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감각으로 멸망하는 로마를 되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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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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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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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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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58편. 용병대에게 실력을 내보여 인정받다.

DUMMY

석양이 드리우는 어느 날.


한 대의 험비가 돌을 짓밟는 소리를 내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 차량 안에 있는 남자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전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언제나 이런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는지 뒷차석에 앉아있는 두 사람 중 하나가 입을 연다.


“젠장. 참 좆같은 분위기네. 어이. 안 그러냐? 송.”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전형적인 백인이 ‘송’ 이라 불리는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다.


“죽으러 가는 길인데, 언제나 좆같지. 프리먼 형님.”


“크크.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렇기에 보수가 짭짤하지. 원래 세상은 위험할수록 대가도 큰 법이야.”


“그 대가를 날로 먹으려는 인간들이 많잖아.”


“하하. 내 몫을 날로 먹는다고? 그럼 그놈 아가리에 수류탄을 쳐먹여서 뻥~! 성대한 폭죽을 터뜨리면 돼.”


떠드는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두 명의 남성도 슬슬 입을 연다.


“또 시작이네. 프리먼 이 새끼.”


“넌 어떻게 하루도 입을 안 열면 뒤지는 병이라도 걸렸냐?”


“꼰대들. 긴장감을 가지는 것도 좋은데, 너무 긴장하면 독이 된다고. 어느 정도 분위기는 풀어줘야지.”


“그러다 죽을 수 있어. 너.”


“그런 것까지 모두 각오하고, 여기에 온 거 아니었어?”


프리먼이라는 사내의 대답에 충고를 던진 사람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래. 우리 귀여운 에드워드는 이 전장의 룰을 아주 잘 알고 있구나.”


“혹여 무슨 일이 있더라고-”


프리먼은 그렇게 말하고는 송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이 녀석 촉이 좋잖아. 여기 있는 새끼들 우리 송 덕분에 목숨 빚진 거 잘 알지?”


“그래.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월급 일부를 털어 내서 우리 귀인을 먹여 살리고 있잖아.”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남자들 모두 공감하는지 웃음꽃을 피운다.


“그나저나 송.”


“왜?”


“넌 어쩌다 이곳에 뛰어들었냐? 한국이라면 평화로운 곳 아니었어? 아. 노스 코리아라서 그런 건가?”


“노스 코리아는 개뿔. 전장터에서 그놈들 본 적 있냐?”


“아니 없는데. 한국인이라면 송 네가 처음인데. 그나저나 이름이 워엉쿄? 발음이 뭐 이따위냐?”


“원교다. 송원교. 아니 날 본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발음 한번 제대로 못해?”


송원교의 힐난에 조수석과 운전석의 남성들이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어이. 이해해줘. 송. 저 녀석 원래 그래.”


“원래 한국인 이름이 좀 어렵지 않나?”


둘은 시시덕거리면서 앞을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 웡쿄는 어쩌다 여기에 발을 디뎠냐? 그쪽에선 평화롭게 살 수 있잖아.”


“평화라···. 과연 그곳이 평화로운 곳일까?”


“오오. 드디어 우리의 송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건가?”


“크크. 안 그래도 송의 과거가 궁금하던 찰나였는데.”


송원교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를 늘여놓는 찰나.


“젠장! 적이다! 어서 준비해!”


“아오. 시발. 이 애미없는 새끼들은 분위기를 못 읽어!”


“한참 재미있을 때, 분위기가 딱 끊기냐.”


세 사람 모두 투덜거리며 각자 무장을 확인한다.


“그래서 송. 위치는?”


송원교는 검지로 적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좋아. 저놈들에게 우리의 무서움을 보여 주자고.”


넷은 히쭉 웃으며 그렇게 전투를 치르려고 하는데···.


“일어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루키우스의 눈이 번쩍 떠졌다.


“뭐야? 꿈인가?”


“스승님! 일어나세요!”


실비아가 자신을 깨운 모양이다.


“오늘 저에게 또 하나 알려 주신다고 했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루키우스는 피식 웃으며 실비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고, 실비아는 루키우스의 손길이 좋은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은 저에게 무얼 알려 주시는 건가요? 스승님?!”


“왜 시계의 초침은 항상 일정하게 돌아갈까?”


“몰라요!”


“그래. 오늘은 그걸 알아보는 시간이 되겠구나.”


루키우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옆 책상에 다가갔다.


책상 위엔 여러 가지 기계 장치들이 있었다.


마치 시계를 조립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루키우스는 집게로 한 부품을 조심스럽게 떼어내 종이 위에 놔뒀다.


“스승님. 이거 알아요! 저 알아요!”


“그래. 이름이 뭐지?”


“탈진기라 불러요!”


“작동 원리는?”


“어. 그러니까···.”


실비아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기억났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톱니를 일정하게 움직이게 해줘요!”


“그래. 잘 기억했네.”


루키우스는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헤헤. 저 잘했죠?”


“아주 잘했어. 그럼 이제 이 탈진기가 톱니를 왜 일정하게 움직이게 해주는 지 설명해 주마.”


“예!”


실비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루키우스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의 하루가 시작된다.


*****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은 여느 로마 도시가 그러하듯 비슷한 공공시설을 갖췄다.


타라코에 있는 시설들을 복사 붙여넣기를 해도 좋을 만큼 웬만한 건 다 갖춰져 있다.


공중목욕탕(수질은 당연히 최악이다.), 원형 경기장, 극장, 성당 등 여러 가지 시설들을 즐비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 외곽에 병사들이 머무를 병영이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이곳은 어느 한 군단이 머물렀지만 여느 군단이 다 그러하듯 서로마의 어지러운 현황에 따라 군단은 다른 곳에 파견을 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는 타라코의 자경단이 그러하듯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의 자경단이 이 병영을 쓰고 있었다.


“얼마나 큰 규모의 군단이기에 아직도 비어있는 건물이 많을까요? 도련님.”


“나도 자세히는 몰라. 듣기로는 꽤 규모가 큰 리미네타이(국경 수비대)가 머물렀다고 하는데.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덕분에 안에 쌓인 먼지를 치워야 했죠.”


“그래도 마차에서 자는 것보단 낫잖아. 안 그래?”


그 말에 메투스는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디서 물건을 공급 받습니까? 저번에 우리가 있던 곳은 올리시포를 통해서 물건을 공급받았는데, 여기는 거의 내륙 한복판이지 않습니까?”


메투스의 지적대로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은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곳이었다.


여기도 강이 흘러서 배를 통해 물건을 공급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지도를 살펴보니, 타라코에서 이곳까지 물건을 옮기려면 마레 오세아눔(당시 로마인들이 대서양을 부르던 명칭)을 빙둘러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 거기다 ‘울피아 노비아마구스 바타보룸(현재 네덜란드 네이메헌)’에서 배를 내려도 이번엔 강을 통해 이쪽으로 물건을 날라야지.”


“마실리아(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서 여기까지 물건을 옮기는 건 어떻습니까?”


“그럴 거면 마레 오세아눔을 빙 둘러 가는 게 나아.”


“아. 그렇군요. 하기야 지나치는 마을과 도시 중에서 우리의 보급품을 훔칠 새끼들이 있을 거고, 또 가도를 걷다가 도적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메투스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련님. 방법은 있습니까?”


“마기스테르에게 이 도시의 물자를 징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


“흠. 그러니까 이 도시의 물자로 우리 부대의 보급을 해결하라는 소리입니까?”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뭐 어쩔 수 있나? 그래도 이 도시를 다스리는 주교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니 그나마 시름을 던 셈이지.”


“도련님이 괜히 성당을 매번 드나든 게 아니군요.”


특히 군대에 들어가기 전, 로마에 방문했던 게 루키우스의 명성을 한껏 드높여줬다.


이곳 주교 레온티우스는 루키우스에게 하나의 물자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 부작용으로 레온티우스는 매번 루키우스를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지만.


‘혹시 시간이 되나요? 이번에 물어볼 것이 있는데.’


‘무슨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어떻게 이런 식의 계산이 도출되는지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 말이죠.’


‘아. 이건 말이죠.’


레온티우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던 루키우스로선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의 시민들을 자신의 뜻대로 다루려면 레온티우스의 협조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에티우스에게서 징발의 권한을 얻어냈다고 해도 무작정 징발하면 시민들의 원성을 듣게 될 터.


‘이럴 때는 거래하는 게 더 깔끔하지.’


외부로의 수입이 막힌 상태에선 스스로 보급 물품을 자급자족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루키우스는 가장 먼저 병영 인근에 대장간을 건설했다.


‘무기와 방어구는 영구적인 물품이 아니라 엄연히 소모품이야.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에 대장간이 있다고 한들 거긴 농기구를 제조하거나 수리하는 곳이지. 군용 물품을 만들어내지 않아.’


그러니 자체적으로 무기와 방어구를 수리 및 생산할 시설이 따로 필요했다.


물론 시설만 필요한 게 아니라 무기와 방어구를 수리할 수 있는 대장장이도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 부대의 특성을 생각하면 말이야.’


발레리아 빅트리아는 일반적인 로마군과 어떤 점이 다르기에 루키우스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했다.


‘옛날 한국군은 병사들에게 글과 기술들을 가르쳤지. 병사들은 전역한 뒤 군대에서 배운 걸 토대로 생계를 꾸릴 수 있었고.’


루키우스는 이 방법을 써먹었다.


뭐 엄밀히 따지자면 로마군 역시 이런 방법을 쓰긴 한다.


로마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은 본래 로마군에서 전수하기 때문이다.


결국 루키우스가 한 일이라고는 이런 전통을 여러 분야로 확장시킨 것에 불과했다.


‘취사면 취사, 유지 보수면 유지 보수, 그외 기타 등등.’


지금 이 부대에 소속된 병사들 중에 대장장이 일을 배운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전역한 뒤에 폼페이우스 집안이 운영하는 대장간의 직원으로 채용될 것이다.


폼페이우스 집안 입장에선 부대에서 갈고 닦은 기술자를 영입해서 좋고, 반면 전역한 병사는 예전엔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자리에 취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야말로 윈-윈의 표본.


하여튼 이런 운영 방식 덕분에 루키우스의 부대는 다른 군단과 달리 경제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거기다 루키우스는 그 과정에서 병사들이 번 돈 일부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병사의 소유로 넘겨줬다.


‘현대 미얀마군이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


현대에서야 비효율과 카르텔의 정점이지만 이 시대에선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첨단 그 자체였다.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에 철광석 혹은 연철을 산 뒤 그걸 강철로 만들어 되팔면 부대 유지엔 큰 문제점이 없을 거다.’


그리고 메투스에게 그런 점을 설명하니, 메투스는 이해가 됐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수레에 쓸데없는 기구들을 왜 실어 날랐는지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그래. 이해했으면 됐다. 우리 방식 알지?”


“그거야 잘 알죠. 영감님, 그리고 재수 없는 도련님에게도 전달하겠습니다.”


“씁.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지? 다시 말해봐.”


“크리스푸스 프라이펙투스와 세베루스 트리부누스 밀리툼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대답하라고. 알았냐? 가봐.”


꼴에 군인이라고 메투스는 군기 잡힌 얼굴로 루키우스에게 경례를 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 순간 루키우스 주변에 인기척 하나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루키우스는 그 기척에 시선을 급히 돌렸고.


“에잉. 김샜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시선 끝엔 메로베우스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루키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여기엔 어쩐 일이야? 호위병도 없이?”


“호위병까지 대동하면 그쪽이 오해할 거 같아서 말이야.”


“오해?”


“내가 널 시해할 거 같다는 오해 말이지.”


루키우스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순순히 당해 줄 생각도 없는데.”


“크크. 그래야지. 카이사르도 호위병 없이 막 돌아다니다가 브루투스와 그 추종자들에게 칼을 찔린 걸 생각하면 말이야.”


“그 덕분에 카이사르는 불멸의 영예를 얻게 됐지. 쯧.”


“오올. 선조를 파멸시킨 적수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려고 여기에 온 거야?”


“그런 거라면 이렇게 일과 시간에 불쑥 나타날 리가 있겠어?”


“그럼 뭔데?”


루키우스의 물음에 메로베우스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애들이 참 궁금해하더라고. 이번에 이곳에 새로 부임한 젊은 레가투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야.”


“흠. 검증이 필요하단 소리야?”


“우리 프랑크 사람은 핏줄과 집안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놈이 거들먹거리는 얼굴로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말이야.”


“반대로 당신을 이기면 당신의 용병대는 내 말을 듣겠단 소리군.”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루키우스는 호승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 애들 불러. 우리도 우리 애들 부를 테니까. 검증이 필요하다면 증명해주지. 내가 그저 핏줄 하나로 이 자리에 올라온 걸 아니란 걸 똑똑히 눈에 새겨줄게.”


“크크.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군. 이게 젊은 혈기라고 부르는 건가?”


“그쪽도 나보다 5살 더 먹은 청년이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좋아. 좋아. 이거 참 재밌겠어.”


메로베우스는 루키우스를 향해 씩 웃었다.


루키우스 또한 메로베우스를 향해 씩 웃었다.


*****


병영 연병장.


병사들과 프랑크족 용병들이 공터 한 가운데를 두고, 둥글게 감싼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경단 소속의 한 병사가 물었다.


“저게 무슨 일이야?”


“이번에 새로 이곳에 부임한 군단의 레가투스와 저 용병대의 대장과 한번 붙는다고 하더라고.”


“뭐? 아니 뭐 하러?”


“둘 다 젊잖아. 한번 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용병대의 대장이 그 무시무시한 놈 맞지? 로마에서 나약하게 자란 도련님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난 그가 내지른 살기 어린 포효에 토끼처럼 부들부들 떠는 데에 은화 하나.”


“시발. 왜 너부터 선점하냐? 이 내기 무효야!”


이렇게 내기 도박판이 만들어지면서 분위기는 한층 불타 올랐다.


“오랜만에 우리 레가투스의 진짜 실력을 보겠군.”


“크크. 저쪽은 우리 도련님을 온실 속 화초처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레가투스야말로 진짜 괴물 중의 괴물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장을 갖춘 두 사람이 서서히 공터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휘익~! 휘익!-


함성과 휘파람 소리가 두 사람의 귀를 따갑게 한다.


두 사람은 서서히 거리를 좁히다 투기를 머금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어이. 각오는 단단히 했지?”


“그쪽이야말로 준비는 됐나?”


“흐흐. 당연하지.”


메로베우스는 그 말을 시작으로 원형 방패와 도끼를 꺼내 든다.


루키우스 또한 자신의 검과 방패를 꺼내 든다.


두 사람 모두 전투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입을 닫으며 공터의 광경에 집중한다.


적막하고, 고요한 환경.


두 사람의 눈은 상대방에게 집중된다.


“히악!”


메로베우스가 먼저 괴성을 지르며 루키우스에게 달려들더니!


-콰앙!-


도끼로 루키우스의 어깨를 내려찍는다.


-터엉!-


루키우스가 방패로 메로베우스의 도끼를 쳐내자 메로베우스는 순간 휘청거린다.


그 모습을 지켜본 루키우스는 메로베우스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두른다.


-퍼억!-


허나 메로베우스는 이걸 노렸는지 발로 루키우스의 돌진을 저지한다.


루키우스는 이 발차기를 방패로 흘려버리며 다시금 메로베우스와의 거리를 떨어뜨린다.


“허어. 대장님의 일격을 손쉽게 막아낼 줄이야.”


“저 레가투스도 만만치 않은데?”


프랑크족 용병대는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루키우스를 쳐다본다.


-텅! 까앙! 텅! 깡!-


주위 사람들이 뭐라 떠들든 말든 두 사람은 무기를 들어 휘두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쇳소리와 방패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사람 모두 집중하는 시선으로 상대방의 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야.’


메로베우스는 루키우스를 살펴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로마인 중에서 전사다운 전사는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보니 헛소리나 다름 없네.’


로마인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체구.


그 체구로부터 발휘되는 힘.


그리고 몇 번 실전을 겪었는지 어마어마한 전투 센스까지.


‘그럴수록 이길 가치가 충분한 녀석이지!’


메로베우스는 너무나 즐거웠는지 씩 웃었다.


흥분이 몸에 가시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다윗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는 생각하지 마. 그저 몸에 맡겨야 돼.’


메로베우스는 자신의 싸움 감각을 믿기로 했다.


여러 싸움을 거치며 단단히 쌓아온 무의식을 믿었다.


-휙! 까앙!-


본능적으로 루키우스의 빈틈을 찾아 도끼를 휘두르지만.


곧 검에 막힌다.


그래도 메로베우스의 손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휘두르고, 흘리고, 때리고, 휘두르고, 흘리고, 또···.


-퍼억!-


‘어라?’


-쿠다탕!-


어느새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루키우스는 뚜벅뚜벅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끝은 아니지? 응?”


“하. 당연히 아니지!”


메로베우스는 벌떡 일어서서 다시금 전투 자세를 취한다.


루키우스 또한 웃으면서 전투 자세를 취한다.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달려든다.


검과 도끼가 다시 한번 부딪친다.


방패와 방패가 부딪친다.


발이 상대방의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인다.


발이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움직인다.


평상시에 자주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싸움이 이 공터에서 벌어진다.


“우와···. 저 로마인 진짜 장난이 아니네?”


“대장이 이렇게 밀릴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저걸 보니까 진짜 실력으로 레가투스를 거머쥐었네.”


프랑크족 사람들은 루키우스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바로 그때.


-깡! 휭휭!-


메로베우스의 도끼날이 하늘 높이 날아가더니 이내 공터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젠장. 하필 내 도끼가 깨지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루키우스는 자신의 부대 병사들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어이. 도끼 하나 꺼내.”


“옙! 레가투스!”


루키우스의 지시를 들은 병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메로베우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도끼가 올 때까지 체력 좀 회복해둬.”


“왜 나에게 이런 배려를 하는 거지? 전투였다면 당장 죽여버릴 텐데.”


“지금은 대련을 하고 있지. 전투가 아니야. 또 내가 이런 지시를 내리는 이유는 무기의 질적 차이로 졌다는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


“빌어먹을 놈. 그런 이유라면 좋아.”


메로베우스는 아예 대자로 누워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가 도끼를 든 채 루키우스에게 다가와 건네주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루키우스는 그 도끼를 메로베우스에게 넘기며 말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뭐해? 일어나지 않고.”


“아니. 졌다. 항복이야.”


메로베우스는 그렇게 선언하더니 곧 프랑크족 사람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네놈들도 눈이 있다면 봤겠지? 저 레가투스가 그저 집안과 핏줄로 이 자리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걸.”


-예! 그렇습니다!-


“난 이번 계약에 한해 저 레가투스의 명을 따를 거다. 여기에 이의 있는 새끼 있으면 나와봐.”


메로베우스의 엄포에 프랑크족 용병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대장의 명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메로베우스는 그 대답을 흡족하게 듣더니 루키우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이번 계약에 한해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다.”


“그냥 평상시처럼 말해. 어색해.”


“흐흐. 그럴까? 좋아. 이 기세를 몰아서 축제다!”


“그 혹시 축제에 맥주도 있냐?”


“여기에 맥주를 마시겠다는 녀석이 있다니! 당연히 있지. 형제여!”


루키우스는 그 대답에 씩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맥주 맛을 보겠네. 안 그래도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루키우스는 후회하고 만다.


‘시발. 맥주 맛이 왜 이래?!’


사실 루키우스가 전생에 맛봤던 맥주도 인류의 오랜 역사를 거쳐 개량한 물건이었다.


‘흐흐. 그러면 이걸로 돈을 벌 수 있겠네.’


루키우스의 사업 감각이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예. 이제 추석의 마지막 날도 지나가는 군요.



여러분들은 잘 보내셨습니까?



이 작품을 보면서 즐거우셨다면 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최근 추천 수가 확 줄어들더군요.



제 글솜씨가 부족해서 독자 여러분들에게 거듭 실망을 안겨다 드린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전개 속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에서 아웅다웅 거리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글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야만부족 웨이브가 시작될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즐거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천과 댓글은 이 작품과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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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6

  • 작성자
    Lv.46 노스아스터
    작성일
    24.09.19 10:32
    No. 31

    악명높은 북해의 해적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게르만 왕국의 군주가 아예 직접(!) 로마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지역에서 해적질을 한다고 해도 좋고요. 그럴경우에는 해적들의 왕이라고 하고요.(북해의 게르만인 해적들이 국가의 군대처럼 움직이는 이유라고 하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19 10:34
    No. 32

    힐데아의 먹잇감이겠군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노스아스터
    작성일
    24.09.19 10:41
    No. 33

    폰토스 왕국의 미트리다테스6세도 로마의 명장한테는 매번 처발렸다고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고 상대의 병력도 하필이면 전성기의 로마군이어서(사병화가 되었지만, 그러다보니 제대로된 지휘관을 만난경우 전투력이 강해진다!) 진거라고 하고

    북해의 해적왕도 카리스마 넘치고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죠. 다만 잘쳐줘도 트라야누스와 전쟁을 벌였던 다키아 왕국 정도여서 로마제국 보다는 불안정 하다고 하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19 10:42
    No. 34

    미트리다테스 6세가 유독 대전운이 안 좋긴 하죠.

    사실 앞으로의 전개 때, 이 사람을 조명하려고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박가ㅇ
    작성일
    24.09.19 11:46
    No. 35

    맥주는 홉이 있어야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볼트맨형님
    작성일
    24.09.19 11:54
    No. 36

    맞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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