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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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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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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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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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의 배후

DUMMY

아레나 우주가 생긴 이래 가장 초유의 사태. 아마도 누군가가 이 일의 처음과 끝을 지켜봤다면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 대략 수 조경 이상의 지성체와 수억 개의 행성을 관리하는 아레나 우주의 핵심 오브 핵심인 관리 행성 관리 탑에서 현직 관리자들을 노린 습격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났다.


그 초유의 사태에 말려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난 서준은 지금 모처에서 레로님과 심각하게 독대 중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군요. 서준님.”


레로님은 아까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서준은 휴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레로님을 노려본다.


“할 말이 없으면 답니까. 레로님. 이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책임을 지셔야죠. 제가 얼마나 피해가 막심한지 아십니까?”


평소 호호호 거리며 능글거리던 레로님은 어디 가고 지금은 서슬 퍼런 서준의 박력에 압도되어 기를 못 펴는 중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호호호도 어디 갔는지 들을 수 없다. 그만큼 몰려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 일은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서. 정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서준은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려다, 이건 좀 에바인 것 같아 내려치는 손을 간신히 중간에 멈춘다.


“아니 아까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시고. 해결할 수 없다면 다입니까?”


레로님은 답이 없다. 정말 할 말이 없나 보다.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니. 리오넬라 왕녀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고 그 불똥이 지금 저한테 고스란히 떨어지고 있는데, 그 책임을 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레로님은 답지 않게 한숨을 푹 쉰다. 오늘 참 이분의 신선한 모습 많이 보네.


“아니. 그건 서준님이 리오넬라 왕녀에게 너무 멋있는 모습을 보이셔서 리오넬라 왕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내가 뭐 멋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그러십니까. 그냥 엉겁결에 감싸 안고 숨은 것뿐인데.


“거기다가 그 멘트는 뭡니까? 괜찮아? 훗 다행이군. 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아.”


공수 교대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인내하던 레로님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다.


“아니. 그건 말씀드렸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아마 저의 다른 인격이 하지 않았나 싶은데 말입니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성의 부재를 틈타 내 세상이 왔다며 튀어나온 흑염룡의 짓이 아닐까 하지만 도대체 믿어 주지를 않는다. 아니 내가 제정신에 그런 멘트를 날리겠는가.


“아니 어떤 소녀가 그런 상황에서 그런 행동에 그런 멘트를 날리는데 안 빠지고 배깁니까. 나도 반할 지경이라고요!”


아니.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십니까.


“여하튼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다른 건이라면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지만, 이 건만큼은 서준님이 책임지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는 중이다. 레로님의 배째라 전략에 그냥 말려들고 있다.


“아니, 레오님. 아니 엘레오노라 셀레스트 위원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제가 이대로 리오넬라 왕녀를 달고 세레스타에 돌아간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십니까. 저 죽습니다. 정신적 아니 물리적으로도 죽을 수 있단 말입니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서준님이 알아서 하세요.”


엉엉. 제발 살려주세요.


서준의 임기응변으로 어제 있었던 테네브리타인의 습격은 성공적으로 격퇴되었다. 테네브리타인 습격자 12명만 사망하고, 습격 대상이었던 리오넬라 왕녀와 서준은 무사했다. 서준도 약간의 근육통을 제외하고는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되어서 숫자로 세기 힘들다는 아레나 우주 역사상 관리자들을 노린 습격은 전혀 없지 않다. 하지만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고 한다.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전무후무함을 떠나 우주 관리 시스템의 핵심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아레나 우주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레로님의 사건 브리핑에 따르면 내부의 조력자가 있었다고 한다. 거주 구역의 메인터넌스와 보안 체크를 이유로 거주 구역을 일시적으로 시스템으로부터 해제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 실무자는 곧바로 체포되어 구금되었으나 곧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뭐. 흔히 있는 일이다. 꼬리 자르기.


“아시겠지만 그는 깃털일 뿐입니다. 몸통은 따로 있겠죠. 관리 단말에 대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관리 행성의 관리자는 저 포함해 세 명입니다.

뭐 이미 여러 차례 해명을 드렸지만 저는 아니니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몸통이겠죠. 뭐 대충은 상상은 갑니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죠.”


레로님을 의심한 건 아니다. 레로님의 레오니타 행성에 대한 애정은 중립을 고수해야 하는 위원장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만 보면 안다. 그래도 레로님과 몇몇 관계자만 아는 이 회동이 외부에 누설된 것 자체는 레로님의 실책이다. 이건 레로님 본인이 말한 거다.


모든 정황 증거가 반 시스템파를 노린 시스템 신봉파의 행위임이 거의 확실하지만 추궁하지는 못한다. 일단 확실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레로님이 위원장으로서 중립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꼬투리 잡아 탄핵 이슈로 국면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끝까지 추궁하고 싶지만 레로님의 입장도 고려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


“대신에 보상은 확실히 해주셔야 합니다. 이번 일로 겪은 저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받아야겠습니다. 특히 정신적 고통은 정말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서준이 보인 영웅적 행동은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리오넬라 왕녀가 자신을 감싸고 정신을 잃은 서준의 품에서 절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엉엉 울며 서준을 부둥켜안고 온갖 드라마를 찍다가 곧바로 들이닥친 레로님과 구조대에 의해 멀쩡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때부터 서준의 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테네브리타의 습격자가 마지막 힘을 다해 던진 폭발물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일종의 압력 폭탄 같은 걸로 밝혀졌다. 폭파되는 순간 엄청난 압력의 힘을 주위에 발산해 주변의 모든 것을 찌부러뜨리는 폭탄이라고 했다.


정신을 차린 후 다시 현장을 방문한 서준이 본 건 만신창이가 된 방 내부였다. 가구며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가루처럼 바스러져 있었다. 관리 탑의 벽만이 멀쩡한 게 신기했는데 관리 탑의 벽은 일반적인 소재가 아니라 그 어떤 걸로도 부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런 광역 공격에 서준이 멀쩡한 이유는 서준이 자기도 모르는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비밀은 바로 서준이 입고 있는 슈트에 있었다.


어쩐지 민님이 전투복 아니 양복 꼭 입고 가라고 몇 번이고 챙기던 이유가 있었다.  민님은 퓨리오타 전투 후 연님과 마르가렛과 함께 공모하여 서준도 모르는 새 15만 원짜리 홈쇼핑 표 양복을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전투복으로 개조해 두었다.


마지막의 폭발로부터 서준을 보호한 건 마르가렛이 만든 1회성 보호막으로 착용자에 모종의 힘이나 위해가 가해질 경우 순간적으로 보호막을 펼쳐 착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민님이 나를 살린 셈이다. 그건 고마운데, 미리 설명해줬으면 내가 더 당당하게 대처했을 거 아닌가. 그런 극적인 드라마 찍을 이유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테네브리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서준은 레로님에게 습격범의 배후로 지목 중인 테네브리타의 처우를 물었다.


“일단 모든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만, 관리 행성에서는 이 사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현재 대응안을 논의 중입니다만, 아마도 무력 개입 후 행성을 초기화하는 방식으로 테네브리타를 소거할 예정입니다.”


“소거라니요. 그럼 지금 사는 사람들은요.”


“아마 새도우킨이 되어서 우주를 떠돌겠죠. 하지만 이 정도로 응징하지 않으면 똑 같은 일이 또 발생합니다. 절대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레로님은 단호했다. 관리 행성을 어떤 식으로든 침탈하고 행성 관리자를 주살하려 한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 레로님뿐만 아니라 관리 행성의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일이다.


안 그래도 민님이 피의 복수를 외치며 테네브리타의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다 초토화한다고 부르짖었는데 대신해 준다니 잘됐다. 사실 좀 귀찮긴 했다.


“아, 그리고 관리 행성 차원에서 서준님에 대한 보상도 할 겁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보상도 충분히 드리죠. 뭘 원하시나요. 서준님이 원하시는 거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뭐든 드리죠. 호호호.”


나왔다. 호호호. 멘탈이 잠깐 나가셨는가 했더니 금방 복구하셨네. 놀라운 회복 탄력성이다.


“일단 뭐 레로님도 이 일로 피곤하실 테니. 개인적인 보상은 외상으로 달아두죠. 아님 전에 제가 레로님 흑막으로 몰았던 거랑 퉁치시던가요.”


“그럼 거스럼이 너무 남는데요. 부족한 부분은 오늘 밤에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하실까요. 호호호.”


확인 사살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안 그래도 지금 소문 쫙 나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말입니다. 사실 서준이 레스타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우선 민님의 분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서였다. 성 팀장에게 그 역할을 부탁했다.


“아. 그리고 레오니타 행성으로부터 서준님을 꼭 모시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행성 영웅으로 추대하고 싶다고 하네요.”


“아. 아니. 됐어요. 당분간은 레오니타의 레 자도 들으면 경기가 날 것 같아요. 제발 참아달라고 말 좀 전해주세요. 그 정도 일은 닥치면 누구든지 했을 일이지 내가 영웅이라서 한 건 아니라고요.”


“어머. 말씀도 잘하시네. 이러니 리오넬라 왕녀가 폭 빠진 거군요. 저도 반할 거 같네요. 호호호.”


저 능구렁이 같은 할멈이. 그래도 저 능구렁이 같은 화술 덕분에 살았다. 리오넬라 왕녀는 서준님이 내부 회의만 끝나고 바로 레오니타로 갈 거라는 레로님의 거짓말에 속아 이미 레오니타로 떠났다.

서준이 정신을 차린 이후에도 절대 안 떨어지겠다며 꼭 붙어 있는 통에 가슴팍이 통째로 뜯어져 나갈 지경이었기에 그 점은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나저나 레로님은 이번 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레로님의 눈빛이 평소의 그것으로 돌아온다.


“글쎄요. 강 서준 관리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고여서 썩어 있던 이 우주를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호호호가 없지 않나.


“제가 그 정도의 일은 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생각은 자유니까요. 레로님의 생각은 존중합니다. 그럼 레로님의 생각에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행동하셨으면 가장 좋을 것 같나요.”


레로님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서준 쪽으로 몸을 숙이며 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냥 서준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셨듯이 말입니다. 온 우주가 이제 당신의 존재를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싫든 좋든 이 우주에 있는 이상 그 시선을 벗어나질 못할 겁니다. 저희의 인사는 아시죠? 모든 것은 창조주의 뜻대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딱 이 한마디에요.”


레로님은 천천히 서준 곁으로 다가오더니 서준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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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이것이 바로 연료 X입니다 24.09.16 31 2 13쪽
56 카리나님의 선물 24.09.15 33 3 14쪽
» 습격의 배후 24.09.14 35 2 12쪽
54 뜻밖의 습격 24.09.13 36 2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8 2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8 2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7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51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8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9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84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95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10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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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11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10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10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11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11 4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11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11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12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16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1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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