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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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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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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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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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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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시간

DUMMY

“어서 와라. 윤주야. 그리고 강 대표도 반갑소.”


약속 장소에 성 팀장과 같이 들어서니 쑨 회장이 두 팔 벌려 둘을 맞아준다.


쑨 웨이밍.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손 위명이다. 나이는 71세. 어린 시절 미국으로 혼자 유학을 가 당시에는 조금 낯설었던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때 혼자 만든 컴퓨터 게임이 인기를 끌자, 학교를 그만두고 거기서 마련한 자금으로 텐시아를 창업했다. 지금은 전 세계 IT 산업을 논할 때 텐시아를 빼고 이야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일정도로 거대한 글로벌 IT 기업이 되었다.


사진과 영상으로는 꽤 봤지만, 만면에 웃음을 띠고 외손녀를 맞이하는 쑨 회장의 모습은 조금 낯설다. 카리스마와 항상 날이 서 있는 독설이 트레이드 마크라 조금은 무서운 인상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강 서준입니다.”


이 중에서 서준만 초면이기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미 성 팀장으로부터 한국어가 유창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부담 없이 한국어로 인사했다. 대내외적으로 철저하게 중국 본토 출신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어머니, 성 팀장의 증조할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엄연히 이야기하면 반은 중국인, 반은 한국인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이유가 이해가 갔다. 몇몇 사람밖에 모르는 비밀이기도 하다.


저번에 성 팀장한테 들었을 때는 처음 만난 외손녀에게 아주 칼같이 냉정하게 대하고 집에 들어오라고 하는 거를 거절했더니 알겠다고 이야기하고는 십 년 가까이 연락도 안 하던 피도 눈물도 없는 할아버지인 줄 알았더니 오늘은 사뭇 달라 보인다.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성 팀장도 이 모습이 낯선지 조금 어색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요. 강 대표. 자. 어서들 앉지. 여기 마실 것 좀 내와라.”


쑨 회장이 손짓을 하자 몇몇이 다가와 성 팀장과 서준의 의자를 빼주며 뭐를 마실 건지 묻는다. 그러고 보니 쑨 회장이 약속 장소로 잡은 곳은 강남에서 가장 큰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다.


평상시 저녁 7시면 한창 붐빌 시간이지만 지금은 쑨 회장과 서준 일행 외 아무도 없다. 아니 다른 손님들이나 예약 손님들도 있었을 텐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정리했는지. 종업원들도 보이지 않고 텐시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있다.


“내가 급하게 약속 잡느라 장소가 좀 누추해서 미안하오. 윤주랑 강 대표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내 좀 서둘렀소.”


음료가 준비되는 동안 자기가 한국에 온건 거의 몇 십년 만이라며 엄청 많이 발전했다는 둥 윤주가 안 본사이에 많이 어른스러워졌다는 둥 잡담을 늘어놓던 쑨 회장은 성 팀장의 표정이 계속 안 좋은 걸 보고는 컵을 내려놓고 손짓으로 사람들을 물렸다.


사람들이 물러가자 순간 자상한 할아버지는 어디 가고 카리스마 회장만 남아 있다.


“강 대표. 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소.”


“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쑨 회장은 컵을 다시 들어 입을 축이더니 강 대표를 쳐다본다.


“그 기술은 다 어디서 났소?”


“자체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쑨 회장의 질문에 서준은 준비한 듯이 대답한다. 어제 성 팀장과 이야기한 시나리오에 있던 말이니 준비한 것이 맞다.


쑨 회장은 인상을 한 번 쓰며 서준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강 대표. 젊은 사람이 거짓부렁 하면 안 되오. 강 대표가 좀 실력 있는 개발자라는 건 나도 인정하오. 조사해보니 꽤 유능한 개발자였던 것 같긴 한데. 지금 테란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오.

만약 존재한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은 앞으로 10년 내로 만들어질 거까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테란의 그거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오.”


“자체적으로 만든 거 맞습니다. 제가 굳이 회장님께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서준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거짓말은 아니다. 다른 차원의 단말이 만들었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알겠소. 그렇게까지 말하면 강 대표의 회사가 기술력이 좋은 거 인정하리다. 그 회사 이름이 세레스타였나.”


“네. 세레스타 게임즈입니다.”


“세레스타 게임즈 인수하고 싶은데 얼마면 팔겠소.”


참 성미 급한 양반이다. 아직 식사도 안 나왔는데 벌써 인수 이야기다. 서준은 성 팀장을 슬쩍 본다. 어떻게 시나리오에서 한 치도 안 벗어나시나.


“글쎄요. 만든 지 한 달도 안 된 회사고. 아직 가치 산정을 할 만한 실적도 없는지라 얼마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회장님.”


쑨 회장은 허하고 겉웃음을 치더니 사람을 부른다. 회장이 부르자마자 쓱 하고 사람이 한 명 들어오더니 종이 한 장을 쓱 내민다. 텐시아는 사람 불러 놓고 종이 한 장 쓱 내미는 게 기업 문화인 것 같다. 전에 주 매니저도 그러더니.


“이 정도면 되겠소? 강 대표 종신 경영 보장하고 배당금은 매년 수익의 70% 챙겨주겠소. 대우는 텐시아 사장급 대우에 향후 텐시아의 게임 사업은 강 대표가 전담해서 하는 걸로 하고. 이 정도면 기술 들고 텐시아로 넘어올 명분은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오.”


종이에는 평소 같았으면 눈이 휘둥그레질 액수가 적혀 있다. 예상한 시나리오보다 훨씬 많다. 그것도 일시불이다. 서준이 테란을 시작한 목표가 자금 확보만이었다면 지금 여기서 테란을 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뭔가 아니다. 서준은 휴하고 짧게 한숨을 한번 내쉰 다음 성 팀장을 본다.


성 팀장도 종이의 액수를 보고는 서준을 바라본다.


“회장님.”


“말씀하시오. 강 대표.”


쑨 회장의 얼굴에는 니가 이걸 거절할리가 없지라는 자신이 가득하다. 돈이면 다 되는 이런 식으로 평생 비즈니스를 해왔을 것이다. 그러니 아들도 그걸 보고 배워서 하나뿐인 조카한테 이상한 짓거리를 골라 했겠지.


“한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입장상 제가 물어볼 내용은 아닙니다만.”


서준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성 팀장은 한번 바라본다. 성 팀장은 괜찮다며 고개를 한번 끄덕여준다.


“윤주씨 부모님 사고. 회장님이 하신 일입니까.”


자신만만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던 쑨 회장의 표정이 일순 굳어진다.


“윤주씨 부모님 사고 혹시 회장님이나 아니면 관계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벌어진 일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성 팀장의 부모님은 성 팀장이 고등학교 때 불의의 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차가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가 되었는데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었다. 결국 단순 뺑소니로 사건이 처리되며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되었고 성 팀장 부모님의 죽음도 그냥 묻히고 말았다.


굳어진 표정으로 눈썹을 씰룩대던 쑨 회장이 갑자기 큰 웃음을 터뜨린다.


“강 대표. 참 대단한 분이오. 아니면 참 멍청하던가. 그 질문을 여기서 꺼내는 의도는 잘 알겠소. 이 건 이제 필요 없다고 봐도 되겠소.”


쑨 회장은 서준 앞의 종이를 쓱 가져가더니 쭉 찢어버린다.


“강 대표. 생각 외로 참 재미있는 사람이오. 그냥 운 좋은 젊은 놈인 줄 알았는데. 기개가 있어. 근데 강 대표. 세상은 말이오. 기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뭐 나도 어릴 땐 그랬으니 이해는 하오. 하지만 세상의 시스템에 발버둥 쳐봐야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소. 그 얄궂은 자존심 한 조각도 안 남는다는 말이오.”


옳으신 말씀이다. 근데 어떻게 합니까. 아레나 우주에서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반 시스템 파로 분류되어 있긴 합니다. 어차피 그렇게 된 이상 여기 지구에서도 한번 반 시스템파 해볼라고 하는데요.


“회장님.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테란 팔 생각 없습니다. 사실 오늘 회장님 뵌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입니다.”


쑨 회장은 대체 그 목적이 뭔데 그러냐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서준은 성 팀장을 한번 보고 쑨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 이 방에 들어오면서 윤주씨에게는 인사 말고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으시죠. 오로지 관심 있는 건 테란의 기술이셨습니다.”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서준을 바라보던 쑨 회장의 시선이 그제야 성 팀장에게 향한다. 성 팀장은 아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탁자 위의 컵만 바라보고 있다.


“한 번이라도 손녀로서 윤주씨를 바라봐 주셨으면 했습니다. 제가 원한 건 가족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윤주씨가 부모를 잃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 지금 앞에 계신 회장님과 외삼촌인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윤주씨를 대했습니까.”


쑨 회장은 묵묵히 서준의 말을 듣고 있다.


“테란의 기술은 언젠가는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독점으로 남기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테란을 팔지 않겠습니다. 기술이 궁금하시면 그때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필요하면 공개 전에 텐시아에 먼저 알려드리죠.”


쑨 회장의 눈썹이 조금씩 떨린다. 분노인지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단 지금의 시간은 윤주씨에게 주십시요. 십년 넘는 세월 동안 혈육에게 괴롭힘당하며 혼자서 버텨 온 윤주씨에게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해주시고 안아주세요. 제가 오늘 회장님을 뵈러 온 이유는 그것뿐입니다.”


좀 말이 많았다. 사실 시나리오에는 여기까지는 없었다. 말을 하다 보니 좀 오버한 것 같다. 솔직히 가족도 아닌데 성 팀장이랑은 업무상 관계일 뿐인데 욱해서 지나치게 나댄 것 같다.


쑨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문밖에 있던 비서로 보이는 한 사람이 좀 걱정이 된 듯 쓱 다가오자 괜찮으니 저리 가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정적이 흐르고 쑨 회장이 계속 저러고 있으니 조금 민망하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쯤에서 자리를 뜨는 게 좋아 보인다.


“그럼. 전 이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초대해 주셨는데 먼저 실례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서준이 쑨 회장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자리에 일어서자 성 팀장도 서준을 따라 일어선다. 좀 더 있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쑨 회장 상태를 보니 성 팀장도 같이 나서는 것이 좋아 보인다.


서준이 성 팀장을 데리고 나가려는 찰나 쑨 회장이 정적을 깨고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아니다. 내가 한 건 아니야.”


나가려던 서준과 성 팀장이 그 말에 우뚝하고 멈춰 선다.


“윤주야. 나는 아니야. 하지만 내가 막지는 못했다. 미안하다. 윤주야. 설마 그 여자가 그렇게까지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미안하다.”


“할아버지.”


성 팀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쑨 회장을 불렀다.


“너를 첨 봤을 때, 리나. 내 딸이랑 똑같이 생겨서 놀랐다. 성격도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지.  내가 니한테 관심 가지면 혹시나 다른 이상한 놈들이 또 리나처럼 널 노릴까 봐. 니 외삼촌이 너 괴롭히는 거 알고도 그냥 내버려 뒀다. 미안하다. 윤주야. 내가 잘못했다.”


쑨 회장은 조용히 오열을 터뜨린다. 세계 IT의 초 거물이 마치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한참을 지켜보던 성 팀장이 망설이다가 조용히 쑨 회장에게 다가가 그를 살며시 안아준다. 정말 마음이 고운 여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쑨 회장의 측근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서준을 제지하거나 막지도 않는다. 방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쑨 회장의 오열을 뒤로한 채 서준은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지금은 가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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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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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3 2 13쪽
» 가족의 시간 24.09.07 79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4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5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7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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