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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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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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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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DUMMY

가이우스.


그는 로마 제국에서 흔하디 흔한 사람이다.


마실리아(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 빈민가에서 태어나 온갖 잡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미래는 망할 날을 기다리는 제국처럼 한치 앞을 내려다볼 수 없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잡일로 버는 돈으론 자신과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빵을 못 먹는다.


시민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마실리아의 귀족들은 시민들의 불만에 관심조차 없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잡일만 하다간 가족들과 함께 굶어죽는 결말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렇기에 그는 차라리 콜로나투스의 소작농이 되고자 했다.


‘거기라면 나와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겠지.’


물론 그도 눈과 귀는 있는 지라 콜로나투스의 소작농이 주인에게 얼마나 학대를 받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이우스는 콜로나투스의 소작농이 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뒤숭숭한 세상에서 자신과 가족들이 주인에게 보호 받는다는 점.


주인에게 빚을 짊어지더라도 굶주리지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군대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점이 가이우스의 마음에 확 와닿았다.


그렇기에 가이우스는 알음알음 콜로나투스의 소작농이 되기 위해 여러 번 기회를 노렸으나.


아뿔싸! 가이우스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가이우스보다 더 강인한 사람도 콜로나투스의 소작농이 되겠다고 하는 마당에 콜로나투스의 주인 입장에서 굳이 가이우스를 고를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가이우스는 소작농이 되겠다는 결심마저 현실의 냉혹함에 무참히 짓밟혔다.


가이우스는 모든 희망을 잃었다.


자신과 가족들이 굶주리는 모습이 딱 그려졌다.


그저 먹을 게 필요했을 뿐이다.


뼈빠지게 일을 하는데도 왜 어제보다 더 모자란 빵을 먹는단 말인가?


그는 이 세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가이우스의 귓가에 하나의 말이 들려왔다.


“나를 따라 히스파니아에 갈 사람은 있는가?!”


바로 켄소리우스와 몇몇 장교들이 이곳 마실리아의 빈민가에서 병사를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 관심 있는 빈민들은 없었다.


로마군에 끌려가면 다 죽어나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낭떠러지에 내몰린 사람들은 그게 죽을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하기 마련이다.


가이우스가 그랬다. 아니 가이우스를 포함해 200명의 남자들이 그랬다.


그들은 이 암울한 현실을 바꾸기 원했다.


자신과 가족들이 굶주리지 않기를 원했다.


“창만 들면 된다. 싸우지 않아도 돼! 그저 로마군처럼 보이기만 하면 이 돈을 가질 수 있다!”


켄소리우스와 장교들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싸우지도 않고, 돈을 받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물론 의심 많은 사람들은 저게 사실이겠냐고 이죽거렸으나 가이우스의 귀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막연한 희망을 품은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켄소리우스와 함께 히스파니아로 떠났다.


그리고 스칼라비스에 도착할 때쯤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신들이 로마를 유린하는 야만 부족과 싸우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때, 가이우스는 공포에 질렸다.


‘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도대체 왜?!’


그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세상 자체가 자신을 공격하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던 그때, 한 장군이 소리쳤다.


“너희들이 수에비 족속들과 싸워 이기면 땅을 받을 수 있다.”


땅.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주겠다는 소리에도 가이우스와 동료는 반신반의했다.


이미 속아서 여기까지 온 몸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리다. 그렇게 간절한 걸 이리도 쉽게 내어 준다고?


“그 간절한 걸 손에 넣으려면 그만큼 판돈도 세게 걸어야지. 안 그래? 너희들이 지불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선 목숨밖에 없다. 내 말 틀리나?”


그 말에 가이우스와 동료들은 의심을 지웠다.


“수에비 부족은 황충처럼 이 땅을 덮칠 것이다. 너희들이 받을 땅이 황충 같은 놈들에게 휩쓸린다는 소리다. 자 그럼 너희들의 땅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폼페이우스라 불리는 장군은 자신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가이우스와 전우들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돌아온 켄소리우스와 장교들은 폼페이우스 장군이 말한 약속을 확정했다.


그렇게 돈과 땅까지 약속 받고,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폼페이우스 장군이 직접 만든 훈련법에 따라 훈련하게 됐다.


처음엔 어설펐던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시간이 지나니 대열을 제대로 맞추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잡병이니 오합지졸이니 자신들을 비웃던 고트 전사들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 다른 시선으로 가이우스와 전우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대망의 그 훈련이 시작됐다.


“너희들이 그 자리에서 왜 죽도록 버텨야 하는지 왜 도망치지 말아야 할지 직접 몸으로 깨우치게 될 거다.”


장교와 조교들이 왜 그토록 대열을 유지하라고 피를 토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는 훈련이었다.


처음에 폼페이우스 장군은 자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마음 가는 대로 싸우라고.


여기서 도망친다고 뭐라 할 사람이 없다고.


공포에 굴복해도 된다고.


무시무시한 고트 전사들의 기세에 밀려 전우들이 하나 둘 도망쳤다.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도망쳐도 고트 전사는 자신을 따라잡으며 자신의 등에 물감을 새겼다.


자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우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 다음 폼페이우스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죽도록 버텨봐라.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도망치지 말아라.”


그 지시에 가이우스와 동료들은 그렇게 했다.


물론 그러고도 무시무시한 고트 전사들을 이겨낼 수 없었지만.


“자. 너희들의 몸을 바라봐라. 아까보다 물감이 덜 칠해졌지?”


그 말에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왜 대열을 유지해야 하는지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 수에비족이 루시타니아로 내려온다는 소식에 가이우스는 켄소리우스를 따라 전장으로 향했다.


처음 맛보는 실전.


전장의 기세가 가이우스와 전우들을 단숨에 집어삼킬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한 대답을 떠올렸다.


‘땅을 지키고 싶으면 무기를 들어라.’


자신은 무엇을 위해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겨야 했는가?


암울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도망친다 해도 어차피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을 거면 미래를 거머쥘 가능성을 위해 죽겠다.


자신들보다 사람을 죽이는 데 훨씬 익숙한 수에비족 전사들이 대열을 이루며 자신들에게 다가올 때도 가이우스는 이를 악물며 버텼다.


켄소리우스는 자신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저놈들을 이기라는 주문을 하지 않겠다. 그저 버텨라!”


버텨라. 거북이처럼 꿋꿋이 버텨라.


그렇게 각오하며 무시무시한 수에비족 전사들과 맞부딪쳤다.


“아악!”


한 전우가 창에 찔려 비명을 내지를 때, 전우들이 옆에서 그 녀석을 수습해주고, 뒤의 전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가이우스는 그저 전우들을 믿고, 방패를 믿었다.


“크악!”


또 비명 소리가 들린다. 공포심이 가이우스의 마음을 집어삼키려 든다.


‘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어라.’


그럴 때마다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했던 그 대답을 되새기고, 이를 악물며 꿋꿋이 버텼다.


“이 새끼들, 왜 안 무너져?!”


“갑옷도 안 입고, 무장도 빈약한 새끼들이!”


“젠장. 무너져! 무너지란 말이다!”


자신들이 꿋꿋하게 버티자 오히려 적이 당황했다.


잘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전우들이 하나둘 죽거나 다칠 때도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절대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한 대답을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믿음은 보답받았다.


적이 흔들린다. 그토록 강력했던 수에비족 전사들이 흔들린다.


적의 한 부대가 무너졌다.


자유를 되찾은 아군 부대가 적 부대의 옆구리를 찔러 패퇴시킨다.


그런 식으로 무너지는 적들의 숫자는 점점 더 많아진다.


전장의 추가 자신들에게 기울어졌다.


이 흐름은 결코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듯 로마인은 이기는 싸움에선 전투력이 5배나 치솟는 인종이다.


가이우스와 전우들은 한껏 강력해진 전투력을 느꼈다.


아까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던 수에비족 전사들이 지금 무척 약해 보였다.


예전에 자신이 지었던 얼굴이다.


공포에 굴복했던 그 얼굴.


미래 없는 내일에 절망했던 그 얼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놈들을 주님의 심판대에 올려 보낼 시간이다!”


온 몸을 갑옷으로 두른 사람이 병사들을 이끌고, 가장 먼저 적의 옆구리를 찔렀다.


*****


‘전투 주교’ 티치아노는 처음 전투를 치를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우리의 힘이 저들에게 통할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타라코의 자경단은 타라코 하나 지키기 버겁다고 생각했다.


국경에서 야만 부족과 실전을 거듭하고 있는 리미타네이(국경 수비대)와 코미타텐세스(기동 야전군)에 비하면 타라코의 자경단은 그저 민간인에게 갑옷과 무기를 든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오아메르가 이끄는 반달 해적을 물리친 전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퀸투스와 루키우스가 워낙 빠르게 자경단을 수습하고, 그놈들 뒤통수를 쳤기에 그런 것이다.


즉 이들은 제대로 된 실전 하나 치루지 못한 녀석들이다.


로마군 퇴역 장교를 불러 훈련을 시키곤 있지만 티치아노의 눈엔 여전히 잡병처럼 보였다.


아에티우스의 부탁과 히다티우스의 애걸에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파견을 갔지만 실질적인 전투는 리우비길드가 이끄는 서고트 지원군이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루키우스가 이끄는 부대가 적 부대를 부숴버렸다.


그렇게 되니, 수에비 진영에서 급히 기병대를 내보내 루키우스의 부대를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으아악!-


기병대는 석궁과 창의 조합에 무참히 학살당해 버렸다.


이걸 본 티치아노는 확신을 가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루키우스가 두 부대를 궤멸시키자 티치아노가 이끄는 부대의 사기는 급상승했다.


그리고 수월하게 적 부대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다만 자신의 부대는 루키우스의 부대와 달리 적을 부숴버리진 못했다.


결국 진형을 이루며 싸우게 됐는데, 여기서 티치아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적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루키우스가 특수 제작한 이 갑옷은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했다.


하기야 톨레툼 강철에 버금가는 강철로 만든 갑옷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실제로 싸워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실전에 들어가며 방어력을 증명하게 되니 티치아노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앞장서서 저 진을 깨부숴 틈을 만들어내고, 병사들로 하여금 틈을 벌리면?’


티치아노는 자신의 갑옷을 믿고, 적 대열로 돌격했다.


“어···. 어?! 위··· 위험합니다! 주교님!”


“내 갑옷이 있으니 걱정할 건 없다!”


티치아노는 괴성을 질러대며 돌격했고, 수에비 전사들은 그런 티치아노의 모습에 처음엔 비웃다가.


-팅! 팅! 텅!-


“뭐야?! 저거!”


“젠장! 공격이 안 통해!”


“시발! 창이 휘어지는 게 말이 돼?!”


공격이 통하지 않자 기겁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아군 부대가 와해되자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던 찰나에 벌어진 티치아노의 돌격은 그야말로 허를 찔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티치아노의 기세에 밀려 대열이 한번 뚫리자 티치아노를 따르던 병사들이 그 틈을 벌였고, 대열이 무너지자 강인했던 수에비족 전사는 삽시간에 무너져 버렸다.


대열을 지키라는 수에비족 지휘관의 말에도 전사들은 공포심에 굴복해 그대로 도주를 감행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장교 파비우스가 석궁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놈들 등에 화살을 퍼부어라!”


-옛!-


석궁을 든 병사들은 달아나는 적들 등을 조준하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쉭!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적의 등에 화살이 꽂히고, 화살을 맞은 적은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그런 식으로 적 전사들의 수를 줄인 파비우스는 곧바로 티치아노에게 다가와 청원했다.


“지금 빨리 켄소리우스의 부대를 구원해야 합니다.”


“알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


티치아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대를 이끌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켄소리우스의 부대를 향해 진군했다.


적들이 켄소리우스의 부대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그대로 강습!


순식간에 옆구리를 찔린 수에비족 전사 부대는 억 소리를 내며 와해되기 시작했다.


전황은 로마 연합군(?)에게 급속도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압승이군.”


모든 걸 지켜보던 리우비길드는 흡족한 얼굴로 퀸투스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아들이 이렇게 맹활약을 보일 줄은 몰랐어. 덕분에 전투가 아주 수월하게 돌아갔네.”


“하하. 이거 참 다행입니다.”


“이제 적들은 완전히 끝났네. 남은 건 수확이야.”


“수확이라고 한다면?”


“적 기병대를 상대하기 위해 아껴뒀던 우리의 기병대를 이때가 아니면 언제 쓰겠는가?”


퀸투스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서 패주할 때, 사상자가 극대화되는데.


그건 바로 기병대가 패주하는 적을 사냥하기 때문이다.


암만 사람의 발이 빨라봤자 말의 발보다 빠르진 않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리우비길드는 곧바로 기병대를 불렀다.


“얘들아. 사냥 시간이다. 가자!”


리우비길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먼저 앞장섰다.


그러자 기병대도.


-와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리우비길드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퀸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형님도 신이 나셨구만.”


하기야 이런 압승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찬물을 끼얹기보다는 장작을 집어넣으며 기세를 한층 더 키울 때였다.


로마 연합군(?)은 전 방향에서 수에비족 군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도망쳐!”


“젠장! 후퇴해! 후퇴하라고!”


“사···. 살려주십시오! 항복! 항복입니다!”


이 때야말로 인간들이 가장 본능에 충실해지는 시간.


수에비족 전사들은 칼과 창에 찔리고, 말발굽에 척추가 으깨지고, 뒤통수에 검이 박혔다.


자신만큼은 이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계속 전투를 이어나가는 전사도 있었지만.


“크악!”


그런 전사는 하나같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최후를 맞이했다.


“코메스(사령관)! 지금 후퇴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퇴각 명령을!”


“으으···. 도대체 어쩌다가···. 저 새끼···. 저 새끼가!”


수에비족 군대를 이끌던 레칠라는 이 말도 안 되는 대패에 넋을 잃다가 순간 이 대패가 누구에게 비롯되었는지 깨달았다.


저 특이한 무기를 가진 부대.


루키우스가 이끄는 부대가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레칠라는 원한과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루키우스의 부대를 노려보며 외쳤다.


“다음 번엔···. 다음 번엔···. 네놈들이 항복한다 해도 모조리 죽여주마!”


레칠라는 그 말을 내뱉고는 부하들에게 총퇴각 명령을 내렸다.


기세 좋게 루시타니아로 향하던 수에비족 군대는 이날 로마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생존자 200명만 건질 수 있었다.


전장은 수에비족 전사들의 신음 소리와 로마 연합군(?)의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


이 전장을 목도한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이 전투가 일어나게 된 원인이기도 한 인물 히다티우스였다.


“······.”


그는 그저 입을 벌린 채 이 장면을 목도하고 있었다.


황충 같은 수에비 족속들은 로마 연합군(?)의 힘 앞에 무참하게 쓸려나갔다.


처음 수에비 놈들은 자신만만하게 연합군에게 다가가 싸움을 걸었지만 어떤 한 부대의 맹활약으로 전세가 기울어지기 시작.


수에비 지휘관은 이걸 틀어막기 위해 기병대를 급히 보냈으나 도리어 그 부대에게 싹 쓸려나갔다.


‘그 마귀같은 놈들을 이리도 쉽게···.’


수에비 놈들이 다루는 기병대는 로마군도 손쉽게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저 기병대의 쐐기진에 얼마나 많은 로마군이 죽어나갔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차마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으리라.


‘타라코의 자경단···. 그리고 켄소리우스가 개인적으로 데려온 병력들.’


히다티우스의 마음을 흔드는 건 저 두 부대였다.


그들은 애초에 로마군조차 아닌 존재들.


그저 민간인에게 갑옷을 입히고, 손에 무기를 쥐어 줬을 뿐이다.


상식대로 생각한다면 두 부대는 저 무지막지한 수에비 족속들에게 쓸려나가야 했지만 그들은 반대로 제자리에서 단단하게 버티는 걸 넘어 저 수에비 족속들을 밀어붙였다.


수에비 족속에게 싹 쓸려나가는 로마군만 바라보던 히다티우스에게 이 광경은 무척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는 누가 이 변화를 이끌었는지 또 이 대승을 이끌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루키우스 폼페이우스 스트라보.’


그는 속으로 그 이름을 불렀다.


카이사르에게 패배당한 뒤 타라코에서 쥐죽은 듯 살던 폼페이우스의 직계 후손들.


‘카이사르는 죽고, 그 핏줄은 수백 년 전에 끊겼으나 핏줄을 남겼던 폼페이우스는 지금 이 순간 다시 부활해 살아 숨쉬고 있구나.’


루키우스의 부대를 바라본 히다티우스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나 저 루키우스 폼페이우스는 마그누스라는 호칭을 다시 달겠지.’


히다티우스는 보았다.


루키우스가 ‘마그누스’라는 호칭을 달면서 병사들을 호령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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