생겨나서 문제지만···.’


티치아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자경단을 루시타니아 쪽에 보내야 했고, 자신도 갑옷을 입고 싸워야 했다.


그곳에서 대승을 거둬서 다행이었지.


만약 졌다면 어떤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또 그곳에서 우리의 생각을 전파할 수 있었고 말이야.’


스칼라비스에 이미 사제를 하나 파견했다.


원래라면 상층부에서 그곳에 주교를 보내겠지만 그 일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


그러니 미리 씨앗을 뿌리면 자신의 생각이 루시타니아 전역으로 뻗어나가리라.


교회의 보호를 받는 농민들이 루키우스와 오로시우스가 밝혀낸 농법대로 농사를 지으며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이걸 하느님께 영광으로 돌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티치아노는 절로 힘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그때.


-똑! 똑! 똑!-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접니다. 형님.”


“네가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냐? 밤중에 성당을 찾다니, 이 나에게 고해성사를 받길 원하는 거냐?”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고, 하여튼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피우스가 들어왔다.


“감히 주님의 터에 내 허락도 없이 발을 디디다니.”


“예. 예. 제가 죽일 놈입니다. 고해성사는 나중에 할 테니 일단 제 말부터 들어주시죠.”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밤중에 찾아왔느냐?”


“형님이 편지와 함께 그 아이를 저에게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 아. 루키우스?”


“예. 그 아이와 함께 세상을 더 크고 가까이 보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피우스의 대답에 티치아노는 흥미가 간다는 얼굴을 지었다.


“그 일은 내일 나를 찾아오면 되지 않느냐? 왜 한밤중에 찾아오는 거지?”


“이때가 아니면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없어서 그렇죠.”


“진귀한 풍경?”


“그 아이와 함께 만든 도구로 밤하늘을 더 가까이서 보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티치아노는 벌떡 일어서서 피우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거기가 어디지?”


“큭큭. 형님도 이럴 땐 아이 같군요. 따라오십시오.”


그렇게 티치아노는 피우스 뒤를 따라 성당 바깥 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루키우스가 커다란 망원경을 바닥에 설치한 채 티치아노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치아노는 떨리는 손으로 망원경을 가리켰다.


“설마 이게?”


“예. 세상을 보다 더 멀리 보는 도구 ‘망원경’입니다. 이걸로 별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죠.”


“으음. 사용법을 알려다오.”


“옙.”


루키우스는 티치아노에게 망원경 사용법을 즉시 알려줬다.


“이걸로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그럼 어디 달을···.”


티치아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달을 바라봤다.


‘세상에···.’


달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표면은 육안으로 볼 때와 달리 울퉁불퉁했다.


허나 이 광경조차 티치아노의 눈에 신기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번엔 망원경으로 다른 행성들도 살펴봤다.


화성의 붉은 표면, 목성의 신비로운 하늘과 토성의 고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티치아노는 이 풍경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오. 주여···. 이것이 당신이 바라보던 세상입니까?’


티치아노는 자신도 모르게 성호를 그리고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며 영혼의 갈증을 채워나갔다.


*****


한편 같은 시각.


카이사르아우구스타 교외에 위치한 귀족의 저택은 밤인데도 마치 한낮처럼 떠들썩했다.


맛 좋은 음식들이 주인과 손님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노예들은 주방과 방을 오가며 빈 접시에 음식을 채우고, 구토물로 가득한 항아리를 치웠다.


시민들이 굶주리고, 로마의 영토가 야만족들에게 유린당한다고 해도 이 저택의 주인과 손님들은 그런 사실을 개의치 않는지 하하호호 웃으며 이 만찬을 즐겼다.


“오! 당신은 타라코의 요안네스가 아니오? 그나저나 옆에 있는 아이는?”


“하하. 제 아들 ‘세베루스’입니다. 인사하거라. 이 저택의 주인 ‘타우루스’님이시다.”


요안네스의 말에 똘망똘망한 아이가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세베루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천사처럼 예쁘게 자란 아이군요. 하하하.”


타우루스는 세베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둘은 꽤 대단한 친분을 가졌는지 서로를 향해 하하호호 웃어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둘이 외딴 방에 들어가자 둘은 곧바로 웃는 낯을 던져버렸다.


“아이도 이 방 안에 들여보내려고?”


“어차피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문제없어.”


“흥. 여전히 부주의하군. 그래서 무슨 일이지?”


“오랜만에 본 친우에게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 좀 반가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네놈도 내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진 걸 조롱하려고 여길 찾은 거냐?”


“조롱? 하. 누가 누굴 조롱하는지. 나는 오히려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주고 싶어서 왔네.”


그 말에 요안네스의 상대방 ‘타우루스’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제안? 그게 뭐지?”


“좀 성가신 놈들이 생겼어.”


“성가신 놈들이라고? 하. 네놈이 그토록 성가셔하는 상대라. 이것 참 궁금하군.”


그 말에 요안네스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으나 자신이 아쉬운 입장이라는 걸 생각하며 얼굴을 고쳤다.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집안이 있는 거 자네도 알지?”


“폼페이우스 집안 말인가? 그들이 왜?”


“그놈들이 교회와 손을 잡고, 내 콜로나투스에 비수를 꽂으려 하고 있다네.”


“비수? 흠. 한번 설명해봐.”


그 말에 요안네스는 곧바로 타우루스에게 교회 자작농 연합을 설명했고.


“그러니까 자네 말은 교회가 돈 없는 타라코 시민들을 위해 땅을 나눠주고, 관리한다는 소리잖아. 그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닌가?”


“그놈들이 내 목에 칼을 꽂으려고 하는 일이니까 문제지. 지금이야 문제없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교회에 문을 두들길 거야. 콜로나투스에서 일하는 소작농들도 동요할 테고.”


“흐음···.”


“지금 당장이라도 이 흐름을 끊어야 해. 이게 타라코에 국한된 일이라면 내가 왜 자네를 찾았겠는가?”


“그래서 자네의 제안이 뭐지?”


“자네의 콜로나투스를 불태운 작자들 바가우다이를 그곳으로 유도해보는 건 어떤가?”


‘바가우다이’란 단어에 타우루스는 화가 났는지 순간 이마에 힘줄이 돋았으나 이내 유도라는 단어에 힘줄은 사라지고, 오히려 흥미만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싫어하는 놈들끼리 서로 싸우게 하자고?”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세히 한번 말해보게.”


타우루스의 대답에 요안네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그렇게 새로운 음모의 불꽃이 타오른다.


그리고 요안네스의 아들 세베루스의 눈빛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은 복받으실 것입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초반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9월 13일 12시 수정) 24.09.01 313 0 -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0 24.08.31 179 0 -
공지 서로마 제국 지도입니다. (9월 13일 수정) 24.08.11 2,865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02 175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24.08.02 114 0 -
공지 고대 타라코 시 지도입니다. +4 24.07.31 1,457 0 -
공지 연재 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 24.07.28 5,368 0 -
56 56편. 잠깐의 휴식, 드디어 마주 보다. NEW +34 13시간 전 1,238 98 18쪽
55 55편. 본격적인 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54 24.09.15 2,049 128 20쪽
54 54편. 루키우스가 베풀어 주는 은혜. +56 24.09.14 2,331 160 19쪽
53 53편. 약탈할 때 좋았지? 너희도 그대로 당해봐. +40 24.09.13 2,470 161 17쪽
52 52편. 약탈단 퇴치와 거대한 특권. +28 24.09.12 2,572 167 18쪽
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715 165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2,856 217 20쪽
49 49편. 왜 너네 부대만 사정이 좋음? +56 24.09.09 2,990 172 20쪽
48 48편. 그녀와 재회하다. +38 24.09.08 3,012 156 19쪽
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6 24.09.07 3,068 179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123 159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6 24.09.05 3,293 179 19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312 183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5 205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500 222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2 244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5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0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8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8 18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