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오드뷔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5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6,709
추천수 :
171
글자수 :
338,752

작성
24.09.06 12:40
조회
97
추천
2
글자
13쪽

여신 강림

DUMMY

청담동 샵에서 풀메랑 착장을 마친 성 팀장을 본 진우는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해서 날뛴다. 샵 안쪽에서 오늘 스케줄을 위해 단장 중이던 남자 아이돌 그룹도 아까부터 기웃거리며 계속 성 팀장을 흘깃흘깃 쳐다보는 중이다.


“아니, 너네 쪼끄만 회사 직원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봐봐. 완전 여신이잖아.”


아니 쪼끄만 건 사실이지만 아까운 건 또 뭐냐고 생각하며 서준은 다시 성 팀장을 본다. 풀메도 풀메지만 착장은 부탁한 적 없는데 샵 원장님이 이 메이크업에 청바지가 어디냐면서 어디서 아나운서들이 입을 법한 패션 정장을 구해서 억지로 입힌 것 같다. 성 팀장은 짧은 치마가 신경 쓰이는 듯 아까부터 치마를 연신 손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좀 이쁘긴 하네. 서준은 이미 한번 성 팀장의 환골탈태를 본 적이 있어서 충격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진우는 화를 버럭 내며 서준을 꾸짖는다.


“좀 이쁘긴 하네? 저게 어디서 좀 이쁜 거야. 아주 많이 이쁜 거지. 이 새끼가 복에 겨워서 천지 분간을 못 하네.”


성 팀장님, 그 새끼가 대우 잘 안 해주면 언제라도 꼭 연락을 달라는 진우의 난리를 간신히 뒤로 하고 서준은 성 팀장을 데리고 근처 임대 스튜디오로 향했다.


“근데 대표님. 아침에 전화로는 오늘 텐시아 쑨 부회장의 방해 공작 건을 폭로하는 영상 촬영한다고 들었는데, 굳이 이런 메이크업이랑 복장을 해야 할까요?”


성 팀장은 아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연신 짧은 치마를 꾹꾹 누른 채 아장아장 걷는 중이다. 성 팀장은 알까. 자신의 그런 행동이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것을.


“성 팀장님. 아트 디렉터잖아요. 이미지의 힘 아시죠? 대중들은 더 극적이고 자극적인 그림을 원해요. 착장은 저도 생각 못했지만 풀메는 그런 의도에요. 폭로도 폭로지만 테란을 지금까지 끌어온 성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단 아침에 전화로 오케이 하셔서 여기까지 온 거지만 정말 괜찮으신 거죠?”


서준은 이 일을 준비하면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일을 성 팀장에게 재확인한다. 자신의 개인사를 대중에게 밝히는 일이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성 팀장이 싫다고 하면 당장 모든 계획을 취소할 생각이다.


성 팀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저는 이 옷이 좀 창피해서. 하지만 해야 한다면 할게요. 저도 이제 더 이상 물러서기가 싫어요. 그동안 10년 가까이 준비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처음이고 이제 하루만 있으면 서비스할 수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어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길 가는 동안 지나가는 모든 남자들이 성 팀장을 한번 쳐다보고 그리고 다시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간다.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나도 좀 꾸미면 나름 괜찮다고.


테란을 둘러싼 텐시아의 방해 공작과 그 내용을 폭로하는 성 팀장의 영상 촬영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진우의 말대로 인물을 잘 잡는 베테랑 감독답게 긴장하는 초보 출연자를 잘 진정시켜가며 성 팀장의 매력을 담뿍 뽑아냈다.


사정을 말했더니 철야해서라도 새벽에는 가편집본을 보내겠다고 한다. 아. 오늘도 잠을 자긴 글렀구나.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있어서 이번 런칭은 크런치를 안 하나 했더니 엉뚱한 일들로 크런치 아닌 크런치 중이다.


새벽 내내 감독이랑 자막 수정과 컷 수정을 해 가며 간신히 아침 7시에 미리 개설해 놓은 테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성 팀장의 영상을 올릴 수 있었다. 이제 5시간 뒤 정오가 되면 새로운 테란의 서버가 열리고 접속이 가능하다.


테란 첫 버전은 PC용 MMORPG였지만 이번에 새로 런칭하는 테란은 나름 크로스 플랫폼이라 모바일과 PC 환경 모두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과랑 로봇 마크 양 모바일 스토어로부터도 내일 시간 맞춰 오픈한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대충 끝났다. 남은 건 성 팀장과 단말들에게 맡기고 잠 좀 자야겠다. 서준은 단말들에게 뒷 일을 부탁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관리자님.”


자신을 부르는 민님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서비스는 잘 런칭 됐어?”


민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한다. 민님이 저런 목소리 톤을 할 때는 별일 없다는 뜻이다.


“네. 런칭은 잘 됐는데. 다른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SNS랑 유튜브 좀 확인 부탁드립니다.”


서준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 SNS와 유튜브를 확인했다.


“뭐니?”


서준이 시계를 보니 10시간 좀 넘게 잔 것 같다. 도대체 10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서준이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은 성 팀장이 자신이 텐시아 외손녀라는 것과 외삼촌인 쑨 부회장이 자신을 지금까지 계속 방해해왔다는 내용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성 팀장은 자신이 왜 테란을 런칭 시키고 싶어 하는지 테란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쑨 부회장님. 아니 외삼촌. 저는 텐시아의 후계 구도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저는 저와 제 동료의 노력과 땀이 담긴 이 게임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이 게임을 만들면서 했던 수많은 약속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부디 무의미한 방해는 그만둬 주시고 하나뿐인 조카가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눈물 한 방울 없는 내내 차분한 영상이었지만 글로벌 IT 공룡인 텐시아. 후계 구도를 둘러싼 싸움. 연예인 저리 가라의 미모를 가진 성 팀장 등등이 엮이며 그야말로 서준이 잠들어 있던 10시간은 테란의 시간이었다.


그 영상을 본 부정적인 리뷰를 올린 유명 유투브들도 자신들이 텐시아에 회유당했다며 테란에 사죄한다는 내용의 폭로 영상을 잇달아 올리고, 거기에 화제성을 감지한 미디어들이 가세하면서 폭발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지금 동시 접속자 수는 얼마야?”


“지금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는 500만을 넘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유입 중입니다. 주요 게임 평가 사이트의 평점이 거의 만점에 가깝습니다. 특히 관리자님이 추가한 새로운 게임 시스템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연님이 조금 흥분에 찬 목소리로 현재 스코어를 전한다. 아마 단일 게임으로는 최고 기록이 아닐까 싶다. 서준이 이번에 테란을 리뉴얼하면서 추가한 게임 시스템은 크게 두 개였다.


“관리자님이 아이디어를 주신 능동형 NPC 시스템과 자동 스토리 생성 시스템에 대한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도대체 어떤 기술을 썼는지에 대해 벌써부터 전 세계 개발자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여. 미안하다. 사실 나도 모른다. 모른다기보다는 나는 아이디어만 내고 연님이 개발한 거라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설명하라면 무척이나 곤란하다. 이 세계의 기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마법 같은 거다. 그렇게밖에 설명을 못 하겠다.


능동형 NPC 시스템은 지금까지 다른 게임에서는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행동 외에는 하지 못했던 NPC들에게 개별적인 설정과 히스토리 심지어 인격과 말투까지 일일이 부여한 시스템이라고 일단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은 다르다. 인공 지능, 아니 뒤에 연님이 있다.


연님은 자신의 기능을 복제한 복제 연님 일명 ‘GM 연님 II'를 만들었다. GM 연님 II는 모든 NPC 심지어는 일부 네임드 몬스터들도 개별 통제를 하기 위해 만든 테란 서비스 전용 단말이다. 쉽게 설명하면 게임 내의 모든 NPC와 네임드 몬스터에 사람이 한 명씩 붙어서 롤플레이를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실제로 독자 개발한 AI라고 외부에 설명은 하고 있지만 플레이를 해본 사람들은 진짜 사람이랑 같이 플레이하는 느낌이라는 칭찬 일색이었다.


심지어는 NPC들과 파티를 맺어 파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데 NPC의 움직임이나 중간마다의 대화 들이 NPC가 아니라 뒤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사실 뒤에 사람 있어요. 아니, 사람이 아니라 연님 있어요.


자동 스토리 생성 시스템 역시 연님의 작품이다. 선택지를 주고 분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플레이어와의 대화를 통해 자동으로 실시간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는 광활하게 펼쳐진 테란의 세계를 마음껏 여행하며 정해진 공략이나 루트 없이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행성 관리 시스템의 마법 같은 처리 능력을 활용해 보이는 모든 것을 오브젝트화 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미처 시스템이 대비 못한 플레이어의 돌발적인 플레이라도 GM 연님 II가 그때그때 사용자의 대화나 행동 패턴을 읽고 실시간으로 스토리나 퀘스트, 오브젝트들을 생성하여 대응해준다.


이러한 시스템들로 인해 플레이어는 게임 제작사가 만든 틀에 갇혀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자기 생각대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똑같은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플레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테란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서준이 테란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게 진정한 이세계 치트지. 지구상의 그 누구도 흉내 못 낼 나만의 치트라고. 움핫핫핫. 방금 웃음소리는 좀 빌런 같았다. 자중하자.


서준은 평가와 리뷰를 죽 읽어 보고는 연님에게는 성능을 좀 떨어뜨려달라고 주문했다. 게임 플레이나 몰입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오히려 조금 다운그레이드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테란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오버 테크놀로지가 너무 눈에 띄면 좀 시끄러워진다.


지구인들은 세레스타로 이주시키겠다는 서준의 계획으로는 세레스타의 존재는 언젠가는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시기상조다. 좀 더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좀 자중할 필요가 있다.


연님은 이 정도면 많이 다운 그레이드 한 거라며 조금 불평을 한다. 요즘 보면 가끔씩 현실 프로그래머같이 자기 결과물에 나름 자긍심을 가지고 수정 요청에 조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보인다.


프로그래머로서는 발전하고 있다는 좋은 현상이지만 너무 심해져 이상한 고집으로만 발전하지 않았음 한다. 우리 착한 연님이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거죠?


성 팀장에게 연락하니 갑자기 정곡을 찔러 와 좀 뜨끔했다. 그쵸. 마법은 마법인데. 이걸 마법이라고 해야 하나.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아레나 우주를 만든 창조주의 권능을 마법이라고 해야 할지 과학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 성 팀장님이 지금까지 일궈온 걸 정리만 한 것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성 팀장이 10년 가까이 온갖 방해와 수모를 겪어가며 지켜 온 테란에 서준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해준 것뿐이다.


- 대표님 아니었음. 아마 저는 그대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사실 대표님 만나기 전까지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아마 서준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일 거다. 유진 소프트에서 본 그녀의 모습이 기억난다. 아무렇게나 입은 후드티에 캐릭터 파자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밤새 테란을 부여잡고 있었던 그녀가 포기라니. 그러고 보니 그녀의 책상 위에는 프로그래밍 책도 펼쳐져 있었다.


“그나저나 텐시아에서는 더 이상 움직임은 없나요? 지금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방해 공작은 못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성 팀장은 조금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 사실 움직임이 있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연락을 주셨어요. 비서 통하지 않고 직접이요.


쑨 회장이 직접? 인제 와서 왜?


- 부 회장님 건이나 지금까지 일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그냥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만 했어요. 남자 친구랑 같이요.


아. 성 팀장님. 남친 계셨구나.


“그렇군요. 제가 볼 땐 가족사니까. 성 팀장님이 판단해서 결정하세요. 제가 뭐라고 관여할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준의 말에 성 팀장이 우물쭈물한다. 왜 그러지?

 

- 사실···. 그게. 그 남자 친구가 서준 대표님이거든요. 그래서 관여를 좀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변경완료) 24.09.04 11 0 -
공지 한시적 표지 변경 (성윤주) 및 연참 안내 24.08.24 9 0 -
공지 (첫공지) 일연 승급 신고와 제목 변경을 고려 중입니다 24.08.16 55 0 -
58 이거 참교육이 필요하겠네요 NEW 17시간 전 15 1 13쪽
57 이것이 바로 연료 X입니다 24.09.16 20 1 13쪽
56 카리나님의 선물 24.09.15 27 2 14쪽
55 습격의 배후 24.09.14 28 1 12쪽
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1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2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1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