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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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그림/삽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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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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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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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DUMMY

사람들한테 창피해서 잘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서준의 대학 때 전공은 화학공학이다. 화학 공학이라는 학문이 부끄럽다기보다는 다들 서준을 컴퓨터 공학이나 게임 개발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때부터 게임 개발에 빠져 전공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화학공학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도 사실 전공을 잘 말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런 서준이 오래간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솔직히 오기는 싫었다. 예전에 현수 선배가 창업을 한 곳이 모교의 창업 센터였고, 이사를 하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모교를 오고 가며 출퇴근했다. 현수 선배가 죽은 이후로 모교 생각만 하면 자동으로 선배가 생각나 의도적으로 피한 이유도 있다.


오늘은 예전에 늘 가던 창업 센터 쪽이 아닌 공대 건물이다. 4년 넘게 있었던 건물이지만 왠지 낯설다. 학교에 온 김에 교수님들한테 인사라도 해야 하나 싶지만 그만둔다. 강의를 그리 열심히 안 들었기에 서준을 기억하는 교수님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서준은 공대 건물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동기인 채원이다. 군대를 산업체 근무로 대체한 서준과는 휴학 한번 없이 4년 내내 같이 다닌 친한 녀석이다. 지금은 모교 대학원의 포닥으로 있다. 예전에 창업 센터에 있을 때는 꽤 자주 밥도 먹고 논문 빠꾸 먹었다고 멘탈 나가 있으면 술도 먹이고 그랬는데 현수 선배 일 이후로는 전화 연락만 하지 얼굴은 본 지 꽤 된 것 같다.


“올~ 강 서준. 오랜만이다. 안 본 사이에 되게 멋있어졌네.”


투박한 뿔테 안경에 조금은 더워 보이는 코코아색 폴라티 위에 카디건을 걸친 채원이 저쪽에서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여~ 강 채원. 잘 지냈어? 포닥 되더니 신수가 훤하네.”


둘 다 같은 강 씨라 학번이 같아서 과제 팀 짤 때도 그렇고 항상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 학교 다닐 때는 강 씨 남매라는 별명이 있었다. 솔직히 서준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건 채원의 공헌이 한 40% 되는 거 같다. 서준이 게임 개발하느라 조별 과제 탈주하고 그럴 때마다 채원이 메꿔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삼 당시의 조원들과 교수님께 사죄를 드린다.


“아니. 사과는 나한테 해야지. 왜 엉뚱한 사람들한테 해. 제일 피해 본 건 난데.”


채원이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댄다.


“그래서 내가 만날 때마다 밥이랑 커피 사잖아. 오늘은 제일 큰 걸로 마셔.”


학교 내에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채원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쪽 하고 빨더니 캬~하고 아저씨 같은 소리를 낸다. 여전하네.


“그나저나 전화로는 대충 들었는데 뭐 열량 계측하고 싶다고?”


채원은 대학원의 에너지 소재실험실 소속이다. 서준이 지금 알아보고 있는 것에 딱 맞는 곳이다.


서준은 백팩에서 지퍼백 하나를 꺼내 채원에게 건넸다. 지퍼백에는 작은 콩알만 한 정도의 작은 시료가 들어 있었다.


“뭐야. 시료가 되게 작은데. 그냥 순 발열량만 측정하면 되는 거지? 낮에는 교수님 있어서 좀 그렇고 밤이면 칼로리미터 쓸 수 있으니까. 뭐 시료가 작으니까 금방 되겠네. 간단하게 재고 결과 말해줄게.”


채원이 아직 이거의 무서움을 모르는군.


“근데 채원아. 이게 작지만 그래도 꽤 열량이 나올 거거든. 아주 조금만 해. 감당 안 될 수 있어.일반 봄베 열량계말고 실험실에 초고온 열량계 있지. 그거쓸수있을까?”


린도르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정말 그런 경우는 잘 없지만 청소한 지 오래된 화장실에 불이 났을 때 방치하면 그냥 몇 년이고 활활 탄다고 했다. 불을 끄려고 물을 부어도 금방 증발하고 모래를 덮어도 모래가 금방 녹아 몇백 배의 소화제를 갖다 부어야 간신히 진정은 되지만 그 소화제를 걷으면 다시 불이 타오른다. 정말 우주 최강의 변이라 할 수 있다.


“뭐 그 정도야.”


서준의 우려는 그날 밤 현실로 나타났다.


“야. 강 서준. 이거 뭐야. 뭔데. 니 말대로 0.01g 넣고 돌리는데 아직도 타고 있어. 미쳐. 지금 열량이 1MJ까지 나온 거 알아? 이거 6톤이면 석유 1억 배럴이야. 1억 배럴이 어느 정돈 줄 알아? 전 세계가 하루에 쓰는 석유가 1억 배럴이라고. 1억 배럴이면 돈으로 따지면 117조야.

미친 거 아냐? 이거 뭐야. 어디서 난 거야. 이거 완전 세기의 대 발견인 거 알지? 심지어 연소 중에 탄소도 안 나와. 이건 완벽한 대체 연료야. 세상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뀔 일이라고. 오 마이 갓.”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채원의 목소리는 흥분과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


“채원아.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조심하라고.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일단 이거 너랑 나만의 비밀로 하고 입수 경로나 정체도 나중에 알려줄게. 좀 복잡한 일이 걸려 있어서. 그래. 그래.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데이터나 정리해서 좀 보내줘. 그래. 그래. 좀 흥분 그만하고. 얼른 자.”


이후로도 무려 20분을 흥분 상태에서 혼자 떠드는 채원을 간신히 침묵시킨 서준은 잠이 홀라당 달아났다. 퓨리오타에서 변의 위력에 대해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였다. 발열량은 둘째치고 탄소가 안 나온다니. 채원의 말대로 이건 나름의 파괴력 있는 카드가 될 것 같다.


돌아보면 퓨리오타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린도르 관리자에게 세레스타의 참전을 건의한 사람이 카리나 고문이라고 들었다. 신탁 때문에 퓨리오타에 오게 되었다는데, 결과적으로 그 신탁으로 인해 서준이 큰 도움은 얻은 셈이다. 그 새로운 아스트라티안의 아버지 운운하면서 남의 씨앗을 자꾸 달라고 하는 것만 빼면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으아. 카리나 생각했더니 갑자기 온몸에 한기가 든다.


“또. 여자입니까. 어째 관리자님 주변에는 여자만 있는지 참 미스터리군요.”


앗, 깜짝이야. 꺼진 컴퓨터에서 민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서 순간 놀랐다. 아니 컴퓨터가 꺼져 있는데 어떻게 목소리가 나오는 거지.


“관리자님 개인용 시스템도 다 세레스타 행성 관리 시스템으로 이전해 두었습니다. 전기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행성 시스템과 연결된 전자기기에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관리자님의 핸드폰으로도 저희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습니다.”


연님은 날로 진보하고 있다. 이제는 그냥 알아서 척척 시스템을 개선해간다. 그러고 보니 게임 서비스 준비도 연님에게 맡겨만 버리고 신경을 못 썼네. 미안해. 연님.


“아닙니다. 제가 성 팀장님이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준비는 다 진행했습니다. 새로 추가되는 기능도 다 테스트했습니다. 성 팀장님에게는 관리자님이 지시하신 대로 유능하지만 약간 대면 공포증이 있는 재택근무 프로그래머로 소개했습니다.”


잘 헸어. 연님. 나를 거치는 것보다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게 되면 효율이 오르니까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연님의 지구 적응 속도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나만 빼고 다 즐거워 보이네요. 아아. 능력 없는 관리 단말은 저기 구석에서 짜져 있겠습니다. 하나는 너무 외로워. 하나는 너무 외롭지.”


아니 그 노래는 어떻게 안대? 우리 부모님 세대 노래 아냐? 어휴. 요즘 감정 표현이 아주 활발해진 민님이랑 살살 달래가며 놀아주랴 짧은 밤이 금방 지나간다. 어차피 채원 덕분에 홀라당 잠이 깼으니 민님 정서 관리나 좀 해야겠다. 요즘 바빠서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한 것 같다. 조직원들 정서 관리하는 것도 나름 관리자의 업무 중 하나다.


새벽까지 민님이랑 놀고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는가 했는데 전화기가 신나게 울린다. 잠 좀 자자. 제발.


“네. 성 팀장님. 아뇨 방금 일어났습니다. SNS요? 지금 확인해볼게요.”


성 팀장 말대로 SNS에 불이 활활 붙어있다. 거기에 유명 게임 유튜버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테란 게임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리뷰 영상들이 무수히 업로드되어 있다. 내일 오픈을 앞두고 부회장님이 대노하셨나 보다. 아니 게임 오픈도 안 했는데 어떻게 리뷰 영상을 올린 거지.

그중 조회수가 높은 영상 하나를 보니 예상대로 플레이 영상 하나 없이 테란의 그간의 행적을 말하며 믿을 수 없는 서비스다, 또 서버 주저앉을 거니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받는 것도 시간 낭비다, 이런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다.


서준은 주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부회장님이 진노하셔서 본사 직원들까지 동원되어서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어휴, 진짜 미친 짓을 한번 해야겠네. 정말.


잠시 생각에 잠긴 서준은 몇 군데 전화를 돌린 후에 다시 성 팀장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밤새 민님이랑 놀아 주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성 팀장에게 말한 장소로 나갔다.


“갑자기 왜 여기서 보자고 하신 거죠?”


성 팀장을 부른 곳은 다름 아닌 청담동 샵이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들이 매일같이 들러 꽃단장을 하는 곳이다. 샵에는 이미 얼굴 보면 알만한 연예인들이 아침부터 열심히 단장 중이었다.


“인사해요. 성 팀장님. 여기는 내 친구 차 진우. HME 엔터의 팀장이에요. 여기는 성 윤주 팀장님. 우리 회사 아트 디렉터 팀장님이셔.”


“안녕하세요. 차 진우입니다. 서준이 자식이 아침부터 샵 수배해달라고 난리를 피우더니 아니 이런 분을 데리고 올 줄이야. 성 팀장님. 진짜 일반인 직원 맞아요? 연예인 아니세요?”


진우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성 팀장을 유심하게 훑더니 뻐꾸기를 날린다.


“진우야. 뻐꾸기 그만 날리고 바로 가능하지? 부탁할게.”


아침부터 청담동에 온 이유는 성 팀장을 좀 꽃단장시킬 필요가 있어서였다. 진우는 뒤따라온 샵 원장에게 성 팀장을 부탁하면서도 계속 연예인 할 생각 없냐고 뻐꾸기를 날린다.


“성 팀장님.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진우한테는 저게 그냥 일상 대화에요.”


샵의 분위기에 살짝 주눅이 든 성 팀장을 원장에게 맡기고 진우와 서준은 샵 앞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풀메가 필요한거야?”


“전쟁 좀 하려고.”


진우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한다.


“나 회사 그만두고 창업한 거 알지? 내일 게임 하나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계속 싸움을 거는 놈들이 있어서. 성 팀장 앞세워 맞짱 한번 뜰까 해서.”


“무슨 일인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뭐 서준이 니가 하는 일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고 영상팀은 뭐야.”


“유튜브 영상 하나 찍으려고 하는데. 급하게 작업해줄 수 있는 팀 아는 데 있어?”


진우는 훗하고 웃더니 그건 이쪽 바닥 기본이라며. 어딘가로 전화를 돌린다.


“30분 내로 근처 임대 스튜디오에서 보재. 촬영이랑 편집비해서 알바비는 적당히 알아서 챙겨줘. 아는 프리랜서 감독인데 잘해. 인물도 잘 잡고.”


“고맙다. 진우야.”


진우는 아버지끼리 친구라서 어릴 적부터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운 동갑내기 친구다. 원래는 뮤지션을 꿈꾸다가 접고 대형 엔터의 매니지 팀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진우랑 만나면 늘상 하는 어줍잖은 친구끼리의 만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샵에서 연락이 왔다. 끝났으니 올라오라는 소식이었다.


서준이 진우와 함께 샵에 들어선 순간 샵에 먼저 들어가던 진우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뒤따라 오던 서준이 쿵하고 부딪힌다.


“야. 갑자기 왜 멈춰.”


진우가 답이 없다. 덩치가 커서 곰같은 진우 옆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니 성 팀장이 풀메를 끝내고 서준을 기다리고 있다.


“아, 대표님. 이제 끝났는데 뭐 해요?”


평소 같으면 또 뻐꾸기를 날리고 있을 진우가 입을 딱 벌리고 성 팀장을 뚫어져라 본다. 그리고는 몸을 홱 돌려 진우의 두 손을 꼭 잡는다. 덩치가 산만한 놈에게 갑자기 두 손을 잡히니 꼼짝을 못 하겠다.


“서준아. 성 팀장님. 우리 주면 안 돼?”

무슨 소리야. 성 팀장이 물건이니 주긴 누굴 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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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뜻밖의 습격 24.09.13 31 1 12쪽
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2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3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2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4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3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3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9 2 12쪽
46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8 2 13쪽
»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3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4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4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5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7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8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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