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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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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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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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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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DUMMY

“비공식적인 자리지만 관리자끼리의 만남입니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리오넬라 왕녀.”


레로님은 계속 리오넬라에게 주의를 준다. 하지만 그 주의가 그렇게 먹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랬지. 히히. 미안하다. 아니 미안합니다. 이 차원의 사람은 처음 본지라 상당히 궁금했다. 영상으로도 자주 봤지만, 우리 우주의 휴먼족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구나. 몸 구조도 비슷하려나. 잠깐 봐도 괜찮겠나?”


그러면서 서준의 옷을 벗기려 들기에 서준은 순간 어머, 왜 이러세요 모드로 옷자락을 부여잡는다. 뭐지. 이 상황은?


“리오넬라 왕녀. 자리에 앉으세요. 계속 그러면 어머님께 이릅니다.”


어머님께 이른다는 말이 마법의 주문인가 보다. 고양이 같은 눈을 번쩍거리며 서준의 온몸을 구석구석 탐색하고 싶어 하던 왕녀는 어디 가고 갑자기 말 잘 듣는 고양이처럼 의자에 착 하고 앉는다.


“서준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리오넬라 왕녀는 중증의 휴먼족 덕후라 새로운 종족만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리오넬라. 내가 오기 전에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나요. 비록 비공식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예의를 반드시 차리라고요.

어휴. 그러니 아레나 우주의 세 망나니 왕녀 같은 이상한 이명으로 불리는 겁니다. 정말 더 이상 레오니타에 이상한 이명을 붙이지 마세요.”


휴먼족 덕후라. 그건 또 뭘까. 그래도 레로님 덕분에 정조의 위기는 모면한 것 같다. 아까까지 눈을 번쩍이던 리오넬라 왕녀가 조신하게 의자에 앉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을 떼고 있다. 그나저나 아레나 우주의 세 망나니 왕녀라니, 참 이 동네는 이명 붙이기 좋아하는 동네 같다.


그런데 레로님이랑 저 왕녀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저는 지금 중앙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이지만, 제 모성은 레오니타입니다. 가족들은 여전히 레오니타에 살고 있죠.

사실 위원장이 되기 전에 이 왕녀의 가정 교사를 한 적이 잠깐 있었는데 이런 아이로 성장할 줄이야. 다 내가 교육을 잘 못 시킨 탓이네요. 죄송합니다. 서준님.”


솔직히 이렇게 당황하는 레로님도 처음 본다. 늘 능구렁이 100마리는 감춘 듯한 능글거림의 공전절후 내공을 뽐내는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픈 머리를 꾹꾹 누른다. 아직 미혼인 서준은 모르는 영역이지만 천하의 레로님도 육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괜찮습니다. 관리자님. 저는 보시다시피 휴먼족이고 지구라는 행성에서 왔습니다. 휴먼족 덕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제 종족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관리자로서 만남이 우선일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서준 관리자님. 제가 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아까는 욕구를 주체 못하는 육식 동물 같더니 어머님께 이른다고 하니 지금은 아주 얌전한 고양이가 되었다. 약간 의기소침해서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좀 귀엽기도 하다.


“예상 못한 일이 좀 있긴 했지만 리오넬라 왕녀와 강 서준 관리자의 비공식 회동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입장상 잠시 나가 있을 테니 두 분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시죠.”


레로님은 나가면서 리오넬라에게 입 모양으로 어머님이라고 한 번 더 주의를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문을 닫으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심히 걱정되는 것 같다.


“약속했습니다.”


“네?”


문이 닫히자마자 리오넬라가 다시 눈빛을 번쩍거리며 서준에게 확인받는다. 호시탐탐이라더니, 리오넬라는 사자에 가까우니 이 경우는 사시탐탐인가. 눈빛이 좀 무섭다.


“휴먼족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는 약속 말입니다.”


“아. 물론입니다.”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지 하면서도 리오넬라 왕녀의 눈빛을 보니 살짝 불안해지려고 한다. 실수했나.


“대신에 전 이 우주에 대해 잘 모르니 아레나 우주에 대해 좀 알려주세요. 리오넬라왕녀는 호칭이 왕녀이신데 관리자시네요. 관리자가 반드시 그 행성의 최고 통치자를 겸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거라면 리오넬라가 그 무서워하는 어머님이 여왕이나 왕비인 것 같다.


“그렇습니다. 관리자는 결국 가장 행성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자가 하는 법입니다. 관리직과 그 행성의 최고 통치자가 같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큰 행성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큰 행성은 통치 체계가 다른 국가들이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아 관리자가 통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군. 한 가지 알았다. 슬슬 스몰 토크는 이정도로 하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절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리오넬라 관리자님.”


“리오넬라면 됩니다. 아니면 리오라고 불러주세요. 서준님.”


여전히 눈빛이 번쩍번쩍 거리는 것이 좀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아까같이 훅 치고 들어오지는 않는다. 나름 공식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


“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리오님.”


“사실 전 심부름꾼입니다. 어떤 분들의 요청 때문에 서준님을 만나러 온 거죠.”


레로님도 그렇고 그 쪽 행성 사람들은 심부름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레로님도 첫 튜토리얼 때 ‘그’분의 심부름꾼을 자처하지 않았나. 리오넬라는 도대체 누구의 심부름꾼으로 온 것일까.


“제퍼 행성 연합이라고 아십니까? 아마도 반 시스템파 행성 연합이라고 하면 더 잘 아시겠네요.”


반 시스템파라. 참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이다. 세레스타의 전임자가 창조주들의 원래 의도는 시스템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주창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물론 전임자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네. 이름은 압니다.”


아주 흐릿하게나마 이 회동의 목적이 보이는 것 같다. 일단 목적을 정확하게 알기 전까지는 말을 줄이고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저는 제퍼 행성 연합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세레스타를 새로운 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있어 관리자님의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서요.”


그런 거였나. 글쎄.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저희같이 아직 한 자릿수 레벨의 행성을 받아들이신들 연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입니까?”


“상징적인 의미도 크겠지만, 그것보다는 서준님의 영향이 크죠.”


리오넬라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나름 외교적인 미소를 짓는다고 한 것 같은데 마치 육식동물이 먹이를 앞두고 히죽 웃는 것처럼 보여 좀 무섭다.


“그런가요. 제퍼 행성 연합에서는 아마 저에게서 전임자의 모습을 보시는 것 같은데, 전 이 우주의 사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지구인입니다. 언제든지 이 세계를 떠날 수 있는 임시직 관리자기도 하고요. 기대하시는 것을 충족시켜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사실 엘레오놀라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이나 맹주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서준님이 앞으로 이 우주에 일으킬 파장은 지금껏 우리 우주가 겪어보지 못할 수준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하이클래스도 아닌, 더구나 다른 차원의 인간이 관리자를 하는 건 이 우주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서준은 리오넬라를 응시한 채 조용히 듣고 있다. 서준의 자신을 보는 시선이 기쁜지 약간 얼굴을 붉힌 리오넬라는 말을 이어간다.


“첫 침공전의 모습은 저도 영상으로 봤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저런 식으로 싸우는 방법이 있구나. 단지 시스템이 정한 대로 힘과 힘으로 부딪히는 것만이 전쟁의 전부는 아니구나.

제퍼 행성 연합은 반대 세력으로부터 반 시스템파로 불리고는 있지만 사실 시스템을 배격하자는 쪽은 아닙니다. 단지 시스템을 너무 신격화하고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의지를 더 중시하자는 의견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 준 당신은 달랐습니다. 어떠세요. 제 말에 대해.”


서준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말씀드렸듯이 전 이 우주의 사람이 아닙니다. 시스템에 얽매인다는 생각 자체가 없죠. 제가 온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자유 의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닙니다. 세상이 만든 시스템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죠. 저희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가 있습니다. 시스템에 몸을 맡기는 이들도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런 세계에서 온 인간입니다.

당연하죠. 시스템은 결국 도구입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하는.”


서준의 말을 듣던 리오넬라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뭐지? 내가 뭐 잘못된 말을 했나?


“아주 놀랍군요. 역시 서준님이 하시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금기를 깨는 말이라. 듣는 입장에서는 정말 오싹오싹합니다. 방금도 약간 온몸에 전기 같은 것이 흘러서 참느라 혼났네요. 히히.”


아니. 말로 느끼시다니. 조금 당황스럽다. 도대체 내 말의 어떤 포인트가 그렇게 흥분되었던 걸까.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더 서준님을 저희 연합에 모시고 싶네요.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오늘 만남도 저희 의사를 전하러 온 거지 딱히 꼭 가맹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언제든지 내키시면 연합에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언니’는 언제라도 받아들일 것 같네요.”


“언니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서준이 궁금해서 묻자 리오넬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약간 괴로운 얼굴을 하며 한숨을 푹 쉰다.


“있습니다. 서준님의 광 팬이. 오늘도 그분이 오겠다고 난리를 치는 걸 간신히 말렸죠. 저는 엘레오노라가 있어 관리 행성에 오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언니는 그렇지 않거든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인데, 조금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다들 물어 뜯을 테니까요.”


흠. 누군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는 리오넬라 이상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겠습니다. 다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죠. 공식적인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 것 같은데,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리오넬라는 고개를 젓는다.


“아뇨. 서준님의 의사는 확인했으니 공식적인 일은 여기서 끝입니다. 회동이 끝나면 엘레오놀라가 준비한 곳에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요. 밥은 먹고 가요. 서준님. 내가 물어볼 것도 많습니다. 아까 약속하셨죠?”


공식의 시간이 끝나자 살짝 말이 편해진다. 뭐 리오넬라에게 딱딱한 말투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아까는 안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럽더니 이제는 자연스럽다. 그래 밥 정도야. 솔직히 아레나 우주의 식사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다. 올 때마다 떡빵만 먹었더니 질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리오넬라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왜 그러시죠? 리오넬라님.”


“$%#$%$%^%$^%^##$R”


갑자기 리오넬라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가요. 리오넬라님.”


“#$#$##$#%$%$%#@$#$^%^%”


역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음. 뭐지. 뭔가 느낌이 싸한 게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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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2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1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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