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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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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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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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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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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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DUMMY

회의가 끝나자마자 성 팀장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사실 지금 세레스타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 가깝다. 행성 지표의 99% 이상이 초기화되어 있는 빈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행성급 테마파크와 리조트라는 큰 그림에 맞게 세부적인 작은 계획을 세우고 구역을 하나씩 개발해 가야 한다.


세레스타의 기본 지형 구조는 얼마 전 서준이 건들다 민님에게 호되게 혼나고 접근 금지를 당한 앱인 <지형 생성> 앱을 사용한다. 아니 관리자가 접근 금지당하면 관리는 어떻게 하라고.


“앞으로 이 세레스타에 살아갈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는 이야기다. 슬프다.


“혹시 이게 대표님이 작성한 지형 초안인가요?”


성 팀장에게 <지형 생성> 앱을 열어서 기능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끔찍한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서준에게 묻는다.


“어때요? 나름 열심히 했어요.”


성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민님에게 영구 삭제를 부탁할 뿐이다.


“영구 삭제할까요? 그래. 그렇게 해. 네. 알겠습니다. 영구 삭제합니다.”


나 한마디도 안 했거든. 그리고 중간에 이상한 목소리 흉내 낸 건 뭐야. 지금 내 흉내 낸 거야?


이후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관리자 승인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민님이 서준의 성대모사로 슬쩍 넘긴다. 아니 관리자 승인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거 아니었어?


“저는 제대로 승인받고 있습니다만.”


와. 아니 민님이 언제 저렇게 뻔뻔해졌지. 분명하다. 행성 레벨이 오를 때마다 관리 단말의 뻔뻔함도 같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분명하다. 처음에 날 속여서 관리자 자리에 앉히려고 할 때만 해도 어색한 발 연기가 다 드러나더니, 지금은 아주 그냥 메소드 연기의 대가가 되었다.


“대표님은 좀 쉬고 계세요. 제가 민님이랑 논의해서 준비해둘게요. 나중에 승인만 해주세요.”


성 팀장이 옆에서 거든다. 디자인에 관한 건은 절대 서준을 개입시킬 수 없다는 민님과 성 팀장의 물러날 수 없는 의지가 보인다.


뭐. 저렇게 하려고 부른 거니까. 솔직히 빠져주는 것이 도와주는 거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원님이랑 노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민님이 서준을 부른다.


“관리자님. 중앙관리 위원회 위원장. 아니 레로님으로부터 연락입니다. 연결할까요?”


레로님? 그 항상 서준을 끈적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위원장님이 무슨 일이지?


“연결해줘.”


화면이 뜨고 레로님이 나타난다. 늘 변함없는 미소를 띄우고 서준을 보자마자 호호호를 날린다.


“호호호. 오래간만이네요. 관리자님. 평안하셨는지요.”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레로님도 평안하셨는지요.”


“저야. 늘 평안하죠. 너무 평안해서 지루할 지경입니다. 요즘은 세레스타도 좀 뜸해서 더 지루한 것 같네요. 호호호.”


아니 그렇다고 레로님 지루하지 않게 매번 사건을 만들면 몸이 버텨 나질 못한다. 지루한 게 가장 좋은 거다.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이제는 서로 적대 관계가 되었다고 알려주기 위해 연락 주신 건 아니시죠?”


첫 세레스타 침공 때 흑막이 아니시냐고 추궁했더니 자신은 심부름꾼일 뿐이라며 혹시나 나중에 세레스타와 적대 관계가 되면 미리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호호호. 그건 아닙니다. 솔직히 아직 그 정도로 세레스타가 성장하지 못했거든요. 맛있는 건 잘 키워서 나중에 먹어야죠. 호호호. 농담입니다. 재미있었나요?”


솔직히 레로님 농담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사실은 서준 관리자님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소개를 부탁받았답니다.”


“저를요?”


“네. 서준 관리자님을 꼭 만나고 싶어하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중앙 관리 행성은 어떤 행성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 구역이니 관리 행성으로 와서 같이 만나시죠. 어떠신가요?”


“누군가요. 저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글쎄요. 그걸 미리 말하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요. 호호호. 물론 관리자님의 신변 안전을 포함한 모든 편의는 제가 보장할게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세레스타에 절대 나쁜 일은 아님은 약속할 수 있어요. 호호호. 어때요? 만나시겠어요?”


이건 또 무슨 시험일까. 일전의 침공전이 튜토리얼 퀘스트 같은 것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약간 메인 스토리 퀘스트의 느낌이 나긴 한다. 레로님이 마음만 먹으면 솔직히 지금이라도 세레스타 하나쯤은 지워버리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또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세레스타를 움직이려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은 타협할 때다. 자존심도 힘이 있어야 부리는 법이다.


“알겠습니다. 지금 별일도 없으니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초대에 응하며 저쪽에 있는 성 팀장을 바라보니 노트에 계속 무언가를 그리며 스케치에 몰두 중이다. 일할 때는 정말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는 편이니 잠시 다녀와도 될 것 같다.


“호호호. 기쁘네요. 드디어 서준 관리자님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다니. 감격스럽군요. 그럼 한 시간 뒤에 뵙죠. 그 쪽 관리 단말에게 이동 좌표는 보내두겠습니다. 좀 있다 뵙죠. 호호호.”


화면이 꺼졌지만 호호호 거리는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어우 정말 저 여사님하고만 이야기하면 기가 그냥 통째로 빨려 나가는 느낌이다. 어우 통화만 해도 이 정도인데 직접 만나면 얼마나 빨리려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겠다.


“관리자님. 전투복은 세탁해서 옷장에 넣어두었습니다. 챙겨 입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투복? 아. 퓨리오타 때 입은 슈트를 말하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양복 정장인데 전투 때 한 번 입었다고 전투복이라 부르는 것 같다.


민님에게 성 팀장을 부탁하고 서준은 개인 거처로 이동했다. 옷장에 걸려 있는 서준의 전투복이자 정복인 슈트를 꺼내 입고 가방을 챙기며 레로님이 마련한 이번 회동에 대해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우주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레로님과 퓨리오타의 린도르 관리자나 카리나 고문을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한다. 서준도 모르는 친분이 있어서 만나자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누가 서준을 만나기를 원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서준에게 원하는 것이 있거나 어떤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 본위로 만나길 원했다면 분명 레로님 선에서 컷 했을 것이니까.


“그럼 다녀올게.”


“네, 알겠습니다. 관리 행성으로 이동합니다.”


퓨리오타 이후 세레스타 밖으로 나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관리 행성은 어떤 곳일까. 관리 행성은 아레나 우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는 우주 관리 시스템이 있는 곳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관리 조직인 위원회들도 관리 행성에 체류한다. 나름 수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으니 아주 번화한 곳일 것 같다.


“어서오세요. 강 서준 관리자님.”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니 레로님, 아니 엘레오노라 셀레스트 중앙관리위원회의 위원장님이 몸소 서준을 마중 나온다.


“마중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뵈니 엄청 미인이시네요.”


빈 말은 아니다. 생각보다 키가 크고 몸매도 날렵하다. 비록 종족이 달라 미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지구인인 서준이 봐도 레로님은 매력이 있다. 계속 쳐다보다 보니 그 쪽 취미에 살짝 눈이 떠지려는 것 같아 화제를 살짝 돌린다.


“여기는 어디죠? 건물 내부인 것 같은데요.”


“서준 관리자님은 관리 행성이 처음이죠. 서준님을 위해 작은 공간을 빌렸어요. 관리 행성이 잘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라운지랍니다. 관리 단말. 창문을 좀 열어줘.”


벽인 줄 알았더니 한쪽 면 전부가 창이었다. 한 쪽 벽이 스르르 옆으로 열리더니 천천히 밖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SF 영화의 도시를 연상했지만, 의외로 자연이 함께 하는 곳이었다.


“여기는 관리 행성의 관리 탑 거주 구역입니다. 전체 관리 탑의 중간 높이 정도 되죠. 대부분의 관리 기능들이 다 모여 있고 저기에 보이는 저 도시는 관리 행성을 방문하는 방문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죠.”


레로님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관리 탑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 높은 고층 빌딩들이 군집해 있다. 지구의 여느 도시에서 흔히 보는 스카이 라인 같지만 모두들 전이로 이동을 해서 그런지 자동차 같은 이동 수단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거 아시나요? 관리 행성을 만든 창조주님이 세레스타도 만드셨다는걸. 그분은 전하기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 창조주님이었다고 해요.

지금의 세레스타의 모습에서는 옛 모습을 찾기 힘들겠지만, 이 관리 행성에는 세레스타의 옛 모습이 조금 남아 있죠. 그래서 이 풍경을 꼭 관리자님께 보여 주고 싶었어요.”


레로님의 말 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그 밑으로 다양한 자연들이 건물들과 어우러져 있다. 미적 감각이 없어 민님과 성 팀장에게 구박받고 있는 서준도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네요. 일부러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풍경을 본 것 같습니다.”


레로님이 건네준 음료를 받으면서 서준은 감사를 표한다.


“근데, 오늘 저를 보고 싶다고 한 사람은 누군가요.”


“성급하시네요. 어차피 조금 있으면 알게 될 테지만, 제 모성의 관리자입니다.”


모성? 하긴 전에 들었던 말로는 관리 행성은 별도의 중립적인 구역이라 관리 행성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 우주에서 모여든 자들이라고 했다. 레로님도 어딘가 고향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거긴 것 같다.


“제 모성은 레오니타라는 행성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오늘은 관리자끼리의 만남이지만 어디까지나 비공식 회동입니다. 저도 위원장의 신분이 아닌 모성 관리자의 부탁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고요.

정식 초청이었다면 제대로 시설이 구비된 곳에서 절차를 갖추고 만났겠지만, 비공식이라 이렇게 개인 거주 구역에서 만나는 점은 양해를 좀 부탁드립니다.”


비공식이라. 도대체 무슨 목적인지 더 궁금해진다.


“이런, 벌써 도착하시는 모양이군요. 저는 잠시 마중을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레로님은 아까 서준이 처음 전이한 장소로 천천히 걸어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를 기다린다. 중앙관리 위원회의 위원장이면 꽤 높은 위치가 아닌가, 그런 레로님이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일까.


“엘레오노라 셀레스트. 레오니타의 위대한 관리자. 리오넬라 레오폴디나를 뵙습니다.”


레로님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의외로 소녀의 풋풋함이 남아 있는 키가 작은 여성이었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금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귀엽게 땋아 얼핏 작고 귀여운 소녀처럼 보이지만 금색 눈동자에 보이는 위엄은 그녀가 보통의 소녀가 아닌 것을 말해 준다.


“오. 엘레오노라 위원장. 마중 감사하네. 저 자가 세레스타의 관리자 강 서준인가?”


소녀는 성큼성큼 서준에게 다가오더니 흠흠거리며 앞뒤로 유심히 살피기 시작한다. 마치 진귀한 동물을 처음 보는 듯한 어린아이의 표정이다. 초면에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히며 들어오자 살짝 당황스럽다.

쫑긋거리는 귀와 턱을 괴고 있는 손 사이로 보이는 핑크 빛 육구가 시선을 끈다. 분명 그 쪽 취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생길 것 같은 간지러움이 몰려온다.


“안녕하세요. 강 서준입니다. 처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 반갑다. 아니 반갑습니다. 나는. 아니 저는. 레오니타의 관리자, 리오넬라 레오폴디나라고 합니다.”


갑자기 쑥 밀고 들어오려다 레오님의 큼큼 소리에 갑자기 존대로 태세 전환을 하는 소녀의 모습에 서준은 이 비공식 회동의 목적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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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3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2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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