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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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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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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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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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타 방어전 (1)

DUMMY

테네브리타는 전형적인 동네 깡패 같은 행성이다. 저렙 행성들이 내정에 힘을 쏟고 되도록 전쟁을 꺼린다는 것을 이용해 저렙 행성만 골라 침략한다. 절대 자기보다 체급이 큰 행성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하는 행성들이나 퓨리오타처럼 여러 이유로 발전이 더딘 행성들을 건드리며 협상을 통해 삥을 뜯거나 강제로 약탈한다.

무한 경쟁 시스템의 아레나 우주에서도 이런 행성들은 그렇게 평판이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침략을 그만두거나 그러지는 못한다. 다른 인프라가 없는 만큼 결국 침략을 계속하지 않으면 별의 성장은 정체가 된다.

어떻게 보면 침략이 행성의 주요 산업인 셈이다. 침략으로 손실을 보았다면 다른 침략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테네브리타의 고충이다.


그런 만큼 전쟁이나 침략에 관련된 인프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서준도 예전에 잠시 설치를 고민했다가 운영비에 놀라 포기했던 병영 시설들을 저렙 수준에서는 나름 충실히 구비했다.

이전 세레스타 침공전 때 서준에게 탈탈 털리지만 않았다면 오늘 방어전은 아주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동네 깡패라고 해도 방심하는 순간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강 서준 관리자님.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퓨리오타의 관리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서준에게 카리나가 다가와 경과보고를 한다. 시간을 보니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어 서준은 카리나에게 잠시 앉을 것을 권한다.

아직 마지막 퍼즐이 도착하지 않았다.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플랜으로 가야 한다. 곧바로 대책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도 카리나 고문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다.


“카리나 고문은 왜 퓨리오타에 왔습니까?”


카리나는 여전히 베일 너머의 표정을 감춘 채 서준을 빤히 응시한다. 뜬금없는 질문을 다한다는 표정처럼 보인다.


“저희 행성이 멸망한 건 알고 계시지요?”


“네, 린도르 관리자에게 들었습니다. 멸망이라는 건 별이 소멸한 것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관리자님도 알고 계시리라 보지만 자신의 별을 잃고 우주를 떠도는 자들을 새도우킨이라고들 하죠. 저희는 그중에서도 쿠아사르라고 부르는 자들입니다. 돌아갈 모성 자체를 잃은 자들입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하지만 카리나의 표정이나 말투는 의외로 덤덤하다.


“그렇다면 퓨리오타에 온 것도 새롭게 정착하기 위해 찾아온 것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희는 모성의 부활보다는 종족의 유지가 더 큰 과제입니다.”


“종족의 유지라고 하시면···.”


카리나의 눈이 가늘어진다. 눈만 봐서는 표정을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좀 보다 보니 대충 어떤 표정인지 견적이 나온다. 지금의 표정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다.


“뭐라고 말씀드리면 좋을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결혼 활동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 결혼 활동?


“저의 배필을 찾아 이 별 저 별을 다니는 것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배필이라. 다시 말해 짝을 찾아 우주를 떠돌고 있다는 것인가.


“그럼 이곳에서는 원하시는 배필은 찾으셨나요?”


카리나의 눈빛에 순간 얼음 같은 광채가 돈다.


“글쎄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보는 있습니다.”


린도르 관리자인가? 아님 린도르 관리자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아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서준은 마음에서 우러난 덕담을 건넨다. 남의 행성 일에 세레스타를 끌어들인 건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마나석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름 고마운 마음은 있다.


“네. 저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네요.”


카리나는 여전히 재미있어하고 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과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재미있는 일인가 보다.

비록 모성을 잃고 방황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어두워 보이지 않는 것이 나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곳에 시집을 가서 그곳에서 정착하면 좋겠다.


“관리자님. 퓨리오타의 관리 단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관리자님께서 기다리시던 물건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서준이 마음속으로 카리나의 행복한 미래를 빌어주고 있는 동안 계속 서준을 응시하던 카리나가 무언가를 듣는 것 같더니 서준에게 기다리던 소식을 전한다.


“잘됐군요. 그럼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요?”


다행이다.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초조한 마음이 있었다. 100% 성공하는 전술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장의 수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마르가렛이 보내준 선물은 아마 이번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전 변경 없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다.


서준은 카리나와 함께 물건이 도착한 곳으로 전이했다. 마르가렛이 보낸 물건은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꽤 양이 많다. 그 짧은 시간에 이만한 물건을 잘 준비했다.


감사합니다. 마르가렛.


“이것이 관리자님이 말씀하신 마지막 퍼즐인가요?”


카리나가 물건들을 유심히 살피더니 서준에게 묻는다.


“일단은요. 솔직히 얼마나 먹힐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을 어느 정도 흔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서준도 사실 의문이다. 민님의 전언대로라면 테스트를 했다고 하니 작동이야 하겠지만 서준의 생각대로 적이 흔들려줄지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쿠르베임···. 아니 아마네르타의 유산인가요. 흥미롭군요.”


한참을 물건을 살피던 카리나는 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쿠르베임을 받아들인 이유에 이것은 없으셨던 거죠.”


“교섭할 때는 아는 척했지만, 카리나 고문에게 듣기 전까진 솔직히 마나석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그 점은 카리나 고문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카리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나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웃고 있는 것 같다. 기뻐하고 있는 건가?


“지시하신 대로 물건은 전장에 잘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당장은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조심히 다뤄달라고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카리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전쟁은 싫다. 하지만 이왕 하는 전쟁이라면 이기고 싶다. 서준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다시 한번 자신의 계획을 점검했다.


테네브리타 침공1시간 전.


퓨리오타의 관리 단말의 도움으로 서준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전장에 도착했다. 린도르가 기다리고 있다가 서준에게 다가왔다.


“서준님. 준비는 대부분 마쳤습니다. 세레스타에서 보낸 물건들도 지시하신 대로 배치했습니다.”


린도르도 보면 훌륭한 관리자다. 한번 패했던 과거의 적에 대해 아주 공손한 태도로 마치 부하처럼 움직여준다.

어떻게 보면 서로 한 행성의 관리자로 같은 급이고 엄연히 서준이라는 용병을 고용한 고용주이지만 그런 허례나 허식은 다 무시한 채 서준을 깍듯이 대우한다.


행성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자세가 보인다. 테네브리타에 굴복한 것도 아마 행성을 존속시키기 위한 나름의 처세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린도르는 존경받을 만한관리자라고 생각한다.


린도르에 감사의 예를 표한 서준은 전장을 돌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카리나 고문이 제대로 일을 해준 것 같다.

마르가렛의 물건들도 제대로 배치되어 있다. 준비는 이제 끝난 것 같다. 매치 메이킹 시스템이 알리는 침공 예정 시간도 이제 10분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카운트 다운부터는 영상이 촬영되고 라이브로 실시간 중계가 된다고 했다. 전에는 그걸 몰라 자다 가도 이불킥할 장면을 몇 번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쪽팔리지 않기 위해 연습 좀 했다. 지금이야말로 잠들어 있는 그 녀석을 깨울 때다.


깨어나라. 흑염룡.


아.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했어야 하나. 감당이 안 된다.



드디어 침공이 개시되었다. 침공 시간에 맞춰 매치 메이킹 시스템이 열어준 포탈이 테네브리타의 병력들을 퓨리오타의 영토에 꾸역꾸역 쏟아놓는다. 침공 포탈 주변은 일정 시간 절대 방어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막 도착하는 병력을 공격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 퓨리오타에 도착한 테네브리타의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빠르게 방어 진형을 갖추라고 명했다. 이번 테네브리타의 침공 사령관은 저번에 서준에게 박살 난 바로 그 사람이다.

서준에게 박살 난 이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 그렇다고 인적 자원이 풍부한 행성이 아닌지라 사령관을 맡을 재목이 넉넉하지 않아 이번에 명예 회복을 하라며 다시 사령관을 맡게 되었다.


서준의 표현대로라면 곰에 가까운 모습의 테네브리타 사령관은 퓨리오타에 도착하자 마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용병으로 그 찢어 죽이고 싶은 세레스타의 관리자가 참전한다고는 알고 있다.

또 이상한 병기나 전략을 들고나올 것이 분명하기에 참모들도 도착 직후 바로 진을 갖추고 정찰대를 먼저 보낼 것을 제안했다.


침공 포탈이 생성되는 지점과 퓨리오타의 관리 탑 사이에는 산과 숲이 많고 관리 탑 자체가 깎아지른 절벽 아래의 분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신이라면 퓨리오타가 매복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건 뭔가.


“아. 아. 테네브리타의 침공군 여러분. 퓨리오타에 오신 것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전투에 용병으로 참전한 세레스타의 관리자 강 서준입니다.”


세레스타의 관리자가 떡 하니 테네브리타 군 앞에 서서 그들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은 아니다.

좀 거리는 있지만 창을 던지면 곧바로 저 밉살스러운 관리자를 금방이라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다.


“투창을 던질까요?”


부관이 사령관에게 물었다.


“바보 같은 자식. 방어막이 있는데 투창을 던지면 그게 저리로 날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 건가?”


방어막은 공격 측이 이동 직후의 기습을 막는 역할이지만 방어막이 사라질 때까지 공격을 하지도 못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막는 절대 방어막이다.


“자. 오늘도 신나게 한번 놀아볼까 하니 우리 테네브리타의 침공군 여러분들도 잘 호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세레스타의 관리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그것을 입에 댄 채 열심히 떠들고 있다. 말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전장 곳곳에 울려 퍼진다. 시끄러운 것도 시끄러운 거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병사들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이런 좋지 않군.’


침공군 사령관은 병사들의 표정을 보고 순간 아차 싶다. 자신을 포함한 이번 침공군의 대부분의 병력은 이전에 세레스타 침공 때 참전했던 병력이다.

그나마 자신이 빠르게 항복을 한 덕에 사망자 없이 병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나름 테네브리타에서도 정예 병력들이라 자신의 판단이 없었으면 그 병력들이 죄다 다른 행성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하들에게도 만회의 기회를 줄 겸 모두 데려왔지만 자신이 실수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세레스타 관리자의 말에 병사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지만 그 표정들이 복수의 감정이나 분노의 감정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불안의 감정처럼 보였다. 또 저 이상한 관리자가 뭘 준비했길래 저렇게 당당하게 나서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한번 당한 아픔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궁수를 준비시켜라. 방어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저 시끄러운 놈을 향해 일제히 발사한다.”


저놈부터 제거해야 한다. 사령관은 부관을 불러 은밀히 지시를 내린다. 그의 명령은 곧 전파되어 궁수대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번 세레스타 침공 때 궁수를 데려오지 않은 건 분명 자신의 실수였다. 분명 편제에 궁수가 있었음에도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그 참패를 부른 것이라고 반성했다.


“어이쿠. 슬슬 시간이군요. 자 저는 이제 물러갑니다. 테네브리타의 침공군 여러분 부디 제가 준비한 여흥을 끝까지 즐겨주시기 바라며 혹시나 목숨이 아까우시다면.”


흥겨웠던 서준의 목소리가 살짝 무겁게 가라앉는다.


“지금이라도 항복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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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1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2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1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3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2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8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7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3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7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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