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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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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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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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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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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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DUMMY

나름 세계 탑 클라스의 IT 기업 회장의 초청이라 근사한 저녁을 먹을 줄 알았는데 고작 음료 한잔 얻어먹고는 혼자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민님이 아주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일찍 들어왔더니 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 나간 남편이 일찍 들어온 신혼 아내도 아니고 저렇게 좋아하는 건 또 뭐람.


“가신 일은 시나리오대로 잘 되신 것 같네요. 혼자 일찍 오신 거 보면.”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고 올 걸 그랬다. 거기 스테이크가 일품이라던데. 그 영감이 생각보다 너무 진도를 빨리 빼는 바람에 급발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성 팀장이 문자로 왜 먼저 가셨냐고 묻길래. 지금은 가족의 시간이니까요라고 멋진 말로 답장을 보냈더니 답이 없다. 뭐 오랜 앙금이 풀린 만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나름 멋진 대사를 날렸다고 흡족해하고 있는데 그런 서준을 보며 민님이 한숨을 쉰다.


“가끔 보면 관리자님은 똑똑한 건지 둔한 건지 참 모르겠습니다.”


아니 왜 갑자기 인신공격을 하고 그래.


“아닙니다. 가족의 시간에 손녀사위가 빠져서 섭한가 보죠.”


아니 그건 미디어랑 주 매니저의 잘못된 보고로 인한 오해고.


“글쎄요. 정작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여하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시죠.”


요즘 들어 민님이 좀 까칠하다. 밤에 자다가 나도 몸이 필요해 몸이 필요해라고 중얼거리는 걸 몇 번이고 들었다. 좀 무섭다. 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님이 새침을 뚝 떼고 관리 단말 모드로 들어간다.


“세레스타 관련 정기 보고입니다. 관리자님.”


요 며칠 가족 간의 화해를 주선하느라 세레스타 관리가 좀 소홀해졌다. 매일 체크는 빠지지 않아야 한다. 관리자가 놀면 행성의 발전은 그만큼 더뎌진다.


“쿠르베임 일족이 머무를 제2구역의 개발 진척도가 50%까지 올랐습니다. 연구소 부지는 확보했고 <기본 연구 시설> 앱만 구매해서 활성화하면 마도구 연구 시설은 완성됩니다.”


마도구 연구 시설이 완성되면 시설이 부여하는 일종의 직업 레벨을 아리엘 일족에게 줄 수 있게 된다. 사실 직업 레벨이 없어도 일은 할 수 있지만 효율이나 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진다.


“행성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행성 레벨은 이제 9가 되었으며, 현재 마나는 7억 2천 정도 보유 중입니다.”


개발하면서 꽤 쓸 건 썼는데 매일 생산되는 마나량이 느니 역시 마나가 쌓인다. 특히 뽑기 시스템에서 얻은 10% 마나 더블러가 아주 짭짤하다.

정해진 기간 동안 행성의 일 마나 생성량이 10% 증가하는 아이템이다. 최근 뽑기에서 100% 마나 더블러가 나왔다. 사실 어지간한 앱들보다 마나 더블러가 제일 반갑다.


하루 10만 마나로 엄격히 정해서 돌리는 뽑기 시스템의 그간의 결과를 보면 크게 눈에 띄는 건 없다. 사탕 자판기 수준으로 매번 나오는 사탕은 뭐 맛있으니 논외로 하고 잡다한 기능 앱이랑 매치 메이킹 회피권 정도가 한 두 번 나오는 정도다.


여전히 쓰레기 같은 것들만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매치 메이킹 회피권이나 마나 더블러라도 한번 나오면 본전은 찾는 셈이라 매일 같이 돌리라고 지시는 해둔다.


“우선 <기본 연구 시설> 앱을 구매하자고. 1억 마나라고 했지 9등급은.”


“네. 맞습니다.”


“바로 구매해줘.”


잔고에서 1억이 뭉텅하고 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연구 개발 시설이 완성되었다. 구매한 앱을 활성화하고 행성 거주자 명단에서 마르가렛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을 시설에 배치했다.

나중에 거주자들이 많아지면 거주자들만 관리하는 단말을 둘 정도로 일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지금은 뭐 500명도 안 되는 인원이라 서준이 직접 하나하나 확인하며 인원을 배치해본다.


사실 그동안 딱히 거주자 명단을 볼 일이나 배치를 할 일이 없어 이번에 처음 만져 보는 시스템이긴 하다. 그런데 확인하다 보니 나름 여러모로 쓸만한 시스템인 것 같다.


“민님. 여기 마르가렛 항목에 있는 확인 못하는 정보들은 뭐야.”


“행성 관리 시스템의 레벨이 낮아서 그렇습니다. 레벨이 높아지면 볼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지고 정보의 양도 풍성해집니다.”


서준이 이 시스템이 꽤 쓸만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거주자별로 현재 보유 레벨이라든가 또는 보유 적성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당연히 레벨이 낮아 그렇게 많은 정보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민님의 말대로라면 시스템 레벨에 따라 현재 건강 상태나 마음만 먹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대략 안다고 했다. 그건 좀 무서운데.


참고로 마르가렛의 레벨 정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연구소에 배치하면서 생성된 연구원 레벨이 무려 1654다. 혹시나 싶어 다른 동료 연구원들도 보니 제일 낮은 레벨이 1045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돼서 민님에게 물어봤다.


“아레나 우주의 레벨 시스템은 최대가 9999입니다. 마르가렛의 연구원 레벨은 최대 레벨에 비하면 하위에 속하는 레벨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두 자릿수 레벨을 가진 행성들도 널려 있는 판에 네 자릿수 레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단 민님의 말에 따르면 <기본 연구 시설> 앱 자체의 등급이 낮아 아마 제한이 있을 거라고 한다. 그래도 시작하자마자 저런 고급 인력을 확보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서준이 세레스타의 첫 시설로 연구 시설을 선택한 이유는 아리엘 일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구 시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패시브 기능들 때문이었다.


“연구 시설 패시브 기능 중에 우선 마나 생산 증가 연구를 선택해줘.”


<기본 연구 시설> 앱의 보너스 패시브 기능이다. 따로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마나 생산 증가는 관리탑의 마나 흡수 효율을 높여 최종적으로 마나 생산량을 일정량 늘릴 수 있는 패시브다.


“레벨이 높은 연구원들이 꽤 있어 금방 연구 경험치가 쌓일 것 같습니다. 좋군요. 쿠르베임을 받아들인 게 나름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걸 알고 받아들인 건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선택이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좀 기쁘다.


“연구 경험치가 일정 정도 찰 때마다 패시브 기능의 레벨이 오릅니다. 벌써 경험치가 저만큼 쌓였네요. 레벨이 1씩 오를 때마다 마나 생산량도 1%씩 오르고 이론상으로는 9999%까지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뭐 거기까지는 올리기도 힘들고 레벨이 일정 이상 오르면 요구 경험치도 많아지니까 9999%까지 올리는 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어느 정도만 올리고 다른 패시브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득이다.


“일단 마나 생산량 증가 패시브는 200%까지 차면 행성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연구로 돌려줘.”


“네.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사실 패시브 성능만으로 보면 행성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연구가 우선이긴 하다. 활성화된 앱들의 성능이 조금이나마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본 환경 관리> 앱 9등급으로 1495년이나 걸리던 행성의 기본 환경 생성도 조금씩 짧아진다. 거기에 앱 등급까지 올리면 한때 서준을 절망케 했던 1495년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안 볼 수 있다.


“관리자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재 기본 환경이 생성되어 있는 지역은 전체 행성의 0.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7%는 여전히 초기화되어 있는 땅이라는 겁니다. 거기에 아직 제대로 된 물 순환 시스템도 구축을 하지 못했습니다. 담수 그리고 해양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 간의 작은 성과에 살짝 좋아하고 있었더니 그걸 또 지적질 하는 민님이다. 사실 민님의 말대로 행성 내 물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큰 일이다. 현재 쿠르베임이 사용하는 물은 <기본 환경 관리>의 담수 생성 모듈로 일정량 생성해서 사용 중이기는 하지만 담수 생성 모듈의 물 공급량으로는 토양을 살짝 적시는 정도다.


일단 연구 시설과 아리엘 일족의 배치도 끝났으니 <기본 환경 관리>는 지금처럼 계속 돌리고 이제는 대륙과 바다를 만들어 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좀 문제가 있다.


“혹시 옛날 세레스타의 지도나 지형 데이터를 구할 수 있어?”


“글쎄요. 저희 관리 시스템은 초기화되어서 과거 데이터가 전혀 없고, 혹시나 다른 오래된 행성에는 데이터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확인해볼까요?”


“한번 확인해줘.”


서준이 옛날 데이터가 필요한 건 사실 그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그동안 대륙의 위치나 바다 같은 행성의 기본 지형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행성에는 물 순환을 위해서라도 일정 비율 이상의 바다가 있어야 하고 그사이에 적당한 위치에 대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준은 몰랐다. 그런 지형을 구상하고 배치하는 작업에 자신이 치명적으로 서투르다는 것을.


프로그래머도 가끔 디자인 일을 할 때가 있다. 작은 오브젝트 같은 걸 일일이 디자이너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준이 나름 공을 들여 오브젝트를 만들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것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아무리 사과라고 설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디자인 쪽은 좀 꽝이긴 했지만 서준의 미적 센스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지형 배치를 민님이랑 구상할 때도 어지간하면 관리자의 의견에 따라오는 민님 조차도 관리자님은 지금 네모 다섯 개 그려놓고 이걸 대륙이라고 우기십니까 라고 핀잔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행성 관리 시스템의 UI도 그렇다. 전에 퓨리오타 관리 시스템을 보니 나름 꽤 깔끔하고 괜찮았다. 왜 우리 거는 이 모양이냐고 물으니 민님이 답한다.


“각 행성 관리 시스템의 UI는 관리자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UI를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아니거든. 나 볼 때마다 이거 촌스럽다고 생각하거든.


“관리자님의 잠재의식은 아닌가 보죠.”


서준의 항변에 민님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래. 인정하자. 이 행성에는 미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아무리 서준이 날고 긴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모든 건 다 전문가가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좋은 관리자는 자기 자신이 모든 것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잘 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세레스타도 이제 인재가 필요한 때다.


“민님. 우리 이제 슬슬 2단계로 들어갈 때지?”


“그렇군요. 세레스타 이주 계획의 1단계 목표였던 지구에서의 자금 확보가 끝났으니 이제 2단계로 접어들어도 될 것 같군요. 생각은 이미 정리하신 것처럼 보이는데요. 결심은 하셨습니까?”


민님은 차분하게 서준에게 되묻는다.


“결심이야 진작 했고. 이제는 방법과 실행만 남았지.”


“그렇습니까. 그럼 모든 것은 관리자님의 뜻대로.”



민님과 밤이 늦도록 2단계 계획에 대해 상의를 마친 서준은 간만에 편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서준은 아침부터 계속 징징거리는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난리를 피우는 걸까.


“이건 또 뭐야!”


계속 스크롤 해도 끝이 안 보이는 부재중 전화 목록에 톡은 이미 999+를 찍고 있고 문자랑 메일의 미확인 메시지 알림 숫자도 세 자릿수를 찍고 있다.


서준은 상황 파악을 위해 일단 가장 많은 연락을 한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강 서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아침부터 신문 뉴스에 니 이야기가 도배가 되어 있냐고?”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도대체 윤주씨랑 무슨 관계인지 양가 허락은 받았는지. 사회는 무조건 자기가 본다는 이상한 말을 해대는 진우를 뒤로 하고 서준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뉴스를 확인한다.


아. 이런 너구리 같은 영감. 한 방 먹었네.


서준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그런 와중에도 서준의 핸드폰은 끊임없이 징징거리고 있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나도 모르는 새 거물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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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3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2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3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5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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