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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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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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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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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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DUMMY

미리 말하지만 서준은 연애 초보는 아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연애는 곧잘 했다. 한번 연애를 시작하면 서준의 성격처럼 꾸준하고 진득한 연애를 했다. 상대방에게 항상 정성을 다하고 애정 표현도 잘하고 관계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의 연애를 했다.


서준의 이러한 연애 스타일은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주었지만 때로는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 서준에게 연애의 시작은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줄 때 시작되는 것이기에 대부분 상대방의 고백에서 연애가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고백은 처음인 것 같다. 애초에 고백이 맞나?


“카리나 고문께서는 지금 결혼 활동 중이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만. 카리나 님의 모성에서는 그런 식으로 프러포즈를 합니까?”


카리나는 서준에게 다가가던 몸을 다시 바로잡더니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다. 그리고는 다시 깔깔거리며 웃는다.


“역시 재미있으신 분이시군요. 서준님은.”


방금의 말에 어느 포인트가 재미가 있었던 거지?


“그렇군요. 문화가 다르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방금 한 말은 분명 프러포즈지만 프러포즈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카리나는 눈가에 맺힌 장난기를 지우고는 자신의 잔에도 차를 쪼르르 따른다.


“일전에 관리자님이 퓨리오타에 왜 왔는지 물으신 적이 있으시죠?”


무서울 정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도 모자라 아직도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차가 담긴 찻잔을 앞에 두고 서준은 고개를 끄덕인다.


“결혼 활동이라고 설명해 드렸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습니다. 사실은 신탁을 받았습니다.”


“신탁이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저희 별의 이름은 아스트라타. 무녀의 행성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곳이죠. 저희 일족은 대대로 무녀로서 신의 말을 우주에 전파하는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아레나 우주에는 종교가 없지 않았나. 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하는 창조주들이 있긴 하지만 신은 따로 계신다며 스스로 신이라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 신이라는 존재는 창조주들을 말하는 겁니까?”


“글쎄요. 우리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지만, 저도 그 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모릅니다. 단지 저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대로 그 목소리를 신이라고 불러온 것일 뿐 그 목소리가 정말 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카리나는 마치 기도를 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은다.


“저희 행성 아스트라타는 200년 전에 침공받았습니다. 나름 인구도 많고 레벨도 높아 보유한 마나도 아주 풍족한 별이었지만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멸망했죠. 살아남은 몇몇 만 간신히 몸을 빼내 다른 행성을 돌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카리나가 전에 말한 대로라면 자신들을 쿠아사르라고 했다. 돌아갈 모성이 사라진 자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저는 얼마 전 신탁을 받았습니다. 꽤 오래간만에 목소리가 들려 놀랐지만 목소리는 저에게 퓨리오타로 가라고 했습니다. 퓨리오타에 가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퓨리오타에 가라는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던가요. 그 목소리가.”


카리나는 서준을 바라본다. 눈빛에 차가운 얼음 같은 광채가 도는 것이 살짝 무섭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두고 있는 고양잇과 동물의 눈빛 같다.


“선대에 퓨리오타와 연이 있어 일단 여기에 오게 되었지만 왜 이곳으로 가라고 했는지 처음에는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바로 서준님을 만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퓨리오타에 가라는 말을 그렇게 해석하시면···. 아닐 수도 있지 않나요. 굳이 왜 나를.


“일전에 저희의 목적이 종족 유지에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저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아스트라타의 마지막 하이 클래스입니다. 제가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면 저희 종족 아스트라티안의 피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관리자님을 뵙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분이 새로운 아스트라티안의 아버지가 될 분이라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다. 항상 차가운 느낌의 카리나씨가 급발진하기 시작하니 행성 간 로켓 저리 가라의 속도감을 보인다. 이제 만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아버지라뇨. 이렇게 급하게 들이대시면 좀 당황스럽습니다만.


서준이 주춤거리자 카리나는 살짝 슬픈 눈빛을 하며 서준에게서 조금 거리를 둔다.


“네. 압니다. 놀라실 수 있고 당황스러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간절하게 누군가를 원해본 적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네요. 혹시 소녀가 추해서 품기가 꺼려 지신다면 서준님의 씨앗만이라도 조금 나눠 받고 싶습니다. 제 마음은 오늘 하루 만이라도 직접···.”


아. 거기까지. 거기까지. 더 이상 말씀하시면 여러모로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중대사를 옆집 가서 양념 좀 나눠 주실 수 있겠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건 좀.


서준은 진땀을 흘리며 카리나의 말을 끊었다.


“카리나 고문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리나 고문도 아시다시피 저는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입니다. 문화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릅니다. 저희 우주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먼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카리나 고문이 원하는 관계를 만들기 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역시. 소녀가 추해서···.”


뭐지. 이 자존감 사라진 집착 캐릭터는. 지금까지 보여주신 당차고 쿨한 모습은 다 어디 가셨나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모나 뭐 이런 것을 떠나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같이 있은지 얼마되지는 않지만 카리나 고문은 무척이나 총명하고 사리 분별도 밝으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서로를 알아가자.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일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자기도 모르는 서준이었다. 거기다가 항상 베일이랑 로브로 온 몸을 칭칭 감싸고 있는 바람에 아직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분이 저렇게 반응하시면 좀 곤란합니다만. 아니 얼굴을 봐야지 알지.


카리나는 살짝 눈물이 맺힌 눈을 들어 서준을 바라본다.


“시간인가요. 알겠습니다. 서준님의 우주에서는 그게 맞는 것 같으니 제가 따라야지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지요. 이해했습니다.”


말은 이해했다고는 하지만 눈빛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단 이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이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럼. 저는 이만 세레스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카리나 고문. 긴 전투에 피곤하실 테니 카리나 고문도 푹 쉬십시오.”


카리나는 아쉬움이 담긴 눈빛으로 서준을 붙잡는다.


“서준님. 뭐가 그리 급하신지요. 차도 한잔 안 하시고 가시는 건가요.”


여전히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찻잔을 슬쩍 서준에게 민다. 도저히 마실 자신은 없지만, 저 차가 식어 다 마실 때쯤이면 이미 무슨 일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져 있을 것 같다. 혀야. 미안해. 지금은 비상 상황이야.


서준은 눈 딱 감고 부글거리는 차를 그대로 원샷을 때린다.


“차 잘 마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관리 단말. 전송 좀 부탁드립니다!”


카리나가 아쉬움에 팔을 뻗어보지만, 서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서준이 사라진 빈자리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에 다시 한번 차가운 얼음 같은 광채가 돌기 시작한다.

  

도망치다시피 카리나의 방을 빠져나온 서준은 왠지 모를 한기를 느끼며 몸을 한번 떤다. 그러고보니 카리나 고문의 방은 유독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관리구역에 돌아온 서준을 린도르 관리자가 맞이해준다.


“오 서준님. 생각보다 빨리 오셨습니다. 카리나 고문과는 이야기를 잘 나누셨는지요.”


“네. 이해는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린도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그 사이에 진행된 내용을 전한다.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던 참입니다. 세레스타의 관리 단말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관리자님의 위험을 감지했다느니 하면서 난리를 피우길래 지금 카리나 고문과 다과 중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더 위험한 일이라고 엄청나게 난리를 피웠습니다. 남은 일은 저희가 마무리할 테니 우선 세레스타로 돌아가시겠습니까?”


민님의 촉이 무섭다. 어쨌든 린도르의 말대로 내가 할 일은 다했다. 우선 돌아가서 세레스타의 일을 정리해야 한다. 아리엘 일족일도 있고 새롭게 정리할 일이 많다. 세레스타가 정리되면 지구로 돌아가 벌린 일들을 마무리해야 한다.


채 하루도 있지 않았지만 꽤 오래 머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준은 린도르 관리자를 향해 인사를 한다. 침공도 무사히 막아 냈으니 퓨리오타는 이제 세레스타의 정식적인 보호 하에 있게 된다. 상호 동의 하에 관리 시스템도 연계할 수 있고, 이동이나 자원 배분 등에서도 여러 혜택이 있다고 사전에 민님에게 들었다.


“퓨리오타의 수호자시여. 또다시 뵙겠습니다.”


린도르가 허리를 크게 숙이는 귀족스러운 인사로 서준을 배웅했다. 서준도 목례로 답한다.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평안하시길.”




“어서 오세요. 관리자님.”


민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드디어 세레스타에 돌아온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민님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 꽤 심리적인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번 원정에서 깨달은 것 같다. 민님의 목소리에 그간의 긴장이 풀린다.


“다녀왔어. 민님.”


- 승전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몸 수색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그대로 서 계십시오. 관리자님.”


응? 왜 갑자기 몸 수색?


- 신체 기능 이상 없습니다. 구강 내의 다수의 염증이 발견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비정상적인 이성의 체취가 포함된 페로몬이 다수 검출됩니다. 이 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구 단말씨.”


아니 연님은 왜 거기서 나오는데.


- 동의합니다. 관리 단말님. 관리자님의 구강 내 염증이 발생한 것과 이성의 체취가 다량 관리자님의 땀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해보면 분명 그 여자의 방에서 단 둘이 아주 격렬한.”


아주 격렬한?


- 체력 단련을 한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신체 단련이라니. 관리자님의 자기 관리는 역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리 연님은 참 순수하구나. 때묻지 않았어.


“둘 다 거기까지 하고. 카리나 고문과는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안심해.”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온 것뿐이다. 단지 차 한잔. 아, 입안이 쓰라려 온다.


“지구 쪽 상황은 어때. 연님.”


“서비스 준비는 모두 마치고 성 팀장이 SNS를 포함한 홍보 채널에 테란 재 오픈 소식을 알리고는 있습니다만, 작은 문제들이 좀 있습니다.”


테란에 대한 심의나 기타 필요한 인허가 사항은 유진 소프트에서 끝내둔 상황이다. 모바일 버전의 스토어 라이센스도 확보해 둔 상황이라 제공사 변경만 하면 곧바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준비해놓고 세레스타로 왔다. 특별히 문제될 상황이 없었을텐데 의아해하며 연님에게 무슨 문제인지 물었다.


- 텐시아의 방해가 매우 거셉니다. 지금까지 해킹 시도만 200건이 넘게 있었고, 작게는 전기가 나가거나 인터넷에 끊기는 등의 사건들이 좀 있었습니다. 성 팀장이 올린 SNS에는 악플이 넘쳐나고 있고, 신고가 누적되어 계정이 몇번이고 잠겼었습니다.


빨리 지구로 돌아가야겠다. 지구 시간으로 서준이 떠나온 지 이삼일 정도밖에 안 지났을 텐데 이 난리라니. 도대체 텐시아는 성 팀장이랑 테란에 무슨 한이 있어서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해킹 시도나 전기가 나가는 등의 방해 공작이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텐시아라도 다른 차원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테란의 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시스템은 현재 세레스타의 행성 관리 시스템 내에 있기 때문에 텐시아가 건들 수 없다.

인터넷도 신호만 연결되어 있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아니다. 하지만 홍보 채널에서의 방해 공작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 팀장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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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습격의 배후 24.09.14 28 1 12쪽
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3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2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3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4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5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7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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