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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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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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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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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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DUMMY

어린 시절 내가 제일 좋아하던 건 가족이랑 같이 테마파크에 놀러 가는 일이었다. 어린 나에게 그곳은 천국과도 같았다. 매일 공부하라며 잔소리하는 엄마도 그날만큼은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 갖고 싶어 하는 것을 갖게 해 주었다.

나는 테마파크가 제일 좋다. 그래서 이곳에도 만들고 싶다. 모든 지구인이 천국처럼 느낄 수 있는 테마파크를···.


라는 지극히 감성 충만한 생각으로 행성 자체를 하나의 테마파크로 만들자는 생각은 아니다. 비록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 이하의 PPT로 성 팀장의 미적 감각을 긁고는 있지만, 서준에게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성 팀장님, 사람들이 이주하는 가장 큰 이유가 혹시 뭔지 아십니까?”


서준의 PPT에 아까부터 제발 이 고문을 그만둬주세요 라는 표정으로 서준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던 성 팀장이 조금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금 있는 곳이 살기 어려워서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역시 성 팀장이다.


“맞습니다. 사람들이 이주하는 큰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였죠. 선사시대 호모 사피엔스들부터 20세기 초반의 미국 이민까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살기 힘드니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약간 뿌듯해하는 표정의 성 팀장을 보며 서준은 말을 잇는다.


“다시 말해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이주하지, 단지 그곳에 새로운 세상이 있어서 이주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서준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성 팀장은 대충 눈치를 챈 것 같다.


“대표님은 지금의 세레스타의 환경에서는 지구인들의 단순 이주는 힘들다고 판단하셨군요. 그래서 테마파크나 리조트라는 아이디어를 내신 거고요.”


“맞습니다. 성 팀장님. 최종적으로는 세레스타에 지구 수준의 인프라와 생활 환경을 갖추면 해결될 문제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지금의 지구인은 먹고살게만 해주면 무작정 신세계로 향하는 19세기의 이민자들이 아닙니다.”


성 팀장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기 생각을 말한다.


“전쟁이나 기아로 터전을 잃은 난민이나 망명자를 받을 수는 없을까요? 위험한 지역에 있는 것보다 여기가 나을 수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서준도 생각해 본 아이디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선 난민이나 망명자들은 지구에서의 정치적인 문제와 엮일 수 있습니다. 세레스타는 어디까지나 지구인에게 있어 중립적인 지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국가나 세력, 이념과는 거리를 두지 않으면 세레스타 역시 지구와 마찬가지가 되어 버립니다.

솔직히 제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레스타도 그렇게 안전한 지역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구보다 더 위험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죠.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지구인을 세레스타로 데려와야 합니다. 여기서 정착하던, 잠깐 있다 가던 그들이 이 별에 있는 이상 그만큼 별은 마나를 만들 겁니다. 그렇다면 난민이나 망명자를 우선하는 건 우리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는 셈이죠.”


이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별에 마나가 충만해야 한다. 단순히 이 우주에서 이주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거주자를 늘리는 건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그때 서준이 눈을 돌린 곳은 지구였다.

지구에는 80억 가까운 넘는 인구가 있다. 그들의 일부만 이쪽으로 넘어와 줘도 세레스타는 금방 강해질 수 있다. 인도주의도 좋지만, 관리자로서는 최대한 많은 이들을 지구에서 세레스타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을 우선하여 고려해야 한다.


서준은 PT 모드에서 벗어나 다시 성 팀장을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서준이 자리에 앉자 민님이 이때라는 듯 얼른 PPT를 꺼버린다. 성 팀장의 얼굴도 다시 환해진다. 아니, 나름대로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이런 취급은 상당히 부당하다.


“그렇다면 테마파크나 리조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시설을 갖추려면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시간과 자원이 소모될 거고, 늘 침공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위험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서준은 성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단 지구에서 생각하는 테마파크와 리조트의 개념을 생각하면 말이다.


“성 팀장님. 테마파크나 리조트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성 팀장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답을 생각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좀 귀엽다.


“글쎄요. 놀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으니까. 내내 심심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일상을 떠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역시나 성 팀장이다. 핵심을 바로 짚어낸다.


“맞습니다. 성 팀장님. 일상을 떠나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누구나 신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게 테마파크나 리조트의 본질입니다.”


간만에 PT 하느라 목이 말랐던 서준은 원님에게 부탁해 물 한잔을 받아 꿀꺽 마셨다.


“솔직히 제가 세레스타에 와서 관리자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는 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건 게임이다. 게임처럼 생각하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그랬던 이유는 세레스타가 있는 이 아레나 우주가 근본적으로 게임 같은 시스템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그 특성을 잘 이용하면 충분히 지구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고 그들이 스스로 세레스타로 오게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서야 성 팀장은 서준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성 팀장도 명색이 게임 개발자다. 게임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어떤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대표님 말씀은 세레스타라는 행성 자체를 지구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무대로 만들고 싶다는 것 같은데. 맞나요?”


“네. 정확합니다.”


서준의 말에 성 팀장은 눈빛을 반짝이며 조용히 웃는다.


“아직 전체를 이해한 건 아닌데, 일단은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표님.”


이래서 내가 성 팀장을 세레스타로 불러왔다. 성 팀장은 성격도 약간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그 건 예민할 성장기에 부모님도 잃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생긴 모습이지 성 팀장의 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 팀장도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아닌 개발자도 많겠지만 게임 개발자란 종족은 천생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자기 삶의 보람인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다들 내 게임을 좋아해 줄까. 성 팀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지금도 엄청나게 플레이어가 모여드는 테란도 서준과 연님의 손길이 닿았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수 선배나 성 팀장이 틀을 만든 게임이다. 근본이 없는 게임이라면 제아무리 서준과 연님이라도 그렇게 성공시키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대표님. 이곳이 아무리 시스템이 지배하는 차원이라고 해도 게임과는 근본적으로는 다른 엄연한 현실 공간이잖아요. 게임적인 요소는 어떤 식으로 넣으실 건가요?”


성 팀장의 질문에 서준은 다시 PT 모드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지구로 가기 전부터 민님과 연님에게 부탁해 두었던 여러 조사 결과를 스크린에 띄워 성 팀장에게 보여주었다.


이번 보고서는 서준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보고서다. 서준이 일어서자 움찔하던 성 팀장이 눈에 띄게 안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패배감을 느낀다. 아니 진짜 그거 나름 열심히 만든 건데···. 이런 취급을 받다니.


“우선 세레스타의 게이미피케이션, 즉 세레스타의 게임화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 번째는 게임성이 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구인들이 충분히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이곳을 찾아올 수 있게 일단은 재미있게 그리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건 게임 기획하듯이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힐 것 같긴 해요. 저는 아직 이차원의 시스템이나 규칙은 잘 몰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대표님이라면 어느 정도 생각해 두셨을 것 같네요.”


서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두 번째는 안전해야 합니다. 신변의 위험이 있다면 그 건 더 이상 게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세레스타 상황에서는 가장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민님이 살짝 서준을 거든다.


“행성 내에서 어떠한 이유로 사망했을 경우 그 생명체의 생명력이 다한 자연사가 아닌 이상 일정액의 마나만 지불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별도의 앱이 아니라 관리 단말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기능입니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오로지 저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지막에 좀 뽐내는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봐주자. 성 팀장이 온 이후로 민님이 좀 의기소침한 것 같은데, 이런 거라도 기를 좀 살려줘야지.


“민님. 나이스 어시스트. 그리고 마지막 조건은 가장 중요하며 힘든 부분이기도 한데, 마지막 조건은 지구인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야 합니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로그인과 로그 아웃이 사용자의 의지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만큼은 지구와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시스템만으로는 완전하게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성 팀장은 살짝 의아한 얼굴로 서준을 바라본다. 당연한 말이긴 하다. 자기가 원할 때 오고 자기가 원할 때 나가야 한다.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안 되는 건 좋지 않다.


그런데 왜 어려울까. 잠깐 생각하던 성 팀장이 아 하고 뭔가를 떠올린다.


“그러네요.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만 해도 인구 유출 문제가 생기겠네요. 아, 그래서 처음에는 영구적인 이주가 아니라 테마파크나 리조트라는 이름으로 일시적인 방문지로 포장을 하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이주시키려는 지구인의 규모가 몇십 명이나 몇만 명 수준이 아닌 천만이나 억까지 생각한다고 하면 이건 단순한 문제는 아니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지금 당장 500만명 정도만 이곳으로 이주한다고 해도 아마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겁니다. 특히 정부나 기업들은 아주 싫어하겠죠.”


500만명이면 큰 수는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인구들이 한참 활동하는 경제활동 인구라면 문제가 된다. 당장의 세수 감소나 소비자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같은 고령화, 인구 감소의 시대에서 인구는 곧 국력입니다. 세레스타가 어떤 이유로든 지구인들을 빼 간다면 절대 고운 눈으로 우리를 보지 않을 겁니다.”


조금 생각해보던 성 팀장도 지구인들의 세레스타 이주가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결국 서준이 말한 테마파크나 리조트 형태의 일시적 방문지로 지구인들에게 인식된 이후에 아주 천천히 진짜 상주인구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왜 대표님이 행성급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만들어 지구인들을 유치하자고 하셨는지 알겠네요.


일시적인 방문으로 초반 컨셉을 잡으면 인프라도 많이 필요 없고, 지구와의 불필요한 갈등 없이 원만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거주자를 유치할 수 있다. 잠시 있다가 돌아가도 상관은 없다. 리조트나 호텔의 개념으로 생각해 공실 없이 계속 회전만 시킬 수 있으면 세레스타는 일정 정도의 상주인구를 항상 가지고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일시적이긴 하지만 방문한 지구인들이 세레스타에 와서 해줄 일도 있다. 사실 서준의 입장에서는 이 일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건 차차 설명해주자. 그것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성 팀장을 여기에 데려온 이유기도 하지만 세레스타의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어떤 식으로 이곳 세레스타를 지구인들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사실은 더 급한 일이다. 디자인 감각이 꽝인 서준이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선 이 세레스타를 꾸며보죠. 지구인들이 이곳을 낙원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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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2 1 12쪽
»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2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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