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본 행성관리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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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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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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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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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 웨이밍 회장

DUMMY

서준은 잠시 자신이 성 팀장과 사귀기로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 팀장과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 아마 이번 건을 포함한 저에 대한 보고가 할아버지에게 들어가면서 누군가가 서준 대표님을 제 남자 친구라고 소개한 거 같아요. 같이 좀 보고 싶다고, 할아버지가 연락을 주셨어요.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했는데 굳이 같이 보자고 하셔서···.”


성 팀장은 계속 자기 일에 서준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다. 성 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준은 대충 어떻게 자신이 성 팀장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인 관계가 되었는지 짐작이 살짝 갔다.


“일단 다른 건 둘째치고 쑨 회장이 성 팀장님이랑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죠? 우선 알겠습니다. 약속 시간이나 장소는 성 팀장께 맡길게요.”


- 그래도 제가 너무 죄송해요. 제 개인적인 일인데···.


“오해도 오해지만 둘을 다 보고 싶어 하는 건 나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오해는 만나서 풀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성 팀장님은 전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서준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성 팀장을 달래고 곧바로 주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텐시아 내부 사정이야 심어 놓은 이중 스파이에게 물어보면 바로 나온다.


- 네. 접니다. 남자 친구라고 내부 보고 한 사람은.


범인은 곧바로 실토했다. 아마 서준을 설득 못한 것에 대해 부회장한테 까이기 싫어서 대충 납득 갈만한 가짜 정보를 준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 부 회장님이 서준 대표가 남자 친구라고 하니까 바로 납득하더군요. 아마 그분 생각에는 텐시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에는 그 정도의 관계는 되어야 말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가족사에 끌어들이냐고 화를 낼 타이밍이지만 너무 태연하게 이야기하길래 오히려 동정이 간다. 얼마나 매일같이 까이면 거짓 보고까지 하면서 버티고 있었던 걸까. 직장인의 애환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딱히 뭐 피해 본 것도 없고 말이다.


- 회장님이 움직인 건 의외였습니다. 이번 테란 런칭에 대해 계속 주시는 하고 계셨지만, 전혀 미동도 없으셨거든요. 어제 일에 대해서도 부회장님을 질책하거나 꾸중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신에 한국 지사 업무를 부회장님 소관에서 빼고 이제 직접 관리하시겠다고 하시는군요. 저는 뭐 아주 좋아졌습니다. 다 서준 대표님 덕입니다. 호호호.


매일같이 쪼아대며 이상한 업무로 자신들을 내몰던 상사가 사라지니 좋아할 만하겠다. 주 매니저는 기분이 좋은지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몇 가지 정보를 더 알려준다.


- 아마, 성 윤주 씨랑 대표님을 같이 보자는 건 이번 건에 대해 모종의 딜을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저번에 윤주씨 처음 볼 때도 그렇고 회장님이 계시는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부르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직접 한국으로 오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모종의 딜?


- 사실 두 분을 만나러 한국으로 오신다는 건 회장님 굽히고 들어오시는 모양새라 내부적으로는 텐시아로 스카우트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뭐 어찌 됐든 저희는 회장님 방한 준비를 해야 하니까. 혹시나 저희 상사가 되시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주 매니저는 어딜 가도 살아남을 거 같다. 상황 판단이 아주 예리하다. 시작은 오해이긴 하지만 쑨 회장은 언제가 됐든 한 번쯤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상견례 가십니까?”


서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만 있던 민님이 서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서준에게 묻는다.


“응? 무슨 상견례야. 비즈니스 미팅이지. 어차피 오해는 풀면 되고.”


“글쎄요.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민님은 서준에게 본인이 직접 확인하라며 링크를 몇 개 보내 준다.


“이미 그 너구리 같은 영감이 미디어에 슬쩍 흘렸습니다. 외손녀와 손녀사위를 보러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번 일 자체는 아들인 부회장이 과민 반응을 한 거 같다고 자신은 몰랐다는 내용입니다. 이 건에 대해 외손녀와 손녀 사위에게 사죄하고 가족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네요.”


역시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의 창업주다운 빠른 움직임이다. 혹시나 쏟아질 수 있는 갑질 만행에 대해 부인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부회장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곧바로 이 일은 가족끼리의 문제니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 달라는 엄중한 경고를 담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올라오는 언론 보도를 확인해보니 갑질 만행이나 복수 같은 워딩 보다는 성 팀장을 부각하고 쑨 회장 외손녀의 자수성가 스토리로 포장되기 시작한다. 가족 간의 화해와 용서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 게 아주 그냥 작업을 제대로 치고 계신다. 대중과 미디어를 제대로 알고 있는 느낌이다.


“좋으시겠습니다. 관리자님. 성 윤주 팀장. 지금 여신 된 거 아시죠? 커뮤니티며 SNS며 거기에 해외에서도 난리네요. 너드의 여신이라고. 그런 분의 남친이 되시다니. 아주 그냥 좋으시겠습니다.”


민님이 아주 기분이 좋지 않으시다. 아니. 억울하다. 난 그냥 내가 할 일 한 것뿐인데. 원망하려면 이상한 가짜 정보로 자기 살길 챙긴 주 매니저를 원망해야지. 다행히 언론 보도나 유튜브를 봐도 쑨 회장이 말한 손녀사위가 서준이라는 내용은 없다. 이상하게 얽히긴 했지만 빠져나갈 길은 아직 있다.


솔직히 진우한테서 톡이 거의 수백 통 와있는 거 보고 짐작은 했다. 성 팀장 관련 기사를 하나하나 링크해 보냈다. 혹시나 활동 시작하게 되면 무조건 자기한테 먼저 와야지. 다른 데 가면 정말 나쁜 놈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쑨 회장 기사의 링크에는 혹시 손녀사위가 설마? 하면서 강하게 의구심을 표하며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을 달긴 했다.


성 팀장이 결정할 일이지만 만에 하나 활동하게 되면 진우 말고 다른 기획사는 솔직히 만류하고 싶다. 친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 허허실실 뻐꾸기는 잘 날려도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는 다른 맘 안 품고 정말 성심성의를 다 하는 녀석인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주 기분이 안 좋으신 민님을 달래 주느라 또 온갖 재롱을 피우고 있으니 성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쑨 회장과의 약속이 내일 저녁 7시에 잡혔다고 말하고는 차는 텐시아에서 보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약속 잡으면서도 몇 번이나 대표님과 그런 거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계속 같이 보자고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대표님.”


성 팀장은 연락하는 내내 서준에게 미안해한다.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성 팀장님. 쑨 회장은 제가 팀장님이랑 사귀는 지 안 사귀는 지에 대해서는 아마 전혀 관심이 없으실 거예요. 아마 만나 보시면 알 거예요. 오히려 제가 미안하죠. 저랑 그런 식으로 엮여서 좀 불편하시죠?”


너무 미안해하니 달래줄 겸 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성 팀장이 정색한다.


“아뇨. 전 전혀 안 불편해요. 그냥···. 제가 대표님께 폐를 끼칠까 봐 그냥 그게 걱정되어서 그래요.”


성 팀장의 말은 이해가 간다. 외손녀인 자신도 그렇게 갖은 견제와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다. 아무리 당신들의 일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혹시나 그런 시선이 서준에게 갈까 걱정하는 것이다.


서준은 성 팀장의 진심 어린 배려심에 감사한다.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일 쑨 회장과의 만남을 대비해 제가 몇 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일단 성 팀장님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서준은 자신이 생각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성 팀장에게 들려줬다. 성 팀장은 서준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둘의 생각은 비슷했다. 쑨 회장이 정말로 가족의 시간을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 의도를 정확히 알고 둘이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럼. 일단 내일은 지금 이야기 나눈 대로 해보죠. 쑨 회장이 앞으로 우리 테란에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는 내일 만남에 달려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성 팀장님의 생각입니다. 어떤 답을 하더라도 저는 성 팀장님의 의견을 존중할 거니까 그 점은 아까 말한 대로 해주세요.”


성 팀장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뵐께요라고 짧게 답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테란 서비스한 지 하루도 안 되어서 일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테란을 통해 얻으려고 한 서준의 목적은 문제없이 달성될 것 같다. 지구에서 활동하기 위한 자금 마련과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의 확보. 지금의 동접 수치라면 15일 이후로 예정된 상용화 일정도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고, 최소 월 몇백억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서준은 소파에 몸을 묻으며 후하고 긴 한숨을 쉰다. 새삼 자신이 벌인 일들에 대한 무게감이 확 하고 다가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준은 한 중소 게임회사의 일개 개발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표면상으로는 세계적 히트 게임의 개발사 대표이며 다른 우주에서는 한 행성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 이상의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레나 우주를 그 끝을 알 수 없는 영원한 경쟁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일. 행성 레벨 10도 안 되는 행성의 관리자가 꿈꾸기에는 너무 먼 이상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일이 잘되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무한히 넓고 엄청나게 많은 행성이 있다.


그래도 하고 싶다.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아니 할 수 있게 되고 싶다. 어린 시절 진지하게 세계 정복을 꿈꿔 본 적이 있다. 어린 눈으로도 보이는 세상의 여러 부조리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세계의 정복자가 된다면 그런 부조리를 다 없애고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리라. 어린 서준의 꿈이었다.


차원 균열에 휘말려 이 세계로 갔을 때만 해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한다.


내가 정말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부조리에 고통받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지금 서준이 가진 가장 큰 욕망이었다.


다음 날 약속 시간에 맞춰 텐시아로부터 차가 도착했다. 저를 두고 어디 가시느냐고 갑자기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민님과 잘 다녀오시라는 연님의 배웅을 받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성 팀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성 팀장님. 오늘 정말 예쁘네요.”


오늘 성 팀장은 단순히 외모만 보자면 사실 평범한 사복에 평범한 화장을 한 것뿐이다. 남들이 볼 때는 풀메를 했던 며칠 전이 더 아름다웠겠지만 지금 서준의 눈에 보이는 건 인생의 가장 큰 결단을 앞두고 마음의 결심을 단단히 하고 있는 한 여성이 보일 뿐이다.


“대표님도 멋지세요.”


성 팀장이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화답한다. 둘은 마주 보고 싱긋이 웃는다.


“그럼 만나러 가볼까요. 쑨 웨이밍 회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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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2) 24.09.12 31 1 12쪽
52 레오니타의 망나니 왕녀 (1) 24.09.11 32 1 12쪽
51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2) 24.09.10 41 2 13쪽
50 행성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겁니다 (1) 24.09.09 43 2 16쪽
49 저보고 300조의 남자라는데요 24.09.08 72 2 14쪽
48 자고 일어났더니 거물이 되어 있었다 24.09.07 72 2 13쪽
47 가족의 시간 24.09.07 78 2 12쪽
» 쑨 웨이밍 회장 24.09.06 89 3 12쪽
45 여신 강림 24.09.06 97 2 13쪽
44 지구는 새로운 에너지를 원해요 24.09.05 102 3 12쪽
43 새로운 흑막? 새로운 목표! 24.09.04 103 2 16쪽
42 이대로 재벌물로 가나요 24.09.03 104 2 13쪽
41 진짜 별일 없었으니 안심하라구 +1 24.09.02 103 4 13쪽
40 관리자님의 씨를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24.09.01 104 3 13쪽
39 퓨리오타 방어전 (4) 24.08.31 104 3 13쪽
38 퓨리오타 방어전 (3) 24.08.31 105 4 13쪽
37 퓨리오타 방어전 (2) 24.08.30 105 3 12쪽
36 퓨리오타 방어전 (1) 24.08.29 105 3 13쪽
35 전설의 3연벙 전략 24.08.28 107 3 14쪽
34 1인 용병단 결성 24.08.28 106 3 12쪽
33 마나석 24.08.27 107 3 13쪽
32 꽤나 요망하시군요. 카리나 고문 +1 24.08.26 11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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